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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가 케익 먹는 햄버거가 되는 그 날까지~!

운명을 던져라.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백수77
작품등록일 :
2013.09.18 02:21
최근연재일 :
2015.04.03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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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9.20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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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여론 02

DUMMY

나백현은 시계를 확인했다. 시계바늘은 벌써 오후 6시를 가리키고 있으니, 겨우 집에 가서 옷 갈아 입고 나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해리 씨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는데……’

잠시 갈등을 한 나백현은 이내 한이슬의 초대에 응하기로 했다. 자신이 병원에 입원했을 때나 이사 갔을 때 방문해주고 부모님에게도 싹싹하니 잘 대해준 그녀다. 그러니 어찌 거절하겠는가?

“알았어요. 어디로 가면 될까요?”

[명동에 OOO식당이라고 맛집으로 유명한 곳이 잇거든요. 그곳으로 7시 반까지 나오세요.]

“네.”

[늦지 않게 나오세요. 꼭 이요.]

“알았습니당.”

나백현이 아이마냥 코맹맹이 소리를 내며 대답을 하자, 한이슬은 키득키득 웃으며 통화를 끊었고 택시운전기사는 백미러를 통해 ‘한심한 놈.’ 혹은 ‘남자망신 혼자 다 시키는군.’이란 눈빛을 보냈다.


집에 도착한 나백현은 우선 짐을 풀었다. 그곳에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산 온 갓 물건들과 동네이웃들에게 줄 선물들은 물론, 그가 이혜리와 그 동료들에게 주려고 한 선물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그 중 여자의 피부에 좋다고 하는 달팽이크림과 로열젤리를 챙겼다. 외국여행 갔다 온 사실을 아는데 빈손으로 가기가 미안해서이다. 특히 공짜 밥도 얻어먹는 날인데……

선물을 대충 챙긴 그는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 아파트를 나섰다. 여전히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자신의 고급승용차를 보고 있노라면 ‘대체 언제 면허를 따나?’싶기도 한 것이, 스스로가 바보처럼 느껴졌다.

‘젠장. 저 차가 그냥 주차장에서 썩는 것도 반년이 다 되가네. 자동차야…… 미안하다. 못난 주인 만나서 도로를 달려보지도 못하는구나.’

속으로 투덜투덜거린 그는 다시 큰 길로 나가 택시를 잡아타고 약속장소로 향하였다. 그리고 약속 시간 3분 전에 식당 앞에 도착하자, 한이슬이 손을 흔들며 반갑게 맞이하는 모습이 보였다.

“어, 이슬 씨.”

“백현 씨.”

“왜 밖에서 기다리고 계신 거에요?”

“늦으면 혼내주려고 기다리고 있었죠.”

“네?”

“아이, 날씨도 추운데 이러지 말고 빨리 안으로 들어가요.”

한이슬이 팔짱을 끼고 끌어당기자, 나백현은 힘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식당 안은 어느 식당과 마찬가지로 넓은 공간에 식탁과 의자들이 놓여있었다. 하지만 다른 점을 꼽자면 식탁과 식탁 사이에 하얀 칸막이가 가로막고 있고 복도 쪽으로는 문대신 주렴이 내려져 있어 누가 와있는지 확인할 수 없게 되어있다는 점이었다.

“자, 여기에요.”

한이슬이 중앙에 위치한 자리를 가리키자 나백현은 주렴을 들추며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아무도 없으리라 생각했던 그곳에 무태안경을 쓴 한 중년남성이 있는 것을 보고 ‘실례했습니다’ 인사하고는 돌아섰다.

“이슬 씨. 이 자리에 다른 손님이 먼저 와있어요. 그러니 다른 자리로 가요.”

“괜찮아요.”

“다른 손님이 먼저 와 있다니까요.”

“제 아버지세요.”

“네?”

한이슬은 너무 놀란 나백현을 향해 싱긋 웃어 보이고는 안으로 밀어 넣었다.

“아버지. 나백현 씨에요.”

“처음 뵙겠습니다. 나백현이라고 합니다.”

이에 한이슬 아버지가 서글서글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내밀었다.

“한동완이라고 하네. 이렇게 만나 매우 영광이네.”

“아닙니다. 저야 말로 영광입니다.”

“자, 우선 자리에 앉지.”

“예.”

한동완이 먼저 자리에 앉자, 그 맞은 편에 나백현이 앉았고 그 옆에 한이슬이 앉았다.

“자네가 오기 전에 먼저 요리를 주문했네만, 따로 주문하고 싶은 것이 있나?”

“아닙니다.”

“알았네.”

그러고 한동완이 식탁 구속에 붙어있는 작은 종을 누르자, 곧바로 요리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종업원들이 마지막으로 음료수와 물을 놓고 나가자, 한동완이 물었다.

“물을 마시겠나? 아니면 음료수를 마시겠나?”

“음료수 마시겠습니다.”

“여기 받게나.”

“네. 감사 드립니다.”

술도 아닌 음료수를 한동완이 직접 따라주자, 나백현은 두 손으로 컵을 받쳐들고 받았다. 그리고 자신의 잔이 채워지자, 이번에는 그가 한이슬 아버지의 잔을 채워드렸다. 솔직히 음료수를 가지고 서로의 잔을 채워주는 것 자체가 좀 우스워 보였으나, 어찌하겠는가. 상대는 S대 경제학과 학과장에다 중앙은행 고문이라는 높으신 양반인 것을……

나백현이 한이슬의 잔까지 채워주자, 한동완은 음료수를 가지고 건배를 제안하고는 마치 술 마시듯이 들이켰다.

“캬! 좋다. 배고플 텐데 어서 들게나.”

“네.”

“참, 그런데 그건 뭔가? 자네가 지금 들고 들어온 봉투 말일세.”

“예? 아, 이것들 말입니까? 이거…… 여행 갔다 오면서 사온 선물입니다. 저, 이슬 씨. 이거……”

그러며 달팽이크림과 로열젤리가 들어있는 작은 선물봉투를 건네자, 한이슬이 환하게 웃었다.

“어머, 고마워요.”

“오늘이 내 딸아이 생일인줄 알고 있었나 보군. 난 그것도 모르고 괜한 부담을 줄까 봐 생일케이크를 주문하지 않았는데.”

이에 나백현이 한이슬에게 고개를 숙이고 작은 소리로 물었다.

“오늘이 생일이었어요?”

“네.”

“생일 축하해요.”

“고마워요.”

빈대떡을 젓가락으로 잘라 입에 넣던 한동완이 그 모습을 보며 놀렸다.

“뭐하나? 설마 내 앞에서 사랑의 속삭임 같은 것을 하는 건가?”

“아닙니다. 제가 언제……”

“농이네. 농이야. 그나저나 유명한 사람을 이렇게 직접 만나게 돼서 매우 반갑군.”

“유명하다니요.”

“증권가 쪽에서 자네의 이름은 거의 신화에 가깝다네. 하긴, 지금까지 계속해서 승승장구만 하고 있으니 당연한 것이지.”

“과찬이십니다. 그저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운도 실력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리고 지금 대한민국의 경제를 이끌어가는 대기업들의 창업주들은 뭐 대단한 학식이 있어서 회사를 저렇게 키운 줄 아는가? 다 타고난 자신의 육감을 믿고 투자를 한 덕분이지. 그것이 운이 아니고 무엇이겠나.”

대학 학과장이고 중앙은행 고문이라는 직분에 어울리지 않게 매우 주절주절 말이 많은 한동완의 모습은 마치 옆집 아저씨와도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 때문인지 금세 긴장을 풀 수 있었던 나백현은 눈앞에 펼쳐진 맛있는 음식들을 하나씩 챙겨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자네 가족은 어떻게 되나?”

“부모님하고 저, 이렇게 세 식구입니다.”

“외아들인가?”

“예.”

“부모님께서는 뭘 하시나?”

“우선은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십니다.”

“우선은 이란 말은 곧 일을 관두신다는 말인가?”

“그렇게 해야지요. 그리고 저와 함께 서울로 올라오셔서 사시도록 설득할 생각입니다.”

“음, 부모님을 모시는 것은 좋은데 너무 일찍 일에서 손 놓게는 하지 말게. 내가 지금까지 보면서 느낀 것은 늙어서라도 소일거리가 있어야지, 가만히 방구석에 앉아서 놀기만 하면 빨리 늙고 건강에도 안 좋다는 것일세.”

“네.”

“참, 그런데 자네는 앞으로 무엇을 할 생각인가? 계속 투자 쪽으로만 갈 생각인가? 아니면 사업 쪽도 손 데볼 생각인가?”

“아직 깊이는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사업 쪽에도 약간의 관심을 두고는 있습니다. 아무래도 부모님께서는 아들이 집에 있는 것보다는 매일 아침 출근하는 모습을 더 보고 싶어하시거든요.”

그 말에 한동완이 두 눈을 크게 떴다.

“이런, 이런. 이것이야 말로 특급정본데? 내가 아는 몇몇 기업들이 자네를 영입하고 싶다고 두 눈에 불을 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네. 헌데, 자네가 사업을 한다고 하면 아마 그들 모두 등골이 오싹해질지도 몰라.”

“과찬이십니다. 그리고 제가 사업이라고 해봐야 동네장사 규모인데요.”

“동네장사도 수익이 얼마냐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지는 법이지. 참, 그런데 나이가 어떻게 되나?”

“스물아홉입니다.”

나백현의 대답에 한동완이 자신의 딸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둘의 나이는 거의 동갑이군. 그런데 부모님께서는 빨리 장가가라는 말씀 없으시나?”

“안 그래도 이번에 여행가서 그것 때문에 어머니에게 온 종일 시달렸습니다.”

“그렇겠지. 부모의 마음은 다 똑같아. 자식놈이 취직하고 경제적으로 괜찮다 싶으면 빨리 시집장가 보내서 손주를 보고 싶어지기 마련이라네. 그러니 자네도 빨리 장가가서 효도하게나.”

“그래야겠지요.”

“그리고 이것은 인생선배로써 하는 충고인데, 여자는 멀리서 찾지 말게.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있듯이, 언제나 최고의 여자는 주변에 있는 법이라네.”

“네.”

뭔가 묘한 뜻을 담은 한동완의 말에 다시 긴장하기 시작한 나백현은 탄산음료가 담긴 컵을 들고 천천히 마시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서글서글한 웃음과 수다로 인해 이웃집아저씨처럼 느껴졌는데, 대화를 하면 할수록 마치 미궁 속으로 빠트리는듯한 말솜씨가 거북하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환하게 빛나는 두 부녀(父女)의 실이 자신에게 달라붙어있는 모습도 너무나도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젠장. 혹시 이슬 씨가 나를 아주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인가?’

실의 색으로는 단순히 상대방의 의도를 예측할 수 있을 뿐, 그 속마음까지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처음에는 단순히 자신을 생명의 은인으로써 좋게 본다고 생각했던 것이지 이성으로써 호감을 갖고 있다고는 생각지 못했다.

‘아, 이거 불편하네.’

백수시절이었을 때라면 너무나도 과분한 일이었다. 아니, 지금도 한이슬이 자신에게 관심을 주는 것은 매우 황송하고 고마운 것이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점점 더 이혜리에게 기울어가고 있는 상황이기에, 이런 그녀의 마음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젠장, 연예경험이 많아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지. 이슬 씨와의 관계를 나쁘게 끝내긴 싫은데 말이야.’

너무 이기적인 생각일지 모르지만, 지금 나백현은 한이슬과의 관계를 완전하게 끊기가 싫었다. 아직 이혜리와의 관계가 확실하게 연인관계로 발전한다는 보장이 없는데, 너무나도 예쁘고 참하고 자신에게 과분한 이 아가씨와의 관계를 정리하였다가 훗날에 자신만 닭 쫓던 개꼴이 날까 두려운 것이었다.

때문에 그는 어떻게 하면 한이슬과의 관계를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유지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는데,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식당입구에서부터 들려왔다.

-박 대령. 이쪽이오. 이쪽……

‘음? 추명운?’


작가의말

qp베베qp 님. 헤헤 2편 올리가 한달 잠수탈까 고민중이었습니당.
에테러 님. 늦었지만 감사드립니다. 님도 좋은 추석 보내셨기를 바랍니다.
무사도님.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월충전설 님. 맞습니다. 간접적으로 죽인 것이죠. 그리고 지적하신 부분은 제가 봐도 손을 봐야 할 부분입니다. 퇴고할때 고칠 부분 알려주셔서 넘넘 감사드립니다.
금기린 님. 네, 맞아요. 제가 봐도 좀 억울... 게다가 완전 엑스트라~!!!
똘망추 님.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당.



아, 전에 어느 분이 물어보셨는데 글을 보면 중간중간에 이야기가 비어있는 느낌이 드실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눈치빠르신 분들이라면 각 소제목이 시작할때보면, 숫자가 건너뛰는 것을 보셨을 겁니다.
그것은 이 글은 본 이야기 외에도 주인공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사이드 스토리가 따로 있습니다. 이 사이드 스토리는 아직 글을 쓰지 않고 그냥 줄거리만 써놓고 지나치고 있습니다. 아마도 글이 완결 나면 그때서야 쓰기 시작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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