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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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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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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10. 일거양득 1

DUMMY

1.


예스패치 사무실.


“내 말 이해했어요?”


신 기자는 스나이퍼 박을 보면서 씨익 웃었다.


스나이퍼 박의 얼굴은 금세 감탄과 환희로 채워졌다.


그럴 만도 했다.


신 기자 이 친구는 정말이지, 기가 막힌 발상의 전환으로 상대방을 흥분시키는데 뭐가 있지 않은가.


“신 기자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지?”


스나이퍼 박의 음성에서 존경의 울림이 느껴졌다.


“뭘요, 이런 일거양득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건데요.”


신 기자는 조금의 우쭐거림도 없이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스나이퍼 박은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역시, 사람은 배워야 한다고.


“그러니까 정리를 하면요, 줄리 한한테 십억에 협상을 걸었던 게 어그러졌을 경우를 대비해서···.”


신 기자는 지금까지 길게 설명했던 내용을 다시 한번 차분하게 요약 정리하기 시작했다.


“당장 여론 물타기가 절실한 어르신들한테도 은밀하게 접근하는 겁니다. 지금 언급하는 꼰대들은 다 주머니가 두둑해서 십억쯤은 있으나 마나 한 돈이라고요.”

“흐음, 그래! 그래!.”

“게다가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걸 죽기보다도 싫어한다는 공통점도 있고.”

“얼씨구!”

“먼저 선거자금 불법 수수 혐의로 난리가 난 민국당 국회의원 세 명.”

“절씨구!”


장단까지 맞춰가며 호응하는 스나이퍼 박.


어깨까지 들썩이는 게 잔뜩 흥이 난 모양이었다.


“그리고 부정청탁과 뇌물수수에 연루된 서울청 경무관 김정팔에 성 상납 의혹을 받고 있는 행복은행장 오대윤까지.”

“지화자!”


여유 있게 커피를 홀짝대던 신 기자는 목소리에 점점 힘을 실어 갔다.


“공교롭게도 이 사람들 모두 검찰 소환이 임박해 있단 말이죠. 은밀히 접촉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걸 연막탄처럼 터뜨려 준다고 하는 겁니다.”


스나이퍼 박은 짜릿한 전율을 느끼는지 몸을 가볍게 떨었다.


당장이라도 작전에 성공해서 눈앞에 큰돈을 끌어안은 사람처럼 행복해 보였다.


“물론, 처음 사진은 눈 부위를 모자이크한 걸로 뿌릴 겁니다. 그래도 다들 얼굴 형태로 누군지 짐작할 겁니다. 그러면 나라가 한 번 뒤집힐 테고, 그동안 우리 호구들 뉴스는 조용히 묻히겠죠.”


테이블 위에 담배 하나를 빼 문 신 기자가 라이터를 찾느라 여기저기 주머니를 쑤셔댔다.


스나이퍼 박은 얼른 자신의 라이터를 찾아 신 기자의 얼굴 앞으로 들이밀었다.


“협상에 응하지 않고 버티던 줄리 한 쪽은 그걸 본 후 깜짝 놀라면서 다시 협상하자고 하겠죠. 후훗!”


빠끔하고 담배 연기를 빨아들일 때 신 기자의 양 볼이 움푹 들어갔다.


“그럼 우리는 판돈을 더 올리면서 이십억쯤 부르고···.”


‘이십억’이란 말에서 스나이퍼 박의 얼굴 근육이 미세하게 반응했다.


파르르 떨리는 게 짜릿한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는 마약 환자의 모습이 연상되었다.


“꼬리 내리면서 그 돈을 내겠다고 하면, 우리는 비슷한 사람을 오인했다고 사과 성명 하나 발표하고 급히 사진을 내리면서 마무리···.”

“계속 안 내고 버티면 그땐 모자이크를 지운다!”


자신이 할 말을 대신해 준 스나이퍼 박을 보며 신 기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하하핫! 니나노오~~ 닐리리야~.”


스나이퍼 박은 어느새 어깨춤까지 추고 있었다.


신 기자가 넣는 장단에 맞춰 덩실덩실 춤을 추는 무용수처럼 몸은 계속 꿈틀댔다.


“한 가지 더요!”


신 기자가 실눈을 뜨면서 검지를 세워 들었다.


둘 사이에 가벼운 긴장감이 일었다.


스나이퍼 박은 뭐지, 하는 표정으로 자세를 바로잡았다.


“사진은 보험으로 계속 가지고 있는 겁니다. 그러면 앞으로도 줄리 한에 관한 모든 소식은 우리가 독점하게 되는 거죠!”


신 기자 손에 들린 담배는 반쯤 타들어 가고 있었다.


스나이퍼 박의 입에서 꿀꺽, 하고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신 기자는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면서 남은 커피를 마셨다.


“그럼 이제 산수를 해볼까요?”

“산수?”


스나이퍼 박이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아이, 박 선생님···.”


음흉한 웃음을 짓는 신 기자의 눈 밑으로 잔주름이 그려졌다.


신 기자는 스나이퍼 박의 눈앞으로 한 손을 쓰윽 내밀었다.


그러고는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면서 말을 이었다.


“두당 십억씩 잡으면, 국회의원들 세 마리니까 삼십억··· 경무관하고 은행장, 이십억··· 이러면 오십억!”


스나이퍼 박은 무슨 소린지 알았다는 듯 너털웃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다가 줄리 한 쪽에서 나올 돈, 적어도 십억! 하하핫!”


신 기자도 스나이퍼 박의 너털웃음에 자신의 웃음을 더했다.


“아이씨! 백억 꽉 채워야 하는데··· 으하하하핫!”


거침없는 두 사내의 웃음이 예스패치 사무실을 울렸다.


세상을 다 가진 듯한 두 남자의 모습!


사무실을 드나들던 몇몇 기자들이 무슨 일인가 하는 표정으로 이들을 보고 지나갔다.



2.


민국당 정일도 의원은 오늘도 눈이 벌건 채로 사무실 문을 열었다.


요즘 통 잠을 못 자서 그런지 머리가 띵했다.


꾸벅 인사를 하는 비서관의 표정이 영 좋지 못하다.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여기저기서 걸려 오는 기자들의 거친 전화에 하나하나 응대하느라 잔뜩 지쳐있을 테니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일까.


오늘은 정 의원이 직접 커피를 만들어 들고 자리에 앉았다.


전화기 옆에는 메모가 하나 붙어 있었다.


「예스패치 신 기자 / 전화요망 – 010-XXXX-XXXX -」


“전화요망! 건방진 새끼가 어디서 감히. 뒈지려고!”


소리를 지르자 비서관이 힐끔 고개를 돌렸다.


또다시 미안한 마음에 아무것도 아니라는 뜻으로 손을 흔들었다.


정 의원은 불현듯, 자신이 이렇게 호기를 부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자 금세 울적해졌다.


인생은 한방이라더니.


승기를 잡는 것도 한방이었고, 고꾸라지는 것도 이렇게 한방이었다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해야 하나.


쓴 커피를 삼키는데도 아무런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점심때가 거의 다 되어서였다.


사무실 문이 열리더니 서 의원과 박 의원이 들어왔다.


“정 의원! 밥이나 먹으러 갑시다!”


정 의원은 반가움에 몸을 일으켰다.


아니, 반갑다기보다는 동병상련이라고나 할까.


같은 죄목으로 기소된 의원 셋은 요즘 이렇게 모여서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래요. 죽더라도 밥은 먹고 죽어야지, 허허.”


정 의원은 둘을 따라나서면서 비서관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비서관은 퀭한 눈으로 꾸벅 인사를 했다.


“국회에서 체포동의안까지 가결된 마당에 뭐 뾰족한 수가 있겠느냐마는 그래도 힘을 내봅시다.”


걸어서 오 분 거리에 있는 삼계탕집으로 향하던 중 박 의원이 입을 뗐다.


서로 간의 어색한 분위기를 깨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누구도 먼저 긍정적으로 화답하려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어지는 박 의원의 말이 불쑥 셋의 관심을 끈다.


“참! 아까 어떤 전화를 받았는데, 예스패치에 신 기자라고 하면서 말이야.”


테이블에 앉자 삼계탕 세 그릇이 금세 놓였다.


정 의원은 전화기에 붙어 있던 메모지를 떠올리며 박 의원을 돌아보았다.


“어, 예스패치의 신 기자!”


이번에는 서 의원도 같은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정 의원은 다시 서 의원을 돌아보았다.


“그럼 그 전화 서 의원도 받은 거야?”


서 의원은 닭 다리를 쥔 채로 살을 발라 먹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정 의원은 뭔가 미심쩍은 듯 눈이 가늘어졌다.


“뭔가, 느낌이 좀 싸한데. 우리 셋한테 동시에 연락했다! 인생 작살나기 직전의 우리한테!”


정 의원이 국물을 한술 떠먹으며 말을 이었다.


“그냥 단순히 인터뷰 좀 하자고 들이대는 거야, 아니면 우리하고 딜을 칠 카드 같은 걸 갖고 있어서 접근하는 거야?”


듣고 있던 박 의원이 젓가락으로 김치를 집어 먹다가 손사래를 쳤다.


“인터뷰는 지금 우리가 철벽 치는 거 잘 알 텐데.”

“그럼 뭔가 가지고 있다는 건데. 우리가 혹할 뭔가를.”

“혹하기는 무슨···. 믿을만해야지. 가지고 있는 건 까봐야 아는 거 아니야? 괜히 돈만 뜯어내고 잠수타면? 요즘 양아치 같은 기레기들이 얼마나 많은데.”


박 의원은 흐물흐물해진 인삼을 씹으며 정 의원을 바라봤다.


그때 문득, 뭔가가 생각이 났는지 정 의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잠깐, 예스패치에 신 기자라면··· 예전에 우리 당 윤 총재 날린 그놈 아니야?”


정 의원의 다소 높아진 언성에 세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았다.


“아!” 하는 감탄사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3.


식사를 마친 셋은 다시 정 의원의 사무실에 모였다.


정 의원은 몸소 커피 석 잔을 타면서 생각했다.


의원직은 날아가도 그만이다.


벌써 3선이면 이제 할 만큼 하지 않았나.


변호사 잘 쓰면 집행유예를 받거나 최악의 경우 최소형량으로 잘 무마가 될 것이다.


해외에 잠시 나가 있다가 들어와서 유관 단체장 자리 하나 꿰차면 계속 떵떵거리면서 살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저기 불려 다니면서 수시로 포토라인 앞에 서야 하고.


기자 놈들이 파리 새끼 같이 달라붙어서 마이크를 들이대는 걸 견뎌야 한다는 거다.


아버지가 그 모습을 보신다면···.


지역 어르신들이 그 몰골에 실망하신다면···.


그렇게 한순간에 무너진 이미지는 쉽게 복구가 안 된다.


정 의원은 테이블에 커피 석 잔을 내려놓았다.


만약 그놈이 가진 카드가 실한 게 맞다면 참 대범한 놈이다.


대가리도 제법 굴릴 줄 알고.


그런데 감히 전직 주먹 출신 국회의원들한테 낚시질이라!


겁대가리 없이···.


코웃음을 친 정 의원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 두 의원에게 물었다.


“얼굴 한번 볼까?”


그런데 서 의원은 시큰둥하게 답한다.


“우리가 먼저 연락하자고? 에이, 모양 빠지게.”


하지만 박 의원은 혀를 차면서 서 의원에게 핀잔을 준다.


“이 사람··· 지금 우리가 그런 거 따질 입장인가?”


정 의원도 박 의원과 생각이 같았다.


지금은 확실히 갑과 을의 위치가 바뀐 상황.


아쉬운 쪽이 먼저 연락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좀 괘씸한 구석이 있는 건 사실이다.


“전화는 내가 할게!”


정 의원이 자신의 책상으로 가 전화기 옆에 붙은 메모를 떼더니 수화기를 들었다.


두 의원은 말없이 커피를 마시면서 애써 시선을 피했다.


정 의원은 노안으로 침침한 눈을 비비며 전화번호를 하나하나 천천히 눌렀다.


그러고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신호는 딱 두 번 울렸다.


원래 부지런한 건지, 아니면 성격이 급한 건지.


그것도 아니라면 자신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던 건지.


하여튼 그렇게, 예상보다 빨리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난 민국당에 정일도 의원이요.”


해가 떨어진 후나 아니면 내일쯤 볼까 했는데 오히려 서두르는 쪽은 상대방이었다.


약속 장소도 은밀한 곳이 아닌 그냥 사무실에서 보자니.


원래 대범한 성격인가 아니면 그냥 물불 안 가리는 돈키호테형인가.


정 의원은 상대의 그런 모습에서 젊었을 때의 자신을 보는 것 같았는지 잠시 입가에 미소가 돌았다.


그리고 정확히 오후 네 시.


사무실 문이 열리면서 수더분한 차림의 남자 하나가 들어왔다.


차림새와는 달리 눈빛은 제법 생기가 있는 게 상대에게 위압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안녕하십니까, 예스패치에 신 기자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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