서장
서장.
나백현(羅白賢)은 수많은 관광객들과 함께 마침내 이스라엘에 도착하였다. 하지만 그가 이곳에 온 것은 다른 이들처럼 관광이나 성지순례를 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그가 이스라엘…… 정확히 통곡의 벽을 찾은 것은 자신의 신병(神病)을 고치기 위함이다.
그가 신병에 걸린 것은 벌써 1년 전부터다. 흔히 말하는 삼류 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상경하여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무원고시 준비를 던 중, 귀신을 보게 되고 환청이 들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자신이 과도한 스트레스로 정신에 이상이 생긴 줄 알았다. 하지만 약을 먹어도 차도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자, 여러 정신병원을 전전하던 중 자신이 신병이란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최면치료와 한방치료를 시작으로 교회와 절간, 심지어 퇴마사까지 찾아가봤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의 병을 치료하지 못하였다. 유일하게 무당만이 지금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제시해줄 뿐이었다.
하지만 내림굿을 받아 박수무당이 될 생각이 전혀 없는 그는 나름대로 신병을 떨쳐낸 사람들을 수소문하여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알아낸 몇 가지 사례 중, 큰 신에게 정성껏 기도를 하여 나았다는 사실이었다.
무신론자인 나백현은 자신을 낫게 해줄 만한 큰 신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 종교나 고를 수 없었다. 그래도 주변에 보는 눈이 있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남에게도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종교여야 했으며 무엇보다 집에서 가까워야만 했다.
그리하여 동네 교회의 새벽예배를 매일같이 나가 기도를 하기 시작한 나백현은 결국에는 성지순례를 떠나는 교인들과 함께 이곳까지 흘러 들어오게 된 것이다. 제발 이곳에서 드리는 기도로 인해 신병이 낫기를 바라며……
한편, 나백현이 통곡의 벽에서 눈물콧물을 흘리며 기도를 하던 같은 시각.
칼 피츠(Carl Fitch)는 그리스에 존재하는 수천 개의 섬 중, 가장 작고 수천 년 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무인도에 도착했다. 그는 방향을 잡지 못하고 계속해서 움직이는 나침반을 들여다 보고는 씩 웃었다.
‘찾았다. 타나토스(thanatos)가 잠든 무덤을……’
칼은 오른손으로 짙은 갈색머리를 쓸어 올리고는 선글라스를 벗었다. 그리곤 파란 눈을 번뜩이며 주변을 살폈다. 한 자리에 서서 섬의 끝과 끝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이 섬에는 무언가를 숨길 장소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무언가를 찾는 듯이 계속해서 섬 구석구석을 살폈다.
그리고 마침내……
‘찾았다!’
마치 온천이라도 존재하는 듯, 땅에서 열기가 올라오는 것을 놓치지 않은 칼은 곧바로 달려갔다. 그리곤 가죽으로 만들어진 오래된 책을 열어 그 주위에 곱게 갉은 숯과 유황 가루로 원을 그리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림이 완성되자, 칼은 하늘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타나토스 여! 나에게 강림하소서! 나의 복수가 그대를 부르나이다! 나의 원통함이 그대를 갈망하나이다! 나에게 그대의 손을 빌려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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