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슥슥트레인 님의 서재입니다.

빠따 버리고 천재 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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슥슥트레인
작품등록일 :
2023.10.06 17:01
최근연재일 :
2023.10.28 07:00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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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7
글자수 :
128,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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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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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마린스와 나 (1)

DUMMY

“에이, 씨.”


다음 날, 애리조나 대학교와의 2차전.

이번 선발은 기존 에이스였던 정지택이 선발로 나섰다.

그런데 초반부터 볼넷을 주더니 흔들리기 시작했다.


“감, 감독님. 지금은 연습경기 잖아요.”


옆에 있던 수석코치 이재승은 배중근 감독을 말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볼이 너무 많잖아!”


벌써 6연속 볼만 던지고 있었다.

거기에 대부분 공은 존을 터무니 없게 빗나가는 수준이었다.


“쟤 어디 아픈건 아니지?”


이번엔 화가 아닌 걱정이 된 배중근 감독.

그게 아니라면 저정도로 못던지진 않을거다.


“딱히 그런 얘기는 못들었습니다.”


실제로 정지택은 그저 컨디션이 안 좋을 뿐이었다.

또한 불편했다면 미리 말을 했을거다.

굳이 연습경기부터 힘을 뺄 필요는 없는 선수이기에.


“후···. 액땜했다 해야지.”


일단 배감독은 정지택을 믿어보기로 했다.

정지택의 프로 경력을 무시 할 수는 없었으니까.

알아서 잘 극복할거다.

그러나 볼 던지는 놈을 보고 있을 용기는 없었다.


“나 잠시 나갔다오마.”

“경기 중인데요?”

“금방 올거야.”


머리라도 식히지 않으면 안될 거 같았다.

지금 투수를 내릴 수는 없었기도 하고.

연습경기라 미리 정해진 투구수는 채우고 내려야 하니까.

근처 냉장고에서 물을 꺼낸 뒤, 벤치를 잠시 떠났다.


“후···.”


75세의 나이.

까딱하다 혈압으로 사망할 수도 있을 나이였다.

그런데 연습경기부터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니.


‘예능인데 내가 너무 몰입하는건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허나 예능이라고 해도 야구가 붙은 이상 진지하게 임해야만 했다.

그게 맞으니까.


‘진정하자.’


배중근 감독은 주머니에서 작은 알약을 꺼내었다.

최근부터 챙겨 먹기 시작한 영양제였다.

듣기로는 혈압 건강에 유익하다고.


“괜찮으세요?”


영양제를 먹고 있던 도중.

덩치 큰 사내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배중근 감독을 바라봤다.

그러자.


“아, 이덕이구만. 난 괜찮네.”


높아졌던 혈압이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거 약이에요?”


나이덕의 물음에 고개를 젓는 배중근 감독.


“영양제란다. 아직은 약 먹을정도는 아니란다. 허허.”


자신을 걱정해주는 제자.

평소에도 다른 제자들에게 듣긴 하지만, 이쁜 놈에게 들으니 더욱 기분이 좋았다.


“그나저나 넌 여기서 뭐하느냐? 오늘은 내가 쉬라고 했을텐데.”


나이덕은 오늘 비번이었다.

또한 벤치에도 오지 말라고 했다.

자신이 보고만 있어도 왠지 쓰고 싶을 거 같았기에.


“에이, 그래도 와야죠. 선배들 경기하는 것도 도움이 될거구요.”

“흠···. 그다지 도움은 안될거 같구나.”

“왜요? 지금 정지택 선배가 못해서요?”

“그래. 지금 꼴이 말이 아니잖니.”


보는 입장에선 가슴이 메이게 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나이덕의 생각은 다른 듯 했다.


“그런 모습도 볼게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

“언제나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순 없는거잖아요. 흔들리는 모습 속에서도 분명 배울 점이 있을거에요.”

“···!”


그 말에 배중근은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과거 옛 전설들의 모습을 나이덕에게서 보았기에.


‘공만 잘던지는 줄 알았더니···.’


나이덕에 대한 평가가 사뭇 달라졌다.

어린 아이 같은 놈이 거인처럼 보이기 시작했으니까.


“나도 네게서 배우는구나.”


배중근 감독은 나이덕의 어깨를 한손으로 두들겼다.

그리고는 웃으면서 벤치로 돌아갔다.


“···.”


혈압이 다시 올라갔다.



###




어느덧 애리조나 대학교와의 3차전이 끝이 났다.

배중근 감독은 경기가 마무리 되자마자 단톡에다 공지했다.


『마린스전 선발은 나이덕이 맡게 되었다. 다들 불만없지?』


‘이게 바로 나오네.’


객관적으로 봐도 내가 제일 잘 던지긴 했다.

정지택 선배를 비롯한 투수들이 전부 제 컨디션이 아니었으니까.


‘그보다 마린스라···.’


마린스는 과거 내가 뛰던 팀이었다.

아픈 기억도 있지만,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든 팀이기도 했다.

창원에 살면서 부산 마린스를 응원하는 사람은 없었으니까.

지금이야 창원에도 팀이 생겼기는 했지만, 그때는 아니었다.


‘복잡한 기분이네.’


당장 떠오르는 건 치킨 박스.

사직구장에서 퇴근했을 때 어떤 팬이 내게 던졌던 거다.

덕분에 동정론도 생겨서 위로해주는 팬도 있었지만.

그래도 악플러와 팬같새들이 내뱉는 말이 뇌리에 박혀있었다.


‘물론 내가 그 맘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나도 안다.

나도 한때는 마린스의 팬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고작 최저 연봉의 포수였고, 강제적으로 근무하는 입장이었다.


“하···.”


지금은 숙소였다.

룸메이트가 있기는 하지만 지금 밖에 나간터라 나 혼자서 방을 쓰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생각이 많아졌다.


똑똑.


“이덕아, 니 지금 안에 있나?”


혼자 있던 와중에 들리는 목소리.

바로 이창호 선배였다.


“네, 있어요.”


마침 잘됐다 싶었다.

이창호 선배라면 내 마음을 왠지 잘 알아줄 것 같았기에.

나는 잠겨있던 문을 열어 이창호 선배를 맞이했다.


“무슨 일이에요?”


이창호 선배는 그저 밖을 가르켰다.


“나와라. 바람 좀 쐬자.”


나는 이창호 선배를 따라 밖을 나왔다.

우리는 근처 거리를 멤돌기 시작했다.


“이덕아.”


갑자기 내게 말을 거는 선배.

목소리가 무척이나 진지하게 느껴졌다.


“네.”

“이번에 마린스전 선발 축하한다.”


덤덤히 보내는 축하메세지.


“아니에요.”


나 또한 덤덤하게 말하였다.


“그보다 넌 어떤데?”

“네?”

“마린스랑 경기. 나는 솔직히 어색하거든.”

“하긴···. 그렇겠네요.”


선배는 마린스의 레전드니까.

마린스에 지명 받아 해외를 간 것 외에는 줄곧 마린스에서 뛰었다.

그런 그가 마린스와 대결을 하는거니까.

어색할만도 했다.


“너는 어떤데?”

“음···.”

“어색하다던가, 아니면 복수심 같은 거라던가 말이야.”

“복수심이요?”

“너한테 못되게 군 곳이잖아. 팀 사정이 있었다지만···.”


이창호 선배도 알고 있었다.

그때 당시 주장역을 맡았던 선배는 누구보다 나를 챙겨주셨으니까.

그렇기에 내가 마린스를 미워해도 어쩔 수 없다 싶으실꺼다.


“그런 마음이 없지는 않아요···.”


마린스가 배가 아프면 좋겠다던가 그런 생각을 안한건 아니니까.

나도 사람이니까.


“그럼에도 저는 마린스를 좋아해요.”


그저 직장이었으면 몰랐을까.

나의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들어 있는 팀을 싫어할수가 없었다.


“그렇나?”


이창호 선배의 말에 나는 지긋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어쩌고 싶은데. 이번 경기에선.”


그 물음에 대해 쉽게 답하지는 못하였다.

나는 마린스에게 과연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 걸까.


‘후회려나?’


가장 가까운 감정은 후회였다.

그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나를 괴롭힌 것을 후회하고 싶었다.

어쩔 수 없다는 둥 계속 출장을 강요했던 윗 사람에 대한 복수도.


“혹시 후회하게 만들고 싶은거야?”


그러나 이창호 선배의 말에 완전히 동의를 할 수 없었다.

후회라는 감정 외에도 숨어있는 것이 있었기에.


“그냥 저는···.”


살짝 울먹거리는 목소리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숨어있던 감정 하나를 이제 막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말한다.


“인정받고 싶었어요···.”


그냥 나라는 존재를 인정받고 싶었다고.

질타 받던 나이덕이 아닌 칭찬 받는 나이덕이 되고 싶다고.


“또한 더 이상 저란 존재를 미워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이번 경기의 의미였다.

비록 연습경기에 불과하고 더 인정받고 싶으면 좀 더 증명을 해나가야 하겠지만.

당장은 그러했다.


“그렇구나.”


이창호 선배는 그저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어느 덧 노을이 지고 있었다.


“너라면 해낼 수 있을거다.”


그저 등을 밀어준 선배의 손.

왠지 모르게 따뜻하게 느껴졌다.


“고마워요.”

“천만에.”



###




어느덧 마린스와의 대결 날짜가 다가왔다.

하루 전 날.

컨디션을 점검하기 위해 박사장과 나는 피칭존으로 갔다.


“예상대로 컨디션이 떨어진거 같습니다···.”


박사장은 내게 스피드건을 보여주었다.

확실히 구속이 2~3km/h정도 떨어진 상황.

애리조나와의 대결은 운이 좋았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도 2~3km/h면 괜찮지 않을까요?”


안그래도 느린 속도는 아니었다.

그전 컨디션이 워낙 좋아서 공이 빨랐던거지, 150km/h만 찍어도 마린스 정도는 요리할 수 있다.

자신감이 아닌 객관적으로 봐서 생각한거다.


“그것도 그렇지만, 보여주고 싶지 않으세요?”


박사장은 나와 마린스와의 관계를 어느정도 알고 있다.

허나 모르고 있는 사실.


“인정받고는 싶긴 해요, 다만.”


장기적으로 여기서 힘 쏟을 건 아니다.

잠깐 잘해서 보여주는 건 마린스때도 해본 것이었다.

꾸준한 모습을 보여줘야 인정받는다.

그건 진리이자 사실이다.


“그것도 그렇긴 하죠. 결국 마린스든 뭐든 인정받으려면 한 경기만으로는 부족하니까요.”

“네, 그래서 계속 보여줘야 해요. 내가 잘하고 있다는 사실을요.”


안그러면 믿지 않을 것이다.

또한 사람들은 나이덕이 그저 잠깐 빛났던 작은 불꽃이라 생각하게 되겠지.

그러고 싶지는 않다.

나는 오랜기간 빛나는 별빛이 되고 싶은거니깐.


“그래도 기왕 팬들에게 나타난 김에, 퍼포먼스 차원에서 공에 대한 변주를 줘보는 건 어때요?”

“네?”


박사장은 잠시 시범을 보여줬다.

그는 공을 두가지의 투구폼으로 던지기 시작했다.

바로 와인드업과 퀵모션(셋 포지션)


“정확히는 투구폼의 변화입니다. 기습적으로 와인드업 투구에서 퀵모션으로 전환해 타이밍을 뺐는거죠.”

“그러면 제가 햇갈리지 않을까요?”


아직 나는 적응 단계였다.

투구폼이 어느정도는 투수 다워지긴 하지만, 공을 몇 번 던지다보면 가끔 야수의 습관이 나오기도 한다.

그런 내게 변주를 주라고?

괜히 상태가 나빠지는게 아닌가 싶다.

허나.


“마린스라곤 하나, 연습 경기 잖아요? 이것 저것 다 해보는게 좋다고 전 생각해요.”


하긴 그것도 맞는 말이었다.

연습 경기가 아니면 언제 다양한 시도를 해본다는 말인가.

지금 아니면 해볼 시간도 없다.


“흠, 그럼 지금이라도 해볼까요?”


한 10개 정도?

내일 등판이니 많이 던질 수는 없었다.

가볍게 시험삼아 한 번 던져보는 거다.


“좋습니다. 이왕 하는 김에 제가 타석에 서있어 보도록 하죠.”

“그러다 맞을 수도 있을텐데···.”


안그래도 박사장은 옆으로 넓어서 맞추기 쉬워보였다.

야구공이 은근 딱딱해서 뱃살만 스쳐도 배가 울리는 느낌이니까.


“괜찮습니다. 이럴 줄 알고 보험 하나 계약했습니다.”

“그럼 괜찮겠네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 낮게 제구를 가져가기로 했다.

일단 헤드샷 맞힐 확률은 피해야 하니까.


“던질게요.”


가볍게 던지는 공.

처음에는 와인드업으로 던지기로 했다.

그러다보니 힘이 조금 들어갈 수 밖에 없는데.


“오우.”


몸풀기 치곤 꽤 빠르게 꽃히는 공이었다.

이정도로 빠르게 날라갈 줄은 몰랐는데.


“계, 계속 던지세요.”


아까보다 쫄아버린 표정의 박사장.

그러거나 말거나 일단 나를 믿고 던지기로 했다.

뭐, 맞춘다고 하더라도 보험이 있으니까.

계속되는 2~3구는 모두 와인드업이었다.


‘이번엔···.’


셋업 피치.

기본적으로 와인드업보다 위력이 약한 대신 투구폼이 빠르다.

주자 있는 상황에서 보통 쓰지만.


훅-!


“···.”


변화를 줄때는 가끔 씩 주자 없을때도 쓰인다.

그게 먹힐지는 모르지만.


“어때요?”


우선 박사장의 생각은 먹힌다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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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두근두근 개막전(1) +2 23.10.26 403 11 11쪽
22 마린스와 나(4) +1 23.10.25 489 8 12쪽
21 마린스와 나(3) +2 23.10.24 534 11 11쪽
20 마린스와 나(2) +1 23.10.23 600 15 11쪽
» 마린스와 나 (1) +1 23.10.22 677 11 11쪽
18 자, 이제 시작이야 (6) +1 23.10.21 705 13 11쪽
17 자, 이제 시작이야(5) +2 23.10.20 711 13 11쪽
16 자, 이제 시작이야(4) +1 23.10.19 739 11 12쪽
15 자, 이제 시작이야(3) +1 23.10.19 764 14 11쪽
14 자, 이제 시작이야 (2) +1 23.10.18 769 13 11쪽
13 자, 이제 시작이야 (1) +1 23.10.17 813 14 11쪽
12 죽어도 야구(5) +1 23.10.16 775 15 11쪽
11 죽어도 야구(4) +1 23.10.15 774 15 12쪽
10 죽어도 야구(3) +1 23.10.14 794 18 12쪽
9 죽어도 야구(2) +1 23.10.13 815 14 12쪽
8 죽어도 야구(1) +1 23.10.12 883 14 12쪽
7 위대한 은퇴선수와의 대결(3) +1 23.10.11 918 15 12쪽
6 위대한 은퇴선수와의 대결(2) +1 23.10.10 924 17 12쪽
5 위대한 은퇴선수와의 대결(1) +1 23.10.09 1,032 17 11쪽
4 탐나는 재능(4) +1 23.10.08 1,160 21 13쪽
3 탐나는 재능(3) +1 23.10.07 1,231 2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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