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슥슥트레인 님의 서재입니다.

빠따 버리고 천재 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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슥슥트레인
작품등록일 :
2023.10.06 17:01
최근연재일 :
2023.10.28 07:00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20,075
추천수 :
387
글자수 :
128,500

작성
23.10.0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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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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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글자
11쪽

탐나는 재능(3)

DUMMY

‘진짜였구나···.’


진짜로 나를 데려가기 위해 감독이 찾아왔다.

공을 던질 때는 몰랐는데 끝나고 보니 시선이 엄청난거 같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답은 정해져있었다.


“저, 죄송···.”

“뭐라고? 내 귀가 먹어가지고 잘 안들리는데?”

“아니, 그게 괜찮다고···.”

“아, 나랑 야구하고 싶다고?”


이 할아버지가?

내 대답이 어떻게 나오는지 듣자마자 뺀질을 놓는다.

아무래도 나를 엄청 데려가고 싶은 모양이다.


‘팀장님이 알면 뭐라할텐데···.’


그렇다고 이 할아버지에게 뭐라 할수는 없는 노릇.

나는 최대한 예의를 갖춰서 억지로 미소지었다.


“저, 팀장님이랑도 그렇고 아는 사람때문에 잠깐 투수 뛴겁니다. 그러니 그 팀 들어갈 생각은 전혀없어요.”


명백한 거절.

솔직히 말해 이정도 했으면 돌아가지 않을까 했다.

그런데.


“무슨 소리하는가? 난 자네를 우리 팀으로 데려올 생각이 없네.”

“네?”

“난 자네를 개인적으로 그냥 키우고 싶을 뿐일세.”


생각지도 못한 말에 나는 어리둥절 했다.


“그게 대체···.”

“그 뭐야. 야구인으로서 욕망?이랄까. 자네 같은 원석을 깎아주는게 내 소원 같은걸세.”


나는 잠잠히 생각하더니 이내 물었다.


“그러니까 감독님이 저를 키우고 싶다는 얘기인거죠?”

“그, 그렇지. 자네 이해가 참 빠를세. 내가 워낙이 야구인 육성에 관심을 많이 두고 있거든.”

“그치만 전···.”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공을 던진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고 내가 봐도 엉성했다.

그나마 어깨가 좋아 빨랐던거지 완벽한 투구는 아니었고.


“나도 아네. 자네가 투수를 한 적 없다는 것은 바로 눈에 띄였으니까. 오히려 그래서 난 자네를 컨택하는 걸세.”


오히려 그 부분을 강조하며 감독은 내게 말하였다.


“완벽하지 않으니까, 오히려 백지이기에 더 그려보고 싶은 이 늙은이의 욕망을 알아줍세.”


그의 애절한 목소리가 내 귀를 관통하였다.

마치, 이것은 미켈란젤로가 최고급 제작 재료를 찾은 것만 같았다.


‘내가 그정도였나?’


솔직히 모르겠다.

내가 그정도로 공을 잘 던진건지 말이다.

그래도 뭐.


“그럼 한번 해볼께요.”


믿져야 본전 아니겠나.

공도 더 던져보고 싶었고 제대로 던져보고 싶은 욕심도 있다.

아직 선수 복귀를 노리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뭐.


혹시 모르니깐.




###



다음날 아침.

어제만 해도 없었던 근육통이 조금씩 올라왔다.

아무래도 평소에 쓰지 않던 근육을 썻기 때문이다.


‘아, 나가기 싫다.’


쉬는 날이다.

약속만 없었다면 나가지 않아도 되는 날이다.

하지만 어제 감독님과 약속을 했기에 나가야 한다.


‘사실 궁금하기도 하고.’


감독님이 어떻게 트레이닝 해줄지.

또 투수로서 내 공이 정확히 어떨지.

이런 것들이 자꾸만 내 머릿속을 맴돈다.


“그러니, 몸이 거부해도 가야지. 힘내자. 이덕아.”


나 자신에게 한 마디하고 밖을 나갔다.

그리고 1시간 뒤.

창원의 어느 베이스볼 아카데미 앞에 도착했다.


“왔냐?”

“네, 왔습니다. 근데 있잖아요···?”

“응?”

“감독님이 직접 가르치는 거 아니었어요? 여긴 아카데미잖아요!”


그게 의문이었다.

난 분명 감독이 직접 나를 코칭해주는 거라 생각했는데.

아카데미라니.

여기 등록해라는 건지 뭔지 의문이 들었다.


“아, 아. 그건 말일세. 일단 자네의 공을 측정하기 위해 온걸세. 내 눈으로 보는 것보다 여기서 측정하는게 더 정확할테니까.”


그 말에 나도 할말은 없었다.

아무리 감독의 경력이 있다지만 기계만큼 정밀한 분석을 할 순 없으니깐.


“그래. 그보다 준비물은 다 챙겨왔고?”


그 말에 매고 있던 아디다스 야구 가방을 펼쳐보았다.

글러브와 갈아 입을 옷들이 들어있었다.


“그래, 그거면 됐다. 나머지는 여기 있을거다.”

“아, 네.”

“이제 들어가자.”


감독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인터넷으로 본 것보다 더 큰 크기의 시설이었다.


“크흠, 박사장. 나왔네.”


감독의 말에 호쾌한 인상의 한 남자가 다가왔다.


“아, 감독님. 오셨군요. 진짜 데려올 줄은 몰랐는데···. 그나저나 실제로 보니까 아주 단단하네요.”

“자네가 보기에도 그런가?”


감독의 물음에 내 온몸을 훑기 시작한 박사장.

박수를 짝하고 치더니 오른손으로 따봉을 날렸다.


“오오! 저 팔뚝하며 전완근! 마치 투수를 위해 태어난 몸 같군요!”


박사장의 말에 감독은 마치 자신의 칭찬인 것처럼 웃었다.

그 모습에 나는 그저 어색하게 웃을 뿐.

운동 쉰지도 좀 됐기에 민망하기도 하고.


“그나저나, 나이덕 선수?”

“네?”


갑자기 내 이름을 부르는 박사장.


“아, 제가 부산 마린스 골수팬이라서요. 혹시 제가 아는 그 나이덕이 맞나 싶어서 물어봤습니다.”


순간 나도 모르게 움찔거렸다.

나이덕이라는 선수는 나 하나뿐이었으니 틀릴리가 없었다.

허나 나는 들키기 싫었다.


“그럴리가요···.”

“아닌데···. 내가 잘못볼리가 없는데···.”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남자.

나의 눈치를 보더니 이내 힐긋 웃었다.


“뭐, 좋습니다. 그건 중요한게 아니죠. 지금은 공이 어떤지가 중요합니다. 일단 윗옷부터 벗어주시죠?”

“네?”


갑자기 옷을 벗으라니.

이 사람이 변태 아닌가 의심이 되었다.


“아, 오해하실까봐 그러는데 센서를 부착하기 위해서는 맨몸이어야 하거든요. 그러니 실례가 안된다면 잠시 괜찮을까요?”


아까와는 다르게 정중한 말투.

그래서 그런지 나도 공손하게 대하게 되었다.


“여기서 벗으면 되요?”

“아, 네. 저희밖에 없기도 하고 또 벗고 있을테니 상관 없을겁니다.”

“아아.”


곧장 입고 있던 티셔츠를 벗었다.

그러자 드러나는 상체.

생각보다 지방이 많아서 보여주기가 뭐했다.

예전에는 이만큼 살이 찌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별로구나···.”


이경철 감독이 내게 실망한 듯 했다.


“어쩔 수 없잖아요. 운동을 쉬었으니까요.”

“그래도 겉으로는 좋아보였거늘···. 안되겠다. 내일부터 당장 러닝 15km부터 뛰게 해야 겠어. 아니, 20km!”


러닝의 의지를 다지는 이경철 감독.

저정도면 현역 선수들급으로 뛰라는 소리다.


“크크, 감독님도 참. 그정도 가지고 되겠어요? 30km는 뛰게 해야죠.”


옆에 있던 사장이 농담삼아 말했다.

남의 일이라고 너무 막말하는 거 아니야?


“여튼 세팅은 끝났습니다. 나이덕 선수 여기로 오시겠어요?”


어느 덧 준비가 끝난 모양이었다.

상탈을 한 내게 뭔가 센서 장치를 덕지덕지 붙이기 시작했다.


“근데 이걸로 뭘 알수가 있는거에요?”

“아, 그건요···.”


모션을 더 정확히 추적하고 또 물리적인 정보를 더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궁금증까지 해결한 나는 어느덧 센서를 전부 부착한 상태였다.


“일단 어깨도 풀겸 가볍게 던져봅시다.”


사장의 말에 주변에 있는 공바구니를 주섬거렸다.

그리고 캐치볼 하듯이 던지면서 서서히 어깨 근육을 완화했다.


‘이제 슬 기어를 올려볼까?’


어느정도 근육이 풀리는 거 같아서 점점 공에 힘을 주었다.

근처에 있는 모니터에서도 구속이 점점 올라가는게 보였고.


“몸은 다 풀렸어요?”

“아, 네. 이정도면 충분한거 같아요.”


고개를 끄덕인 사장은 내게 손가락 3개를 펼쳐보였다.


“3개, 딱 3개만 제대로 던져봅시다.”


3개라.

만약 눈 앞에 가상의 타자가 있다면 삼진을 시키고 싶은 숫자다.

흠.

나만 그런가.


‘일단 집중하자.’


이제는 제대로 던져야 할 시기다.

나는 가상의 s존을 그리며 그 안에 넣는 상상을 했다.

정확하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런 송구같은 투구가 이어졌다.


“···.”


투구를 한 뒤, 나는 곧장 옆에 있는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투구 데이터가 적힌 모니터.

그 데이터를 보자 나도 모르게 입을 다물고 말았다.


“역시, 내가 잘못본게 아니라니깐! 박사장. 정말 기대되지 않아?”

“그건 그렇죠···. 이런 구속과 rpm은 프로에서나 볼법한데···.”


맞는 말이었다.

그도 그럴께, 142km은 kbo리그 1군 평균 수준이고 2500rpm은 한국 프로에서도 쉽게 볼 수 없으니깐.

근데 그걸 대충 던지다 싶이 한 걸로 찍은 것이다.


“그, 그 나이덕 선수. 공 계속 던져주세요.”


사장은 꽤 당황했는지 말을 떨고 있었다.

나도 놀라긴 했다.

동시에 기대감이란게 생겼다.

내가 이렇게 공이 좋았나 싶어서.


‘난 왜 투수할 생각을 안한거지?’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나는 프로에 와서 투수를 할 생각도 없이 방출당했다.

정확히는 자진 방출이었다.


‘물론 아예 생각을 안한 건 아니지만.’


중학교 때 잠깐 한 적이 있다.

그때는 구속은 좋은데 워낙 제구가 엉망이어서 잠깐 하고 말았다.

그래서 할 생각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또한.


‘팀에서는 포수로서 뛰기를 원했으니까···.’


아무리 원치 않은 출장이어도.

나 정도 되는 선수조차 대체 못하는게 팀의 현실이었다.


‘심지어 리그 최하위였는데···.’


아니 역대로 봐도 포수 최하위 기록을 갱신했을 정도다.

그럼에도 꾸역꾸역 나를 계속해서 썼다.

더불어 다른 사람들이 먹을 욕을 혼자서 다 먹어야 했다.

사실 그게 젤 컸다.

나는 악플 대장이었다.


‘이거라면···!’


나도 모르게 미소를 띄었다.


###



박주인 사장.

이곳 창원 베이스볼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동시에 에이전트 활동을 하고 있었다.


다만, 아직 이렇다 할 실적을 낸 적은 없다.

아카데미는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에 가까웠고 에이전트 일은 실적이 거의 없었으니.


‘뭐, 적자는 아닌데···.’


큰 돈을 바란것은 사실 아니었다.

바랬다면 애초에 수도권에 회사를 차렸을테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건 어쩔 수 없었다.

그도 사람이었기에.


그러던 어느 날.

이경철 감독에게서 연락이 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내가 오랜만에 원석을 발견했어. 그러니 자네 아카데미 좀 잠시 빌리고 싶더라고. 괜찮지?”


대뜸없는 통보.

그렇지만 이 동네에서 이감독의 영향력은 나름 대단했다.

직장인 수업반의 3분의 1은 이감독의 입김을 통해 등록했으니까.


“···알겠습니다.”


그렇기에 이감독에게 잘 보여야 했다.

원석인지 뭔지는 내 알빠가 아니었다.

그저 돈줄이 중요했다.


‘그래도 궁금하긴 하네.’


신경을 안쓴다고는 했지만 궁금하긴 했다.

애초에 이감독이 이런 부탁을 한 적은 처음이었으니까.

과연 누굴 데려올까?


‘딱히 기대는 안되지만···.’


이제는 75세의 나이.

그의 안목도 한물 갔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렇기에 솔직히 기대도 안했다.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나이덕을 처음 본 순간.

그리고 그가 공을 던진 순간.

박주인 사장은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깨달았다.

홀린듯이 보는 지표들.

프로에서나 볼법한 화려한 숫자들이 그의 눈을 타격했으니까.


“그렇지! 내 말이 맞지? 이 놈 물건이라니깐! 물건!”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경철 감독의 말대로 나이덕은 물건이었다.


터벅- 터벅-


박주인 사장은 자신도 모르게 다가갔다.

저 앞에 있는 투수를 잡기 위해서.

한 걸음 한 걸음이 긴장되었다.

그러나 그의 욕망이 입을 열게 했다.


“저기, 투수님?”

“···?”

“저, 저랑 계약을 맺지 않겠습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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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자, 이제 시작이야 (1) +1 23.10.17 811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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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죽어도 야구(4) +1 23.10.15 771 15 12쪽
10 죽어도 야구(3) +1 23.10.14 792 18 12쪽
9 죽어도 야구(2) +1 23.10.13 813 14 12쪽
8 죽어도 야구(1) +1 23.10.12 881 14 12쪽
7 위대한 은퇴선수와의 대결(3) +1 23.10.11 915 15 12쪽
6 위대한 은퇴선수와의 대결(2) +1 23.10.10 922 17 12쪽
5 위대한 은퇴선수와의 대결(1) +1 23.10.09 1,030 17 11쪽
4 탐나는 재능(4) +1 23.10.08 1,158 21 13쪽
» 탐나는 재능(3) +1 23.10.07 1,229 2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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