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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ster 님의 서재입니다.

펠릭스전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夢ster
작품등록일 :
2014.12.22 00:00
최근연재일 :
2016.12.28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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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3.2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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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76

DUMMY



76


"걱정되시는 겁니까?"

로렌스 백작이 자꾸만 뒤돌아보는 아이샤에게 물었다.

"예!"

"…."

로렌스 백작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들 뒤로 수많은 병력들이 뒤따르고 있었다. 아무리 강한 척을 한다고 해도 그녀의 가녀린 어깨에 수많은 이들의 목숨이 걸려있었다.

며칠 전 병력과 물자의 분배가 끝나고 최종 작전회의가 있었다. 문제는 역시 아이샤가 입안한 작전이었다.

오크도 인간 정도의 지성을 가지고 있다는 가정 하에서 입안한 작전이었다. 수차례 격렬한 토론이 이어졌다. 그러나 격론의 결과는 토벌부대의 대장이 선임되면서 실없이 끝나버렸다.

남부의 최북단에서 동, 서 양군으로 나뉘어 출정하는 두 부대는 서군의 총 대장을 아이샤가 직접 맡았고 동군의 총 대장 또한 친 랜스필드가인 토레스 백작과 이제는 친 랜스필드가의 대표격이 되어버린 레이턴 자작이 맡아 버린 것이다.

"걱정 마십시오. 아이샤님. 작년과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병력도 그때에 비하면 우세하고 고램의 수도 배나 많습니다."

"그럴까요?"

아이샤는 작년 레터스 백작령에서의 싸움을 떠올렸다. 정찰대의 보고로는 지금 상대하기 위해 내려가는 영지의 몬스터 수는 레터스 백작령의 몬스터보다 훨씬 적었다. 반면 이쪽 병력은 그때 정도 수준이었다. 동군 서군 각각 50여기의 나이트급 고램에 2만5천의 병력이 남하 중이었다. 더욱이 병사들은 지난 1년간 이번 토벌을 위해 각 영지에서 뽑혀 특별히 훈련을 받고 무장을 했다.

"기사들의 수와 특히 마법사 전력이 부족해요. 거기다 그때와 같은 지형적 이점이 없습니다."

"대신 그만큼 보병전력을 강화하고 궁병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았습니까?"

작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천여 년 전의 전술과 진형을 되살렸다. 아직 기사들의 오러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지금 정도 수준의 실력이 없던 시절, 몬스터를 상대하던 보병의 대형 방패진형과 장창병도 되살렸다. 마법사전력을 대신해 대대적인 궁수들도 양성했다. 그러나 아이샤는 불만스러웠다.

"레터스 영지전 에서는 1천이 넘는 기사전력과 2명의 고서클 마법사를 필두로 백여 명의 마법사가가 있었죠. 그런데도 피해가 상당했습니다. 지금은 마법사는 거의 없고 기사전력은 그때의 반도 되지 않아요. 그리고 아시잖습니까? 제가 걱정하는 건 전투의 승패가 아니라는 것을."

"부상자라면 전쟁에 언제나 따르는 희생입니다. 그리고 생각하시는 목적지야 가보면 알게 될 텐데 미리 걱정 하실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군요. 아가씨."

"…."

"우선은 눈앞의 전투가 우선입니다. 뒷일은 이기고 생각하도록 합시다."

"조라 남작이 걱정스럽군요."

아이샤는 괜히 말문을 돌렸다. 조라 남작은 랜스필드 영지 방위를 맡긴 또한 명의 가신이었다.

"조라경은 괜찮을 겁니다. 보리스 마법사도 붙어있지 않습니까?"

"보리스 마법사도 그때 이후로 몸이 좋지 않은데 무리하지 않아야 할 텐데 걱정이군요."

"다 잘 될 겁니다. 너무 걱정 마십시오."

보리스는 랜스필드가의 마법사로 작년 레터스 영지전에 참가한 고서클 마법사중 한명이었다. 고램 정비 등을 위해 참가했던 것인데, 그만 전투까지 참가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노쇠한 보리스는 그전부터 건강이 좋지 않았다. 그러다 랜스필드 후작이 죽은 후로 상당히 무리하는 바람에 몸져누워 있었다.

조라 남작도 마찬가지였다. 고램 라이더로 참전했던 조라 남작은 무리를 하다가 오러를 소진했다. 다행이 마지막 고램이 고립되기 전에 교대를 한 덕에 살아남았지만 다른 랜스필드가의 가신들처럼 랜스필드 후작의 죽음을 막지 못한 죄책감에 괴로워했다.

로렌스 백작은 지금 아이샤의 걱정이 자신의 영지 때문이 아님을 잘 알았다. 이야기를 그쪽으로 돌렸지만 사실은 이번 원정의 결과가 어떨지는 자신도 걱정이었다.

레터스 전이 있기 전 부터 느끼고 있었지만 아이샤는 상당히 영리했다. 전술 전략적 시각이 웬만한 군무 경험자들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었다. 이번 전투도 그녀의 예상을 넘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런 그녀가 걱정스러운 예측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도 덩달아 비관적인 표정을 할 수는 없었다. 자신은 이미 작년에 당주인 랜스필드 후작을 잃었다. 아이샤 마저 잃을 수는 없었다.

'걱정 마십시오 아가씨, 무슨 일이 있어도 제가 지켜드리겠습니다.'

로렌스 백작은 이를 꽉 물며 다짐했다.



라스타드 영지의 쓰리마일은 올해도 여러 몬스터들이 몰려 내려왔다.

"흠…. 그래도 작년만큼은 아닐세 그려."

"예, 작년에 그렇게 극성이었으니 올해는 좀 잠잠 해야겠죠."

부관이 옆에서 올리비에라 기사단장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다른 곳은 어떤지 알아보도록 하게나."

"예, 단장님."

부관이 자리를 뜨자 올리비에라는 성벽아래 진을 치고 있는 기사단들 중 한곳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레온이 포함 되어 있었다.


"이대로 계속 대기만 하는 건가?"

레온이 전면을 바라보며 투덜거렸다. 몬스터 퇴치의 참관이라면 이미 질리도록 경험이 있었다.

레온은 뭔가 그럴듯한 전과를 올리고 싶었다. 반항심에서라도 네임드오크 대가리를 잘라다 아버지 앞에 던져줄 심산이었다. 그러나 전황은 시시해 보였다.

동부산맥이 내려앉은 콜마르 분지의 북쪽지역은 상대적으로 지층이 들어날 정도의 절벽들이 솟은 고지대였다. 지금도 전장의 전면은 작은 개천을 경계로 절벽 같은 면이 이어져있었다. 그 중 무너져 내린 한쪽 사면으로부터 오크와 트롤이 내려오고 있었으나 배치된 고램 대여섯 기가 여유롭게 베어 넘기는 정도의 수준이었다.

"쳇, 재미없군!"

레온은 못마땅하게 성벽 위 망루를 쳐다봤다. 올리비에라가 보였다. 어제도 저렇게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흐흐흐."

"킬킬킬."

뒤쪽에서 폴머조의 조원들은 자기들 끼리 낄낄 거리고 있었다. 폴머만 혼자서 조용히 전장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기사들끼리의 대련은 원래 어느 정도 서로 사정을 봐 가면서 했다. 자칫 실수라도 한다면 생명이 오가는 힘을 지닌 이들이었으니 당연했다. 그런 엑스퍼트인 가문의 기사들과 레온은 당연히 수준차이가 났다. 그러니 레온과 대련하는 기사들은 손속을 봐 가면서 대련했다. 가문의 적자이니 함부로 대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러나 폴머는 달랐다. 조원들을 대하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맞상대 하는 레온만이 느껴지는 섬뜩하고 짜릿한 뭔가가 등골을 타고 흘렀다. 대충 봐주는 것이 없었다. 아슬아슬한 한계까지 외줄을 타듯 피에 굶주린 검날이 레온의 목젖에 와 닿은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마지막 한발이면 뭔가 보고 싶은 것을 볼 것 같은데 폴머는 그 한발을 넘지 않았다.

"저 영감만 아니었어도 뭔가 잡힐 듯했는데. 제길!"

레온은 중앙 망루위의 올리비에라경을 보며 투덜거렸다.

연무대에 폴머와 레온이 대련을 할 때면 어느새 2층엔 올리비에라가 나타나 관전하고 있었다. 레온은 어렵지 않게 폴머가 올리비에라의 눈치를 상당히 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도 그랬다. 요 며칠 레온의 뒤에는 항상 폴머조가 있었다. 레온이 소속된 기사대가 바뀌어도 그것만은 변하지 않았다.

"애보기를 시켰다 이건가? 흥, 그렇다면 얼마나 잘 하는지 봐야겠지?"

레온은 전선의 오른쪽 편을 보고 있었다. 절벽의 끝단, 툭 튀어나온 평지 위에는 오크 몇 마리가 대형늑대를 타고 며칠 전부터 그곳에서 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틀림없는 이곳 몬스터들의 우두머리였다.

"기왕 왔으니 기념품은 챙겨야지! 이럇!"

레온은 갑작스레 대열에서 벗어나 그곳으로 말을 몰았다.

"누구냐? 대열을 함부로 이탈한…. 엇! 도련님?!"

기사대의 선임기사가 당황해서 외쳤다. 그러나 레온은 들은 척도 않고 내달렸다.

폴머가 올리비에라경이 있는 중앙 망루를 바라보자 올리비에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신호했다.

"칫, 싫은 예감은 빗나가는 법이 없다니까. 가자! 애 볼 시간이다!"

폴머는 자신의 휘하들을 이끌고 레온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레온은 고램의 가동범위를 벗어나며 마상에서 오크 몇 마리의 머리통을 쪼개고 있었다. 몬스터들이 내려오는 사면에서 벗어난 곳이라 몬스터가 그리 많지는 않았다. 레온은 폴머들이 잠시 오크들에게 막혀 있는 동안 어렵지 않게 개천을 넘어 절벽아래에 도달했다.

"어이쿠, 저 애송이가 한 무모 하는뎁쇼? 대장?"

"흐흐, 어디 얼마나 재롱을 피울지 찬찬히 살펴보자구!"

폴머의 조원들은 달려드는 오크들을 손쉽게 베어 넘기며 레온이 하는 짓을 보고 연신 자기들 끼리 낄낄 거렸다.

말에서 내린 레온은 오러력을 이용해 절벽을 뛰어 올라갈 심산이었다.

"이까짓 몬스터 토벌 따위야…. 어디 두고 보라고."

레온은 저 위 오크 녀석의 모가지를 라스타드 백작 집무실의 책상위에 던져 넣을 생각이었다. 깜짝 놀라는 라스타드 백작의 모습을 상상하며 레온은 힘차게 절벽을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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