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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가 케익 먹는 햄버거가 되는 그 날까지~!

운명을 던져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백수77
작품등록일 :
2013.09.18 02:21
최근연재일 :
2015.04.03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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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0.14 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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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여론 04

DUMMY

식당에서 빠져 나온 박동식 대령은 부대로 복귀하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기차역에 도착했다. 이미 늦은 시간에다 아직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역에는 사람 하나 보이지 않아 을씨년스럽게 느껴졌다.

‘정말 재수없네.’

기차표를 사가지고 대기소에 도착한 박 대령은 한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점퍼의 지퍼를 목까지 올리며 의자에 앉으며 투덜거렸다. 처음 추명운이 식사나 함께 하자고 했을 때에는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나왔다. 특히, 대통령 후보라는 자가 군대문제점을 개선해나가고 싶다고 말을 했을 때에는 나름 희망을 품기도 했다. 어쩌면 이 지긋지긋한 군대에서 벗어나 자신도 정계에 발을 들일 수 있다는 꿈을 말이다.

그 때문에 술자리까지 생각하고 일부러 차도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이지 않던가?

하지만 식사시간이 길어지고 추명운의 정치적 이념을 듣자 매우 불쾌해져서 결국 참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왔고 지금은 추위에 떨며 기차나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보면 과연 그의 이야기가 그렇게까지 기분 나쁜 이야기였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물론 아니었다. 아무리 생각의 차이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냥 무시하고 넘어갈 수 있는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박동식은 그 작은 차이가 이유 없이 불쾌하고 기분이 나빠 더 이상 자리를 지키고 있을 수 없던 것이었다.

‘개혁당이라고 했지? 재수 없는 놈.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도 알려서 그 놈들은 찍지 말라고 신신당부해야겠군.’

알 수 없는 적대감에 빠져 추명운을 향해 속으로 온갖 욕설과 저주를 퍼붓고 있던 박 대령은 누군가 곁으로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이 늦은 시간에 OOO로 가는 기차를 타러 오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지만, 자신과 같은 처지일 수 있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많고 많은 자리를 놔두고 자신 곁에 앉자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을래야 안 쓸 수가 없었다. 특히나 자신 옆에 앉은 사람에게서 아주 향긋하고 달콤한 향수냄새까지 나자, 박 대령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어 상대를 확인했다.

“안녕하세요.”

박동식 대령과 눈을 마주친 긴 생머리의 미녀가 환하게 웃으며 먼저 인사를 건네왔다. 이에 그는 화들짝 놀란 듯이 허리를 꼿꼿이 세우며 마주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혹시 OOO로 가는 기차 기다리시나요?”

“네.”

“저랑 같은 기차 타시네요. 그런데 그 기차는 군인분들이 많이 타던데, 혹시 군인이세요?”

“네. 그렇습니다.”

박동식은 대답을 하면서 자연적으로 고개를 정면으로 돌렸다. 저런 미녀가 자신에게 관심을 주고 말도 걸어주며 눈도 호강시켜주니 고마운 일이기는 하나, 자신은 나이도 더 많거니와 이미 결혼한 몸이다. 만에 하나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봤다며 성추행이니 뭐니 하는 문제에 휘말리게 되면 좋을 것이 없기에 처음부터 예방차원에서 시선을 돌린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의 행동과는 상관없이 생머리의 미녀는 계속 말을 걸어왔다.

“전 군인분들 너무 멋있더라고요. 터프하면서 순수한 것이 정말, 다른 사람들에게는 거칠게 대해도 저에게는 헌신적이고 영원히 나만 바라보며 지켜줄 것 같거든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혹시 미혼이세요.”

그녀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박 대령은 매우 당황했다. 우선 저런 미녀가 자신같이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남자에게 추파를 던진다는 것도 그렇고, 여자들이 기피하는 군인이 좋다고 하는 것도 이상했다.

하지만 그러는 동시에 마음 한구석에서는 ‘취향’이라는 것이 있으니, 40대의 중후한 멋을 좋아하고 군인의 강인한 모습을 동경하는 여자도 있을 수 있다는 속삭임이 고개를 들었다.

‘아, 젠장…… 결혼만 하지 않았으면……’

많은 남성들은 머리가 아닌 아랫도리로 생각을 한다. 하지만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안사람에게 이혼당하는 것은 물론 부대 내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해서 그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점퍼 주머니에서 왼손을 빼서 18k 금반지를 보여줬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미녀는 그런 그의 모습에 당황하거나 화를 내며 가버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색하며 더욱 바짝 가까이 붙는 것이 아니던가?

‘이거 진짜 꽃뱀 아니야?’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미녀는 그의 표정변화를 보지 못했는지 오히려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와, 되게 멋지시네요. 사모님이 누구신지 몰라도 진짜 행운 잡으셨네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박동식입니다.”

“대령입니다.”

“박 대령님이시군요. 반가워요. 전 김희선이라고 해요.”

유명 여배우와 이름이 같았다. 하지만 지금 그가 보기에 그 여배우보다 지금 눈앞의 여성이 천 배 만 배 더 예쁘고 섹시하다고 느껴졌다. 물론, 그 여배우를 직접 본적도 없고 tv를 통해 본 것도 하도 옛날 적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 있으랴. 어차피 여배우를 자신이 만날 기회도 없겠거니와 나 자신을 위해 속으로 랭킹을 매이는 것이니 말이다.

김희선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미녀가 말했다.

“박 대령님. 아직 기차시간이 1시간도 넘게 남았으니, 제 고민 좀 들어주실래요?”

“뭐, 그러죠.”

솔직히 이런 미녀가 자신에게 접근했다는 믿어지지 않는 사실에 살짝 겁도 나는 그였다. 안 그래도 꽃뱀이니 뭐니 하는 수많은 사기행각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 조금도 의심을 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리라. 하지만 주위에 감시카메라가 수두룩한데, 무슨 일이라도 생기겠나 싶은 것이었다.

“저는요. 정말 저를 사랑해줄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사람 속을 알 수 없잖아요. 그래서 언제나 남자들이 다른 것을 요구할 때 거절을 했어요. 만약 저를 정말로 사랑하는 남자라면 기다려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그런데?”

“제가 거절하면 남자들은 곧바로 등을 돌리더라고요. 의사, 검사, 판사, 변호사 등등 소위 공부 많이 하고 잘났다는 사람들이 가장 심해요.”

“이런. 이런…… 하여튼 그런 쓰레기 같은 것들 때문에 모든 남자들이 같이 욕먹는 거죠. 하지만 모든 남자들이 그런 것은 아니에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제 사촌언니와 사귀던 남자분이 있었는데, 그분은 언니를 위해 정말 오랫동안 기다려주고 지켜줬거든요. 그래서 깨달았죠. 군인분들이야 말로 정말로 멋진 남자라는 것을요.”

“하하. 그렇죠.”

그때, 김희선이란 여자가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네요. 혹시 커피 마시러 가실래요? 역 나가면 바로 옆에 괜찮은 카페가 있거든요. 제가 살게요.”

“저, 그게…….”

“걱정 마세요. 안 잡아 먹어요. 어머, 군인분들은 용감하다던데, 박 대령님은 안 그런가 봐요.”

미녀의 도발 아닌 도발에 발끈한 박동식이 벌떡 일어섰다.

“무슨 소립니까? 용감무쌍하면 바로 나 박동식입니다.”

“호호, 알았어요. 어서 가요.”

김희선이 박동식의 팔에 착 안겼다. 이건 누가 봐도 협박에 의한 것이 아니며 자신이 좋아서 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혹시라도 나중에 억울한 누명을 씌우려 한다면 cctv판독을 통해 해명할 수 있다 생각하니 마음이 적잖이 놓였다.

팔짱을 낀 김희선에게 이끌려 역을 나선 박동식은 카페를 찾아가려 했다. 하지만 여자가 갑자기 반대쪽으로 잡아 끄는 것이 아닌가?

“오빠. 그쪽 말고 저쪽으로 가요.”

“거기는 주차장 입니다.”

“알아요. 저기에 제가 차를 주차시켜뒀거든요.”

“네? 차 말입니까?”

“운전초보라서 OOO까지 차를 몰고 갈 용기가 없어서 기차를 타려고 했던 거에요. 아무튼 우리 저기서 좀 쉬다 가요.”

그러며 여인은 남자의 사타구니 쪽으로 손을 뻗었다. 이에 박동식은 ‘헉’ 하며 숨을 멈춰버렸다. 온 몸에 아드레날린이 휘몰아치며 심장이 미친 듯이 펌프질을 하자, 정신이 아찔하며 혼미해질 것만 같았던 것이다.

아무리 용감한 군인이라 하여도 어차피 머리가 아닌 아랫도리로 생각하는 남자인 만큼 그는 헝겊인형마냥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김희선의 손에 이끌려 빨간 스포츠카에 올라탔다. 뒷자리에 누운 그는 자기 배위에 올라탄 김희선이 차 문이 탁 닫는 것을 보고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이 거칠게 숨을 몰아 쉬며 옷을 훌렁 벗어 던졌다.

하지만……

“뭐, 뭐야? 넌 누구야?”

옷을 벗는 그 짧은 사이에 자기 배 위에 앉아있던 미녀가 남자로 바뀐 것은 확실이 놀랄만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지금 배위에 앉아있는 사내는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때, 자기 배 위에 앉은 또 다른 자신이 말했다.

“아 짜증나. 사내새끼 거시기를 만졌더니 손이 썩을 것만 같네.”

“뭐? 뭐?”

“걱정 마. 네 녀석을 위해 여기 근처 뒷산에다가 구멍 잘 파뒀으니까. 내가 화장까지 잘 해줄게.”

“이 새끼가……”

-퍽!

박동식이 반항을 하려고 몸을 꿈틀거리자, 배위에 있던 또 다른 박동식이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주먹으로 턱을 날렸다. 그리곤 그는 곧바로 자동차 조수석에 손을 뻗어 식칼을 하나 꺼내더니 그대로 복부에 푹 하고 쑤셔 넣었다.

“커헉. 커헉.”

“흐흐, 걱정 마. 네 부인은 절대 밤에 외롭지 않도록 잘 안아줄 테니까. 그리고 봐서 네 딸년도 내가 잘 안아주지.”

“씨…… 발……”

“욕은 왜 하나? 잘 챙겨주겠다는데…… 아무튼 잘 가.”

씩 웃은 또 다른 박동식은 칼을 든 손을 비틀어 박동식의 복부를 난장판 만들었다. 이에 그는 더 이상 의식을 잡지 못하고 깊고도 깊은 꿈속으로 빠져들어버렸다. 왜 낯선 여자를 따라갔냐며 스스로를 자책하면서……




3


한이슬과의 저녁식사를 한 다음 날, 나백현은 곧바로 이민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브로커를 찾아가고 뉴질랜드 대사관도 찾아갔다. 그리고 동네 부동산중계소도 찾아가 아파트전세 놓는 것에 대해서도 알아보는 등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물론, 정말로 이민 가기 위함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제 식당에서 추명운을 만난 이후, 세 개의 눈길이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이런 연극을 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아마 이런 연극을 계속하다 보면, 추명운도 결국에는 어제 만났던 것이 단순한 우연이라는 것을 알고 자신에게서 관심을 끌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벌써 봄이고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가는데, 추명운이 자신에게 신경을 끌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만약, 자신이 이대로 손을 놓는다면 추명운이 정말로 청와대로 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해서 그는 이런저런 이민준비를 하는 동시에 노트북을 들고 아직 구경하지 못한 서울구석구석을 돌아본다는 핑계로 여기저기 쏘다녔다. 그리고 점심시간에는 카페에 들어가 가볍게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면서 주식을 사고파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은 겉으로 드러난 것일 뿐이다.

나백현이 무작위로 들어간 카페는 실상, 일전에 추명운과 함께 집에 방문했던 기자들이 다니는 신문사 근처에 위치한 것들이었다. 그들이 이 카페를 찾는다는 보장은 없으나, 창가에 앉아 신문사 출입구를 주시하고 있으면 그들을 건물을 드나들 때 알아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을 발견하게 되면 그때 가서 최면을 풀어줄 요령이었다.

그러나 기자란 직업이 어디 조금 바쁜 직업이던가? 특히, 일정한 근무시간이 없고 기사와 사건을 쫓아 여기저기 쏘다니니 언제나 길이 엇갈리기라도 하듯 만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열흘 동안 여러 신문사 앞 카페를 제집 드나들듯이 다니다 보니 마침내 눈에 익은 얼굴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오케이. 우선 저 여기자 먼저 최면을 풀어줘야겠다. 그런데 어떻게 하지?’

나백현은 지금 막 자신이 있던 카페로 들어선 여자를 알아봤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실을 꼬아서 귀신을 보게 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지금은 햇빛이 강한 대낮인데다 사람도 많은 카페 안이기 때문에 양기(陽氣)가 강해 귀신이 접근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음기가 강한 여자화장실을 따라 들어갈 수도 없는 일.

여기에 엎친대 덮친 격으로 G&W에서 보냈을 것으로 여겨지는 3명이 숨어서 지켜보고 있는데, 저녁이 될 때까지 여기자를 뒤쫓아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젠장. 어떻게 하지? 무슨 방법이 있어야 하는데……’

나백현은 계속 변하는 모니터의 주식시장 현황을 보는척하며 고민에 빠져있는데, 창 밖에서 차가 충돌했는지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그는 소란이 벌어진 곳으로 고개를 돌리니, 사거리에서 오토바이 한대와 자동차가 작은 충돌사고를 일으키고 주인들끼리 멱살잡고 고함치는 것이 보였다.

그때, 카페 여점원이 혀를 찼다.

“쯧쯧, 저곳에서는 허구한날 사고가 나지.”

“수맥이 흐른다잖아. 그래서 밤에는 귀신도 제법 보인데.”

“엄마. 정말이야?”

“어. 저녁타임에 일하던 오빠도 문닫고 갈 때 몇 번 귀신을 봤대.”

그 말을 들은 나백현의 입가에 미소가 서렸다.

수맥에 대해서는 그 또한 들어봤다. 땅 밑에 흐르는 물줄기…… 그리고 그곳에서부터 나오는 수맥파는 사람에게 악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하지만 괴담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수맥이 흐르는 곳에서는 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귀신도 보인다는 이야기는 한번쯤 들어봤으리라.

그리고 다행히도 나백현은 그런 괴담을 좋아하는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였다.

‘어차피 회사에 들어가거나 그러기 위해서는 저 사거리를 건너야 할 테니, 지금 실을 꼬아두면 되겠군.’

나백현은 자신의 실을 의지로 움직여 계산하고 커피를 들고 밖으로 나가려던 여기자의 실을 꼬아버렸다. 그리고 그녀가 회사로 들어가기 위해 사고가 난 사거리를 지나가려는 찰라, 갑자기 움찔하며 손에 든 커피를 바닥에 떨어트리는 것을 창을 통해 확인했다.

귀신을 보고 비명을 지르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분명 초자연적인 존재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한기(寒氣)를 느끼고 놀란 것이리라. 그렇기에 비명을 지르고 바닥을 구르는 추한 모습을 보이는 대신, 커피를 떨어트리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사방을 둘러보는 것에 그쳤으리라.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으니……

‘눈빛…… 눈빛이 아까와는 많이 달라졌어. 분명, 최면에서 깨어난 것이 분명해.’

그리고 이것으로 됐다. 그의 역할을 최면에 빠졌던 기자들을 깨우는 것…… 그 다음의 일은 하늘에 맡겨야 하리라.



나백현은 쓸데없는 쇼핑이라는 것을 하고 이민관련 정보를 얻으러 다니는 등 똑 같은 생활패턴을 반복했다. 다만 조금 달라진 점이 있다면 운전학원에 다시 등록을 하고 잘 다니고 있다는 정도였다.

그리고 3주가 지나, 나백현은 마침내 운전시험에 도전했다.

그 동안 그는 자신의 집에 찾아왔던 기자들 다수를 거리에서 만나는데 성공했으며, 한 명도 예외 없이 최면에서 깨어나게 했다. 그와 동시에 지면신문과 인터넷신문에는 최면에서 깨어난 기자들 덕분에 추명운 관련 기사로 도배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예전처럼 그의 자선단체와 봉사활동에 대한 홍보성내용이 아니었다. 기사들은 모두 하나같이 추명운이 가지고 있는 포퓰리즘 정치성향에 대한 공격성을 띈 것은 물론, 포퓰리즘으로 인해 경제를 망치고 있는 베네수엘라나 아르헨티나와 비교하며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남북분단이라는 한국의 특성상, 시각에 따라 공산국가와 혼돈할 수 있는 포퓰리즘 사상을 가진 추명운의 지지율은 급성장한 것과 마찬가지로 급하락하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추명운은 정계에 거대한 태풍이 될 것이라는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대선출마를 선언한지 한 달이 좀 넘어 미풍으로 그치고 말았다. 그리고 그가 대선포기를 선언한 같은 날, 나백현은 야심 차게 도전한 운전시험 실기에서 낙방하고 말았다.



-쨍그랑!

위스키 잔을 벽에 내던져 버린 추명운이 수화기에다 대고 버럭 성을 냈다.

“정말로 이대로 포기하란 말입니까?”

[Si. Dejalo como estan las cosas.]

“하지만 이대로 한국을 포기하기에는 안타깝지 않습니까?”

[No te preocupes. Que nos vamos a atacar por otra lado. Y vamos a movilizar los paises vecinos.]

“주변국가들을 움직이시겠다고요?”

[Si. Asi que retirate a Japon, que te vamos a necesitarte.]

“알겠습니다. 그럼 정리하고 일본 쪽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끌라리비덴떼와의 통화를 끊은 추명운은 깊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갑작스러운 판도변화는 단순한 우연이라 볼 수 없었다. 자신의 최면에 빠져서 여론몰이를 해주던 기자들이 하나같이 다 깨어나서 비판적인 기사를 쓰는 것을 누군가의 개입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추명운은 그 원흉으로 나백현을 꼽았다.

일전에 식당에서 박동식 대령과 만났을 때, 우연히 만났던 나백현…… 그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지금도 머리에서 떠나질 않고 있는 것이었다. 해서 그는 백 사장에게 그를 제거할 수 있게 허락해달라는 연락을 했었다.

하지만 대답은 ‘No’.

그 때문에 스페인 출신인 끌라리비덴떼에게까지 연락을 하였건만, 그녀마저도 거절을 했다. 그리고 그는 느꼈다. 백 사장과 끌라리비덴떼, 둘 모두,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나백현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G&W의 두 별 중 하나인 골드스테인(Goldstain)의 대리인인 끌라리비덴떼 그리고 투신으로써 어느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백 사장. 이 둘이 두려워하는 나백현……

‘그런데 내가 이 나백현이란 자를 물 먹이면 어떻게 될까?’

어쩌면 지금은 공석이 된 드라쿤의 자리를 자신이 대신하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물론, 우연이건 필연이건 간에 드라쿤이런 전설속의 괴물까지 소멸시킨 나백현을 자신이 직접 나서서 제거할 생각 따위는 없었다. 하지만 한 사람을 세상에서 지워버리기 위해서는 꼭 폭력을 사용하거나 목숨을 취할 필요는 없다.

‘그냥 더 이상 이 세상에 발을 딛고 살지 못하게 하면 되는 것이지.’

씩 웃은 그의 컴퓨터 모니터에는 한두원 학장의 외동딸 한이슬의 사진이 떠올랐다.


작가의말

시끄랏 님. 귀차니즘이 귀차니즘의 원조인 백수를 도운 것이군요. 영원하라~ 귀차니즘이여~
불꽃열정 님. 여자문제는 당연히 정리해야지요. 다음 회에 쓰윽~
에테러 님. 그러게여. 재수없으면 뒤로 넘어져도 코 깨진다더니만...
고봉선생 님. 저도 같아요. 앞 글이 생각나지 않아 다시 읽어보기도 하느라 글이 더 늦어지는 악순환이... ㅜㅅㅜ
적룡제 님 감사합니당.
월충전설 님. 그 스트레이트가... 넘 힘들어여. 노력은 하겠습니당. ㅜㅅㅜ
쇼냐 님. 무사도 님. 감사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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