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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가 님의 서재입니다.

신궁강림 이계싹쓸이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실가
작품등록일 :
2019.12.10 22:17
최근연재일 :
2020.02.04 21:58
연재수 :
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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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6,789
추천수 :
7,489
글자수 :
281,105

작성
19.12.18 22:31
조회
9,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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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
글자
13쪽

Ep3. 일단 구경이나 하자.(2)

DUMMY

배불뚝이는 쉽게 속아 넘어가지 않았다. 그의 표정이 곧 의심스럽다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에이, 그닥 쓸모는 없어 보이는데, 그럴 리가 있소? 정말 포샤트에서 온 게 맞긴 하오?”

“이렇게 사람을 못 믿어서야 원. 두고 보시오. 앞으로 나 같은 활잡이들이 이 장비를 만들어달라고 줄을 설 거요.”

“그럴 일은 전혀 없을 거 같은데.”


배불뚝이는 그렇게 말하며 먼지다만 가죽을 손질하기 시작했다. 라이센은 가죽이 걸린 틀 위에 두 팔을 얹으며 얼굴을 들이밀었다.


“내 말은 틀림없소.”

“푸하하, 그런 걸 또 누가 쓴다고.”

“정말이오. 그리고 내가 그 물건을 만드는 법을 알려줬으니, 똑같은 의뢰가 들어오면 내게 그 값의 삼 분의 일을 떼줘야 하오.”

“뭐요? 자꾸 거짓말 치지 마쇼. 진짜 그런다 해도 내가 왜 돈을 떼줘야 하지?”

“당신 말이 사실일지 자신이 없는 거요? 만약 당신 말이 맞다면 돈 떼일 일도 없지 않소?”

“뭐요? 푸하하!”


상기된 표정의 배불뚝이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거 삼분의 일로 되겠소?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내 절반도 떼드리지. 됐으면 방해 말고 어서 가시오.”

“분명 약속한 거요.”


배불뚝이는 귀찮다는 투로 손을 휘휘 저었다.


좋아. 뿌려둔 밑밥은 언젠가 거둬들일 기회를 얻게 되는 법. 오늘은 이쯤하고 물러난다.




***




다음 날 아침 라이센은 늦게 일어났다. 이틀 동안 잠도 못 자고 걸었더니 피로가 많이 쌓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오랜만에 푹신한 침대에서 자고 나니 몸은 상쾌했다.


그리고 지금은 사냥꾼들 틈에 껴 광장 한복판에 서 있는 중이다. 오늘 아침 이곳의 영주가 사냥꾼을 모집한다는 소문을 들어서다.


잠시 기다리고 있자 보라색 튜닉에 깃털이 달린 모자를 쓴 남자가 나왔다. 이곳 영지의 행정관이었다.


땡, 땡, 땡.


그가 게시판 옆에 있는 종을 세 번 울린 후 입을 열었다.


“험험, 아시다시피 행정관 모스타초요. 에르틸로 영주 님의 포고를 전하러 나왔소.”


웅성거리는 소음이 멈추자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


“의뢰 내용은 북쪽 언덕의 고블린 퇴치요. 원래 북쪽 언덕은 괴물이 없는 작은 숲이었소. 하지만 몇 달 전 대수림에서 밀려난 고블린들이 그곳에 정착한 모양이오. 그들은 언덕을 지나는 영지민들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온갖 악행을 일삼으니···”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괴물은 그들의 영역을 잘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고블린만은 예외로, 간간이 영역을 벗어나거나 인간의 마을을 습격하기도 한다.


“아마 언덕 꼭대기에 그들의 본거지가 있을 것이오. 그곳에 있는 고블린 우두머리를 처리해 주시오. 영주 님께선 그 목을 가져다주는 자에게 금화 20개를 내리겠다 하셨소.”


고블린들은 우두머리를 잃으면 쉽게 와해한다고 들었다. 아마 그놈만 죽이면 나머지 놈들은 언덕을 포기하고 다시 대수림으로 도망칠 터였다.


“놈들이 모아뒀을 보물은 어쩌지? 먼저 주은 사람이 다 가져도 되겠지?”


어디선가 걸쭉한 목소리가 들렸다. 다른 사람보다 머리 하나는 더 있을 커다란 덩치. 등에는 덩치만큼 커다란 검을 메고 있었다.


“그건 그렇게 하시오. 보물에 무기를 가장 먼저 가져다 댄 자가 주인이라는 건 다 아는 규칙 아니오?”

“크하하, 그럼 보물은 우리 폭풍의 검 삼 형제의 것이 되겠군.”


폭풍의 검 삼 형제?


자세히 보니 덩치의 옆에는 그만한 덩치를 가진 사내가 두 명 더 있었다. 그나저나 자기 입으로 폭풍의 검이라니, 저 나이에 아직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단 말인가.


“그럼 화, 활로 보물을 먼저 쏴 맞추면 되겠네.”


활잡이 하나가 말을 내뱉자 덩치가 인상을 찌푸리며 돌아봤다.


“무기가 활이면 화살이 아니라 활을 보물에 가져다 대야 하는 거야, 이 멍청아. 그런 것도 모르고 사냥질했냐?”


그런 규칙이었다니 좋다 말았군.


“어쨌든 놈을 잡으려면 지금 출발하는 게 좋을 거요. 고블린은 낮에 자고 밤에 활동하니까. 하지만 방심은 하지 마시오. 언덕 여기저기에 보초들이 서 있을 테니 꼭대기까지 오르는 게 쉽지만은 않을 거요.”


마지막 말을 전한 행정관 모스타초는 휭하니 킵 쪽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가 사라지자 사냥꾼들이 각자 무리를 지어 웅성거리고 있는데, 그 자칭 폭풍의 검 삼 형제가 앞으로 나왔다.


“다들 주목!”


가장 나이가 있어 보이는 덩치가 크게 소리를 쳤다. 나머지 둘은 그 좌우에 나란히 섰다.


첫째의 이름은 프리메로, 둘째는 세군도, 셋째는 테세로. 거만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둘러보는 품새가 이곳을 제법 휘어잡고 있는 놈들 같았다.


“여기 우리보다 우두머리의 목을 먼저 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놈이 있나?”


그 말에 아무도 대꾸하지 못했다.


“없지? 십중팔구 금화에 눈이 멀어 언덕을 기어오르다 대부분 뒤지겠지? 그렇지?”

“···”

“그래서 나 폭풍 검의 삼 형제 중 첫째, 프리메로님이 너희에게 조금의 기회를 주려고 한다. 어차피 상금은 우리 몫인데, 너흰 조금이라도 챙겨가야 하지 않겠어?”


대꾸하는 자가 없는 걸 보니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던 듯했다. 프리메로가 바닥에 침을 퉤 하고 뱉더니 말을 이었다.


“각자 따로 움직이는 것보다 같이 움직이는 게 훨씬 수월한 건 다들 알지? 우리가 시키는 대로 움직이면 상금을 조금 나눠주지. 어때?”

“···”

“각자 따로 가서 다 같이 뒤질래? 아니면 우릴 도와주고 조금이라도 챙길래?”


사람들이 웅성거리더니 그중 누군가가 물었다.


“도와주면 얼마씩 줄 거요?”

“뭐 기분에 따라 다르겠지만, 두당 은화 두 개씩은 보장하지. 어디 보자, 여기 있는 놈들 다 합치면 열댓 명쯤 되려나?”


프리메로는 사냥꾼들의 머릿수를 세며 혼자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한참을 그러고 있는 걸 보니 머리 좋은 놈은 아니었다.


“좋아. 난 하겠어.”

“나, 나도.”


잠시 머뭇거리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삼 형제 쪽으로 모이더니, 결국 라이센을 제외하곤 죄다 삼 형제의 패가 돼버리고 말았다. 저런 자존심도 없는 녀석들 같은니라고.


“이봐, 거기 너.”

“나 말이오?”

“그래. 네놈만 남았는데, 혼자 갈 거냐?”


저런 산적 같은 놈들에게 휘둘리느니 차라리 안 하고 말지.


하지만,


“그럴 리가 있겠소? 당연히 함께 가겠소.”


라이센이 잽싸게 뛰어 패거리 옆에 섰다.


‘괴물을 상대하는 건 처음이니 일단 남들이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자고.’




***




“저 폭풍의 검 삼 형제라는 분들은 어떤 분들이오? 폭풍같이 검을 휘두른다 해서 붙은 별명이오?”

“아, 저 미친개 삼 형제 말야?”

“미친개?”

“그래, 칼 좀 쓴다고 하도 으스대는 통에 마을 사람 전체가 싫어하는 놈들이야. 그래서 미친개 삼 형제라고 부르는 거고. 폭풍의 검은 개뿔.”


라이센은 옆에 있는 사냥꾼과 몰래 잡담을 하며 언덕을 올랐다.


언덕을 오른 지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맨 앞에 가던 프리메로가 갑자기 자세를 낮추며 멈췄다.


일행이 따라 멈추자 그는 조용히 먼 곳을 가리켰다.


“저기 멀리 고블린 세 마리.”


그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창을 든 고블린 세 마리가 자리를 서성이고 있었다. 괴물을 실제로 보니 꽤 떨리는군.


프리메로가 다시 말했다.


“저 자린 나무가 우거져있어 우리에게 불리해. 놈들을 조금이라도 트인 곳으로 유도한다.”


그는 근처에 나무가 없는 개활지로 일행을 이끌었다.


삼 형제의 무기는 모두 대검. 아무래도 나무가 많은 곳에서는 휘두르기 불편했다. 자기들이 싸우기 좋은 쪽으로 유인하자는 전략이었다.


“거기 활잡이들. 놈들한테 쏴서 이쪽으로 유인해. 대충 저기까진 날릴 수 있겠지?”


그 말에 라이센이 나설 틈도 없이 활잡이 두 명이 앞으로 나섰다. 피융 하는 소리와 함께 화살이 고블린들의 근처에 떨어졌다.


“끼엑?”


하지만 고블린들은 화살이 날아온 것을 아예 눈치채지 못했다.


‘소리나 기척을 잘 못 느끼나?’


그러자 프리메로가 다시 일갈했다.


“야 이 새끼들아. 맞추라고까지는 말도 안 해. 적어도 알아는 먹게 쏴야 할 것 아냐. 얼른 다시 쏴!”


활잡이들이 군말 없이 다시 화살을 쐈다. 화살 한 발이 고블린하나의 뺨을 스치고 나무에 박혔다. 고블린들은 그제야 눈치를 챘다.


“끼에에!”


하지만 놈들은 소리만 지를 뿐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알지 못했다. 자세를 낮추고 주변을 두리번거릴 뿐이었다.


‘저놈들 눈은 어따 둔 거냐?’


보다 못한 프리메로가 소리쳤다.


“야 이 눈뜬장님 새끼들아! 여기다!”


그러자 사냥꾼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소리를 질렀다. 그제야 이쪽을 본 고블린들. 곧 놈들이 눈을 부릅뜨고 달려왔다.


“자, 다들 준비들 하시고. 활잡이들 마구 쏴!”


피융, 피융.


달려오는 놈 중 한 마리만 다리에 화살을 맞고 쓰러졌다. 나머지는 기세를 멈추지 않고 달려왔다.


달려오는 놈들의 속도가 무시무시했다. 사냥꾼들이 일제히 칼이며 도끼 따위를 뽑아들었다.


“키엑, 키에엑!”

“둘러싸서 조져!”


이내 고블린 두 마리와 사냥꾼 열댓이 섞여 창칼을 휘둘렀다. 사냥꾼의 숫자가 훨씬 많았지만 고블린 두 마리는 전혀 겁먹지 않았다. 오히려 사냥꾼들이 쉽사리 앞으로 나서질 못했다.


단단한 근육으로 뒤덮인 몸, 시뻘겋게 충혈된 눈, 날카로운 이빨. 그 무시무시한 모습에 조금 작은 키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야아압!”


하지만 프리메로가 대검을 휘두르자 고블린의 목 하나가 떨어졌다. 폭풍의 검까지는 아니지만 나름 깔끔한 베기.


그 모습에 고무된 사냥꾼들이 일제히 나머지 고블린을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


“케, 케엑.”


남은 한 마리도 온몸에 구멍이 뚫렸고 이내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어때? 같이 하니까 그래도 할만하지?”


프리메로가 숨을 고르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는 순간, 삼 형제 다른 하나가 소리를 질렀다.


“또 온다!”

“끼에에에에!”


반대편 수풀을 헤치고 고블린 세 마리가 또 나타났다.


“저쪽에도 있어!”


또 다른 편에서 역시나 세 마리가 더 나타났다. 아까 처음의 고블린들이 지르는 소리를 듣고 달려온 모양이다.


“좋아! 이럴 줄 알았어. 어차피 이 자린 우리가 유리해. 당분간 여기서 몰려드는 놈들을 처리한다. 조져!”

“이 새끼들 별거 없어, 다 쓸어버려!”

“이, 이야아압”


아까보다 더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여기저기 피가 흩뿌려지고 살점이 튀었다. 고블린과 사람들이 뒤엉키자 라이센은 활을 쏠 틈을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삼 형제는 생각보다 강했다. 다른 사냥꾼들이 주의를 끄는 동안 하나씩 고블린의 숫자를 착실히 줄여나갔다. 뭐 솜씨는 어느 정도 있는 놈들이군.


“끄으윽.”


마지막 고블린의 숨이 끊어졌다. 아직 흥분을 가시지 못한 사냥꾼들이 이미 시체가 된 고블린의 몸을 마구 찔렀다.


“새끼들아, 이제 그만들 하라고.”


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사냥꾼들이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부상자들은 잠시 상처를 돌봤다. 그렇게 숨을 고른 후 프리메로가 다음 지시를 내렸다.


“좋아. 이 정도면 해가 떨어지기 전에 꼭대기까지 갈 수 있겠어. 좀 더 올라가다가 또 고블린을 발견하면 이거랑 똑같이 하는 거야. 알았어?”

“아, 알았소.”

“대충 이걸 몇 번이나 반복해야 될 거 같습니까?”

“글쎄, 한 열댓 번 하면 꼭대기까지 닿지 않겠어? 불평하지 말고 니들은 우리 만나서 운 좋은 줄 알라고.”


그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데,



‘아니, 이 무식한 짓거리를 계속해야 한다고?’



라이센이 보기에 이 방식은 너무 비효율적이었다. 그가 보기에 고블린들은 청력과 시력 둘 다 좋지 않았다.


물론 첫 번째 놈들이 괴성을 지르자 다른 놈들이 달려오긴 했다. 하지만 그렇게 큰 소리라면 아무리 귀가 나빠도 못 듣는 게 이상했다.


그럼 그런 걸 이용해서 싸워야지, 온 동네 떠나가라 소리 지르면서 싸우다니. 이런 방식은 대검을 쓰는 삼 형제에게는 어울릴지 몰라도 라이센에게는 영 아니었다.


‘차라리 나 혼자 은밀히 움직이는 게 낫겠네. 왠지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한 라이센이 대뜸 프리메로에게 말했다.



“이보시오, 난 이만 다른 쪽에서 따로 올라가겠소.”

“뭐 이 새끼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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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Ep6. 짐승같은(2) +11 20.01.01 7,185 161 13쪽
18 Ep6. 짐승같은(1) +14 19.12.31 7,687 166 13쪽
17 Ep5. 어그로(2) +11 19.12.30 7,533 185 14쪽
16 Ep5. 어그로(1) +10 19.12.29 7,747 178 13쪽
15 Ep4. 그들의 둥지(5) (수정) +13 19.12.27 7,783 169 14쪽
14 Ep4. 그들의 둥지(4) +5 19.12.26 7,709 173 13쪽
13 Ep4. 그들의 둥지(3) +6 19.12.25 7,789 180 12쪽
12 Ep4. 그들의 둥지(2) +8 19.12.24 8,106 185 14쪽
11 Ep4. 그들의 둥지(1) +12 19.12.23 8,629 171 14쪽
10 Ep3. 일단 구경이나 하자.(5) +8 19.12.22 8,683 166 13쪽
9 Ep3. 일단 구경이나 하자.(4) +15 19.12.20 8,713 168 13쪽
8 Ep3. 일단 구경이나 하자.(3) +16 19.12.19 8,960 184 12쪽
» Ep3. 일단 구경이나 하자.(2) +6 19.12.18 9,664 189 13쪽
6 Ep3. 일단 구경이나 하자.(1) +18 19.12.17 10,075 203 13쪽
5 Ep2. 그저 살아남고 싶다.(4) +14 19.12.16 10,182 200 14쪽
4 Ep2. 그저 살아남고 싶다.(3) +13 19.12.14 10,507 198 14쪽
3 Ep2. 그저 살아남고 싶다.(2) +11 19.12.13 10,792 215 13쪽
2 Ep2. 그저 살아남고 싶다.(1) +15 19.12.12 12,304 205 13쪽
1 Ep1. 프롤로그 +14 19.12.11 13,668 181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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