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실가 님의 서재입니다.

신궁강림 이계싹쓸이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실가
작품등록일 :
2019.12.10 22:17
최근연재일 :
2020.02.04 21:58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326,790
추천수 :
7,489
글자수 :
281,105

작성
19.12.19 22:07
조회
8,960
추천
184
글자
12쪽

Ep3. 일단 구경이나 하자.(3)

DUMMY

라이센이 무리에게서 떨어지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삼 형제는 온갖 창의적이고 기발한 욕설로 라이센을 윽박질렀고, 몇몇 사냥꾼들도 이에 동참했다.


결국, 창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뚫려 죽을 거라는 덕담을 듣고 나서야 간신히 떨어져 나올 수 있었다.


무리를 떠난 지 얼마의 시간이 흘렀다. 언덕을 횡으로 이동하던 라이센이 거의 반대편 부근에 다다랐다.


‘이쯤이면 충분히 떨어졌겠지?’


이제부터 언덕을 오르기 시작하면 고블린이 나타날 터였다. 라이센은 살을 시위에 얹고 몸을 수그렸다. 그리고선 조심조심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저 멀리 고블린 한 마리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팔짱에 창을 끼운 채 꾸벅꾸벅 졸고 있는 고블린.


라이센이 몸을 숙이고 천천히 앞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건지 고블린이 금세 고개를 들었다. 잠시 정지. 라이센이 심장이 살짝 뛰었다.


여기서는 조금 먼데.


그러던 라이센의 머릿속에 뭔가가 스치고 지나갔다.


‘맞다, 그 시스팀인지, 시스템인지 그게 있었지.’


뿌드득.


라이센은 고블린을 향해 시위를 당기며 시스템에서 본 기술 하나를 떠올렸다.


- 저격(lv1).


그러자 라이센의 시야가 순식간에 확대됐다. 저 멀리 좁쌀만 하게 보이던 고블린이 사과 한 알 정도의 크기로 커졌다.


호흡이 강제로 멈춰지고 손의 떨림이 줄어들었다. 뭔가 을씨년스러운 기운이 몸을 휘감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쏠 수 있다.


피융.


시위를 떠난 화살이 대기를 가로질렀다.


“껙!”


다음 순간 고블린의 목에 화살이 돋아있는 게 보였다.


‘세상에, 이거 진짜로 효과가 있잖아.’


- 경험치 +20.

- 고블린 첫 사냥 경험치 보너스 +200.

- 다음 레벨까지 남은 경험치 620.


머릿속에 띠링하는 소리와 함께 메시지가 새겨졌다. 그렇군. 사냥을 하면 경험치가 오르고, 그게 일정량에 달하면 레벨업이 된다는 거군.


라이센이 쓰러진 고블린에게 다가갔다. 고블린은 화살이 목에 박혀,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죽은 모양이었다.


그는 화살을 뽑아 다시 챙긴 후 시체를 수풀 속에 숨겼다. 혹시나 다른 고블린이 발견하는 걸 방지해야 한다.



언덕을 좀 더 오르니 이번엔 고블린 세 마리가 보였다. 놈들은 큰 떡갈나무를 중심으로 각자 사방을 경계하고 있었다.


‘최대한 은밀하게 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한 라이센은 숨을 죽이고 고블린들의 시선이 서로 떨어질 때를 기다렸다.


한 마리가 오른쪽으로 조금 자리를 변경했다. 이 정도면 나무에 가려 다른 놈들이 못 볼 거 같은데.


- 저격(lv1)


빠각.


시위를 떠난 화살이 보기 좋게 놈의 미간에 박혔다. 고블린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절명했다. 화살이 두개골을 뚫는 둔탁한 소리가 들렸지만 다른 두 놈은 아직 눈치채지 못했다.


라이센은 재빨리 반대편 방향으로 이동했다.


‘최대한 어디서 쐈는지 모르게 해야 해.’


그사이 다른 한 놈이 동료의 시체가 있는 쪽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다음 살을 날리기엔 충분한 시간.


“껙!”


두 번째 고블린은 짧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그제야 마지막 남은 고블린이 쓰러지는 동료를 바라봤다.


“끼에에엑!”


마지막 고블린이 달려오며 소리를 질렀다. 쓰러진 동료를 확인한 놈은 자세를 낮추며 황급히 주위를 둘러봤다.


왼쪽? 아니면 오른쪽? 고블린은 이 화살이 어디서 날아왔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적어도 그의 시야에는 어딜 봐도 적의 모습은 없었다.


쉬이익.


그때, 고블린은 날카로운 무언가가 자기 이마를 뚫고 돋아났음을 느꼈다. 이마를 더듬어 돋아난 화살을 확인한 놈은 그대로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순식간에 고블린 셋을 제압한 라이센은 저격기술의 위력에 적잖이 놀랐다. 도대체 이 시스템이라는 것을 누가, 어떤 이유로 준 걸까.


라이센이 자리를 정리하고 다시 언덕으로 올라가자, 아까와 똑같이 세 마리의 고블린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뿌드득.


피융.


“켁!”


화살 한 발에 한 놈씩.


아까와 똑같은 방식으로 고블린을 하나씩 제거해 나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마지막 남은 놈에게 그만 위치를 들키고 말았다.


고블린이 괴성을 지르며 라이센에게 달려왔다. 그 기세가 하도 사나워 라이센은 자기도 모르게 도망을 쳤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다시 살을 시위에 얹기를 잊지 않았다. 준비를 마친 라이센이 힐끔 뒤를 돌아보자, 분노한 고블린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카이얏! 닥 캬아크.”


도망치는 것에 바싹 약이 올랐는지 고블린이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뱉으며 쫓아왔다.


그리고는 라이센을 향해 들고 있던 창을 힘껏 내던졌다.


하지만 창은 한참 미치지 못한 지점에 떨어지고 말았다.


‘대충 놈들의 사거리는 이 정도쯤이군.’


창의 사거리를 가늠한 라이센이 완전히 뒤로 돌아 활을 겨눴다. 흥분한 탓에 그만 하나밖에 없던 무기를 써버린 고블린의 넋 나간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피융.


머뭇거리던 고블린의 미간에 화살이 꽂혔다.


지금껏 3인 1개 조의 고블린들은 저격 스킬로 쉽게 제거할 수 있었다. 한 두 놈에게 위치가 발각되더라도 놈들의 창은 활보다 사거리가 너무 짧았다.


게다가 아까부터 몇 놈의 비명을 막지 못했지만, 그 소리를 듣고 달려오는 다른 놈들은 없었다.


‘이거 좀 빨리 움직여도 되겠는걸.’


그렇게 생각한 라이센은 점점 대담해졌다.


사냥속도가 점점 빨라지더니, 급기야 걸어가면서 고블린을 저격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 경험치 +21.

- 경험치 +20.

- 경험치 +19.

- ···


시스템 메시지가 쉴 새 없이 울리며 경험치 상승을 알렸다.


몸을 숨길 필요도 없었다. 고블린이 라이센을 발견하기 전에 그가 먼저 놈들을 발견했다.


발견하면 그냥 쏜다. 그뿐이었다. 한 발을 쏘면 여지없이 한 마리가 쓰러졌다.


‘진정 누워서 떡먹기로다.’


한참을 그렇게 언덕을 오르던 라이센은 어느 순간 짜릿한 고양감을 느꼈다.


레벨업.


- 레벨업했습니다. 레벨2 달성!

- 기술점수 1이 부여됩니다.


레벨업을 달성한 순간 라이센은 시스템을 대략 이해할 수 있었다. 경험치를 쌓으면 레벨이 오르고, 그럴 때 마다 기술 점수를 하나씩 받는 구조.


‘레벨이 오르는 걸 레벨업이라 하는 군.’


그는 별로 고민하지 않고 점수를 저격에 투자했다. 투자할 기술이 그것밖에 없기도 했지만.


- ‘저격’ 기술이 레벨2가 됩니다.

- 저격 시 시야의 확대 수준이 10% 증가합니다.

- 저격 시 손 떨림이 10% 줄어듭니다.

- 저격 시 피해량이 10% 증가합니다.


‘정말 신기한 능력일세.’



잠시 시스템창을 들여다보며 감탄하던 라이센이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봤다.


벌써 언덕의 정상.


그곳에는 고블린들의 작은 부락이 보였다. 나뭇가지를 엮어 만든 집들과 여기저기 보이는 캠프의 흔적들. 몇몇 고블린들이 부락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기고만장한 라이센은 수풀을 헤치며 거침없이 다가갔다. 활의 사거리에 들어오면 닥치는 대로 놈들을 사냥할 계획이었다.


그렇게 수풀 더미 하나를 헤치고 몸을 빼냈는데,


그만 코앞에서 고블린과 마주쳐버리고 말았다.


초록색으로 번들거리는 근육질의 피부, 붉게 충혈된 눈, 코앞에서 인간을 마주친 놈의 입이 서서히 열리며 날카로운 이빨이 드러났다.


벌어진 입안에서 끈적끈적한 침 줄기가 떨어졌다. 고블린은 몽둥이를 젖혀 들고 라이센에게 달려들었다.


“닼 카야크 닼!”


정신이 번쩍 든 라이센은 자세히 겨눌 틈도 없이 살을 발사했다. 미처 스킬을 쓸 엄두도 내지 못했다.


“켁!”


운 좋게도 화살이 놈의 가슴팍을 꿰뚫었다.


하지만 화살은 달려오는 고블린의 관성을 저지하진 못했다.


고블린이 쓰러지며 그의 몸을 그대로 덮쳤다. 고블린의 피와 침이 라이센의 얼굴을 뜨뜻하게 적셨다.


라이센이 쓰러진 고블린을 옆으로 밀어냈다. 눈앞에 또 다른 고블린이 칼을 휘둘렀다.


“카야크 닼!”


날카로운 칼날이 머리칼을 스쳤다. 라이센은 놈을 발로 걷어차 밀어냈다. 고블린이 칼을 바닥에 떨구며 쓰러졌다. 라이센이 잽싸게 몸을 일으켰다.


놈이 떨어트린 칼을 다시 주어 들었다. 라이센은 급하게 등 뒤의 화살을 뽑으려 했다.


화살이 기다란 화살통에 걸려 걸리적댔다. 화살을 뽑는 시간은 그래도 찰나이건만, 그 순간이 한나절 같이 느껴졌다.


“하카멬! 하카아닼!”


커다란 외침과 함께 득달같이 달려드는 고블린. 살을 시위에 걸 시간 따윈 없었다.


젖먹던 힘을 쥐어짜 놈의 칼을 피하고, 그저 화살을 내지르는 수밖에.


“꺼억!”


운 좋게 찌른 화살이 놈의 목에 정확히 꽂혔다.


목을 부여잡고 비틀거리는 고블린.


그제야 정신을 차린 라이센이 다시 살을 얹어 활을 겨눴다. 상황은 이미 끝났다. 고블린은 눈을 부릅뜬 채로 숨이 끊어졌다.



“허억, 허억···”


라이센은 쿵쾅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주변을 둘러봤다.


‘저격 스킬은 가까운 거리에선 쓸모가 없군. 뭔가 대책이 있어야겠어. 그나마 동개라도 차고 있었다면 살을 조금이나마 빨리 뽑았으련만.’


라이센은 그렇게 생각하며 쓰러진 고블린에게 다가갔다. 고블린이 휘두르던 검이 예사롭지 않아 보여서였다.


장검보다는 짧고, 단검보다는 조금 더 긴 검.


목에 화살이 꽂힌 채 죽은 고블린은 허리춤에 그럴듯한 칼집까지 차고 있었다.


칼을 들어 확인해 보니 폼멜에 푸른 보석이 박혀 있었다. 가드 부근에는 깨알 같은 글씨가 음각되어 있었고, 칼날은 예리하고도 균일했다.


평범한 단검은 아니군. 습격한 인간 중 돈 많은 부류가 하나 있었나 본데.


라이센은 검을 몇 번 휘둘러 본 후 허리춤에 찼다. 너무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은 크기. 활과 함께 쓰기엔 딱 좋았다.



다시 고블린의 부락을 바라봤다. 그러자 라이센은 부락 쪽에서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부락의 고블린들이 너도나도 무기를 들고 바삐 움직이더니 이내 한곳으로 모였다.


저격 기술을 활용해 그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그중 덩치가 크고, 번듯한 옷을 입은 고블린 하나가 모여든 놈들에게 뭐라 뭐라 지시를 하고 있었다.


‘저놈이 우두머리인가?’


우두머리가 갑자기 라이센이 있는 곳을 향해 손가락질했다. 그러자 수많은 고블린들이 갑자기 이쪽을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뭐야? 지금 이쪽으로 오는 거야?’


방금 이 자리에서 쓰러트린 고블린은 두 마리. 크게 소리는 나지 않았다. 대체 어떻게 들킨 거지.


‘아, 이런 젠장.’


라이센은 도망을 치려 했으나 선뜻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가 본 고블린들은 인간보다 훨씬 더 빨랐다.


그럼 활을 쏠까? 몇 마리 정도는 죽일 수 있겠지만 저 정도 수라면 순식간에 둘러싸일 가능성이 컸다. 접근전에서 불리하다는 것은 조금 전 뼈저리게 느꼈다.


숨을 곳도 없었다. 여기저기 수풀이 우거져 있었지만, 마땅히 몸을 가릴만한 곳은 없었다. 놈들의 시력이 좋지 않다고는 하나, 그 수가 많다면 얘기는 달랐다.


그러다가 라이센의 눈에 유달리 높게 뻗은 나무 하나가 들어왔다.


‘그래, 저 나무 위에 몸을 숨기는 수밖에는.’


생각을 마친 라이센이 나무를 탔다. 최대한 높이 올라가 숨으면, 보지 못하고 지나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제발 좀 그냥 지나가라.


그렇게 나무 위에 올라 상황을 내려다보고 있는데, 어느새 놈들이 근처까지 다다랐다. 수십에 달하는 고블린들이 괴상한 소리를 내며 언덕 위를 메웠다.


이놈들 원래 이렇게 많았나.



“카야탓! 칼룩메닼!”


그때 고블린 하나가 손가락질을 하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고블린들이 고개를 들어 일제히 나무 위를 바라봤다. 라이센의 심장이 순간 덜컥 내려앉았다.


‘시발, 이거 꼼짝없이 죽게 생겼구나.’


고블린들이 나무 근처로 달려왔다. 몇 놈은 나무 위를 향해 창을 내던졌고, 몇 놈은 득달같이 나무를 타기 시작했다.


놈들이 내지르는 엄청난 고함과 기세에 라이센의 머리가 새하얘졌다.


그런데,



놈들이 던진 창은 라이센이 있는 곳까지 닿지 못했다. 나무도 잘 타지 못했다.



활의 사거리는 대부분의 고블린에게 충분했다.


작가의말

다음 편 살짝 고구마가 예상되도 양해부탁드림니다. 아무래도 주인공에게 위기가 있어야 하니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신궁강림 이계싹쓸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1 Ep6. 짐승같은(4) +14 20.01.03 6,992 165 13쪽
20 Ep6. 짐승같은(3) +10 20.01.02 7,080 153 14쪽
19 Ep6. 짐승같은(2) +11 20.01.01 7,185 161 13쪽
18 Ep6. 짐승같은(1) +14 19.12.31 7,687 166 13쪽
17 Ep5. 어그로(2) +11 19.12.30 7,533 185 14쪽
16 Ep5. 어그로(1) +10 19.12.29 7,747 178 13쪽
15 Ep4. 그들의 둥지(5) (수정) +13 19.12.27 7,783 169 14쪽
14 Ep4. 그들의 둥지(4) +5 19.12.26 7,709 173 13쪽
13 Ep4. 그들의 둥지(3) +6 19.12.25 7,789 180 12쪽
12 Ep4. 그들의 둥지(2) +8 19.12.24 8,106 185 14쪽
11 Ep4. 그들의 둥지(1) +12 19.12.23 8,629 171 14쪽
10 Ep3. 일단 구경이나 하자.(5) +8 19.12.22 8,683 166 13쪽
9 Ep3. 일단 구경이나 하자.(4) +15 19.12.20 8,713 168 13쪽
» Ep3. 일단 구경이나 하자.(3) +16 19.12.19 8,961 184 12쪽
7 Ep3. 일단 구경이나 하자.(2) +6 19.12.18 9,664 189 13쪽
6 Ep3. 일단 구경이나 하자.(1) +18 19.12.17 10,075 203 13쪽
5 Ep2. 그저 살아남고 싶다.(4) +14 19.12.16 10,182 200 14쪽
4 Ep2. 그저 살아남고 싶다.(3) +13 19.12.14 10,507 198 14쪽
3 Ep2. 그저 살아남고 싶다.(2) +11 19.12.13 10,792 215 13쪽
2 Ep2. 그저 살아남고 싶다.(1) +15 19.12.12 12,304 205 13쪽
1 Ep1. 프롤로그 +14 19.12.11 13,668 181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