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슥슥트레인 님의 서재입니다.

빠따 버리고 천재 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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슥슥트레인
작품등록일 :
2023.10.06 17:01
최근연재일 :
2023.10.28 07:00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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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8,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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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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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마린스와 나(3)

DUMMY

살다보면 실수를 할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만 해도 그렇다.

경기할 때 마다 공을 놓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래서 그런가.

방금 전 승찬이가 공을 놓쳤을 때도 그렇다.


‘이덕했네.’


나를 떠올리며 그저 웃길 뿐이었다.

별로 좋은 기억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 포수 시절이 생각났거든.

그때 나는 뇌 없는 플레이도 자주 했었고.


‘그보다 저 사람들은 왜 이렇게 좋아해?’


물론 친했던 사람들이기는 했다.

내가 의기소침 했을 때 위로도 많이 해줬던 선배 혹은 후배들이니까.

다만, 지금은 적 아닌가?


“저기요, 다들 경기에 집중해요.”


마린스 선수들에게 한 소리였지만.

오히려 우리 부스터즈 멤버들이 더 집중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는 다행인거지만.


‘주자는 1사 3루.’


아직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 승찬이가 공을 흘리면 그대로 실점이었다.

게다가.


‘이번에는 슬라이더를 던지고 싶은데···.’


촉이란게 있다.

이번에는 직구를 던져야 할지 아니면 변화구를 던져야 할지 말이다.

그 촉에 맡긴 결과는 슬라이더.


‘던, 던지게요?’


승찬이가 그렇게 묻는거 같았다.

나는 당연히 던지고 싶으니 던질거라고 말하였다.

받아주면 좋고, 아니면 그게 네 실력인거고.


‘살아남으려면 네가 받아야 할거야.’


솔직하게 말하면 놓치면 포수가 X되는 거지 내가 X되는게 아니란 말씀.

패배에 대한 책임을 나눠 가질 수는 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연대책임.

여긴 군대도 아니고 한 팀이긴 하지만 야구선수는 개인사업자다.


‘나는 내 공을 던질 뿐이다.’


그에 대한 결과가 좋지 않다면 개선하면 되니까.

그냥 던지자.


훅-!


“볼!”


다행히 승찬이는 공을 흘리지 않고 잘 받아냈다.

그래, 내 공이 포크볼도 아니고 커터랑 비슷한데 받아내야지.


‘그러니 슬라이더 한번 더.’


순간 치를 떠는 듯한 승찬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그냥 직구 던지라고 요구하고 있다.


‘난 던질거야.’


직구 싸인에는 계속 절레절레.

원래 포수가 싸인은 내지만 투수 마음대로 하는거다.

이건 정지택 선배가 알려준거니 난 죄가 없다.

여튼.


‘난 슬라이더 던질거야.’


사실 이건 내가 승찬이를 괴롭힐려고 하는 게 절대 아니다.

생각해봐라.

1사 주자 3루.

타자는 오늘 처음 보는 놈이긴 한데 그건 중요한게 아니다.


‘병살 유도 가자!’


주자를 놓고 던지는 게 더 나을거 같아서다.

운 나쁘면 점수를 더 줄수는 있으나 한 점 날 확률 또한 줄어드니까.

그렇다고 일부로 거르는 건 아니고 변화구 위주로 승부를 하겠다는 얘기다.


훅-!


“스트라이크!”


볼로 던질려고 했던 공이 존에 살짝 걸쳤다.

그것도 치면 100프로 죽을 것 같은 우타자 바깥쪽 코스로.


‘운도 실력이지.’


애초에 야구란 게임은 운빨이 좀 따라줘야 하는 게임이다.

괜히 통계학이 좋아하는 게 아니라는 말씀.


‘이번에도 슬라이더.’


타자의 눈에 익숙해 질때까지는 슬라이더를 던질 속셈.

직구가 언제 나올지는 나도 모른다.

내가 던질 각이 나왔다 싶으면 던질테니까.


휙-!


“볼.”


휙-!


“스트라이크!”


슬라이더만 4개를 던졌다.

존에 들어간 건 1개 뿐이고 하나는 헛스윙으로 인한 스트라이크였다.

2s 2b.

투수도 타자도 승부를 해야 하는 상황.


‘직구?’


승찬이는 직구 싸인을 내보냈다.

이제는 슬라이더가 무서워서라기 보단 그냥 직구를 던지면 좋겠다는 의미겠지.


‘노.’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직구를 던질 타이밍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언젠가 기습적으로 던져야 겠다는 생각은 있지만.

여튼.


‘일단 타자는 플라이를 노리겠지.’


희생 플라이.

일단 멀리 보내서 주자를 들어보낼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걸 역으로 노려서 슬라이더를 높게 던지면 어떨까?


‘미친 새끼라고 생각하려나?’


예상대로 승찬이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슬라이더는 기본적으로 떨어지는 공이라 높게 던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실투가 아닌 이상.


‘아, 몰라.’


그냥 던지기로 했다.

정석대로라면 직구를 던져야 되지만, 내 맘이다.

내가 포수였을 때도 투수가 던지고 싶은 공 던지게 했었고.

마운드의 주인은 투수니깐.


딱-!


“후···.”


이번에 던진 공.

생각보다 힘이 실리지 않아서 위험했다.

허나, 타자의 실수로 인해 파울이 되고 말았다.

순간 쫄았잖아.


‘그래, 그래.’


이번엔 진짜 직구로 던질게.

타자도 이만하면 슬라이더에 꽤 익숙해진 거 같으니까.

더불어 어제 준비했던 작전.

와인드업에서 퀵모션으로 바꾸는 것도 지금 사용해야 할 거 같았다.


‘원래는 주자 없을 때 쓸려고 한건데···.’


지금은 주자가 3루에 있으니 계속 와인드업으로 던졌다.

홈스틸 같은 미친 작전은 잘 안나오니까.

실제로 주자는 베이스에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오케이.’


혹시 모르니 눈으로 한 번 견제를 한 뒤, 곧바로 피칭에 들어갔다.

빠르게 던져지는 공.

전보다 힘은 적었지만 어쨌든 빨랐다.


부웅-!


“스트라이끄 아웃!”


퀵모션 작전.

결과적으로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로서 승찬이 녀석도 한숨 거둘 수 있을거다.

그리고 다음타자.


딱-!


“아웃!”


가볍게 우익수가 플라이볼을 잡아냈다.



###




‘후, 살았다.’


외야수가 뜬공 처리를 하자마자 윤승찬은 가슴을 쓸어 담았다.

방금 전까지는 꽤나 긴장했으니까.

전에 실수도 했고 주자 3루에 둔 상황은 자칫하면 자신으로 인해 실점이 날 수 있기에.


‘그래도 날 믿어주셨어.’


처음에는 윤승찬 자신이 못 미더워서 직구를 요구했다.

허나, 나이덕은 그런 자신을 아랑곳 하지 않고 슬라이더를 구사했다.

그것도 연속으로.

그건 포수를 믿지 않았다면 이루어질 수 없는 플레이였다.


‘나였으면 분명 슬라이더를 던지지 않았을거야.’


그저 나이덕이 존경스러운 윤승찬.

다음에는 실수를 줄이겠다고 마음먹었다.

적어도 나이덕 선배 등판에서 만큼은.


“승찬아.”

“네?”


내려오자마자 이창호가 윤승찬에게 말을 걸었다.


“이번에 네 타석 아니가?”

“아, 맞아요.”


혹시 몰라 전광판을 보니 자신의 타석이 맞았다.

윤승찬은 급히 포수 장비를 벗고 타격을 준비했다.

그러자.


“자, 이거 네거 맞제?”


이창호가 윤승찬의 배트를 내밀었다.


“네, 맞아요. 감사합니다.”

“감사할건 없고, 대신 부탁이 있다.”

“부탁?”


윤승찬은 잠시 멍해졌다.

부탁이라니, 내가 들어줄 수 있는게 있나 싶어서.


“이번에 안타 좀 쳐도. 이덕이가 저리 잘 던지는데 우리도 함 도와줘야 되지 않겠나?”


아직까지 점수를 내지 못한 부스터즈.

고작 2회초 이창호의 안타를 제외하면 출루가 없는 상황.

3회 선두타자인 윤승찬이 한 건 해준다면 해볼만 했다.


“그치만···.”


타격에는 그다지 자신이 없었다.

윤승찬이 8번타자인 이유는 포수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타격이 떨어지기도 했기에.


“에이, 그냥 공보고 공치면 된다.”


별거 아니라는 듯한 이창호.

옆에 있던 마흔 둘이 어이 없다는 듯 쳐다보았다.


“저게 무슨 조언이라고···.”


마흔 둘은 한숨을 내쉬며 윤승찬 곁으로 다가왔다.


“승찬아, 잘 들어라.”

“네?”

“일단 직구만 노려라. 어짜피 다 못칠거니까 게스히팅 해봐라고. 솔직히 말해서.”

“···?”

“솔직히 니 만만해서 그냥 바로 들어올거다. 초구부터 걍 노려봐라.”


‘뭔가 일리가 있어···!’


8번타자에게 굳이 변화구 섞어가지고 승부할 필요는 없다.

공 아끼면서 빠르게 잡는게 더 이득이니까.


“조언, 감사합니다.”


자신을 가지고 타석에 들어섰다.

어짜피 자신에 대한 기대는 0에 수렴할테니.

그냥 초구쳐서 결과를 만들어 낼 생각이었다.


“왔어?”


마린스의 포수가 윤승찬에게 말을 걸었다.

집중을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야, 선배가 말을 하잖아. 왜 말이 없냐.”

“···.”


윤승찬은 그저 직구를 노릴 뿐이었다.

그 외?

포수가 뭐라뭐라 하는데 잘 안들렸다.

중요한 건 아니니깐.


“아까 나이덕이가 뭐라 안했어?”


나이덕이란 말에 조금 신경이 쓰이긴 했다.

윤승찬의 어깨가 찔끔 올라간 게 그 증거였다.


‘그치만 여기서 집중이 깨지면···.’


초구 작전도 실패로 돌아가고 만다.

그저 오기로 배트를 움켜잡고 투수를 노려보았다.


“재미없네.”


포수도 윤승찬이 답이 없자 입을 잠시 멈추었다.

그리고 동시에 투수가 투구에 들어갔다.


“후.”


몸에 힘을 살짝 빼냈다.

자칫하다 스윙이 삐끄덕 될 수 있었기에.

그냥 부드럽게 공을 맞춘다는 느낌으로.


훅-!


‘왔다···!’


감이 왔다.

이건 절대 변화구가 아니란 감이.

아까전 조언에 따라 윤승찬은 배트를 힘차게 돌리기 시작했다.


“오···!”


잘 맞은 듯 했다.

윤승찬은 곧장 배트를 던져버리고 내달리기 시작했다.

1루, 2루···.


‘3루까지도 가능하다!’


저 멀리 날아간 타구.

아쉽게 홈런은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펜스를 맞췄다.

그 과정 중 중견수가 공을 한번 놓쳤고.

그대로 윤승찬은 3루까지 내달렸다.


“세이프!”


운이 좋았을지도 모른다.

허나 운도 실력이라는 말이 있듯이.


“흡!”


윤승찬은 자신의 3루타를 자랑하며 주먹을 내질렀다.



###



사람은 나이를 먹는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그 사실을 깨닫는 건 보통 부모님을 오랜만에 봤을 때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나는 이번에 그 사실을 깨달았다.

과거 레전드라 불리었던 사람들의 수비가 얼마나 나이를 먹었는지 말이다.


“미안하다···.”


과거 수비 요정이라 불리었던 이창호 선배.

방금 전 수비를 하다가 알까기를 했다.

분명 이창호라는 이름은 바둑의 신과 동명이인일텐데.

어째서 알까기의 신이 되버린걸까.


“괜찮아요.”


화는 나지 않았다.

어짜피 나의 수호천사 배중근 감독님이 펑고라는 이름으로 혼내줄 테니까.


“이덕아, 미안.”


이번에는 중견수 마흔 둘 선배가 히드 랍 더 볼을 시전했다.

물론 나는 화를 내지 않았다.

그저 배중근 감독님의 펑고 타임이 기대될 뿐이었다.

여튼.


‘경기는 질거 같네.’


승찬이가 만들어낸 한 점.

고스란히 실책으로 점수를 돌려드렸다.

더불어 내 투구수는 이미 50개 근처로 다가왔다.

곧 내려갈 타이밍이었다.


“타임!”


주자 1사 2루.

겨우 아웃 카운트를 잡아냄과 동시에 배중근 감독이 올라왔다.

당연히 공을 챙기고 올라오셨다.


“수고했다. 이제 쉬어라.”


그제서야 나는 마운드에 내려갈 수 있었다.

아쉬운 마음은 있었지만, 그래도 나름 긴장하지 않고 잘 던졌다고 자평할 수 있겠다.


“나이덕! 나이덕!”

“오늘 수고했다!”


그건 나 뿐만은 아닌 듯 했다.

근처에 있던 관중들이 나를 향해 무언가 말을 하기 시작했으니까.

그래서 나는 감사 인사로 모자를 오른손에 쥐며 인사를 했다.

그러자.


짝짝짝-!


박수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박수를 쳐주시다니.

이 얼마나 감동적인 순간인가.


“여러분, 감사합니다.”


말 안하려고 했는데.

이러면 감사하다는 말을 할 수 밖에 없잖아.


“아니다, 우리가 더 고맙다. 네 덕에 재밌었거든.”

“그래요···?”

“어, 난 마린스 놈들 공 던지다가 너보니까 속이 다 시원하더라. 기왕 이렇게 된 거 다시 와라.”

“···.”


왠지 모르게 감동이 식어버렸다.

결국 마린스에 필요할 거 같으니 한 말 아닌가.

그럼에도 나는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들의 마음은 내가 잘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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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자, 이제 시작이야 (1) +1 23.10.17 818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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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죽어도 야구(4) +1 23.10.15 777 15 12쪽
10 죽어도 야구(3) +1 23.10.14 797 18 12쪽
9 죽어도 야구(2) +1 23.10.13 819 14 12쪽
8 죽어도 야구(1) +1 23.10.12 889 14 12쪽
7 위대한 은퇴선수와의 대결(3) +1 23.10.11 922 15 12쪽
6 위대한 은퇴선수와의 대결(2) +1 23.10.10 930 17 12쪽
5 위대한 은퇴선수와의 대결(1) +1 23.10.09 1,039 17 11쪽
4 탐나는 재능(4) +1 23.10.08 1,172 2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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