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슥슥트레인 님의 서재입니다.

빠따 버리고 천재 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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슥슥트레인
작품등록일 :
2023.10.06 17:01
최근연재일 :
2023.10.28 07:00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20,073
추천수 :
387
글자수 :
128,500

작성
23.10.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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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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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마린스와 나(2)

DUMMY

애리조나의 어느 경기장.

그다지 크지 않은 구장이지만, 이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와, 여기가 한국이가? 미국이가?”


이창호의 말대로 나라가 구분이 안갈 정도로 한국인이 많았다.

그도 그럴께.

근처에 촬영한다고 하니까 제법 많은 관중들이 몰려든 탓이었다.


“연습경기치곤 꽤 많네요···.”


이창호 옆에 있던 마흔 둘의 남자가 말했다.

물론 이것은 평소 한국 관중에 비한다면 턱없는 숫자이긴 하나.

여기는 미국이었다.

아무리 한인 타운 근처라지만 3,000명이면 꽤 큰 숫자니까.


“선배. 오랜만입니다!”


마린스의 갈매기 유니폼을 입은 남자.

마린스의 주장, 정석조가 이창호를 발견하자 말을 걸었다.


“오, 그래. 여기서 보니까 왠지 반갑네.”

“그러게요. 그보다 은퇴를 했는데 와 저희랑 맞붙습니까? 그럴거면 그냥 있지···.”


정석조는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예정된 은퇴였긴 했지만, 이창호의 은퇴 시즌은 그야 말로 화려했기에.


“에이, 그때가 되면 늦은 법이다. 난 팬들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떠나는게 맞는거다.”

“···그건 아다리가 맞아서 그런거겠지.”


마흔 둘 남자는 어이가 없었다.

아무리 그가 은퇴 시즌에 라스트 댄스를 췄다지만, 그전까지는 돈값 못하는 돼지 소리를 들었던 기억이 있기에.


“나도 안다. 그니까 닥치라.”


순간 쫄았던 마흔 둘 남자.

그도 꽤 덩치가 있는 편이었지만, 이창호가 손을 휙하니 드니 자동으로 쫄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나저나 이덕이는 어디 갔습니까? 저희랑 오늘 붙기로 했잖아요.”


정석조는 내심 이덕이가 궁금했다.

자신이 전에 봤던 나이덕은 꽤나 의기소침 했었으니까.

또한 이번 경기에 앞서서 애리조나 전의 피칭은 그야말로 일품이었고.


“금마, 지금 수양중이다.”

“···?”

“원래는 내가 위로해가지고 괜찮았거든? 근데 좀 긴장된다 해가지고 명상하더라.”

“걔, 괜찮은거 맞죠?”


이창호는 그저 어깨를 으쓱거릴 뿐이었다.


“그건 마운드에서 알 수 있겠지.”


오로지 정답은 마운드 위에 있기 때문에.



###




똑똑-!


“자십니까?”


애리조나 구장의 한 숙면실.

명상을 하기 위해 들어갔다가 이불 위에 침자국이 묻어있는 것을 확인하고 말았다.


“네, 잤어요···.”


낮잠을 자는 건 루틴에 딱히 없는데.

상황을 잠시 잊기 위해 눈을 감았다가 진짜 잠에 들고 말았다.

박사장이 깨우지 않았으면 꽤 오랫동안 잠들었을거 같았다.


“지금 몇시에요?”

“12시에요. 점심은 애매하니 간단히 드시고 얼른 훈련하러 가시죠.”


경기는 2시에 치뤄졌다.

그렇다면 잠시 요깃거리 챙겨먹고 몸을 데우면 좋을 거 같았다.


“웨이트 실로 가시죠.”

“네···.”


아직은 비몽사몽한 시점이었다.

일단 운동을 한다고 했으니 대략 무슨 운동할지 생각을 했다.

물론, 지금 당장은 박사장이 알려는 주겠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에이전트.

일정 가이드가 끝나면 그는 지금처럼의 케어를 해주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우선 내가 내 몸을 잘 알아야 해.’


그런 만큼 박사장의 훈련이 어떤 자극이 이뤄지고 왜 그렇게 하는지 습득해야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


“이제는 익숙하시죠?”


누가보면 정체 모를 봉가지고 장난 치는 거로 보일지는 모르지만.

숄더 튜브라는 건 어깨 근육 벨런스를 무척이나 잘 잡아준다.


“뭐, 이젠 익숙합니다.”


솔직히 미국에서 이걸 할 줄은 몰랐지만.

애리조나 대학교 몇몇 선수들도 한 걸 봐서 그런지 괜찮았다.


“또 하다보니 벨런스도 잘 잡히는 거 같고요.”


이것 덕분인지 아니면 다른 운동 때문인지는 나도 알 수가 없다.

확실한 건 하나.

이거 중심 잡는 능력이 늘었다는거.


“그거 잘됐네요. 이제는 제가 말 안해도 어떻게 하시는지도 잘 아는거 같구요.”

“그래요? 전 그냥 한거였는데···.”

“그게 습관인겁니다. 나이덕 선수는 좋은 습관을 가진거에요.”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한다더니.

요즘에 자주 듣긴 하다만, 칭찬을 들으니 기분이 좋았다.


‘역시 사람은 인정받고 사는 동물인가···.’


마운드에 올라가기 전부터 컨디션이 좋아진 지금.

스트레칭과 쇠질까지 하니 더욱이 힘이 났다.

이제는 실전 피칭 전 몸풀기에 들어가는 시간.

우리는 피칭 연습장으로 이동했다.


“몸에 힘을 좀 빼세요.”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간건가?

확실히 몸이 경직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다.

긴장을 한건지 아니면 흥분을 한건지는 알 수 없지만.

릴렉스가 안되는 건 인정해야 했다.


“후···.”


호흡이라도 바로 잡기 위해 숨을 내뱉었다.

허나 불펜 피칭에서의 공은 매우 엉망이었다.


퍽-!


“흠···.”


포수가 있는 곳과 영 거리가 먼 곳으로 공이 날라갔다.

이대로 마운드에 올라가면 어떻게 될지는 뻔한 상황.

박사장은 걱정이 된 건지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하였다.


“투수는 어쩌다 한거에요?”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그건 이미 예전에 운동하면서 물어 봤던 내용이니까.

굳이 답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허나.


“우연히 하게 되었어요.”


무언가 의도가 있어보였기에 나는 답하였다.

그러자 박사장이 다시 물었다.


“그러면 그 우연이 던진 공은 어땠어요?”

“기분 좋았죠. 공을 던진다는게 이렇게 재밌는지 몰랐으니까요.”


나는 대답을 하면서 아차 싶었다.

내가 공을 던지는 이유.

투수를 하면서 목표가 바뀌었지만, 일단 공을 던지는게 재밌어서 계속 한거다.


“그거에요. 일단 즐기세요. 그냥 재밌게 즐기시면 되는거에요. 결과는 나중 문제고 일단 마운드를 즐기는거에요.”


즐겜 마인드.

아무리 야구가 힘들고 지겨워져도 나는 이걸 좋아해서 하는거니까.

즉,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말이었다.


“한번 다시 던져볼까요?”


이제는 공을 던지니 제구가 어느정도는 되었다.

최상의 컨디션은 물론 아니었다.

다만, 나로호 쏠 정도로 공이 발사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이정도면 괜찮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평소라면 만족 못할 피칭이지만.

아까전 샷건 제구에 비하면 양반이긴 하니까.


“자, 갑시다. 곧 경기 시작할테니까.”

“넵!”



###



1회초 부스터즈 팀의 공격이 끝난 이후.

해설위원과 캐스터는 벌써부터 나이덕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번 등판이 연습경기긴 하지만, 친정팀을 상대하는거라고 하죠?”


캐스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해설위원.


“네, 이제는 다들 익히 아시겠지만. 나이덕 선수는 과거에 마린스에서 포수로 뛰던 선수였습니다. 허나 당시 성적이 좋지 않았고, 또 당시 심적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알고 있죠.”

“당시 치킨 박스를 맞은 일화는 워낙 유명하죠.”


캐스터는 잠시 근처 스태프에게 눈짓했다.

이번 장면에서 나이덕이 치킨 박스를 맞은 일화를 삽입해라고.


‘오케이.’


“그런 만큼 심리적 압박이 심했다고 합니다. 결국 야구를 그만둬야 할 거 같다고 말했으니까요. 실제로도 그렇게 팀을 나오게 되었구요.”


두 사람은 안타까운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허나 곧장 나이덕을 보자 웃었다.


“하지만, 저번 경기. 야구를 포기했다던 남자의 모습이 아닌 도전을 두려워 하지 않는 야생마의 모습이었습니다.”

“이야, 말 잘하시네요.”

“감사합니다. 여튼 이번 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면서 경기 시작하겠습니다.”


해설위원의 말과 함께 시작된 경기.

나이덕은 포수와 싸인 교환을 마친 뒤, 고개를 끄덕였다.


“초구 들어갑니다.”


모두가 나이덕의 초구를 기다렸다.

그건 중계진 뿐만 아니라 두 벤치 또한 마찬가지였다.

과연 그는 초구에 어떤 공을 던질 것인가?


“스트라이크!”


심판의 콜이 우렁차게 울러퍼졌다.

쾌조의 스타트!


“오늘도 저번 경기와 마찬가지로 초구부터 과감한 존 공략입니다!”


캐스터가 자신의 성량을 발휘해 힘껏 소리쳤다.

해설위원은 살짝 귀를 막았지만, 그래도 웃고 있었다.


“또 한번의 스트라이크!”


나이덕은 빠르게 존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마치 눈 앞에 먹잇감을 먹어치우는 야수와도 같았다.


“저번보다 더 과감한거 같은데요?”


실제로 나이덕은 전보다 더 과감한 공략을 시도했다.

그의 구속이 현재 150km/h에 머물렀음에도 불구하고.


“불도저 같은 모습 아주 보기 좋습니다!”


두 사람은 그저 나이덕의 시원한 피칭을 즐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살짝 걱정도 하긴 했지만, 그것을 말끔하게 나이덕이 극복한거 같았기에.

허나.


“아, 이게 뭐죠?”


2회말이 된 시점.

갑작스럽게 손에서 빠진 공이 타자의 몸에 맞고 만 것이었다.


“이러면 나이덕 선수 많이 힘들어지지 않을까요? 한도윤 해설위원.”

“네, 물론 저번 경기에서도 볼넷을 하나 주긴 했지만. 이번에는 좀 다르거든요. 2s1b이라는 유리한 상황에서 내준 hit by pitch ball이니까요.”


확실히 투수의 멘탈을 흔들리게 할 법한 상황이었다.

다 잡았던 타자를 놓치고 말았으니까.


“하지만, 이번에 막는다면 괜찮지 않을까요?”

“물론 그렇죠. 하지만 나이덕 선수. 경험이 많은 선수가 아니기에 흔들릴 수가 있습니다. 일단 포수가 올라갑니다.”


좋은 타이밍에 올라간 포수.

딱히 할 말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우선 올라가보기로 했다.

그런데.


“뭐죠? 지금 이 상황?”


중계진은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올라간 포수는 전전긍긍한데 투수가 달래주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게다가 투수는 웃고 있다.


“아, 이거 투수가 부른 거 아닌가요?”


이제는 오히려 포수 쪽이 더 걱정되기 시작했다.

자칫하다 공을 흘릴 거 같다는 예감도 들었기에.

그리고 그 설마는 딱 들어맞았다.


“아···.”


포일.

그것도 거의 한가운데로 꽃힌 직구를 놓치고 만 것이다.

중계진은 곧장 투수가 있는 곳을 바라봤다.

그런데.


“나, 나이덕 선수. 지금 웃는데요?”


해설위원이 어이 없는 듯이 나이덕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저 새끼 진짜 미친 새끼라고.


“것보다 전 포수가 괜찮은지 걱정입니다. 이번에 놓친 건 꽤 뼈아픈 실수잖아요?”

“그건 괜찮을겁니다.”


결과적으로 투수가 무너지지 않았다.

아무리 포수가 중요한 포지션이긴 하지만, 수비를 이끄는 건 결국 투수였기에.

마에스트로가 연주를 포기 하지 않으면 공연은 무너지지 않는 것처럼.


딱-!


때 마침 타자의 배트에 공이 맞았다.

그 공은 포수와 투수 사이로 굴러가는 타구.


“마이!”


나이덕이 손을 들며 소리를 크게 내질렀다.

자신이 처리하겠다는 의미.


“이걸 아웃을 만드네요.”


그만큼 힘든 순간이었다.

자신이 실수를 했고 조력자마저 도와주지 않는 상황이었기에.

그럼에도 위기의 첫 발을 잘 때내었다.

더불어.


“이덕아!”

“야! 니 왜 투수 안했냐! 너 진짜 멋있다!”

“나이덕! 나이덕!”


마린스의 벤치가 흥분을 하기 시작했다.

분명 자신들의 팀원이 아웃을 당했음에도 말이다.


“쟤들 와 저라노?”


1루를 보고 있던 이창호는 이해 못한 말투로 말하였다.

하지만 알고 있었다.

마린스의 선수들이 나이덕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말이다.


‘아마, 나랑 같은 마음이겠지?’


지금은 적이지만, 한때 자신들의 동료였다는 사실이 있었기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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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마린스와 나(3) +2 23.10.24 533 11 11쪽
» 마린스와 나(2) +1 23.10.23 599 15 11쪽
19 마린스와 나 (1) +1 23.10.22 675 11 11쪽
18 자, 이제 시작이야 (6) +1 23.10.21 703 13 11쪽
17 자, 이제 시작이야(5) +2 23.10.20 709 1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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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자, 이제 시작이야(3) +1 23.10.19 762 14 11쪽
14 자, 이제 시작이야 (2) +1 23.10.18 767 13 11쪽
13 자, 이제 시작이야 (1) +1 23.10.17 811 14 11쪽
12 죽어도 야구(5) +1 23.10.16 773 15 11쪽
11 죽어도 야구(4) +1 23.10.15 771 15 12쪽
10 죽어도 야구(3) +1 23.10.14 792 18 12쪽
9 죽어도 야구(2) +1 23.10.13 813 14 12쪽
8 죽어도 야구(1) +1 23.10.12 881 14 12쪽
7 위대한 은퇴선수와의 대결(3) +1 23.10.11 915 15 12쪽
6 위대한 은퇴선수와의 대결(2) +1 23.10.10 922 17 12쪽
5 위대한 은퇴선수와의 대결(1) +1 23.10.09 1,030 17 11쪽
4 탐나는 재능(4) +1 23.10.08 1,158 21 13쪽
3 탐나는 재능(3) +1 23.10.07 1,228 26 11쪽
2 탐나는 재능(2) +1 23.10.06 1,386 2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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