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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작품등록일 :
2023.12.0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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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06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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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2,653

작성
23.12.0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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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08. 건우, 드디어 1

DUMMY

1.


줄리 한의 집, 파우더룸.


이건 무슨 정의의 사도도 아니고.


대뜸 책임을 진다는 것도 웃기거니와 이어지는 저 말은 또 무슨 황당무계한 소리인가.


도술로 막아보겠다니.


부적을 날리게 해달라니.


앙드레는 기가 막히는지 혀를 차다가 마침내는 괴성을 질러댔다.


“야! 정신 나간 소리 말고 들어가서 조용히 있으라니까. 짜증 나니까 저리 꺼져!”


고막을 찌르는 고주파의 날카로운 파장.


눈이 저절로 감기고 몸서리가 쳐질 정도였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줄리와 윤 집사도 흠칫 놀랐을 것이다.


세 사람의 시선이 다시 건우의 모습을 천천히 훑어 내렸다.


사람의 체형과 취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급하게 막 고른 듯한 트레이닝복.


심지어는 떼지 않은 가격표가 너덜거리는 게 어찌 보면 우습게도 보였다.


하지만 건우는 그런 불편한 시선조차 묵묵히 견디고 있었다.


한 손에는 부적 여러 장을 꼭 움켜쥔 채로.


이제는 물러서지 말고 맞서야 한다고 투지를 불태우기라도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건우는 움켜쥔 손에서 부적 한 장을 뽑아 들었다.


그러고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이걸 보시면 생각이 달라지실 겁니다.”


부적을 쥔 건우의 손이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동시에 건우의 입에선 알 수 없는 중얼거림이 흘러나왔다.


눈에서는 진지함과 엄숙함의 에너지가 이글거렸다.


손가락에 걸려있던 부적이 탁, 하고 튕기더니 위로 솟구쳤다.


마치 강풍에 휩쓸리는 전단처럼 부적은 파르르 떨었다.


또 이리저리 허공을 휘젓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이었다.


갑자기 방향을 튼 부적이 윤 집사를 향해 날아갔고, 그의 허벅지 한쪽에 철썩하니 붙어버리는 게 아닌가.


그게 다가 아니었다.


별안간,


펑-!


하고 풍선이 터지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윤 집사의 모습이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어?!”


이를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던 앙드레와 줄리는 동시에 턱이 아래로 뚝 떨어졌다.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


눈을 힘껏 감았다가 뜬 두 사람은 좌우를 두리번거렸다.


또 서로를 마주 보기도 했다.


자신들이 눈앞에서 방금 본 게 꿈이 아니라는 걸 서로 확인이라도 하는 것처럼.


그리고 그때!


위쪽에서 뭔가 파다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회전하던 선풍기 날개가 뭔가에 걸린 듯한 소리랄까.


아니면 부채로 벽면을 두드리는 것 같은 소리?


흠칫 놀란 그들이 고개를 치켜드는 순간이었다.


천장에 매달린 샹들리에 사이에서 작고 검은 무언가가 갑자기 툭, 하고 떨어졌다.


“어어엇-! 이게 뭐야?”


예상치 못한 괴생명체에 당황한 두 사람은 황급히 벽에 등을 바짝 붙이고 섰다.


하지만 그들과는 달리 놀라는 기색 하나 없는 건우.


성큼성큼 앞으로 다가가더니 그 괴생명체 앞에 쪼그려 앉는다.


“에고··· 에고··· 실패다-! 주문이 이상했나?”


건우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한 손으로 이마를 짚는다.


파닥파닥-! 파닥파닥-!


파우더룸 바닥에 붙어 요란한 날갯짓을 멈추지 못하고 있는 작은 미물.


윤 집사가 변한 이 생물은, 몸은 까치인데 날개는 참새인, 이상한 새였다.


건우는 그 새를 두 손으로 감싸 들더니 슬쩍 공중으로 던져 올렸다.


혹시 도움이라도 받으면 제대로 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나 보다.


하지만 힘을 잃은 건지, 아니면 균형감을 상실한 건지, 새는 곧 바닥으로 고꾸라지고 만다.


“에잇! 안 되겠다!”


건우는 테이블 위에 있던 생수를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마개를 연 후 새 위로 흔들어서 뿌렸다.


펑-!


또다시 조금 전과 같은 작은 폭음이 울렸다.


그러자 그 이상한 새는 금세 자취를 감추었고, 다시 윤 집사가 나타났다.


나체 생태의 모습으로!


“으아아악-!”

“아니, 저게···.”


윤 집사의 비명, 앙드레의 괴성, 그리고 줄리의 망연자실한 모습이 파우더룸을 채웠다.


건우는 얼른 구석에 있던 바스 가운 하나를 집어 들어 윤 집사의 몸을 덮어주었다.


그러고는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


“제가 아직 회복술을 제대로 익히지 못해서요.”


줄리는 한 손으로 입을 가리더니 그만,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만다.


이까지 덜덜 떠는지 빨간 입술이 미세하게 움찔댔다.


하지만 앙드레는 아직도 뭔가 미심쩍은 구석이 있다는 눈초리다.


줄리처럼 지금 눈에 보이는 걸 있는 그대로 다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다는 얘기다.


아니나 다를까.


“그깟 속임수로 우리를 속여서 여길 도망치려고?”


부릅뜬 그의 눈이 건우의 눈과 마주쳤다.


눈속임이라니···.


건우는 기가 막혔지만, 충분히 이해는 되었다.


자신도 청운당에 들어간 후 얼마간은 그러지 않았던가.


운천을 비롯한 법사들을 다들 이상한 짓을 하면서 인생을 낭비하고 있는 정신병자들이라고 생각하면서.


하지만 그들의 도술을 직접 눈앞에서 보게 되고, 또 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는 스스로 놀라지 않았던가?


세상에는 이런 일이 실제로 있을 수 있고, 또 이런 일을 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감탄하면서.


저 사람도 눈앞에서 펼쳐지던 도술이 자기 몸과 하나가 되는 걸 경험하게 되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질까.


건우는 다시 부적 하나를 뽑아 들었다.


이번에는 세로로 길게 반을 접고 또 반을 접은 후 한쪽 앞을 뾰족하게 만들었다.


그러고는 그것을 입 앞으로 가져와 훅, 하고 독침을 쏘는 것처럼 불었다.


부적은 빠르게 공간을 날았다.


타깃은 앙드레의 목 부위!


건우는 부적의 꽁무니를 보면서 힘껏 기합을 넣었다.


“켁···!”


부적은 앙드레의 왼쪽 귀밑 연한 목 부위에 정확히 꽂혔다.


날아가는 속도가 너무 빨라 피하거나 쳐낼 시간은 충분치 않았을 것이다.


이번에도 뭔가로 변하는 줄 알았던 걸까.


줄리와 윤 집사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서 몸을 옆으로 틀었다.


앙드레와는 달리 도술의 위력을 실감한 두 사람의 적극적인 방어 자세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달랐다.


부적이 목에 박혔지만, 앙드레에게는 당장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뭔가가 잘못된 건가 하는 생각에 두 사람의 눈이 다시 앙드레에게로 돌아왔다.


그런데 바로 그때!


“고양이!”


건우가 앙드레의 눈을 보면서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펼쳐졌다.


조금 전까지 건우를 잡아먹을 듯 으르렁대던 앙드레가 조용히 바닥에 무릎을 꿇는 게 아닌가.


게다가···,


“야옹~ 야옹~”


하며 고양이 소리를 내기까지 한다.


낯설고도 황당한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줄리와 윤 집사는 경악하며 두 눈을 부릅떴다.


“저럴 수가!”


두 사람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계속 앙드레의 기행을 지켜보았다.


건우는 두 사람의 이런 반응엔 별 관심이 없는지 계속 앙드레를 이리저리 데리고 놀기만 한다.


“옳지, 옳지, 그렇지··· 자, 손!··· 이번에는 그루밍!”



2.


또 한 차례의 놀라운 소동이 휩쓸고 지나갔다.


이제 다들 건우를 함부로 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렇게 제가 불쑥 나타나서 난리를 친 건 정말 미안한데요. 어쨌건 지금 우린 한배를 탄 거잖아요. 그러니까 같이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해결하자고요.”


어느새 파우더룸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은 건우.


심지어는 다리까지 꼰 채이다.


목소리에서는 제법 당당함이 느껴진다.


줄리와 윤 집사는 한쪽 벽에 등을 기댄 채로 서 있다.


둘 다 여전히 놀란 얼굴이었다.


그리고 방금 도술에서 풀려난 앙드레는 바닥에 엎드린 채 해롱대다가 뭐라고 중얼거린다.


“나우 유 씨미···.”


잠에서 막 깬 듯한 목소리가 나른했다.


“뭐라고요?”


건우가 고개를 쭉 내밀며 물었다.


“너 이거, 영화 <나우 유 씨미>에 나오는 그런 마술이지?”


앙드레는 계속 혀가 살짝 풀린 사람처럼 말했다.


건우는 답답한지 테이블을 손바닥으로 탁탁 쳤다.


아니, 지금까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몸으로 체험까지 하고도 의심이라니.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 건우가 앙드레를 노려본다.


그러면서 아직 한 손에 들려 있던 나머지 부적을 흔들며 말한다.


“다시 한번 확인해 보실래요?”


화보다는 짜증이 섞인 목소리였다.


그러자 앙드레는 이마로 바닥을 찧으면서 두 손을 흔들었다.


누가 보더라도 명백한 항복의 의사표시다.


이럴 거면서 왜 자꾸 엉뚱한 소리를 하시나.


건우는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거듭 말씀드리는데, 저는 여러분들을 도와드리고 싶어요.”


건우가 다시 차분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줄리와 윤 집사에게 다가가더니 그들의 손을 잡아끌었다.


흠칫 놀란 두 사람은 건우의 손에 이끌려 테이블에 앉혀졌다.


다시 건우는 앙드레에게도 다가갔다.


건우의 부축을 받으며 몸을 일으킨 앙드레는 몽롱한 상태여서인지 걸음이 불안했다.


앙드레 역시 테이블에 앉힌 건우가 다시 말을 이었다.


“제가 여러분을 도와드려야 저도 안전할 수 있어요. 사진에는 저도 찍혔잖아요. 그게 유출되면 저 역시 곤란한 건 마찬가지라고요.”


줄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당장 눈 앞에 펼쳐진 이 황당한 상황.


저 이상한 놈이 뭘 어떻게 도와준다는 건가?


저놈이 말한 도술인가 뭔가 하는 능력으로 사진을 사라지게라도 한다는 건가?


“지··· 지금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줄리가 어렵게 입을 뗐다.


앙드레와 윤 집사가 저렇게 얼이 빠져 있는 상황에서 자신이라도 뭐라 대꾸를 해야한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목소리에선 아직도 놀람과 당황스러움이 느껴졌다.


건우는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오늘 온종일 충격의 연속 아니었던가.


하지만 마냥 이렇게 놀라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놈들한테 가까이 다가가게 해주세요. 부적을 던질 수 있는 거리면 돼요.”


건우가 쥐고 있던 부적을 내보이면서 말했다.


줄리는 건우의 손에 들린 부적을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건우는 눈을 지그시 감고 줄리가 마음을 정리하기를 차분히 기다려 주었다.


방 안 가득하던 침묵은 슬그머니 밖엘 나갔다 들어온 윤 집사에 의해 깨졌다.


윤 집사는 들고 들어온 조식 트레이를 테이블 위에 올렸다.


그 안에는 간식과 커피가 담겨 있었다.


긴장이 지속되다 보니 시장감도 잊고 있었나 보다.


모두의 시선이 그리로 쏠리면서 그들 사이에 다시 생기가 돌았다.


윤 집사는 건우 앞으로 커피와 클럽 샌드위치 하나를 내밀었다.


계속되는 건우의 차분한 말투와 태도 때문이었을까.


어느 순간부터 윤 집사는 건우에 대한 경계를 한껏 누그러뜨리고 있었다.


윤 집사를 보고 꾸벅 절을 한 건우가 샌드위치를 집더니 덥석 베어 물었다.


그러면서 줄리를 보고 말했다.


“만나자고 하세요. 협상을 바라는 것처럼. 만나고 있는 동안 제가 몰래 놈들한테 부적을 붙일게요.”


우걱우걱 씹으며 말할 때 가끔 튀는 샌드위치 파편이 테이블에 떨어지자 앙드레는 인상을 썼다.


“그러면, 뭘 어떻게 할 건데?”


게걸스럽게 먹는 모습을 지켜보던 줄리가 물었다.


“최면을 걸고 기억도 잠시 잊게 하려고요.”


건우는 반쯤 남은 샌드위치를 내려놓고 커피를 들었다.


목이 메는 표정이었다.


“뭐라고?”


줄리가 재차 물었다.


“아까 저 아저씨를 고양이로 부렸던 것처럼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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