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슥슥트레인 님의 서재입니다.

빠따 버리고 천재 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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슥슥트레인
작품등록일 :
2023.10.06 17:01
최근연재일 :
2023.10.28 07:00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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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7
추천수 :
387
글자수 :
128,500

작성
23.10.25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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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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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2쪽

마린스와 나(4)

DUMMY

끝날 때 까지 끝난게 아니다.

요기 베라가 한 이 말은 현대에 들어와서도 딱 들어맞는 말이었다.

다만, 이번에는 중간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실책 파티로 내가 내려간 이후.

소방수로 나온 정지택 선배는 스노우 볼을 크게 굴러주셨다.

물론 그 과정에서 유격수와 좌익수의 실책이 큰 공헌을 하지 않았다면 거짓이겠지만.

중요한건 정지택 선배는 연륜이 깊은 베테랑 투수라는 점.


“내가 더 잘 던졌어야 했는데···.”


정지택 선배의 말에 야수들이 양심에 찔렸는지 선배의 눈을 피했다.

이창호 선배는 3안타를 쳐서 피하진 않았고.

윤승찬은 원래 눈 잘 못 마주쳤다.


“에이, 그래도 패전은 제가 먹었는걸요. 다들 기운차려요.”


그 말에 더 눈을 내리까는 야수들.

아니, 제일 화를 내야 할 내가 괜찮다는데 왜 그러는거야.


“그건 나도 미안하다···.”

“아니, 선배가 그렇게 말하셔도.”

“아냐, 처음 실점은 내 탓이잖아. 그럼 내 탓인거지.”


이창호 선배가 저리 말하니 나도 모르게 머쓱해졌다.

실점을 한게 이창호 선배의 실책이 있긴 했지만 그게 뭐 어쨌다는 건가.


“그럼 펑고라도 도와드릴까요?”

“아니, 너 오늘 많이 던졌잖아. 넌 쉬어야지.”


그것도 맞는 말이라 나도 할 말이 없었다.


“크흠, 어쨌든 너희들이 양심은 있는 거 같아 다행이구나.”


배중근 감독이 모두를 향해 말하였다.

정확히는 오늘 실책 파티를 저지른 야수들이 주 목적어겠지만.


“그럴 줄 알고 이번에 마린스 놈들이랑 합동 마무리 훈련을 준비했다.”

“네?”

“난 이제 늙었어. 원래는 나랑 우리 코치들이랑 하려고 했는데 우리가 워낙 나이가 있잖니? 그래서 현역들하고 섞어서 훈련하면 어떨까 싶어서 해봤다. 마침 마린스에 펑고 잘 치는 놈이 있다고도 하고.”


참고로 그 사람 나도 아는 사람이었다.

재작년에 은퇴한 마린스 선배였으니까.

흙감자처럼 생겼는데 정말 생긴거처럼 경기장 흙 꽤 많이 묻히고 다녔다.


“하씨, 우리 좆된거 같은데?”


이창호 선배도 흙감자 선배를 알고 있었다.

참고로 흙감자 선배가 이창호 선배보다 3살 어리다.

그 말은 무엇을 의미하냐?


“형님, 오랜만입니다?”


공식적으로 형을 굴릴 수 있는 기회.

그걸 흙감자 선배가 놓칠리가 없었다.


“에이, 니 적당히 해라.”


이창호 선배는 제 발 저리기 시작했다.

그래봤자 흙감자 선배는 그저 웃을 뿐이지만.


“그럼 수고하세요.”


나는 펑고 파티를 보고 싶었지만 일단 쉬어야 했다.

어깨가 열이 오른 느낌이거든.

아이싱을 하고 있지만, 아직은 덜 식은 느낌이었다.


“이덕아.”


허나 곧바로 쉴 수는 없는 거 같았다.

마린스의 주장, 정석조 선배가 나를 부른 탓이었다.


“네, 선배님.”

“애들이 다 너 보고 싶어하는데 한번 올래?”

“네?”


내가 가도 되려나?

물론 예상되는 분위기는 환영이었지만.

그래도 아직 마린스 유니폼을 입은 것도 아니라 뭔가 그렇다.


“에이, 그러지 말고 와라.”


정석조 선배가 내 등을 밀기 시작했다.

힘으로는 내가 더 쌔기에 버티면 버틸 수 있었으나 나는 그저 밀려주기로 했다.


“어, 왔나?”


나를 처음으로 반긴 건 다름 아닌 모창진 선배.

과거 나랑 엄청 친하지는 않았지만 언제나 무심한 척 챙겨주신 선배.


“왔어요, 선배.”

“그래. 반갑다.”


여전히 무심한 말투이긴 하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들으니 꽤나 반가웠다.


“요즘 잘 지내냐?”


모창민 선배는 오늘따라 말이 많으신 듯 했다.

전이라면 여기서 끝날 대화를 더 이어서 해주셨기에.


“네, 요즘 재밌어요.”

“그래.”


모창민 선배에게서 피식 소리가 들려온 듯 했다.

이게 츤데레라는건가?

뭐 어쨌든 선배가 웃으니까 기분은 나도 좋았다.


“나이덕 선배님!”


이번에는 모르는 후배가 나에게 다가왔다.

얼굴이 앳된 걸 보아하니 아무래도 신인 선수인거 같은데···.


“그래, 무슨 일이니?”

“선배, 선배는 어쩌다 투수를 하게 된거에요?”

“응?”


나도 모르게 헛기침을 하고 말았다.

그냥 당황했기 때문이었다.


“아, 이건 제가 아니라 저 선배가 궁금해 해서요. 저 선배가 원래 이런 사람은 아닌데 나이덕 선배한테는 좀 그런거 같아서요.”


그러자 나는 그 선배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익숙한 얼굴.

그리고 그 전까지 내가 피하고 싶었던 그 사람.

하지만 지금은 다가가야 했다.


“잘··· 지냈어?”


드래프트 동기이자 어릴 적부터 영혼의 배터리.

지금은 마린스의 4선발을 맡고 있는 놈.

바로 이정현이었다.




###



시간을 되돌려 나의 초등학교 시절.

아마 6학년 때일거다.

반에서 홀로 있던 내게 다가와 준 건 다름 아닌 정현이였다.


“야, 나이덕.”


정현이는 흔히 말하는 인싸였다.

키도 나보다 컸고 잘생겼고 남자애들의 리더격 되는 놈이었다.

그런 애가 갑자기 내게 다가온 이유는 하나였다.


“너 혹시 포수할 수 있어?”


야구는 그때 당시 해본 적은 없었다.

아빠를 따라 야구장에 간 것 말고는 본적 없으니까.


“아니···.”


그래서 나는 거절해야만 했다.

사실은 따라가고 싶지만, 볼수 없는 건 사실이니까.

그러나 그건 정현이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는 듯 했다.


“못하면 배우면 돼. 대신, 넌 덩치가 좋으니까 포수하면 잘 할거 같아.”


정현이는 더불어 이렇게 말했다.

코치가 포수 관상은 딱 나같이 생긴 사람이라고.

그게 포수 관상이라고.


“그래?”


뭔진 모르지만 내가 잘할 거 같다는 얘기인 거 같았다.

실제로 운동을 못하지는 않았다.

다만, 성격 자체가 소심했을 때라 그닥 티를 안냈을 뿐.


“오, 이 녀석이냐?”

“네! 코치님!”


코치는 나를 쓱 훑으며 온몸을 체크하셨다.

나는 그런 코치가 부담스러 고개를 틀어버렸고.


“일단 덩치는 합격이다.”

“그, 그래요?”

“어, 그럼 이제 포구 테스트다.”


그렇게 시작된 테스트.

그것은 가벼운 캐치볼이었다.


“오, 잘 잡는데?”


나는 처음 시작한 것치곤 코치가 던진 공을 가볍게 잡아내고 있었다.

그것도 무거운 미트를 가지고 말이다.


“이번에는 진짜 포구를 해보겠니?”


코치는 시험삼아 포구 자세를 가르쳐 주었다.

야구장에서 포수들이 하던 자세였다.

더불어 코치는 내게 낡은 포수 장비를 하나 내주었다.


“이게 내가 쓰던거긴 한데, 괜찮을거야. 한번 입어봐.”


당시 내 키는 175cm에 몸무게는 90kg였다.

운동을 별로 안하긴 해도 근육 자체는 타고난 지라 덩치가 꽤 있었고.

지금 생각하면 초등학생이 맞나 싶었지만.

강호동이란 괴물을 생각하면 세상은 꽤 넓다는 걸 알수 있다.


“오, 딱 맞다!”


성인이 입던 거라도 포수 장비는 딱 맞았다.

그러자 내가 아닌 정현이가 더 기뻐하기 시작했다.


“이덕아! 나 공 한번만 던져봐도 돼?”


이때 정현이는 공을 최근에 못 던지고 있었다.

정현이 공을 받아줄 포수가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었다.


“야, 이 녀석아. 아직 초짜인 애한테 네 공을 어떻게 받으라는 거야?”


코치는 내게 무리하지 말라며 굳이 안받아도 된다고 말했다.

정현이 공은 중학생들과 견주어도 꽤 빠른 공이었기에.

허나.


“아냐, 나 받을께.”


남자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베야한다.

그게 아니더라도 왠지 장비도 받았겠다 해보고 싶었다.

그게 초등학생이니까.


“그래? 그럼 일루와봐.”


정현이를 따라 어딘가로 이동했다.

바로 야구 경기장.

잔디밭이 깔려있는 무학초의 전용 야구장이었다.


“준비 됐지?”


정현이는 내가 앉자마자 투구 동작에 들어갔다.

나는 곧장 집중을 발휘해 정현이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공이 쏘아졌을 때.


퍽-!


미트 속으로 살포시 잡혀들어갔다.


“야! 이정현!”


코치는 곧장 정현이를 다그치기 시작했다.

동시에 나를 쳐다보았다.

딱봐도 걱정하는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 이게 무슨 일이고?”


부드럽게 미트로 공을 감싼 것이었다.

초보자에겐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에.

코치는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야, 이거 대형 포수 되는거 아니가?”


코치의 말과 함께 이번에는 정현이가 내게 달려왔다.


“나랑 배터리하자!”


양손을 내 어깨에 얹으면서 나를 열정적으로 쳐다보던 정현이.

그때부터였을까?

나랑 정현이가 배터리를 맞췄던 게.


“야, 이정현!”


그 이후 나는 정현이와 함께 호흡을 맞추기 시작했다.

기존에 있던 포수는 내가 성장함과 동시에 밀려나기 시작했고.

나는 결국 늦은 나이에 야구를 시작했음에도 주전 포수자리를 차지하고 말았다.


“야! 우리 마린스 간다!”


중학교, 고등학교에 가서도 같이 야구를 했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 속에서 너와 나는 순조롭게 성장을 했다.

게다가 질긴 인연인건지 정현이 너가 2차 1라운드, 내가 2차 2라운드에 마린스로 지명도 되었다.


그런 시절이었다.

허나 프로의 벽은 무척이나 높았고 버티지 못한 나는 프로를 떠나고 말았다.


“야! 너 어디가?”


상동의 숙소.

마지막으로 네가 내게 한 말이었다.


“나, 야구 그만두려고.”


그리고 떠나기 전.

나는 그 한마디를 남긴 체 팀을 떠났다.



###



“그때는 왜 피한거야?”


나와 정현이는 잠시 벤치를 벗어나 근처 휴게실에서 단 둘이 얘기를 나누기로 했다.


“그게, 말이야.”


내가 그때 정현이를 피한 이유.

사실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왠지 지금은 말할 수 있을 거 같았다.


“부끄러워서.”


친했기에 더욱 그랬다.

1군에 올라갈 때만 해도 정현이 앞에서 떳떳했는데.

계속되는 부진 속에 악플 세례까지 받은 탓에 피해 망상이 생기고 만 것이다.


“그래?”


정현이는 미묘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순간 나는 겁이 났다.

고작 그거 가지고 그토록 오랜 우정을 피할 수 있냐 싶을까봐.


“그것 뿐이야?”


과연 부끄럽다는 이유 하나만이냐는 질문인거 같았다.

그러면 안되는걸까?

사실 더 있는 거 같지만 제일 큰 이유는 그거인데.


“응.”

“그래?”

“어, 그것뿐이야.”


정현이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내게 말하였다.


“알았어.”

“응?”

“너랑 내가 야구한지 몇년인데, 부끄러울 만 하지. 나라면 그정도까지는 아니겠지만, 너라면 그럴 수 있을거 같아. 은근 소심쟁이니까.”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하는 정현이.

뭔가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흐름으로 흘러가는 듯 했다.


“그보다 이제 야구 할 거지?”

“그거야 당연···.”

“그럼 됐어. 잘 지내는 것도 확인했고, 또 이제는 연락 받을거니까 상관없어. 다시 잘 지내보자. 이덕아.”


정현이가 내민 오른손.

이걸 내가 받아도 되는건지 의구심이 들었다.

그도 그럴께, 나 몇년간 얘 연락을 피했으니까.


“어쭈, 이 새끼가. 안 잡을거야?”


정현이가 웃으면서 말하자 나는 뭇내 잡을 수 밖에 없었다.

그보다 이 손.

꽤 많이 거칠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 잘했다. 이 새끼야.”

“응.”

“목소리 크게 해라.”

“아, 알았다고!”


우리는 그저 크게 웃었다.

누가 뭐라든 상관없다는 듯 아니면 그동안의 어색했던 시간을 없애고자 한 듯이.


“그보다 너 오늘 잘하더라. 왜 포수를 한거야?”

“그, 중학교 때는 잘 못하기도 해서···.”

“아, 맞다. 공만 빠르고 제구가 전혀 안되는 거 나도 봤었지.”


참고로 당시 투수가 부족했던 건, 정현이가 성장통이 심해져서였다.

덕분에 지금은 194cm라는 거대한 키를 가졌지만.

원래도 컸었고.


“것보다 우리 이제 라이벌이네?”

“어?”

“아니야? 이제 공 좀 던진다고 나 따위는 라이벌도 아니라는거냐?”

“아니, 그게 아니라···.”


영혼의 단짝 같았던 정현이.

그랬기에 라이벌이라는 생각을 해보지는 못했으니까.


“그럼 이제부터 라이벌이야.”


이번에는 주먹을 내미는 정현이.

나도 어색함이 풀어졌고 이제는 정현이가 다시 친구처럼 보였기에.


“그래!”


주먹을 맞닿아 의식을 치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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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마린스와 나(2) +1 23.10.23 600 1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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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자, 이제 시작이야(5) +2 23.10.20 711 1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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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자, 이제 시작이야(3) +1 23.10.19 765 14 11쪽
14 자, 이제 시작이야 (2) +1 23.10.18 769 13 11쪽
13 자, 이제 시작이야 (1) +1 23.10.17 814 14 11쪽
12 죽어도 야구(5) +1 23.10.16 775 15 11쪽
11 죽어도 야구(4) +1 23.10.15 774 15 12쪽
10 죽어도 야구(3) +1 23.10.14 794 18 12쪽
9 죽어도 야구(2) +1 23.10.13 815 14 12쪽
8 죽어도 야구(1) +1 23.10.12 883 14 12쪽
7 위대한 은퇴선수와의 대결(3) +1 23.10.11 918 15 12쪽
6 위대한 은퇴선수와의 대결(2) +1 23.10.10 925 17 12쪽
5 위대한 은퇴선수와의 대결(1) +1 23.10.09 1,032 17 11쪽
4 탐나는 재능(4) +1 23.10.08 1,160 21 13쪽
3 탐나는 재능(3) +1 23.10.07 1,231 2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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