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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가 케익 먹는 햄버거가 되는 그 날까지~!

운명을 던져라.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백수77
작품등록일 :
2013.09.18 02:21
최근연재일 :
2015.04.03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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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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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7,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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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3,746

작성
14.07.27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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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쟁탈전 02

DUMMY

* * *


나백현 일행이 안내된 곳은 베이지 톤의 의자와 검은 식탁이 놓여져 있고 서울시내가 내려다보이는 큰 창이 있는 방이었다. 나백현은 음료수와 함께 일전에 먹었던 코스 요리를 주문하였고, 곧이어 보기에도 좋고 맛도 좋은 음식들이 차례대로 나오기 시작했다.

물론, 아버지는 맛이 느끼하다거나 양이 너무 적다고 투덜거렸지만 어머니가 째려보자 곧 입을 다물고 조용히 식사를 하였다. 그리고 아버지의 반찬투정이 끝나자 이번에는 한이슬을 향한 어머니의 질문공세가 퍼부어졌다. 나백현은 그러한 어머니의 행동 때문에 매우 불편하여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반대로 한이슬은 오히려 자신을 친근하게 대해주시는 것이 편한지, 입가에서 미소를 지우지 않으며 일일이 다 대답을 해주었다.

그렇게 나름 시끄러우면서도 아득한 식사가 끝날 무렵, 노크 소리와 함께 양복을 입은 남자가 나타났다. 일전에 만났던, OO 기업의 후계자이자 이 호텔의 대표인 남궁상혁이었다. 그는 나백현에게 가벼운 눈인사만 하고 곧바로 그 부모님에게 먼저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나백현 씨 부모님이시죠? 처음 뵙겠습니다. 전 이 호텔의 대표 남궁상혁이라고 합니다.”

남궁상혁이 깎듯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자, 그들 역시 덩달아 일어나 어리둥절한 얼굴로 마주 인사를 했다. 호텔의 대표라는 말은 민간인들에게 있어 별나라에 사는 외계인마냥 보기 힘든 존재이기에 놀란 것이다.

남궁상혁이 웃으며 나백현의 어깨를 잡았다.

“오늘 백현 씨가 부모님과 함께 왔다고 해서, 주방에 좀 더 신경을 써달라고 했는데…… 입맛에 맞았는지 모르겠네요.”

“아이고, 아니에요. 아주 맛있게 먹었어요.”

나백현의 어머니가 손사래까지 치며 대꾸하자, 남궁상혁이 감사하다는 듯 살짝 고개를 숙이며 이번에는 한이슬에게 시선을 돌렸다.

“안녕하세요, 이슬 씨.”

“안녕하세요.”

“이슬 씨가 이 친구와 친분이 있는지 몰랐네요. 아마,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부친도 매우 좋아할 겁니다. 지난 번에 세미나에서 만났을 때, 시집가려 하지 않아 매우 걱정이 크셨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유능한 사위라면 대만족이실 겁니다.”

남궁상혁의 말에 한이슬은 얼굴을 붉히고 나백현의 부모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저 실례가 아니라면 잠시 백현 씨를 빌려갈까 하는데,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워낙 유능한 분이라 다른 사람들이 채가기 전에 사업에 대해 대화 좀 나눌까 해서 말입니다.”

“사내들이 일 얘기 한다는데 말릴 이유가 있겠나. 그러시게.”

아버지가 흔쾌히 허락하자 어머니 역시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모든 자유와 결정권을 박탈당한 나백현은 부모님의 말씀에 따를 수 밖에 없었다. 해서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남궁상혁을 따라 술 상이 차려져 있는 옆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렇게 우리 호텔을 찾아줘서 고맙습니다.”

나백현은 남궁상혁이 따라주는 포도주 잔을 들며 물었다.

“저, 그런데 저와 할 말이 있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하하, 성격 한 번 급하군요.”

“궁금증을 참지 못해서요.”

남궁상혁은 잔을 들어올렸다.

“우선 아무 문제없이 풀려난 것을 축하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둘은 가볍게 건배를 하고 포도주로 입술을 적셨다.

“제가 백현 씨를 따로 만나자고 한 것은 한가지 제안을 하기 위함입니다.”

“무엇입니까?”

“이번에 제가 유통업에 발을 들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나의 계획은 국내시장부터 시작하겠지만 2년 안에 일본과 중국에 진출하고 5년 안에 북미를 비롯해 남미 그리고 남아공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유통업이라 하면……”

“식품 쪽입니다. 백화점 같은 것은 이미 포화상태이고 리스크(risk)가 너무 큰 만큼, 식품 쪽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입지 않고는 살 수 있지만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는 만큼, 확실히 명품의류를 중점으로 하는 백화점보다는 음식을 파는 식품유통업이 위험요소가 적다고 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그럼에도 마트 역시 백화점만큼 포화상태이고 그 위험요소 또한 높았다.

“저, 그런데 그게 저와 무슨 상관입니까? 전 그쪽 분야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데요.”

“하하, 너무 겸손해 할 필요 없습니다. 백현 씨 같이 주식투자에 뛰어난 재능을 가지신 분이라면, 어느 분야에서든 분석가로써 실력발휘를 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처음부터 배워야 하는 저보다는 이미 그쪽 분야에 경험이 풍부한 분들과 일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지 않을까요?”

남궁상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입니다. 요즘은 솔직히 넘쳐나는 것이 인재이고 전문가들입니다. 아마, 채용광고 한번 내면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이나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 지원서를 낼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이렇게 백현 씨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제가 생각하고 있는 유통업은 단순히 물건을 가져다 파는 마트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무슨 말이죠?”

“유통업. 특히 식품을 파는 마트는 엄청난 현금이 움직이는 장사입니다. 명품핸드백 같이 고가의 물건도 없고 엄청난 마진율도 없지만, 식품업계에서 움직이는 현금은 그 모든 것을 뛰어넘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현금이 도는 곳에는 다른 장사가 끼어들기 아주 좋은 법이지요.”

“다른 장사요?”

“투자 말입니다. 쉽게 말해 돈 놀이죠.”

“네? 돈 놀이요?”

나백현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얼굴로 눈을 동그랗게 뜨자, 남궁상혁이 큰 소리로 웃었다.

“저도 처음에는 몰랐습니다. 하지만 2년 전, 유럽을 들렸다가 요즘 BRICS로 뜨고 있는 국가 중 인도, 남아공, 브라질을 돈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알았습니다. 식품유통업들이 얼마나 큰 장사를 하고 있는지를 말입니다.”

“유통업과 돈놀이와 무슨 상관이죠?”

“한국이나 외국이나 소수의 유통업회사들이 경쟁상대를 죽이고 시장을 독점하여 물건가격을 마음대로 조정하는 것은 다 비슷합니다. 뭐, 남미처럼 인플래션(inflation)이 높은 나라의 경우 더 심하죠. 그만큼 마진율 또한 높고요. 하지만 그들은 거기에 머물지 않더군요.”

“그럼요?”

“세상에는 많은 회사들이 생겨났다 사라집니다. 그리고 기존의 회사들 역시 경제상황에 따라 현금이 필요할 때가 있지요. 하지만 리스크가 큰 회사들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가 힘듭니다. 은행은 리스크가 너무 큰 회사들에게 대출을 해주지 않거나 아니면 터무니 없는 이자를 적용하니까요. 이때, 바로 유통업계가 기어듭니다. 그들은 매일같이 엄청난 금액의 현금을 만지는 만큼, 융통해줄 수 있는 것이죠.”

“바로, 은행을 대신해 이자놀이를 하는 것이군요.”

“맞습니다.”

“하지만 만에 하나 회사가 돈을 갚지 못하거나 부도가 나면 어떻게 되나요?”

나백현의 질문에 남궁상혁이 정확한 요점을 짚었다는 듯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바로 그것입니다. 은행들은 회사가 부도나면 담보를 그냥 되파는 것으로 끝납니다. 하지만 외국의 유통업회사들은 부도난 회사를 인수하여 몸집불리기를 합니다. 바로 그 때문에 백현 씨가 필요한 것입니다. 회사가 돈을 갚을 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를 떠나, 회사의 가치와 미래전망 등 수많은 변수를 짚어봐야 합니다. 그래야 리스크를 낮추고, 회사를 우리가 떠안아도 미래투자가치가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군요.”

나백현이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자, 남궁상혁의 설명이 이어졌다.

“하지만 국제유통업회사들의 투자방식은 단순히 여기에 그치질 않습니다. 그들은 문어발식으로 여러 나라에 자회사를 설립하는 만큼, 환차를 통해서도 큰 수익을 냅니다. 그리고 남미처럼 부패가 심한 국가들에서는 인플레션을 이용해 경제기반을 흔들면서 환차수익을 내고 더욱더 몸집불리기를 하지요. 정치인들은 물론 사법부마저 돈으로 매수할 수 있으니 무서울 것이 없는 것이죠. 뭐, 이것은 미국도 마찬가지지만……”

그의 말에 나백현은 얼마 전에 봤던 뉴스가 떠올랐다. 미주 상의원에서 연방검찰청장을 데려다가 왜 경제사범들은 기소를 하지 않고 단 한 명도 형벌을 받지 않느냐고 다그치자 말을 더듬다가 기소를 하지 않고 협상을 통해 사건을 마무리하려고 노력한다고 대답하던 검찰청장의 모습이……

‘미국이나 한국이나 돈이면 다 되는 더러운 세상.’

나백현은 속으로 욕설을 내뱉고는 물었다.

“아무튼 그런 이유 때문에 제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군요.”

“네.”

하긴, 상대로서는 나백현이 주가가 오를 기업들만 딱딱 골라 투자를 할 정도라면 돈을 빌려줄 회사의 재정상태와 위험요소, 투자가치 등을 알아내는 것도 힘들지 않으리라 생각했으리라.

‘그리고 동전 점을 이용하면 불가능 한 것도 아니고 말이야.’

하지만 문제는 이런 일을 하는 것이 정당하느냐가 문제였다. 좀 전에 남궁상혁이 본인의 입으로 말했듯이, 단순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서 나라의 경제기반을 흔들면서 더 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조건까지 만들게 되는 것이다. 그 말을 달리 해석하면 평범한 시민들의 등골을 빼먹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젠장. 앞으로 계속해서 쭉 착한 일을 해도 모자랄 판에 나쁜 짓 했다가 그 할매귀신에게 무슨 봉변을 당할라고.’

속으로 투덜투덜거린 나백현이 말했다.

“제안은 잘 들었습니다. 하지만 당장 확답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

“아, 물론입니다. 저 역시 백현 씨가 당장 제 제안에 대답을 주리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았으니까요. 다만, 다른 제안들을 듣기 전에 저의 제안을 먼저 듣고 긍정적으로 생각해주길 바랄 뿐입니다.”

“네. 최대한 긍정적으로 고려해보겠습니다.”

남궁상혁은 자신의 제안을 들어줘서 고맙다며 악수를 하고 직접 일행이 있는 룸으로 안내를 해주었다. 뿐만 아니라, 고급와인과 치즈, 쿠키가 들어있는 세트바구니를 그 부모님께 선물로 드리는 등 정말 정성을 다했다.

그렇게 맛있는 식사를 하고 선물바구니까지 챙긴 부모님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폈고 한이슬은 자랑스럽다는 눈빛을 숨기지 못하였다. 반면, 호텔에서 나온 나백현의 얼굴에는 당혹감으로 가득 찼다. 왜냐하면 그가 택시를 타자 마나, 만났던 기업들의 후계자들은 물론 은행과 펀드회사들에서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전화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해서 그는 택시가 집 앞에 당도할 때까지 불타오르는 휴대전화를 붙잡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초청을 거절해야만 했다.

하지만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 듯이, 전화를 통해 약속을 잡으려는 자가 있는가 하면 유비가 제갈공명을 얻기 위해 삼고초려(三顧草廬)를 하듯이 직접 찾아와 기다리는 이가 있었다.

다만……

‘뭐야? 이 더러운 색의 실은?’

택시 문을 열고 내리려던 나백현은 자신의 실과 연결된 검고 더러운 색의 실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어쩌면 자신 때문에 교도소에 가버린 사기꾼 일당이거나 아니면 카르텔의 동료일지 모르는 일이었다. 해서 그는 차에서 내리기 전에 그 실의 주인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주위를 둘러봤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은 예상을 했던 야비하거나 험악하게 생기지 않았다. 오히려 매우 자비로운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은 바로 자신이 풀려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추명운 변호사였다.


작가의말

옥황승상 님. 잠실기차 님. 넹. 자주 오도록 노력하겠습니당.
카우 님. 쿡쿡 님. 무가지보 님. 적룡제 님. 감사합니당. ^^
별혜는밤 님. 저의 조크에 웃어주셔서 감쏴합니당.
열랑 님. 지존 님. 감사합니당. 더욱 성실연재 하도록 노력만 해보겠습니당.
도람이 님. 우미 님. 라쓰 님 무사도 님. 하얀밤 님.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당.
육체피로 님. 헤헤 말씀만이라도 감사드립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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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피로 물드는 밤 03 +17 14.04.06 10,435 327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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