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슥슥트레인 님의 서재입니다.

빠따 버리고 천재 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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슥슥트레인
작품등록일 :
2023.10.06 17:01
최근연재일 :
2023.10.28 07:00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20,267
추천수 :
387
글자수 :
128,500

작성
23.10.06 19:00
조회
1,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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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글자
12쪽

탐나는 재능(2)

DUMMY

그냥 공 하나를 던졌을 뿐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세상 놀랍다는 듯,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스, 스트라이크!”


심판은 잠깐의 정적 뒤 콜을 외쳤다.

그제서야 나도 공이 어디로 간건지 확인했다.

정확히 존 한가운데.

처음 던진 공인데 존 안에 넣어서 다행이었다.


“나, 나이스 볼.”


포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게 공을 돌려주었다.

어쩐지 긴장한 기색도 보인다.

나는 나도 모르게 글러브로 가슴을 두들겼다.


‘침착, 침착.’


투수가 포수를 달래기 위한 행동.

이러면 포수도 아차 싶어서 왠지 똑바로 하게 되더라.

내가 그랬으니까.


“···.”


포수가 괜찮다는 듯, 미트를 내게 내밀었다.

한가운데 존.

다시 한번 그곳으로 던지라는 의미다.


‘오케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망설이지 않고 곧장 두 손을 모았다.

그리고 동시에 오른손에서 쏘아지는 공.


펑-!


“스트라이크-!”


정확히 미트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나는 곧장 타자를 바라보았다.

배트를 바짝 붙잡은 체, 제대로 된 스윙을 하기 힘들정도로 경직되었다.


‘나를 보는 기분이네.’


그것은 과거 타석에 섰던 나.

투수들은 아마 이런 기분이었나 싶다.

그렇다면 답은 간단하다.


“쓰트라이크-!”


존으로 넣으면 끝이다.



###



불독 레이더스의 감독 이경철.


한때는 고교야구의 전설이라 불리며 황금사자기, 대통령배 등의 우승을 이끌었던 그였지만, 나이를 먹음에 따라 자연스레 후배들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어느 덧 나이 75세.


이제는 야구에 대한 열정을 감쳐두고 서서히 몸을 관리해야 할 시기.

허나 평생 야구에 몸 담아왔고 아직은 몸이 버텼기에, 사회인 야구 감독직을 맡고 있었다.

그런데.


‘이럴수가···!’


마운드에 오른 상대 투수.

누구라도 탐낼 어깨와 골격을 가진 장사체질의 몸.

누가 데려온 건지 몰라도 야구 참 잘하게 생겼다.


“씁···.”


왜 하필 자신에게 오지 않은건지.

이경철 감독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키고 말았다.


“저기, 감독님. 저거 선출 아닙니까?”


옆에 있던 수석코치 박만호.

그의 말대로 마운드의 오른 투수는 선출로 보였다.

사회인 야구 룰 상 선출 투수는 반칙이기에.

하지만.


“잠만, 지켜보자.”


이경철 감독은 자신도 모르게 코치를 팔로 막아섰다.


“아, 감독님. 이거 반칙이라니까요.”


박만호 코치는 반박했지만, 이경철은 여전히 침묵을 지켰다.

이건 봐야한다.

저 몸뚱아리로 던지는 공을 봐야한다.

그리고.


펑-!


“스트라이크-!”

“야, 이건 반칙이잖아!”


묵직한 소리와 함께 박만호 코치의 아우성이 들려왔다.

그치만 어쩔텐가.

그 순간, 이경철 감독은 투수에게 사로잡혀 있는데.


‘미쳤어.’


엉성하기 짝이 없는 투구폼.

오히려 그렇기에 저 투수가 탐이 났다.

그저 포수가 송구하듯 던질 뿐인데, 굉장한 스피드를 보여주고 있으니까.


‘어쩌면···.’


이경철은 상상했다.

지금의 저 투수가 자신의 폼을 찾았을 때.

던지고 있을 공들을.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닦았다.


‘저건, 꼭 데려온다.’


“감독님!”


당장이라도 항의해야 한다는 박만호 코치.

옆에 있던 선수들도 슬쩍 경철의 눈치를 주었다.

허나.


“만호야!”


오히려 호통을 치는 이경철 감독.


“···?”

“넌 지금 눈 앞의 투수가 안보이느냐?”

“아니, 지금 보이니까 그러···.”

“그거 말고. 지금 투수가 너 눈에는 원석으로 안보이냐고!”


그 말에 박만호 코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 역시···.’


박만호 코치도 어느정도 눈치는 챘다.

이미 이경철 감독이 상대 투수에게 흠뻑 빠졌다는 사실을.

아마 경기는 어찌되던 상관없고, 저 투수랑 만날 생각으로 가득찼겠지.


“하···.”


박만호 코치는 한숨을 쉰 체, 자리에 앉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경철 감독은 투수의 공을 지켜볼 뿐이었다.



###



“이, 이겼다!”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잡음으로써 경기는 끝이 났다.

스코어는 1점차로 역전 승리.

나는 왠지 모를 짜릿함을 느낄 수 있었다.


“고생했다. 이덕아.”


벤치로 내려오자 기다렸다는 듯 팀장님이 물병을 건내주었다.

아이스박스에 보관했는지 플라스틱 너머로 오는 냉기가 꽤나 시원했다.


“감사합니다. 팀장님.”

“아냐, 아냐. 네 덕분에 이겼는걸. 그거면 충분하지.”

“그런가요?”


내 물음에 이번에는 우리 팀 감독이 다가와 말했다.


“그래, 다 네 덕분이다. 어제만 해도 투수가 없어서 어쩌나 했는데···. 이렇게 구세주가 와서 이기게 될 줄이야. 허허.”

“하하.”

“그나저나 처음 던지는 것치곤 엄청 빠르더구나. 포수라고 했었나?”

“네. 포수 했었습니다.”

“그렇단 말이지···?”


감독은 음흉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나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뭐, 뭐지?


“하하. 어쩐지 처음하는 것 치곤 노련하더라니. 포수를 해서 그랬구만!”

“아, 네!”


별거 아니라는 듯 감독이 웃으며 내 등을 두들겼다.

괜히 긴장한 거 같았다.

그나저나···.


‘왜 시선이 따갑게 느껴지지.’


어디선가 나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휙 돌렸다.

그러자 너머에 있는 한 노년의 남성과 눈을 마주쳤다.


‘저 팀 감독이신가···?’


왜 나를 자꾸 빤히 보는걸까?

괜히 신경이 거슬려서 집중이 되지 않았다.


“뭐하니?”


팀장님이 내게 물었다.

나는 잠시 팀장님 귀에 손을 가져다대고 말했다.


“그게 있죠···.”


조심스레 상대팀 감독을 가리켰다.

그러자 팀장님이 내게 말했다.


“아마, 저 사람 너 노리나본데?”

“네?”


나를 노린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납치라도 한다는 말인가.


“아, 그런 뜻이 아니라. 네가 잘해서 데려오고 싶어하는 걸꺼야. 여긴 그런 경우 많거든.”

“아···.”

“그래도 넌 어디 안갈꺼지? 어디 내가 있는데 널 데려가? 안 그래?”

“그, 그건 그렇죠. 팀장님이 있는데 제가 어딜가요.”

“그렇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사 내가 어딜 가겠나.

이것도 사회 생활의 일종이라 온 거 뿐이었고.


“자, 여러분. 다들 모이세요. 경기 마무리해야 하니까.”


심판이 큰소리로 모두에게 말했다.

그 말에 사람들은 하나 둘 씩 다시 운동장 위로 올라갔다.

나도 따라 올라갔고.

각자 팀에 맞춰 줄을 선 뒤, 인사를 할 준비를 했다.


“자, 줄 똑바로 섭시다. 감독님들. 빠진 사람 있는지 확인 좀 부탁드립니다.”


그 말에 양 팀 감독들이 사람 하나 하나 체크했고.

오케이 싸인이 나자 심판이 양팔을 숙였다.


“수고하셨습니다!”


그제야 끝이 났다.

정해진 경례와 함께 경기가 완전히 종료되었다.


‘이제 집에 가면 되나?’


나는 슬쩍 눈치를 보았다.

혹시나 회식 같은게 있으면 나가야 할거 같아서.


“저, 팀장님.”


그래서 팀장님을 붙잡았다.


“저희 저녁은 집에 가서 먹나요?”


그 말에 팀장님이 껄껄 웃으며 답했다.


“당연하지. 임마. 다들 피곤해서 지금 골아떨어져 있는데. 다들 얼른 집가서 자고 싶어 할거야.”

“아아.”

“그러니 너도 얼른 쉬어. 오랜만에 야구해서 피곤하지 않아?”

“음···.”


솔직히 말하면 딱히 피곤하지 않았다.

오히려 쌩쌩한 느낌까지 났다.

공을 더 던지고 싶은 마음도 든달까?


‘많이 던졌는데 왜 이러지?’


대략 30개는 던졌다.

이정도면 처음 투구한 것 치곤 꽤 많이 던진거다.

그럼에도 딱히 피곤하지 않다.

이상했다.

원래 이런가?

그때였다.


“이거, 이거. 젊어서 그런지 아직 쌩썡한가 보구나!”


팀장님의 말에 나도 모르게 깨달았다.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어, 네. 어떻게 아셨어요?”

“너 바로 대답 못하는 거 보고 그랬지. 안 그럼 뭐겠냐?”

“아!”


눈치가 참 빠르신 분이다.

덕분에 나도 내가 덜 피곤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더 던지고 싶다는 것도.


“그럼 이덕이 너 남아있을거야?”

“네. 그럴려구요. 좀 더 던지고 싶어져서. 흐흐.”

“그럼 그러렴. 대신 적당히 던져. 일할때 아프지는 말아야 하니까.”

“알겠습니다! 팀장님!”

“오냐.”




###



‘그 녀석은 갔나?’


경기가 끝이 났다.

이경철 감독은 곧장 나이덕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신이 팀원들과 인사를 나눈 사이 어디론가 가버렸다.


“만호야.”

“네. 감독님.”

“그 투수 어디갔어? 방금 한 눈 판 사이에 내가 놓친거 같아서···.”


박만호 코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몰라요. 저도. 저기 있는 사람한테 한번 물어보던가요.”


아직 남아있는 상대 팀원.

저 사람이라면 알 가능성이 꽤나 높아보였다.


“흠, 난 개인적으로 둘이 만나고 싶네. 혹시나 다른 사람 귀에 들어가면 곤란할 수도 있으니까.”

“까다롭긴···.”


박만호 코치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미 경기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그 투수만 줄곧 지켜본 사람이었다.

들킨건 이미 애저녁이라는 거다.


“일단, 만호야. 내가 여기 한번 둘러볼테니 너도 같이 찾자구나.”

“그, 퇴근해야 하는뎁쇼?”

“요즘 젊은 것들은···. 그냥 나 혼자할테니까. 퇴근해. 너는.”


혀를 차며 박만호 코치를 내버려둔 체 주변을 돌아다녔다.

주변이라고 해봤자 크기가 넓지 않은 운동장.

몇분이 지나자, 아까 전 그 투수가 있는 곳을 금세 찾을 수 있었다.


펑-!


환하게 웃으며 공을 던지는 남자.

바로 그가 찾던 투수였다.


‘그나저나 되게 행복해보이구만.’


얼마나 던지는 것이 좋기에 저렇게 즐거워할까.

이경철 감독은 흐뭇하게 투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나저나 이제 말려야 할거 같은데?’


공을 꽤나 많이 던졌다.

자신이 본 것만 해도 30개는 족히 넘었다.

이미 투구를 한 상태의 투수가 그렇게 많이 던져서는 안된다.

그런데 이경철 감독은 계속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전혀 지친 기색이 없어···?’


일정한 움직임을 계속 가져간다.

그러면서 공이 흔들림 없이 뻗어나온다.

엄청난 체력이다.

야구선수로서는 엄청난 재능이었다.


‘그래도···!’


“그만!”


그런 재능을 이렇게 썩힐 수 없었다.

자칫 무리했다가 부상을 당하면 이 얼마나 슬픈 일일까.

그렇기에 이경철 감독은 자신을 억누르고 말했다.


“네?”

“그만하라고. 자네 공을 몇개나 던지는지 아는가?”


그 말에 투수는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헝글어진 손이 걸레짝처럼 되어있었다.


“아···.”

“아까부터 계속 봤네. 거의 쉴세 없이 많은 공을 던지더군.”

“네···.”

“도대체 왜 그렇게 공을 많이 던진건가? 그렇게 많이 던지면 몸이 탈나는 건 누구나 다 알텐데.”

“···.”


투수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물었다.

왜 자신은 공을 그렇게 많이 던진걸까하고.


‘게다가 몸도 힘들지 않았고···.’


그게 가장 놀라웠다.

던질 때 만큼은 몸이 피곤하다는 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기에.

마치 미친 놈처럼 공을 던졌다.


‘설마···?’


원래 인생의 답은 단순해야 한다고.

자신이 던졌던 순간들을 하나금씩 되세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이내 입을 열었다.


“그냥 재밌어서요.”


별 다른 이유없다고.

그저 공을 던진게 좋았다고.


“허허.”


그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이경철 감독이 웃었다.

재미있다는 말이 그렇게 재밌게 들릴 줄이야.


“정말 재미있어. 아주 재미있는 투수야. 정말.”


정말 박수를 치고 싶을 지경이었다.

그리고 욕심이 생겼다.

이 재미있는 투수를 어떻게 해주면 좋을까 하고.


“자네, 이름이 뭔가?”

“네?”

“이름이 뭐냐고.”

“아, 나이덕입니다.”

“그래, 나이덕이라고? 혹시 자네 나랑 같이 야구 할 생각 없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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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자, 이제 시작이야 (2) +1 23.10.18 772 13 11쪽
13 자, 이제 시작이야 (1) +1 23.10.17 818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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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죽어도 야구(4) +1 23.10.15 777 15 12쪽
10 죽어도 야구(3) +1 23.10.14 797 18 12쪽
9 죽어도 야구(2) +1 23.10.13 819 14 12쪽
8 죽어도 야구(1) +1 23.10.12 889 14 12쪽
7 위대한 은퇴선수와의 대결(3) +1 23.10.11 922 15 12쪽
6 위대한 은퇴선수와의 대결(2) +1 23.10.10 930 17 12쪽
5 위대한 은퇴선수와의 대결(1) +1 23.10.09 1,039 1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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