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슥슥트레인 님의 서재입니다.

빠따 버리고 천재 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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슥슥트레인
작품등록일 :
2023.10.06 17:01
최근연재일 :
2023.10.28 07:00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20,078
추천수 :
387
글자수 :
128,500

작성
23.10.06 19:00
조회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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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글자
9쪽

탐나는 재능(1)

DUMMY

스마트폰의 스크롤을 내리다가 우연히 보게 된 스포츠 기사.

그걸 보자 문득 떠오르는 과거의 악플들이 떠올랐다.


“괜히 봤네.”


보고 싶어서 본 건 아니지만.

예전의 습관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스포츠 기사를 훑어보던 그 습관이.


‘한동안 잊고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아직 내 뇌는 기억을 하는지 자동적으로 기사를 보고 말았다.

그 덕분에 추억이자 트라우마가 떠오르고 말았다.

그건 처음 야구단에 지명됐을 때였다.


[부산 마린스 지명하겠습니다. 마산용마고 포수 나이덕.]

[저는 동양의 몰리나가 되고 싶습니다.]


당시 자신감은 하늘을 뚫었었지.

좋을 때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최악의 타자 나이덕, 이대로 무너지는가?]

[최일영의 원투펀치, 이 어린 포수를 어찌할꼬!?]


나는 곧장 무너지고 말았다.

포수로서 수비는 훌륭했지만, 타격이 너무나도 형편 없었다.

얼마나 형편없냐면 역대 kbo 최하위 wrc+(득점 생산 능력)이 가장 떨어진 타자였으니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나는 2군에 내려가지를 못했어.’


저정도 성적이면 2군에 내릴 법도 했는데.

팀 사정이 워낙 개판이었던지라 나같은 포수라도 계속 써야 했다.

그것도 주전 포수라는 이름으로.


‘덕분에 야구가 무서웠어.’


특히 타석에 서는 건 트라우마로 남을 정도로 공포스러웠다.

그럼에도 팀 사정상 포수로 계속 뛰어야 했기에.

마음은 깎여갔고 결국 나는 버티지 못했다.

돌연 사직서를 내버린 것이었다.


‘후, 갑자기 몸이 떨리네.’


그로부터 3년이 흘렀다.

군대도 다녀왔고 노가다지만 일도 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상처가 많이 아문 듯 했지만, 지금처럼 야구와 관련된 무언가를 보면 불연듯 그때의 고통이 떠오르곤 했다.


“이덕아, 이제 좀 할만하냐?”

“어? 아, 예 팀장님.”


짧은 상념에서 벗어나 현실이 다가왔다.

먼지 쌓인 공사판.


“이덕이 아직 3개월 찬데 웬만한 조공들보다 나아. 오늘도 고생 많았다.”

“아닙니다. 다 팀장님이 가르쳐주신 덕분이죠.”

“등치는 곰이면서 징그럽게 아첨은...”

“하하...”


벌써 이렇게 하루가 지났다.

그런데 무슨 일 일까.

뭔가 말하고 싶은 걸 망설이는 팀장.

내 눈치도 살짝 보고 있다.


“저 근데 이덕아. 너 주말에 시간 좀 있냐?”

“예? 주말에 인원 필요하십니까?”


팀장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인원이 필요하긴 한데... 일은 아니고.”

“그럼...?”

“그게. 내가 전에도 말했다시피 사회인 야구를 하잖아. 그런데 이번에 투수하는 놈이 허리를 다쳤거든···.”


팀장은 조심스레 내게 말을 건네었다.


“그래서 말인데, 너 예전에 야구를 했잖아? 물론 사정은 아는데 혹시 이번에 도와줄 생각은 없나 해서.”


어쩐지 눈치를 보나 했다.


“괜찮겠어···?”


솔직히 괜찮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래야 팀장에게 점수를 딸 수 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설였다.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싶어서.


“역시 힘들겠지···?”


팀장은 예상했다는 듯, 단념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물었다.


“그렇게 사람이 없어요?”


사정을 아는 팀장님이 이렇게 부탁하는 건 이유가 있을테니까.

그렇게 생각했다.


“어, 뭐. 그렇긴 하지.”


아무래도 진짜 없긴 없나 보다.


“흠···.”


살짝 고민을 해보았다.

이번 기회에 점수도 따고 트라우마도 극복할 수 있지 않나 싶어서.

그럼에도 걱정되긴 했다.

트라우마란 게 쉽게 무시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깐.

그리고 그쯤.


“아, 역시 아니다. 못들은걸로 해. 그냥 낼 쉬어. 조심히 들어가.”


역시 안되겠다 싶었는지 팀장이 미리 말을 취소하며 헐레벌떡 짐을 챙겨 가버렸다.

그런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



다음 날 아침.

나도 모르게 오늘은 로드 워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근처 마트가 문을 열자마자 투수 글러브를 하나 사고 말았다.

그냥 혹시 모르는 마음으로 글러브 손질하는 가게도 갔다.


싸구려 글러브를 손에 들고 어디론가 갔다.

도착하니 유니폼을 입은 사회인 야구 아저씨들이 보였다.

나는 그들을 몰래 지켜보았다.


‘난 왜 여기에 있는걸까···.’


그저 저 멀리 벤치에 앉아 구경을 했다.

알루미늄 배트 소리가 경쾌하게 들렸다.

포수 위로 뜬공이 올라오자 나도 모르게 몸이 움직였다.


“음.”


수비가 엉망이다.

프로야구에서 가장 수비 못한다는 마린스도 이거에 비하면 천국일거다.


“저거 아닌데.”


마치 예전의 나를 보는 듯했다.

느려터진 똥 볼에 어이없이 휘두르는 방망이였으니까.


“하기 싫을 줄 알았는데···.”


두렵다고 생각했었다.

야구만 보면 눈이 멀어질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막상 와보니 몸이 근질거렸다.

상상 이상의 실력자들을 보고 있었기에.


“이덕아!”


갑자기 내 옆에 한 남자가 다가왔다.

그는 평소와 달리 안경을 꼈지만, 누군지 단박에 알 수 있었다.


“네. 팀장님.”

“너 왔구나?”

“네. 왔어요. 그나저나 팀장님. 너무 못하시는 거 아니에요?”

“얀마. 내 나이가 몇인데 무슨···. 그나저나 너 그 글러브는 뭐냐?”

“이거요?”

“어, 그거.”

“그냥 산 건데. 왜 산 건진 모르겠네요.”


정말 왜 산 걸까?

다시는 안 하기로 했는데.


“그래? 그래도 기왕 산김에 같이 안 할래? 네 자리라면 있으니까.”


팀장의 말.

솔직히 말하면 뭐라는지 안 들린다.

그렇지만 그런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그냥 야구가 하고 싶어진 것 같다고.


“저··· 팀장님.”

“응?”

“저 어디 맡으면 돼요?”

“지금 필요한 건 투수인데 가능할까?”


투수?

중학교 때 잠시 해본거 빼고는 거의 해본적이 없다.

고등학교때 부터는 거의 포수만 팠고 그 외 다른 포지션은 생각은 해본 적 없었기에.

그렇지만.


“해볼게요.”


차라리 그게 더 나았다.

투수는 내게 지옥을 안겨주었던 방망이와 포수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었으니까.

당시 역대 최악의 타격 성적을 내었기에 더더욱.

게다가.


‘어깨 하나는 좋았지.’


아무리 최근 운동을 안 해 녹슨 어깨라지만.

프로에서도 손꼽히던 강견이었다.

게다가 여기 수준에서는 빠르게만 던지면 될테니까.

문제 없을거다.


“그래? 그럼 나 따라와. 감독님께 말씀드리게.”



###



팀장님을 따라 벤치로 이동한 장소.

바로 팀장님이 소속된 팀 벤치였다.


“감독님, 제가 투수 데려왔습니다.”

“오, 그래?”


감독은 반색을 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곧 호탕한 웃음을 지으며 크게 웃었다.


“자네, 몸이 딴딴하구만.”


동시에 내 등도 가볍게 두드려 주셨다.

보기와는 다르게 유한 성정이신가 보다.


“네, 뭐 전에 선수였으니까요.”

“그래? 어디 팀이었어?”

“마린스. 마린스였어요.”

“오오, 진짜배기 선출이었구먼. 역시 몸이 달라 보이긴 했어.”


감독은 입술을 손으로 훔치더니 이내 말한다.


“그래, 투수는 할 수 있지? 지금 투수가 부족하거든.”

“해본 적은 거의 없지만, 해보겠습니다.”

“파이팅이 있구먼! 여기야 뭐 공만 빠르면 못 칠 테니까. 한번 올라가봐. 심판!"


심판에게 다가간 감독.

공을 건네받더니 포수와 함께 마운드로 올라갔다.

교체 싸인이다.


“다행입니다. 투수를 구해서···.”


원래 있던 투수는 다행이라는 듯 마운드로 내려왔다.

아마 저 사람은 땜빵인 듯했다.

어쨌거나 그렇게 마운드로 오른다.

그리고 근처에 있던 포수가 내게 물었다.


“우선 싸인은 어떻게 할까요?”


우선 공을 던지기 전.

합을 맞추기 위해, 포수가 내게 물었다.


‘싸인이라···.’


“어짜피 저 직구밖에 못던져요.”


그저 빠르게 던지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아, 알겠습니다.”


그렇게 싸인을 교환한 포수가 내려갔다.

나는 마운드를 점검했다.


‘마운드 상태는 별로네.’


사회인 야구단이 쓰는 야구장이라 그런지 좀 미끄럽게 느껴졌다.

그냥 흙더미를 막 쌓아 올린 느낌?

뭐 문제는 없을 것이다.


‘편하게 던지자.’


그때처럼 관중이 있는 것도 아니다.

괜히 쫄거 없다.

그냥 포수 시절 송구하듯 공을 던지면 될테니까.


“응?”


그냥 편하게 공을 던졌다.

그뿐이었다.

그러나 포수는 공을 간신히 받은 채, 엉덩방아를 찧고 있었다.

타자는 얼어붙어 있었고.

그걸 본 상대 벤치에서 커다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야, 이건 반칙이잖아!”


왠지 방금 꽤 잘 던진 거 같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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