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슥슥트레인 님의 서재입니다.

빠따 버리고 천재 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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슥슥트레인
작품등록일 :
2023.10.06 17:01
최근연재일 :
2023.10.28 07:00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20,128
추천수 :
387
글자수 :
128,500

작성
23.10.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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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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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자, 이제 시작이야(5)

DUMMY

애리조나 대학교와의 경기를 하기 전.

박사장과 나는 한 가지 걱정을 하고 있었다.


“너무 구속이 잘 나오는거 아니에요?”


그건 바로 몸이 너무 좋았다는거다.

아무리 지금 눈도장을 찍어야 한다지만.

지금 이 시기에 컨디션이 좋다는 건 오버페이스였다.


“그러게요···.”


투수들이 오버페이스를 치를 경우. 시즌 들어가서 구속 저하가 올 수 있었다.

그렇기에 적당한 컨디션을 유지하는게 중요한데.

아무래도 처음이다 보니 페이스 조절을 실패한 듯 했다.

그래서일까?

박사장은 내게 나름의 위로를 하기 시작했다.


“뭐, 그래도 혹시 압니까? 오버페이스가 아니라 원래 그정도로 빠른거일지. 왜냐면 나이덕 선수 운동 다시한지 얼마 안됐잖아요.”


물론 그런 경우도 있을 수는 있었다.

특히, 나는 이제 막 시작하는 걸음마 단계에 있었기에.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었다.


“일단 혹시 모르니 오늘은 무리하지 말고 가볍게 던지도록 하죠. 감독님께도 공 개수 좀 줄여달라고도 해보고요.”


더 이상의 페이스를 끌어올릴 수도 있었기에.

나는 박사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감독님께도 한 번 말씀드려 볼게요.”


오늘은 원래 50개 정도 던질 예정이었다.

그렇다면 40개 정도 던지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어느새 감독님 앞에까지 왔다.


“무슨 일이고?”

“그게 말이죠···.”


나는 박사장과 나눈 이야기를 전달했다.

오버페이스가 걱정된다고.

그러자 배중근 감독 왈.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잠시 고민해보겠네. 다만.”

“···?”

“박세근 pd가 그러더군. 이번 미국에서 네 영상을 좀 뽑고 싶다고. 그러니 전력 투구도 한번 보여줘. 나도 보고 싶으니깐.”


하긴 팬들도 기껏 미국까지 와선 설렁설렁 하는 걸 보고 싶어하진 않을거다.

아무리 연습경기라는 걸 잘 알아도 왠만하면 좋은 모습을 바라는 게 시청자의 마음일테니.

그러니 무리는 안하더라도 한 타자 정도는 전력 투구를 하는 것도 괜찮을 거 같았다.


‘마침 좋은 상대도 있고···.’


바로 디아고 마차도였다.

미국 내에서는 하위 1라운드 지명 가능하단 평가를 받고 있는 유망주.

만약 한국이라면 전체 1순위로 뽑힐 수준이라고.


‘아까보니 아침부터 운동 하던데···.’


재능도 엄청난데 성실한 거 같았다.

그렇지 않다면 이른 아침부터 운동을 하고 있지는 않겠지.


‘재밌겠어.’


연습경기부터 재밌는 선수를 만났구나 싶었다.

빨리 붙어보면 좋겠다.

결과가 어찌되던 좋은 승부를 볼 수 있을거 같았기에.


“이제 몸이나 푸시죠. 곧 경기 시작하니까요.”


박사장의 말처럼 곧 경기 시작이었다.

나는 가볍게 몸을 풀면서 공의 감각을 끌어올렸다.


“저 갔다올게요.”

“그래요. 편하게 던지다 오세요.”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나는 마운드에 올라갔다.

몸은 아까보다는 살짝 무거운 정도.

약간은 쳐지는 기분도 들었지만 괜찮았다.


‘차라리 이게 나아.’


너무 컨디션이 좋으면 그것도 문제다.

흥분을 할 수도 있으니까.

적당한 컨디션이 최고인 법.


“플레이 볼!”


경기는 시작되었다.



###




경기 장 내 중계실.

<죽어도 야구>의 해설위원이 입을 벌린 체, 경기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 이게 <죽어도 야구> 팀 맞습니까?”


믿기지 않는 구속이었다.

선발 투수 나이덕이 무려 153km/h를 뿌리고 있었으니까!


“이번에는 154km/h!”


옆에 있던 캐스터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캐스터 답게 시원한 샤우팅을 날리며 흥분을 하기 시작했다.


“한, 한도윤 해설위원님. 벌써부터 이런 구속이 나올 수 있는겁니까?”


해설위원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적어도 한국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수치입니다. 예전에 박찬호 선수 같으면 모를까. 그것도 La시절의 박찬호 말이죠.”


과장된 면이 없지 않지만.

확실히 코리아 특급이라 불리던 박찬호가 던졌을 법한 공을 나이덕은 보여주고 있었다.

또한.


“저, 저거 슬라이더죠?”


공은 직구처럼 쭉 가다가 순식간에 왼쪽으로 꺾여들어갔다.

각이 크지 않았지만 그 순간 움직임이 엄청나서 타자들이 상당히 애를 먹을지경.


“슬라이더인거 같긴 한데, 커터의 움직임과도 흡사해 보입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슬라이더의 구속이 직구와 비교해서 고작 4~5km/h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으니까.

게다가 일반적인 슬라이더보다 각이 작았다.

훨씬 직구처럼 보이기 쉽다는 의미.


“그렇다면 나이덕 선수의 공은 커터라고도 볼 수 있는건가요?”

“그건 투수 마음이죠. 실제 미국에서는 커터와 슬라이더, 정확히 말하면 지금 나이덕 선수와 같은 고속 슬라이더의 구분을 크게 하지 않거든요.”

“왜 그런거죠?”

“앞서 말했다시피 움직임이 비슷하거든요. 또 커터 그립 자체도 슬라이더처럼 잡는 것도 많구요.”

“아하. 좋습니다.”

“넵, 더 자세한 얘기는 너튜브 용으로 따로 얘기 해드리겠습니다. 나이덕 선수도 불러서 말이죠.”

“그거 좋네요. 일단 경기 집중하시죠.”

“그러기엔 벌써 끝났는데요?”


실제 해설위원이 말한 시간은 5분 남짓.

그런데 벌써 나이덕은 타자들을 제압한 것이다.

무척이나 순식간의 일.


“아, 그렇습니다. 나이덕 선수 2루수 땅볼을 유도하면서 세타자 연속 범타를 유도합니다!”

“벌써부터 이런 모습이라니,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지 기대가 되네요.”


두 사람 다 가슴이 웅장해지기 시작했다.

또한, 빨리 다음이 이닝이 되길 바라기도 했다.


‘진짜 다음 이닝이 빨리 올줄이야···.’


허나 진짜로 올 줄은 몰랐다.

타격에서 부스터즈는 대학팀 에이스에게 압살 당했기에.


“미, 미국이니까 이런겁니다. 아직 기회는 많습니다.”


백남철 캐스터는 식어버린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노력했다.

허나 굳이 그럴 필요는 없어보였다.


“저희에겐 나이덕이 있지 않습니까?”


바로 에이스가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그렇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저희에게는 아직 나이덕 선수가 있습니다!”


식어버린 분위기는 곧장 에이스가 마운드에 오름으로써 점차 업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이번 선두타자는 애리조나 대학의 4번타자. 디아고 마차도입니다!”


경기 전 방송에서 몇번이고 언급했던 디아고 마차도가 타석에 들어섰다.


“과연 나이덕 선수가 이길 수 있을까요?”


캐스터의 질문에 해설은 그저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다만, 해설은 바라였다.

이번에 나이덕이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를.



###



2회초 수비에 나서기 전.

우리 팀 막내이자 오늘의 선발 포수인 윤승찬이 내게 말을 걸었다.


“선배, 잘 하실수 있겠죠?”


승찬은 디아고를 슬쩍보며 말하였다.

아무래도 상대 팀 요주의 인물이기도 하니깐.


“괜찮아.”


신경을 쓰지 않은 건 아니다.

그럼에도 나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결국 투수가 이기는 게 대부분이니깐.’


야구는 투수가 유리하다.

배리 본즈 같은 약쟁이면 모를까, 싸인훔치기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대게는 투수가 이긴다.


물론, 질수도 있다.

야구에는 운빨 요소가 곳곳에 숨겨져 있으니까.

흔히들 말하는 바빕타 혹은 텍사스 안타가 나올 수 있으니깐.


“너무 걱정하지마. 어짜피 연습경기잖아?”

“그건 알죠···. 다만, 저는 이번이 거의 처음이시라니깐···.”

“괜찮아. 돈 마인드. 오히려 난 네가 더 걱정된다.”

“···.”


안 그래도 윤승찬는 포수치고 성격이 소심한 편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내 생각도 났다.

내가 소심한 편은 아니지만, 포수를 그만두기 전에는 꽤 의기소침 해진 상태였으니까.


‘챙겨주고는 싶지만···.’


선배로서 도와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한편으로는 실패한 포수가 말할 자격이 있을 까 싶었다.

그래도 말이야.


“책임은 내가 지잖아.”


아무리 포수가 리드를 잘하고 포구를 잘해도.

결국 투수가 잘 던지는 게 중요하니까.

메인은 투수다.


“괜히 투수 놀음이라는 말이 있는것도 아니잖아. 공이나 잘 받아.”


이게 저 녀석한테 위로가 됐을지는 모르지만.

정말로 공이나 잘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가자.”

“네!”


드디어 마운드에 올라간 나.

이번 선두타자가 디아고라서 그런지 몸이 달아올랐다.


‘별다른 위기도 없고, 그저 연습 경기지만···.’


이창호 선배와의 대결.

그때가 잠시 생각이 났다.

당시 이창호 선배를 삼구 삼진으로 잡았던게 얼마나 짜릿했는지.

물론 은퇴를 해서 그런지 스윙이 살짝 무뎌지시긴 했지만.

은퇴시즌에 지명타자 골든글러브 받은 사람이었다.


‘그에 비하면 디아고는···.’


힘은 젊어서 그런지 이창호 선배보다 좋아보였지만.

스윙 자체는 투박하다는 인상이 들었다.

실제 기록도 장타를 뻥뻥 때리지만, 타율은 그다지 높은 편은 아니었다.


‘문제는···.’


상성이 나하고 맞지 않았다.

좌타자인 그는 일반적인 좌타자가 으레 그렇듯 우투수가 던지는 공에 강점을 보여주고 있었다.

또한 우완 상대의 슬라이더는 장타율이 6할이 넘을 정도라고.


“후후···.”


그럼에도 나는 괜찮았다.

오히려 더 승부욕이 불타올랐다.

왠지 그런 타자이기에 잡는다면 더 맛이 있을 거 같았으니까.


‘과감하게 가자.’


리드는 내가 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던지고 싶은 공이 있었기에.

정한 공은 바로 몸쪽을 찌르는 직구.


‘오케이.’


미트를 내민 위치.

타자의 허리 부근이라 괜찮은 거 같았다.

이제 몰리지만 않으면 되었다.


훅-!


“아.”


공이 생각보다 더 깊숙히 들어갔다.

자칫하면 디아고의 몸에 맞을 뻔 했다.

안맞아서 다행이지.

본능적으로 나는 손바닥을 내밀어 사과를 했다.


“···.”


디아고는 아무렇지 않게 방망이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괜찮다는 의미겠지?

그렇다면 한번 더 던져도 될 거 같았다.


훅-!


‘아···.’


던지는 순간 느껴졌다.

이거 공이 몰리겠다고.

실제로도 공은 존 한가운데를 향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스트라이크!”


그저 바라만 보는 디아고.

아마, 그냥 공을 지켜보려는 심상인거 같다.


‘그러면 이것도 지켜볼 수 있을까?’


직구처럼 가다 휘어지는 슬라이더.

보통은 반대손 타자에게는 잘 쓰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공은 멀어져 보이는게 효과가 더 있으니까.


그럼에도 내가 쓰려는 이유는 하나였다.


내 슬라이더는 각이 큰 편이 아니었다.

흔히 말하는 고속 슬라이더로 커터처럼 움직이는게 특징이었다.


‘박사장은 내게 범타를 유도하기 좋다고 말했었지.’


투수는 아웃만 잡으면 장땡 아닌가.

물론 삼진이 제일 멋있고 재밌긴 했다.

그러나 상대에 따라 다르게 전략을 짜야한다.


“오케이.”


포수하고는 이야기가 끝이 났다.

이제는 공을 던져야 하는 상황.

나는 최대한 힘을 모아, 슬라이더를 던지기 시작했다.


흡-!


‘됐다···!’


손가락 감각이 제대로 걸렸다.

존에 들어갈지는 모르겠지만, 방망이에 맞는다면 범타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딱-!


힘없이 굴러가는 디아고의 타구.

1루수 글러브 속으로 정확히 굴러 들어갔다.


“아웃!”


가벼운 아웃카운트.

어려운 타자를 쉽게 잡아냈기에 나는 더욱 몸이 가벼워졌다.


‘고작 이정도인가···.’


미국이라도 유망주는 유망주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정도면 미국도 할 만 할지도?

그러나 그 생각은 잠시 후 바뀌었다.


타순이 순식간에 돌고 다시 한번 디아고와 만났을 때.

디아고의 홈런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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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자, 이제 시작이야 (1) +1 23.10.17 814 14 11쪽
12 죽어도 야구(5) +1 23.10.16 775 15 11쪽
11 죽어도 야구(4) +1 23.10.15 774 15 12쪽
10 죽어도 야구(3) +1 23.10.14 794 18 12쪽
9 죽어도 야구(2) +1 23.10.13 815 14 12쪽
8 죽어도 야구(1) +1 23.10.12 883 14 12쪽
7 위대한 은퇴선수와의 대결(3) +1 23.10.11 918 15 12쪽
6 위대한 은퇴선수와의 대결(2) +1 23.10.10 925 17 12쪽
5 위대한 은퇴선수와의 대결(1) +1 23.10.09 1,032 17 11쪽
4 탐나는 재능(4) +1 23.10.08 1,160 21 13쪽
3 탐나는 재능(3) +1 23.10.07 1,231 26 11쪽
2 탐나는 재능(2) +1 23.10.06 1,388 2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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