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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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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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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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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 로드매니저, 건우 1

DUMMY

1.


스고이 씨푸드 레스토랑.


VIP룸이 열리자 별천지가 눈앞에 펼쳐졌다.


크리스털로 장식된 벽과 황금빛 돔 모양의 천장.


그리고 은은한 네온사인과 부드러운 음악이 가득 찬 공간.


건우가 들어선 곳은 고급스러움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말해주는 듯했다.


룸의 가운데에는 투명한 유리 덮개가 덮인 테이블이 있었다.


테이블 밑으로는 싱싱한 활어들이 헤엄치고 어패류들이 꿈틀대는 게 그대로 보였다.


씨푸드 레스토랑이 아니라, 무슨 아쿠아리움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건우의 입이 쩍 벌어졌다.


난생 이런 곳은 처음 와봤으니 그럴 만도 했다.


“와! 세상에···.”


건우는 테이블 밑으로 지나다니는 활어 떼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연신 감탄을 내뱉었다.


“그동안 너무 수고해서 뭐 맛있는 걸 사줄까 하다가, 산속에 오래 살다 와서 해산물이 그리울 것 같아서 이리로 왔어.”


줄리는 눈이 휘둥그레진 건우를 보면서 말했다.


“여기 엄청 비쌀 거 같은데요?”


건우는 눈썹까지 꿈틀거리며 미안해한다.


그런데 그 말에 앙드레는 고개를 젖히면서 까르르 웃어댄다.


“그런 부담 안 가져도 돼. 여기 주인이 줄리야. 그리고 아까 지나온 쇼핑 아케이드하고 그 뒤에 글로리 호텔에도 줄리 지분이 있어. 후훗!”


앙드레의 말에 건우는 다시 정신이 퍼뜩 들었다.


맞다, 줄리 한은 한류스타!


재산이 천억이나 되는 바로 그 줄리 한이다.


줄리도 앙드레를 따라 웃으면서 테이블에 붙은 벨을 눌렀다.


곧 크리스털 벽이 열렸고, 안에서 검은 유니폼을 입은 남자 종업원이 나왔다.


“네, 주문하시겠습니까?”


종업원은 줄리를 향해 가볍게 웃으며 물었다.


부드럽고 은은한 음성이었다.


“지난번 새 앨범 런칭 기념행사 때 먹었던 코스 요리 좀 준비해 줘요.”


여유롭게 주문하는 줄리의 모습이 근사해 보였다.


그리고 은은한 조명 아래여서 그런지 아름답기까지 했다.


건우는 오렌지 핑크 립스틱이 곱게 발린 줄리의 입술을 보면서 잠시 멍해졌다.


종업원은 고개를 꾸벅 숙이더니 다시 크리스털 벽 안으로 사라졌다.


건우의 멍한 얼굴을 보고 있던 앙드레가 돌연 말장난을 시작한다.


“우리 도사님! 이제 돌아가시면 뭐 하시나? 점집 같은 거라도 차리시나? 사주나 관상이요···. 하하하!”


앙드레의 말에 건우가 민망한 얼굴이 되었다.


그러자 줄리가 건우를 적극적으로 편들어 준다.


“점집이 뭐야? 아직 앞날이 창창한 젊은 청년한테. 그리고 도사님이라니? 그 좋은 이름 놔두고···. 그렇지? 건우야?”


분위기는 금세 다시 화기애애해졌다.


잠시 후 크리스털 벽이 열리면서 음식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건우의 입이 다시 쩍 벌어진다.


“하아···!”


은빛 플레이트에 놓인 쉬림프 칵테일과 전복 샐러드는 마치 예술 작품 같았다.


건우는 먼저 소믈리에가 직접 따라주는 샴페인을 가볍게 맛봤다.


“햐아···!”


이어서 음식들이 차례로 건우의 입으로 들어갔다.


“캬아···!”


건우의 감탄이 끊이질 않는다.


그런데 그때였다.


갑자기 줄리가 앙드레를 보고 말했다.


“앙드레, 내가 먼저 상의하지 못해서 미안한데 말이야···.”


앙드레는 무슨 일인가 하며 양 볼이 씰룩한다.


“으응?”


그러자 줄리가 다시 건우를 보고 말했다.


“나 말이야, 건우를 우리 회사 직원으로 채용했으면 좋겠어. 우리 집에서 살게 하면서 말이야.”


음식을 먹던 건우가 깜짝 놀라 입이 벌어진다.


놀란 건 앙드레도 마찬가지.


“뭐어? 쟤를···?”


줄리는 의미심장한 표정과 함께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돌려보내기 아까운 인재야! 난 건우가 내 로드매니저가 되었으면 좋겠어.”


건우의 입이 더 크게 벌어졌다.


앙드레는 계속 황당한 표정이었다.


“충분히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 그리고 건우가 로드매니저가 되면 앙드레의일도 좀 줄어들 거야. 앙드레도 이제 짬밥이 있는데, 맨날 현장만 뛰어다닐 수는 없잖아.”


줄리의 차분한 설명에 앙드레의 얼굴에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앙드레가 휙 하니 건우를 돌아보았다.


“도사! 넌 어떻게 생각하냐?”


놀란 건우의 입이 다물어질 줄을 모른다.


결국, 입안에 들어있던 음식이 질질 흘러내리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화들짝 정신이 돌아왔다.


“네··· 네··· 저야, 조··· 좋습니다!”


입 주위를 냅킨으로 냉큼 닦으면서 건우가 대답했다.


놀라서, 엉겁결에, 어버버대다가, 불쑥 대답했지만, 건우 입장에선 나쁠 게 없었다.


청운당에 갇혀있으면 몸에 사리만 만들다 생을 마감할지도 모른다.


매일 세상과 접하는 이곳에서 인간답게 사는 게 훨 낫다.


무엇보다도 여기 있으면 연예계 소식을 항상 확인하면서 살 수 있다.


사생질에 미쳐있던 건우에게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또 있을까?


혹시 누가 아나.


이러다가 <아이러브>의 매니저가 될지···.


건우의 얼굴에서 멍한 표정이 사라졌다.


그러고는 다시 힘껏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하겠습니다. 대신···.”


물론 걸리는 게 하나 있었다.


“대신··· 뭐?”


환하게 웃고 있다가 다시 얼굴이 살짝 굳은 줄리가 되물었다.


“청운당 도사들이 절 찾고 있을 거예요. 다시 붙잡혀 가지 않게 도와주세요. 그리고 집에서는 몰랐으면 해요. 아버지가 아시면 난리가 날 거라고요.”


건우의 말에 줄리와 앙드레가 갑자기 생각이 많아졌다.


도사들은 잘 대처할 수 있을 듯싶었다.


건우를 강제로 데려가려 하면 유괴범으로 경찰에 신고한다고 엄포를 놓으면 될 테니까.


“도사란 사람들은 걱정하지 마! 함부로 접근 못 하게 할 테니까.”


그런데 아버지라···!


자칫 건우 아버지가 이 사실을 알게 되었을 경우 자신들이 오해받을 소지가 충분했다.


멀쩡한 아들을 꼬드겨 바람만 잔뜩 집어넣어서 이제 부자 관계마저 파탄이 나게 생겼다고.


“그럼 어머니한테라도 얘기를···.”


앙드레가 조심스레 끼어들었으나,


“어머니는 어렸을 때 돌아셨어요.”


건우가 딱 잘라 말하는 바람에 대화는 다시 뚝 끊겨버렸다.


줄리는 천장을 본 채로 눈을 감았다.


깊은 생각에 빠져 고민하는 줄리의 얼굴이 하얀 종잇장 같았다.


하지만 그 표정은 그리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그럼 이렇게 하자!”


줄리가 다시 눈을 떴을 때 건우의 눈빛이 초롱초롱 빛났다.


“여기서 일하면서 검정고시도 같이 준비하는 거야.”


예상 밖의 줄리의 제안에 이번에는 건우가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만약 아버지가 너 여기 있는 걸 아시게 되었을 때, 학업도 이어가면서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을 보시면 생각이 많이 달라지실 것 같은데.”


충분히 납득이 되는 설명이었다.


무개념에 막무가내 한량!


사생질에 빠져 인생 말아먹고 있는 한심하고도 원수 같은 아들!


그것보다는 뜻이 있어 학교를 자퇴하고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모습이 더 그럴듯해 보이긴 하니까.


역시, 이래서 나이가 한 살이라도 더 많은 사람하고 인생을 얘기하라 했던가.


건우는 자신의 고민까지 깔끔하게 해결되자 다시 헤벌쭉 웃는 얼굴이 되었다.


“네, 좋아요!”


줄리의 얼굴에도 다시 생기가 돌았다.


“자, 그럼 새로 들어온 신입을 위해서 건배 한 번 할까?”


앙드레가 샴페인 잔을 높이 치켜들었다.



2.


강남대로 한복판에 우뚝 솟은 은빛 고층빌딩.


그 꼭대기에 붙은 흘려 쓴 이니셜 BW가 보인다.


바로, <빅웨이브> 엔터테인먼트사다.


줄리 한이 소속된 회사로 유명하지만, 유명 연예인은 그녀 외에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빅웨이브가 지금은 국내 최고, 글로벌 수위 안에 드는 엔터사이지만, 처음부터 잘 나갔던 건 아니다.


한때 인지도 낮은 중견 연예인들의 TV 출연료나 광고모델 수수료가 수익의 전부였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회장 한영택은 과감한 승부수를 던지는데.


그게 제대로 먹히면서 업계의 판도가 한순간에 바뀌게 된다.


그 승부수란 바로 대표 아이콘 하나에 집중 투자해서 국내와 글로벌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는 것!


다들 고개를 저었고, 현실 파악 제대로 못 하는 치매든 노친네의 망동이라고 폄하하기 바빴다.


하지만, 특유의 뚝심으로 밀어붙이기를 거듭한 끝에 오늘의 이런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 내기에 이른다.


무엇보다도 지금도 전설로 통하는 그의 유명한 작업이 있다.


이름하여 ‘드림 프로젝트’


당시 신인이었던 자신의 딸을 최고로 만들기 위해 각 분야 넘버원들을 모아 드림팀을 꾸렸던 게 바로 그것이다.


“세계 최고의 작곡가, 안무가, 프로듀서, 또 연기 지도자는 무조건 섭외해! 돈은 얼마든지 들어도 좋으니까 무조건 섭외해!”


한 회장은 매일 아침 직원들에게 이렇게 호통치며 닦달했다고 한다.


또 이를 위해 자신의 전 재산을 털었고, 자택을 담보로 은행 대출까지 받았다는 소문도 들린다.


어떻게 보면 지금, 줄리 한의 성공은 사실상 한영택 회장의 성공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하여튼···.


오늘도 BW 빌딩 앞에는 사람들이 잔뜩 모여들었다.


아침마다 볼 수 있는 장관이 곧 펼쳐질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오전 10시 무렵.


이때만 되면 떠오르는 태양 빛을 받은 BW 빌딩 전체가 크리스털처럼 반짝반짝 빛이 난다.


길을 걷던 사람들은 멈춰서서 이 광경에 취해 입을 벌리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기도 한다.


그 기도의 내용이 자신의 인생도 BW 빌딩처럼 빛나게 해달라는 것인지.


아니면 빅웨이브를 일으켜 세운 한 회장처럼 성공하게 해 달라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제 사람들의 마음속에 토템처럼 자리 잡은 빅웨이브의 엄청난 영향력은 알아줘야 할 것이다.


줄리와 앙드레, 그리고 건우가 탄 세단이 BW 빌딩 지하 주차장에 들어섰다.


조수석에 앉은 건우는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뒷좌석에 앉아 백미러에 비친 건우의 모습을 본 줄리가 갑자기 까르르 웃는다.


“너무 긴장하지 말라니까. 회장님이 새로 입사한 신입사원하고 간단하게 차 한잔하는 건 회사 전통이야.”


나이 많은 어르신하고 차 한잔하는 게 뭐 그리 대수겠냐마는.


상대가 누구인가.


대한민국 엔터계의 대부, 살아있는 전설이라 불리는 한영택 회장이 아닌가?


어떻게 긴장을 안 한단 말인가?


줄리를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것과 같은 긴장감은 자꾸만 다시 살아났고, 건우는 거기에 마구 흔들렸다.


띵-!


지하 주차장에서 21층까지, 엘리베이터는 단숨에 솟아올랐다.


문이 열리자 통유리로 둘러싸인 공간에 부서져 들어오는 햇빛에 눈이 따가웠다.


놀랍게도 회장실은 21층 전체였다.


“아빠, 나왔어요!”


줄리가 애교 섞인 목소리로 한 회장을 불렀다.


마치 어린아이가 응석을 부리는 것 같은 줄리의 모습은 확실히 낯설었다.


밝은 공간에 눈이 익자 여기저기 화려한 가구며 사무용 집기, 그리고 트로피와 포스터들이 보였다.


한쪽 벽면 전체에는 빅웨이브의 역사를 새긴 동판도 있었다.


연혁을 천천히 훑어 내려가던 중에 한영택 회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회사에서는 아빠라고 부르지 말랬지? 내가 몇 번을 말하니?”


건우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니 한 회장은 벌써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줄리는 한 회장의 팔짱을 낀 채 눈을 흘겼다.


“예, 회장님! 분부대로 하겠나이다···.”


한 회장은 황당한 표정이었다가 이내 다시 픽, 하고 웃는다.


하얗게 센 머리, 군데군데 보이는 검버섯, 그리고 검은 뿔테안경.


세월을 집념으로 버텨내며 살아온 남자의 얼굴에서는 강한 포스가 느껴졌다.


딸에게 머물러있던 그의 시선이 건우에게로 돌아갔다.


“오호! 자네가 건우라는 친구인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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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051. 내친 김에 어디 한번 3 24.01.25 17 1 11쪽
50 050. 내친 김에 어디 한번 2 24.01.24 15 1 11쪽
49 049. 내친 김에 어디 한번 1 24.01.23 17 1 11쪽
48 048. 쫓기는 놈 쫓는 놈 3 24.01.22 25 1 12쪽
47 047. 쫓기는 놈 쫓는 놈 2 24.01.20 18 1 12쪽
46 046. 쫓기는 놈 쫓는 놈 1 24.01.19 21 1 11쪽
45 045. 안 보이나 느껴지는 2 24.01.18 21 1 12쪽
44 044. 안 보이나 느껴지는 1 24.01.17 20 1 11쪽
43 043. 차가운 남풍 3 24.01.16 21 1 11쪽
42 042. 차가운 남풍 2 24.01.15 16 1 12쪽
41 041. 차가운 남풍 1 24.01.13 18 1 12쪽
40 040. 인사발령 2 24.01.12 16 1 11쪽
39 039. 인사발령 1 24.01.11 21 1 11쪽
38 038. 악귀나찰 2 24.01.10 18 1 12쪽
37 037. 악귀나찰 1 24.01.09 25 1 11쪽
36 036. 잠입 2 24.01.08 26 1 11쪽
35 035. 잠입 1 24.01.06 23 1 11쪽
34 034. 로드매니저, 건우 3 24.01.05 23 1 12쪽
33 033. 로드매니저, 건우 2 24.01.04 27 1 12쪽
» 032. 로드매니저, 건우 1 24.01.03 29 1 12쪽
31 031. 방어진 4 24.01.01 28 1 11쪽
30 030. 방어진 3 23.12.30 32 1 11쪽
29 029. 방어진 2 23.12.29 33 1 11쪽
28 028. 방어진 1 23.12.28 36 1 11쪽
27 027. 블라인드 인터뷰 2 23.12.27 34 1 11쪽
26 026. 블라인드 인터뷰 1 23.12.26 38 1 11쪽
25 025. 손님맞이 2 23.12.25 50 1 11쪽
24 024. 손님맞이 1 23.12.23 40 1 12쪽
23 023. 사라진 것들 2 23.12.22 39 1 11쪽
22 022. 사라진 것들 1 23.12.21 4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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