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슥슥트레인 님의 서재입니다.

빠따 버리고 천재 투수

웹소설 > 일반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슥슥트레인
작품등록일 :
2023.10.06 17:01
최근연재일 :
2023.10.28 07:00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20,134
추천수 :
387
글자수 :
128,500

작성
23.10.12 19:00
조회
883
추천
14
글자
12쪽

죽어도 야구(1)

DUMMY

“···그나저나 안 피곤하십니까?”


박사장이 내게 물었다.

그도 그럴께, 나는 경기가 끝나자마자 박사장네 아카데미로 왔으니까.


“그래도 마무리 훈련은 해야죠.”


이건 예전에도 했던 습관 같은거다.

뭐랄까.

피곤한 근육을 풀어주기 위해서랄까.

여튼 그런 이유로 현역 시절에는 늘 마무리 훈련을 해왔다.


“좋습니다. 기왕 온거 피로 싹 풀도록 합시다.”


그의 말에 간단한 스트레칭이 이어졌다.

뻐근했던 어깨가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좋습니다. 아주 좋아요.”


이번에는 등, 허리 그리고 하체까지 투구에 필요한 모든 근육을 풀어주었다.

그리고 서서히 끝나갈 때.

박사장이 넌저시 내게 물었다.


“이번에 <죽어도 야구> 출연 제의 받으셨다면서요?”

“네, 그보다 그건 어떻게?”

“감독님한테 들었죠, 뭐.”

“아.”

“여튼 출연 하시게 된 거 축하드려요. 덕분에 저희 아카데미 홍보도 덤으로 됐고요. 물론 선수님이나 제가 더 열심히 해야 하겠지만요.”

“그건 그렇죠.”


돈을 받고 뛰는 곳이니까.

예능 프로라고는 하지만 <죽어도 야구>는 정말 프로 선수들처럼 뛰어야 하는 곳이다.

그런 만큼 철저히 몸을 준비해야 한다.


“그나저나 나이덕 선수.”

“네.”

“만약 출연 후 각 구단에서 제의가 오면 어떻게 하실건가요?”

“음···.”


사실 별로 생각 안해봤다.

내게 우선적인 목표는 더 공을 잘던지고 싶다는 것이었으니까.

허나 그걸 자세히 드러다보면 결국 프로 복귀를 빼놓을 수 없다.


‘또 더 강한 상대를 만나고 싶고···.’


이창호 선배와 상대할 때 느꼈다.

강적을 만날 때의 그 짜릿함을.

나도 모르게 승부욕이 불타올랐으니까.

그런 경험은 프로가 아니라면 할 수 없다.


“일단 그때가서 생각하고 싶긴 하네요.”


다만 그런 문제는 일단 미래의 문제다.

당장은 부족한 나를 더 발전시키는게 우선이었다.

그런데 박사장의 생각은 조금 다른 듯 했다.


“음, 그 생각은 존중합니다만. 제 생각은 조금 빠르게 그 대비를 해두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그건 간단합니다. 어느정도 계획을 가지고 움직이는게 미래에도 또 현재에도 필요하기 때문이죠. 간단하게 말해서 무작정 강해진다는 마인드보다는 목표를 어느정도 정해두는게 훈련할 때도 편하니까요.”


“하긴, 그것도 그렇네요. 저는 지금까지 어떤 대비도 안하고 강해지는데 초점을 뒀으니까요.”


“네, 그런만큼 이번에는 목표를 정해두고 훈련을 하도록 하죠. 제의를 받을 그때를 위해서도요.”


그런 이야기로 나는 박사장과 다음 날 논의를 했다.

어떤 훈련 방향을 가져갈지에 대해서 말이다.


“지금까지는 기초적인 연습을 주로 했습니다. 투수로서 몸을 만드는게 우선이었으니까요.”


박사장의 말에 확실히 그런 것 같았다.

그가 여태 내준 훈련 메뉴는 웨이트와 유연성 위주의 즉, 피지컬 적인 요소에 치중되었으니까.


“물론 앞으로도 그럴거긴 합니다만, 약간 씩 기술적인 요소를 첨가하도록 할겁니다.”


즉, 피칭과 관련한 훈련을 서서히 늘리겠다는 얘기였다.


“그렇다면 개인적으로 변화구 하나는 달고 싶네요. 거기서도 직구만 던질 수는 없으니까요.”


아무리 좋은 직구를 가졌다고 해도 변화구 없이는 살아남기 힘들다.

좋은 계약을 따내는 것도 쉽지 않았고.


“그건 그렇죠. 아무리 직구가 좋아도 받쳐주는 공이 있어야 하니까요.”

“네.”

“그렇다면 같이 한번 찾아보도록 하죠. 피칭존으로 갑시다.”

“넵!”



###



문득 중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이유는 별거 없다.

처음 투수를 한 것은 그때였으니까.


“이덕아, 니 투수 한번 안해볼래?”


당시 서은태 코치(중학교 때 투수코치)는 내게 투수를 권유했다.

정확히는 던질 사람이 적어서 부족한 머릿 수 좀 채워달라는 얘기였다.


“알았어요.”


만약 그때 투수를 계속 한다고 했으면.

그랬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여튼 그 말에 나는 투수를 해본 적이 있었다.

다만.


“너 어디로 던지는거니?”


그때는 잘 못했었다.

공은 빠르긴 한데, 제구에 있어서 항상 애를 먹었으니까.

덕분에 서은태 투수코치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있잖아, 이덕아.”

“네?”

“지금은 널 받아줄 포수가 없을거 같아. 당분간은 포수만 하렴.”


열심히 애를 써도 제구는 나아지지 않았다.

서은태 투수코치는 내심 아쉬운 얼굴도 보였지만, 그래도 뭐 어쩌겠나.

받아줄 애들이 없다는데.


그래서 나는 그때 이후로 투수를 하지 않았다.

그런 이야기였다.

지금와서는 조금 웃긴 이야기다.

투수에 재능이 있다니까.


“나이덕 선수, 이전에도 봤지만···. 정말 처음 던지는거 맞으세요?”


박사장의 말투처럼 나도 얼떨떨하긴 했다.

왜냐하면 슬라이더가 워낙 잘 먹혔으니까.

각은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확실히 잘 먹혔다는게 느껴졌다.


“거의 처음이긴 하죠. 중학교 때 잠깐 던진거 빼면 투수를 해본 적이 없으니까요.”

“그건 아는데···. 저도 믿기지가 않네요. 이정도로 빠르게 자기 공을 던질 수 있다니···.”

“하하.”

“이정도 습득력이면 조만간 모든 변화구를 던질 수 있을지도요.”


정말로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단추를 꽤 잘 꿰었으니까.

허나 냉정하게 생각하면 그럴 일은 없을것이다.


‘당연하지만 모든 변화구가 똑같은 위력을 주진 않으니깐. 그 중 잘던지는 걸 취사 선택해서 던지는게 효율적이지.’


이건 포수 시절부터 생각한 거다.

괜히 잘하는 구종 냅두고 애매한 구종을 섞는게 더 난타날 확률이 높으니까.


“여튼, 잘 던지시긴 했습니다. 그래도 처음 던진 구종인 만큼 더 연구가 필요할 거 같습니다.”

“그건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번에 던진 공이 베스트인지는 아직 모르니까요.”


같은 구종이라도 미세한 차이로 인해 안타가 되고 아웃이 된다.

그러므로 이게 베스트가 아닐 수도 있다.


“네, 다만 이번 공도 꽤 괜찮으니 큰 수정보다는 세부적인 매커니즘만 조절하도록 합시다. 전처럼 말이죠.”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이번엔 센서도 장착하도록 하죠. 초고속 카메라도 가동하도록 하고요. 그래야 더 세부적으로 알 수 있으니까요.”

“넵!”


박사장의 말에 따라 이번에는 센서를 부착하고 훈련을 하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살짝 골반이 틀려있네요. 그리고 직구랑 폼이 약간 달라요. 아무래도 슬라이더를 던진다는 의식이 있기 때문인거 같은데, 기본적으로 직구를 던질때와 차이가 없어야 하니까요.”


박사장이 내게 수정해야 할 부분을 알려주었다.

역시 요즘 기계가 좋긴 좋아.

이렇게 곧장 문제점을 알아차릴 수 있다니 말이야.


“이런식으로 자연스럽게 슬라이더를 던지라는 얘기죠? 변화구라는 의식없이.”

“네. 잘 이해하셨네요. 앞으로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갑시다.”

“넵!”



###



“수고하셨습니다.”


오운완.

오늘 운동 완료라는 뜻이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이제 집에 갈 시간이 되었다.


‘아, 그러고보니 엄마한테는 말을 안했네.’


그건 내가 티비에 출연할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그것도 야구를 통해서 말이다.

뭔가 걱정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닐 수도 있고.


삑-삑-

띠로링-!


“다녀왔습니다.”

“어, 왔나?”


집에 도착하니 엄마는 거실에서 티비를 보고 있었다.


“어, 안자고 있었어?”


내 물음에 엄마는 시크하게 리모컨을 까딱거렸다.

티비에는 드라마가 틀어져 있었다.


“그래. 그보다 엄마.”

“···?”

“나 티비 나오게 됐어. 그것도 야구로.”


탕탕-!


엄마의 리모컨이 손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뭐라고? 니 다시 야구선수 할거가?”


시크했던 방금 전 모습과 달리 꽤나 놀란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옆에서 벼락 내린 것 같은 표정이네.


“음, 그럴거 같긴 해. 잘은 모르겠지만.”

“뭔데? 그게. 어버버버 하지 말고 똑바로 말해라.”

“그게 예능이라서 그래. 엄마는 알아? <죽어도 야구>라고 있거든.”

“잉? 그 넷플릭스에 있는 거 아니가? 본적은 없고 있는 건 안다.”

“암튼, 그거 출연할거 같아서. 지원해보려고.”

“그렇나? 일단 이 옆에 앉아봐라. 얘기 좀 해보게.”


내가 생각해도 얘기가 좀 길어질 거 같았다.

그래서 엄마와 나는 바닥에 내려와 앉았다.


“그래. 함 설명해봐라. 일단 니 야구는 어쩌다 하게 된건데?”

“그건···.”


간단하게 요약해서 우연히 사야하게 되서 시작했다고 했다.

원래는 망설였는데 막상 하니까 재밌었다고.

예전처럼 그렇게 무섭지 않았다고.


“그건 프로애들 아니라서 그런거지. 막상 니 그 가면 또 그리되는거 아니가?”


엄마의 말대로 그런 걱정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여태까진 관중 없이 야구를 해온 것이니깐.

하지만.


“괜찮다. 심리적인 요소야 문제가 될 수 있는데 내 객관적으로 엄청 잘던지거든.”


욕먹을 정도로 못하지는 않을거다.

그건 내 공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서다.


“그래? 뭐, 니 그 얼마나 잘던지길래 그러는데.”

“그야, 나 방금 150km 찍고왔어. 엄마도 알지? 150찍는게 얼마나 힘든지.”


엄마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도 알고 있거든.

150이라는 숫자가 투수한테 얼마나 상징적인 수치인지를.


“그래도, 니 걱정된다. 또 트라우마 올까봐.”


그 말에 나도 살짝 겁을 먹었다.

왜냐하면 그때 악플 먹었던 기억이 조금 선명해졌으니까.

그래도.


“괜찮아. 이번에는 보여줄테니까.”


전처럼 두들겨 맞고 방출되는 일은 없을것이다.

예능이잖아.

그러니까 괜찮을거다.

아마도.


“그럼 다행이고. 그래도 너무 힘들면 엄마한테 온나. 아빠도 아직 쌩쌩하니까 어느정도 버팀목 해줄 순 있을거다.”

“···응. 알았어.”

“그래, 씻고 들어가서 자라. 피곤하다 아니가. 내일 출근도 해야 하니까.”

“그래. 엄마도 잘자.”

“난 이거 다 보고 잘려고. 일단 씻어라.”

“응.”



###


다음 날, 점심 즈음.

나에게 한통의 문자가 날라왔다.

모르는 번호였지만, 내용은 내가 알 수 있는 것이었다.


『안녕하세요. <죽어도 야구>의 박세근pd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이번 <죽어도 야구>에 입단 추천을 받은 걸로 알고 있는데, 혹시 나중에 이 문자를 보면 연락 주시길 바랍니다.』


문자를 보자 엊그제 일이 동시에 떠올랐다.

진짜로 pd한테서 연락이 올줄이야.

물론 알긴 알았지만 실제로 오니 실감이 안나서 그렇다.


『일단 지금은 일 중이라 나중, 한 저녁 6시 쯤에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답장을 보낸 지 얼마 안되서 박pd에게 다시 문자가 왔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저녁 7시에 제가 전화드리겠습니다.』


저녁 7시.

딱 퇴근하고 저녁 먹을 때 쯤이었다.

게다가 어제 경기를 치뤄서 오늘은 좀 쉬어줘야 했으니까.

통화 할 시간은 넉넉할거다.

그리고.


띠리링-!


약속된 시간이 되자 전화가 왔다.

박세근 pd의 번호였다.

미리 저장을 해놔서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다.


“여보세요.”

-네, 안녕하세요. 박세근 pd입니다. 나이덕 선수. 이번에 이창호 선수와 배중근 감독님에게 말씀 잘 들었습니다.

“아, 네. 그보다 혹시 무슨 말씀 하셨나요? 이상한 말씀 하신 건 아니죠?”

-설마요. 그저 좋은 투수라고 한번 쯤은 제가 꼭 만나봐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아하.”

-네. 그래서 말인데 나이덕 선수. 이번 <죽어도 야구>의 트라이아웃에 참가 가능하신가요? 아, 참고로 이번 트라이아웃은 티비에서 공개로 진행됩니다.


트라이아웃이라니?

면접봐야 하는 건 알았는데 공개면접이라면 좀 부끄럽다.

그런거면 미리 말을 해달라구요.

여튼.


“네, 가능합니다.”


그런다고 무를 생각은 절대 없다.

이미 tv출연을 각오한 상태인데 공개면접 쯤이야.


-그럼 신청한 걸로 알겠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제가 문자를 통해 전해드릴테니 그거 읽어보시고 문의사항 있으면 연락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트라이아웃 때 뵙겠습니다.

“네엡!”


짧은 통화가 끝난 뒤.

나는 잠시 전화기를 주머니에 넣고 생각했다.


‘붙으면 그 다음은 어떻게 하지?’


설레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내 공은 프로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

과연 나는 어떤 팀에 가게 될까?

지금의 나는 어떻게 변화할까?


‘생각이 많아지네.’


그런 가을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빠따 버리고 천재 투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이 소설은 연중입니다 23.10.30 56 0 -
공지 일요일 휴재 공지 23.10.27 19 0 -
공지 제목 변경 안내(2) 23.10.26 33 0 -
공지 제목 변경 안내 23.10.12 227 0 -
25 두근두근 개막전(3) +1 23.10.28 264 9 11쪽
24 두근두근 개막전(2) +2 23.10.27 319 11 12쪽
23 두근두근 개막전(1) +2 23.10.26 403 11 11쪽
22 마린스와 나(4) +1 23.10.25 490 8 12쪽
21 마린스와 나(3) +2 23.10.24 534 11 11쪽
20 마린스와 나(2) +1 23.10.23 600 15 11쪽
19 마린스와 나 (1) +1 23.10.22 677 11 11쪽
18 자, 이제 시작이야 (6) +1 23.10.21 705 13 11쪽
17 자, 이제 시작이야(5) +2 23.10.20 712 13 11쪽
16 자, 이제 시작이야(4) +1 23.10.19 739 11 12쪽
15 자, 이제 시작이야(3) +1 23.10.19 765 14 11쪽
14 자, 이제 시작이야 (2) +1 23.10.18 769 13 11쪽
13 자, 이제 시작이야 (1) +1 23.10.17 814 14 11쪽
12 죽어도 야구(5) +1 23.10.16 775 15 11쪽
11 죽어도 야구(4) +1 23.10.15 774 15 12쪽
10 죽어도 야구(3) +1 23.10.14 794 18 12쪽
9 죽어도 야구(2) +1 23.10.13 815 14 12쪽
» 죽어도 야구(1) +1 23.10.12 884 14 12쪽
7 위대한 은퇴선수와의 대결(3) +1 23.10.11 918 15 12쪽
6 위대한 은퇴선수와의 대결(2) +1 23.10.10 925 17 12쪽
5 위대한 은퇴선수와의 대결(1) +1 23.10.09 1,033 17 11쪽
4 탐나는 재능(4) +1 23.10.08 1,161 21 13쪽
3 탐나는 재능(3) +1 23.10.07 1,232 26 11쪽
2 탐나는 재능(2) +1 23.10.06 1,389 26 12쪽
1 탐나는 재능(1) +1 23.10.06 1,630 35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