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슥슥트레인 님의 서재입니다.

빠따 버리고 천재 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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슥슥트레인
작품등록일 :
2023.10.06 17:01
최근연재일 :
2023.10.28 07:00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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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8,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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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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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자, 이제 시작이야 (1)

DUMMY

입단식이 끝나고 2주일 뒤.

<죽어도 야구> 선수단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12월 초부터 훈련 시작할테니 다들 그리 알고 있거라.』


<죽어도 야구> 선수들의 단톡방.

배중근 감독이 대뜸없이 통보를 한 것이다.


‘벌써 훈련이라고?’


나 또한 어지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비시즌 기간이라고 훈련을 안한 것은 아니었으나.

배중근 감독의 훈련 강도는 워낙 악명 높기로 자자했으니까.


“괜찮을 겁니다. 나이덕 선수 훈련 강도는 이미 높거든요. 그정도는 버틸 수 있을겁니다.”


“그래도 배중근 감독님이잖아요!”


아무리 나이가 들었어도 열정 하나만은 살아계셨다.

게다가 나를 왠지 편애하는 느낌도 들었기에.

분명 나를 위한 특별 훈련이 대기하고 있을거다.


“그래도 걱정 마시죠. 평소에도 훈련 많이 하시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너무 무리하지 않을까 싶네요.”

“괜찮을거에요. 정 안되면 거기 트레이너한테 문의해서 훈련량을 줄이면 되니까요. 또한.”

“···.”

“그분도 나이가 나이인만큼 예전마냥 훈련을 하시진 않을겁니다.”


그것도 맞는 말이었다.

아무리 배중근 감독이라고 해도 벌써 75세가 되었다.

그 유명한 지옥 펑고 같은 건 이제는 무리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나이덕씨가 못따라 갈 정도면 다른 선수들은 다 못따라 갑니다. 그들은 대부분 은퇴선수 아닙니까?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죠.”


박사장의 말은 전부 일리 있었다.

하기사 아무리 레전드라고 하지만 이제 나이가 드신 어르신들 밖에 없다.

내가 체력만큼은 뒤질 수 없지.


“의욕이 넘치는 거 같아요. 덕분에 감사합니다!”


지옥 펑고고 나발이고 다가와라.

내가 다 해쳐나갈 준비가 되었으니까.



###



서울의 한 아파트.

배중근 감독은 훈련 메뉴를 고심하고 있었다.


‘우선 체력 강화는 필수 인것 같고···. 물론, 나이덕이 이 놈은 체력도 체력이지만 수비 기본기를 다듬어야 될 거 같단 말이지.’


포수 출신이라 수비를 아예 못하지는 않는다.

원래 포수는 모든 수비수를 총괄하기도 하는 법이니까.

하지만 투수 전향한지 얼마 되지 않아 투수의 수비법을 디테일하게 알지는 않는 듯 했다.


‘번트수비나 백업 위치 같은 걸 몸으로 익혀둘 필요가 있겠어.’


투구의 경우에는 부족한 점이 많이 보인다.

허나, 그럼에도 좋은 공을 던지니 지금으로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다.

이 <죽어도 야구>엔 자신이 다듬어 줘야 할 선수들이 워낙 많으니까.


‘예전처럼 혈기왕성하지 않은게 내 몸이지. 거둔다나 요즘에는 에이전트에서 다 관리를 해준다니까.’


그럼에도 과거에 했던 방식이 있는 배감독인지라.

몸이 따라주는 한이 있으면 훈련을 시킬 생각이었다.


‘일단 이정도면 정리가 된 거 같고. 이젠 박단장이 올 시간인데···.’


띠리링-!


『박세근 pd』


‘마침 왔구만.’


“여보세요. 배감독님. 저희 이제 도착했으니 내려오시면 될 거 같아요.”

“그래. 곧 내려가지.”


근처에 있던 가방을 매고 배중근 감독이 내려갔다.

그리고 조금 걷자, 근처 도로에 벤 한대가 서있었다.


“여깁니다. 감독님.”

“그래, 그래.”


간단한 인사를 하고 난 뒤, 두 사람은 차에 올라탔다.


“그보다 감독님. 이번 훈련은 어떻게 할 생각인지 궁금합니다.”


박세근 pd의 물음에 배중근 감독은 피식 웃었다.


“그야, 박단장이 기대할 만한 걸 준비하고 있지.”


매고 있던 가방에서 꺼내든 무언가.


“이거 준비한다고 내가 많이 준비했네.”


바로 방금 전까지 배중근 감독을 고심하게 한 훈련 메뉴였다.


“다들 나이가 든 만큼 나도 메뉴는 좀 줄였지만, 그래도 촬영은 잘 될걸세.”

“호오, 저희 기대해도 되는 겁니까?”

“전성기 때 만큼은 기대하지 말게. 나도 부담스러우니까.”


너스레를 떠는 배중근 감독.

허나 그 모습과 달리, 훈련 메뉴표는 상당히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이정도면 충분한데요. 뭘.”


박세근 pd는 흡족한 듯 웃었다.

이정도면 분량 뽑기는 꽤 충분할 것 같기에.


“그럼 가서 한 번 봅시다.”

“네, 그러죠.”


시간이 흘러, 어느 덧 도착한 장소.

바로 과거 배감독과 나이덕이 만났던 이천 야구장이었다.


“여기서 만나신거죠? 나이덕씨를요.”

“그래. 여기서 경기했지. 그나저나 여길 어떻게 섭외한건가? 여긴 사회인 야구 뛰는 곳인데.”

“그거야 경기도청에 문의하니 허락 해주시던데요? 이천시 쪽에서도 환영했구요.”

“그럼 다행이군. 괜히 피해가 되지 않나 싶었네.”

“설마요.”


잡담을 나누는 사이, 어느 덧 이천 야구장 안으로 들어간 두 사람.

그곳에는 <죽어도 야구>의 투수 멤버들이 모여있었다.


“그나저나 나이덕이가 안보이는데?”


배중근 감독의 물음에 올백머리를 한 투수가 답했다.


“걔, 지금 웨이트 실에 있습니다. 감독님 오기전에 미리 몸 풀어둔다고 해서요.”

“호오.”


배중근 감독은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오므리고 쓰다듬었다.

얼마나 자신을 재밌게 하려고 하는건지.

다만.


“그만하고 와라고 그래.”


지금부터는 단체 훈련을 시작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는 몸을 푸는 과정도 있었기에.

배중근 감독은 나이덕을 불러들었다.


“아, 오셨습니까?”


깍듯이 인사를 하는 나이덕.

그 모습에 배중근 감독의 호감도가 더욱 올라갔다.


“그래, 훈련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네. 아무래도 미리 해두면 더 좋지 않을까 싶어서요.”

“좋아. 좋은 마음가짐이야. 다만, 단체훈련이 있을 땐 굳이 안그래도 된다. 왜냐면 워밍업 단계부터 힘들꺼거든.”


나이덕이 살짝 움찔거렸다.

악명 높은 배중근 감독의 훈련이었기에.

그러나 그는 그걸 숨긴 체 말하였다.


“그정도는 괜찮습니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했기에.

그래야 선발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을테니까.


“좋군. 그럼 훈련 한 번 해볼까?”


배중근 감독의 말에 모두가 긴장했다.

이제부터 그의 지옥 훈련이 시작됐기에.





###




배중근 감독하면 떠오르는 두 단어가 있다.

하나는 펑고여 하나는 러닝이다.

체력과 수비가 견고해야 강팀이 될 수 있다는 그의 지론에서 비롯된 것이다.


‘생각보다 쉬운데···?’


그런 만큼 체력 훈련이 꽤 빡셀거라 여겼다.

하지만 내 생각과 달리 할만 했다.

물론 선배들은 이미 지쳐서 쓰러져 있기는 하지만.


“괜찮으세요?”


쓰러져 있는 한 선배에게 말했다.

선배는 땀이 흥건하게 적셔있고 호흡이 고르지 못했다.


“아니, 안괜찮아. 죽을 거 같아.”


육안으로 봐도 그래보이긴 했다.

그렇게 힘든가?

고작 구장 5바퀴 뛴 거 뿐인데.

게다가 이 구장 별로 안크다고.


“그나저나 이덕아.”

“···?”

“넌 안 힘들어 보인다? 역시 젊어서 그런가.”

“에이, 선배도 젊으신데요.”

“내 나이 마흔 둘이다. 젊기는 무슨.”


마흔 둘 선배는 툴툴 거리며 겨우 일어섰다.


“나도 네 나이만 됐으면 이정도는 거뜬···.”


세월의 야속함을 느끼며 숨을 내뱉는 선배.

그래요.

아까 젊다고 말한거는 취소할게요.


“뛸 수 있겠어요?”

“어, 뛰어야지. 뛰어야. 배중근 감독님 눈에 띄려면.”


하기사 젊든 말든 우리는 자리를 두고 경쟁 중이었다.

여기서 뒤쳐지면 기회는 줄어들기 당연지사.


“그럼 저 먼저 출발하겠습니다. 감독님.”


배중근 감독이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시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삐익-!


잠깐의 휴식만을 허용한 감독이 스타트를 알렸다.

뒤에서 마흔 둘 선배의 욕이 들려오는 거 같았지만.


‘그럴 수록 내가 더 빛나는 거니까.’


어쩔 수 없는 경쟁 사회다.

아무리 예능이라고 해도 <죽어도 야구>에서는 실력으로 승부한다.

나이, 키, 몸무게 등 조건의 차이는 있지만 결국 잘하는 놈이 기회를 가져가는게 이곳이다.


‘그러니 선발 기회는 제가 가져갑니다.’


일단 하나를 재쳤다는 마음으로 편하게 뜀질을 했다.

다섯 바퀴를 더 뛰었을 때 쯤, 스타트 라인에 선 배중근 감독이 보였다.


“그만.”


내가 멈춰서자 뒤에 있던 선배들이 환하게 웃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끝이 보였기 때문일지도.

그런데 다 도착했을 때 쯤, 배중근 감독은 청천벽력 같은 말을 했다.


“이제 몸풀기 끝. 다음 준비해.”


그 말에 근처에 있던 콧수염 진한 정지택 선배가 인상을 찌푸렸다.


“네? 몸풀기라니요?”


항의를 하듯 말하는 정지택 선배.


“왜? 불만있어?”


허나 선배의 항의는 배중근 감독에 의해 가볍게 묵살되었다.

과연 배감독님.

저 선배를 단번에 정리하시다니.


“그나저나 나이덕이.”


갑자기 나를 부르는 배감독님.


“무슨 일이십니까?”

“넌 오늘 특별히 펑고 들어간다.”


나를 위해 특별히 펑고 배트를 가져왔다는 배중근 감독님.

그 순간 의문이 드는 나였다.


“투수는 펑고 잘 안하지 않나요?”


기본적으로 투수는 펑고를 잘 안하는 편이다.

안그래도 부상 당하기 쉬운 포지션이기에.

그런데.


“기본기가 부족해. 너, 투수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3개월···.”

“그동안 수비 훈련은 얼마나 했나?”

“거의 안했습니다···.”


말하다보니 펑고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아무래도 피칭과 몸만들기에 중점을 두다보니.

이후 수비를 하는 과정을 소홀히 한 것.


“그래. 이덕아. 넌 내가 나중에 집중 과외를 해줄테니 우선 쉬어둬.”


그 말에 순간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배중근 감독이 직접 1대1 훈련을 선언했으니까.


“이덕이 좋겠네. 감독님한테 선택받다니.”


마흔 둘 선배는 벌써 쌩쌩해졌는지 아니면 나 놀릴 생각에 신이 났는지 기운이 좋아보였다.


“이야, 부럽다. 나도 감독님한테 과외받고 싶었는데.”


정지택 선배을 포함한 다른 선배들도 마찬가지였다.

나를 놀리고 싶은 듯 했다.

그리고 그때.


“그렇게 원한다면 다들 할까?”


웃으면서 말하는 배중근 감독.

그러자 귀신 같이 입을 꾹 닫아버리는 선배들이다.


“아, 아닙니다.”

“감독님, 그냥 저희는 단체로 훈련 받겠습니다.”


결국에는 나를 놀리는 것을 포기하고 제 발 저렸다.

솔직히 했으면 재밌었을텐데.

아쉽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에잇, 쯧쯧. 요즘 젊은 것들이란···. 나 젊은 시절에는 방망이 천번도 더 휘둘렸는데···.”


유언비어를 퍼트리는 배중근 감독.

내 생각에는 저거 사실은 아닐터다.

배중근 감독님 원래 투수 출신이니까.


“크흠, 됐어. 일단 훈련이나 해. 글러브 다들 챙기고.”


이번에 선배들이 하는 훈련은 간단했다.

오늘 모인 선수들은 전부 투수 출신.

공을 던진 뒤, 마치 타자가 타격을 했을 때처럼 수비를 하면 된다.


“준비 됐지?”


처음에는 가볍게 공이 날라온다.

선배들도 그만큼 쉽게 쉽게 움직일 수 있었다.

허나.


“하나.”


점점 빨라지는 공.

과거에 배중근 감독이 펑고치던 모습보단 힘이 부족했지만.

나이 든 선수들을 괴롭히기에는 충분했다.


“감, 감독님.”


결국 계속된 수비 훈련에 뻗어버린 선수들.

예능 프로라지만 역시 배중근 감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이정도는···.’


과거 포수 훈련 했을 때보다는 나았다.

그때는 힘도 힘이지만 마음이 깎여나가고 있었으니까.


‘할 수 있을거야.’


“이덕아, 이번에 네 차례다.”

“네! 감독님!”


내 차례가 다가왔다.

나는 글러브와 함께 발을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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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이제 시작이야 (1) +1 23.10.17 814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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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죽어도 야구(4) +1 23.10.15 774 15 12쪽
10 죽어도 야구(3) +1 23.10.14 794 18 12쪽
9 죽어도 야구(2) +1 23.10.13 815 14 12쪽
8 죽어도 야구(1) +1 23.10.12 883 14 12쪽
7 위대한 은퇴선수와의 대결(3) +1 23.10.11 918 15 12쪽
6 위대한 은퇴선수와의 대결(2) +1 23.10.10 924 17 12쪽
5 위대한 은퇴선수와의 대결(1) +1 23.10.09 1,032 17 11쪽
4 탐나는 재능(4) +1 23.10.08 1,160 2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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