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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강(俊剛) 님의 서재입니다.

수를 읽는 남자 : 세상을 바꾸는 컨설턴트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준강(俊剛)
작품등록일 :
2024.08.09 10:07
최근연재일 :
2024.08.19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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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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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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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7 조기 졸업

DUMMY

37 조기 졸업




어느덧 겨울방학이 다가왔다.

도현은 로렌스의 호출을 받고 총장실로 향했다.

그가 총장실에 들어서자 소파에 앉아 있던 로렌스가 일어나서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 오게.”


도현은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그와 마주 보고 소파에 앉았다.

로렌스는 그에게 커피를 건네며 말했다.


“이번에도 전 과목 ‘A+’를 받았더군.”

“예.”

“아주 대단해.”

“감사합니다.”

“자네가 왕과 친분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가 현재 밟고 있는 코스도 잘 알고 있겠군.”

“예.”


도현이 대답하자, 로렌스는 준비해 둔 파일을 그에게 건넸다.


“확인해 보게.”

“이게 무엇입니까?”

“보면 알 걸세.”


도현은 파일을 펼쳐 보더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 이건.”


조기 졸업과 관련된 서류들이었다.


“질문할 시간은 충분히 줄 테니까 천천히 읽어 보게.”

“예.”


도현은 서류를 꼼꼼히 살펴보았다.

잠시 후, 그는 서류를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로렌스를 쳐다보았다.

로렌스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어떤가?”

“저에게 왜 이런 혜택을 주시는 건지 알고 싶습니다.”

“혜택이 아니라 난, 자네에게 투자하는 거라네.”

“투자라면······ 혹시 마우나케아에서?”

“허허, 큰일 날 소리를 하는군. 마우나케아가 하버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는 있지만, 공과 사는 엄격히 구별한다네.”

“그럼 하버드에서 진행하는 겁니까?”

“해마다 뛰어난 성적을 보인 학생들에게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있어. 올해는 자네를 포함해서 총 네 명이 선발됐지.”

“네 명이라면······.”

“몬스터 4인방이네.”

“!!”


도현은 깜짝 놀랐다.

그러고 보니 그들도 대학을 졸업하면 전문 대학원에 진학해야 했다.

요즘 들어 다들 고민이 생긴 듯 부쩍 말수가 줄어든 게 아마 이것 때문인 것 같았다.


“언제까지 결정해야 합니까?”

“이번 주까지네. 그리고 한 가지 더, 3학년 때 성적이 지금처럼 유지되지 않으면 모든 게 백지화될 테니 명심하게.”

“신중히 생각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기다리고 있겠네.”


로렌스는 일어나도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도현이 고개를 숙여 보이고 소파에서 일어서려는 찰나, 로렌스가 손을 들었다.


“잠깐.”

“네?”

“내가 깜박하고 자네에게 말 안 한 게 있어. 다시 앉아 보게.”

“아, 예.”


도현은 다시 소파에 앉아서 로렌스를 보았다.

로렌스는 겸연쩍어하며 입을 열었다.


“사실 이건 물어보나 마나 한 건데, 계속해서 얘기가 나오니까 일단 물어봄세.”

“예.”

“마우나케아 정회원 중에 미식축구 구단주가 한 명 있어.”

“아······.”


대충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 알 것 같았다.


“자네가 팀에 들어오면 원하는 걸 모두 다 들어주겠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마음만 감사히 받겠다고 전해 주십시오.”

“백지수표를 주겠다고 해도?”

“네에?”


도현이 살짝 당황했다.


“하긴 백지수표에 흔들리지 않으면 그게 어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나?”

“아, 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면 얘기하게. 충분히 줄 테니까.”

“아뇨, 괜찮습니다.”


도현은 싱긋 웃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


“그분께 전해 주십시오. 전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어 함께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입니다.”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 그게 뭔지 말해 줄 수 있겠나? 내가 궁금해서 말일세.”

“꼭 이뤄야 할 목표가 있습니다.”

“······?”


고개를 갸웃거리던 로렌스는 문득 월리엄이 도현의 꿈에 관해 얘기했던 것이 떠올랐다.

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컨설턴트가 되어 세상을 바꾸는 거 말인가? 정의가 넘치는 세상으로.”

“맞습니다.”

“내가 여태까지 들어 본 것 중에서 가장 굉장하면서도 광오한 꿈이었네.”

“꿈이 아니라 목표입니다.”

“다들 목표를 이루는 것이야말로 꿈의 실현이라고 생각하는데, 자네는 다른 모양이지?”

“다릅니다.”

“특이하군.”


로렌스의 얼굴에 호기심이 서렸다.

마음 같아서는 도현과 계속해서 얘기를 나눠 보고 싶었지만, 이사회가 열리는 날이라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아무튼 자네의 꿈 아니 목표를 달성하려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할 걸세. 그런다고 꼭 달성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이유에 대해선 굳이 내가 말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겠지.”

“예.”


도현은 그의 말에 부정하지 않았다.

‘정의’라는 것은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제각각이었기에, 자신이 생각한 정의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정의는커녕 ‘악’으로 다가갈 수 있었다.

그래서 정의로운 세상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어찌 보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그걸 알면서도 이를 실천하려는 건, 누가 봐도 정의라 할 수 있는 것들이 세상에 존재하길 원했기 때문이다.

로렌스는 도현의 눈빛이 한 치도 흔들리지 않는 걸 보곤 입꼬리를 살짝 말아 올렸다.


“자네 뜻을 잘 알았으니 이제 가도 되네.”

“예.”


도현이 일어나서 뒤돌아서려는 찰나.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누가 자신에게 백지수표를 제시하며 영입하려고 했는지 말이다.


“혹시 누군지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그거야 어렵지 않네. 애틀란타 팰컨스네.”

“그렇군요.”


도현은 겉으론 담담한 척했지만, 속으론 깜짝 놀랐다.

애틀란타 팰컨스는 작년도 슈퍼볼 준우승팀이다.

더 놀라운 건 그 팀의 구단주가 바로 마우나케아의 정회원이라는 거다.

정회원이 되어 모임에 참석할 날이 조금은 기대가 되었다.

엄청난 거물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니 여러모로 충격적인 광경이 아닐까?

다른 녀석들도 마찬가지일 터.

특히 크리스의 반응이 무척 기대되었다.

평소에도 워낙 엉뚱한 행동으로 사람을 놀라게 하는 녀석이라 예측할 수 없었다.

도현은 미소를 지으며 총장실을 빠져나왔다.


그날 밤.

자정이 훌쩍 넘은 시간.

도현은 창가에 서서 밖을 쳐다보았다.

하늘만큼이나 어두워진 강변을 보며 총장실에서 있었던 일을 곰곰이 생각했다.

도현은 박중호에게 연락해서 이 사실을 전해 주었다.

박중호는 조기 졸업을 하게 되면, 하버드 교수들의 명강의를 더는 듣지 못하는 게 아쉬울 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 미국 모 방송국에서 하버드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일을 얘기해 줬다.

그중 하버드가 다른 대학보다 조기 졸업자들이 적은 이유에 관해 물어본 것이 있었는데,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너무 어려워서.’라는 당연한 이유였고, 또 다른 하나는 정말 의외의 것이 나왔다.

바로 교수들의 강의 때문이라는 것.

조기 졸업은 많은 걸 배우고 깨달을 기회를 날려 버리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래서 하버드 학생들은 웬만하면 조기 졸업을 하지 않는다고.

도현이 2년간 하버드에서 지내 보니 충분히 일리 있는 말이었다.

교수들의 강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대단했다.

게다가 뛰어난 학생들이 모여서 토론을 펼치면서 배우고 깨달아 가는 과정은, 오직 하버드에서만 접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정상적으로 졸업하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어져 갈 때였다.

박중호가 뜻밖의 얘기를 꺼냈다.

신체검사 날짜가 나왔다는 이야기였다.

군 징병 대상.

도현은 부모도 없고 혼자인 데다가, 지금은 다 완치되긴 했지만 큰 사고를 당한 이력이 있었다.

당연히 군 면제를 받을 거라 여겼다.

하지만 그건 자신만의 생각일 뿐.

박중호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그게 아니었다.

자신은 그 어떤 면제 사유에도 해당하지 않았다.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가면 군사훈련을 받아야 하는 상황.

그렇다 보니 그에게 있어 조기 졸업을 마냥 나쁘게만 볼 수가 없었다.

또 조기 졸업을 선택하면 하버드 측에서 왕이 밟았던 코스대로 진행하도록 해 주겠다고도 제안했다.

무엇보다 자신의 능력에 대해 충분히 파악하는 건 물론 이용할 수 있었다.

앞으로 몇 년 후에는 자신이 무언가를 시작해도 될 것 같은 자신감이 느껴졌다.

‘조기 졸업이라······.’

그의 눈빛이 깊어져 갈 때였다.

삐그덕.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도현은 고개를 돌려보았다.

방에서 배를 긁으며 나오던 크리스가 자신을 발견하곤 깜짝 놀랐다.


“헉!”

“뭘 그리 놀래? 나한테 죄지은 거라도 있냐?”

“무슨 헛소리냐? 불도 안 켜고 유령처럼 서 있는 네가 이상한 거지.”


크리스는 입술을 실룩거리며 거실에 불을 켜고 소파로 와서 앉았다.


“안 자고 뭐 하냐?”

“그러는 넌 뭐 하는데?”

“나야 뭐, 생각할 게 많다 보니까······ 어휴.”


크리스는 말을 하다 말고 한숨을 길게 내뱉을 때, 레이가 머리에 깍지를 끼고 방에서 나왔다.


“다들 뭐 해······.”

“왜 이렇게 시끄러운 거야?”


라이언도 투덜거리며 방에서 나오더니 소파 뒤로 머리를 젖히고 있는 크리스를 쳐다보았다.


“쟨 또 왜 저래?”

“남이야 뭘 하든.”

“딱 보니까 또 여자한테 차였군.”

“쯧쯧, 덩치는 곰만 한 녀석이 생각한다는 게 고작 그거냐? 참 아깝다, 아까워.”

“여기서 내 덩치가 왜 나오냐?”


라이언이 건들거리며 크리스에게 다가와 손으로 그의 목젖을 툭 쳤다.


“켁!”


갑작스러운 공격에 크리스는 캑캑거리며 소파 위를 뒹굴었다.

라이언은 옆에 털썩 앉으며 팔로 그의 머리를 졸랐다.


“저번에도 말했을 텐데? 내 키랑 덩치 가지고 놀리면 머리통을 바트처럼 만들어 버린다고.”

“야야, 그만해. 머리 터져.”


크리스가 울먹거렸다.

라이언은 씨익 웃으며 머리를 조르던 팔을 풀었다.

팔에서 풀려난 크리스는 죽다 살아난 것처럼 헉헉거렸다.


“골 깨질 뻔했네.”

“그러니까 조심하라고.”

“됐거든.”


크리스는 족제비눈으로 라이언을 째려보았다.

도현은 아웅다웅하는 둘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둘 다 그만하고, 모처럼 한자리에 모였는데 간만에 얘기 좀 할까?”

“좋아.”


라이언은 흔쾌히 대답했다.


“이번 주에 총장님과 면담한 사람?”

“!!”


도현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다들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다.

도현은 그들의 반응을 보고는 피식 웃었다.


“나도 오늘 면담하고 왔다.”

“정말?”


라이언의 눈이 번쩍 커졌다.

그렇지 않아도 면담을 하고 난 뒤부터 밤에 잠이 오질 않았다.

결정하는 것도 고민이 되긴 했지만, 친구 중에서 자신만 혜택을 받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에 내내 미안했었는데······.

도현도 면담했다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런데 크리스와 레이도 놀라는 걸 보니, 그들도 면담한 모양이었다.

도현은 의문이 가득 찬 그들을 보며 말했다.


“올해 선발된 인원은 총 네 명이래. 그게 바로 우리고.”

“정말이야? 진짜 우리 몬스터 맞네.”


라이언은 새삼스럽게 놀라며 혀를 내둘렀다.

레이가 도현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그래서 결정은 내렸어······?”

“그러는 넌?”

“나는 그냥 다니는 게 좋을 것 같아······.”

“왜?”

“그게······.”


레이는 그동안 생각했던 바를 털어놓았다.

예전보다 말하는 것이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남들과 같아지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했다.

조기 졸업도 좋지만, 완벽히 자신의 결점을 보완한 후 대학원에 진학하는 게 좋다고 판단을 내린 거였다.

라이언과 크리스도 조기 졸업보다는 교수들의 강의를 더 많이 듣고 배우길 원했다.


“너도 우리랑 같은 생각일 테지?”


크리스의 물음에 도현은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난 조기 졸업하려고.”


작가의말

여기까지 무료연재입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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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7 조기 졸업 24.08.19 118 3 12쪽
36 36 마우나케아 +2 24.08.18 143 5 16쪽
35 35 하버드 1번 24.08.18 134 4 15쪽
34 34 커져 가는 기대 24.08.17 145 4 14쪽
33 33 사랑보단 우정 24.08.17 139 4 15쪽
32 32 파이널 클럽. 24.08.16 147 3 13쪽
31 31 샌더슨의 영웅 (2) 24.08.16 151 3 13쪽
30 30 샌더스의 영웅 (1) 24.08.16 164 3 15쪽
29 29 리버스 자전거 24.08.15 168 3 12쪽
28 28 새 둥지 +1 24.08.15 167 4 16쪽
27 27 캠퍼스 워킹 투어 24.08.14 170 3 12쪽
26 26 빛나는 신입생들 24.08.14 180 3 12쪽
25 25 각성 24.08.14 193 2 11쪽
24 24 밝혀지는 후편 24.08.13 192 2 14쪽
23 23 기숙사 대항전 (4) 24.08.13 173 3 11쪽
22 22 기숙사 대항전 (3) 24.08.13 171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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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 기숙사 대항전 (1) 24.08.13 188 4 13쪽
19 19 왕 장리 24.08.12 202 3 15쪽
18 18 401호 24.08.12 212 5 10쪽
17 17 재능기부, 내가 봉사할게 24.08.12 231 3 14쪽
16 16 특례입학자 24.08.12 233 6 11쪽
15 15 룸메이트 (2) 24.08.11 243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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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위 24.08.10 273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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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 컨설팅 (1) 24.08.09 288 7 11쪽
8 8 해 보는 거다 24.08.09 306 6 12쪽
7 7 이걸 생각했다고? 24.08.09 325 6 16쪽
6 6 컨설팅 24.08.09 366 7 16쪽
5 5 법 위에 선 재력 24.08.09 377 8 12쪽
4 4 단조법 24.08.09 392 7 12쪽
3 3 혼돈의 물결 24.08.09 434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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