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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강(俊剛) 님의 서재입니다.

수를 읽는 남자 : 세상을 바꾸는 컨설턴트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준강(俊剛)
작품등록일 :
2024.08.09 10:07
최근연재일 :
2024.08.19 00:32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9,046
추천수 :
179
글자수 :
219,691

작성
24.08.1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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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6 특례입학자

DUMMY

16 특례입학자




인사가 끝나자 도현은 방 배정을 하기로 했다.

그는 헛기침을 내뱉으며 주의를 집중시켰다.


“상의할 게 있어.”

“뭐?”

크리스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쳐다보았다.

라이언과 레이 준도.


“보시다시피 방이 세 개뿐이라, 두 명은 큰 방에서 함께 지내야 하거든.”

“난 여자는 모를까 남자랑은 절대 한 방에서 같이 못 잔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


크리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라이언도 말을 뱉었다.


“난 함께 자도 돼. 대신 내가 코를 골아. 그것도 아주 심하게.”

“나 귀마개 두 개 있어. 아주 방음이 잘 되는 걸로.”


라이언은 얄밉게 태클을 거는 크리스를 노려보면서 말을 이었다.


“그리고 가끔씩 꿈속에서 UFC 선수가 되기도 해. 얼마 전에 존 존스도 한 방에 보내 버렸지. 크크크. 옥타곤에서 나랑 뒹굴고 싶으면 함께 방을 써도 돼. 그러고 싶은 사람, 손?”


다들 침묵했다.

도현은 라이언을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신체적으로도 다른 사람과 함께 방을 사용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반면 크리스는 일단 레이의 생각을 들어 본 후 결정하기로 했다.


“레이 넌 어떻게 하고 싶어?”

“저는 저 방을······.”


레이는 손으로 큰 방을 가리켰다.

의외로 쉽게 해결이 됐다.


“좋아. 라이언과 크리스가 작은 방을 사용하고, 나랑 레이가 큰 방을 쓸게.”

“굿!”

“역시 축복받은 사람은 배려도 잘한다니까.”


크리스의 입가에 미소가 걸릴 때였다.

레이가 조용히 말했다.


“그게 아니라······ 저 혼자 쓰면, 안 되겠죠······?”

“!!”


일순간 침묵이 흘렀다.

모두가 멍하니 레이를 쳐다보았다.

크리스는 잘못 들은 건 아닌지 물어봤다.


“방금 뭐라고 했어?”

“저는······ 혼자 쓰고 싶다고······.”

“저 큰 방을 혼자서 쓰겠다고?”

“제 방에 비하면······.”

“레이, 그건 안 될 것 같아. 여긴 우리가 다 함께 사용하는 곳인 만큼 서로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해.”

“오! 굿!”


크리스는 엄지를 올렸다.

라이언도 도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는 모두의 반응이 이러하자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예······.”


참 애처롭게 느껴졌다.

더군다나 작은 체격에, 곱상하게 생긴 외모로 연민마저 들었다.

동갑내기 친구라기보다는 동생 같았다.


“에궁.”


크리스는 도현을 쳐다보았다.


“너도 방을 혼자 쓰길 원해?”

“난 상관없어.”

“그럼 나랑 함께 쓰자.”

“뭐?”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절대 함께 사용하지 않을 것처럼 보이더니.

레이를 보고 생각이 변한 거 같았다.

보기와 달리 마음이 여린 모양이었다.

크리스는 레이에게 말했다.


“네가 작은 방 써. 그럼 되겠지?”

“······예.”


레이는 얼떨떨해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부탁이 있어.”

“······?”

“어떻게 하면 너처럼 피부가 반질반질하게 윤기가 날 수 있는지 알려 줘.”

“저는······ 그냥 스킨과 로션을······.”

“왜? 알려 주기 싫어?”

“아, 아뇨······.”

“그럼 합의한 거다.”

“아, 예······.”


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각자 배정된 방에 짐을 풀어놓고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 * *


그들은 하버드 스퀘어 거리에 있는 ‘Shake Shack’이라는 가게로 갔다.

도현은 버거 먹으러 간다고 해서 따라왔는데, 막상 가게 앞에 도착해 보니 그제야 유명한 ‘쉑쉑버거’를 파는 곳인 줄 알게 되었다.

강남에 ‘쉑쉑버거’가 입점하던 날.

미국의 대표하는 버거라고 해서 친구와 함께 아침 9시부터 줄을 선 걸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때 처음 먹어 본 ‘쉑쉑버거’의 맛은 아마 죽을 때까지 절대 잊질 못할 것 같았다.

맛보다는 그날의 추억 때문에.

그 쉑쉑버거를 미국 현지에서 먹게 됐다는 사실에 감회가 남달랐다.

가격은 한국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한국처럼 세트 메뉴의 개념이 없어, 음료와 감자튀김은 별도로 주문을 해야 했다.

그들은 각자 주문한 버거가 나올 때까지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도! 넌 뭘 전공할 거냐?”

“나는 경영학과.”

“오, 경영! 쟁쟁한 녀석들이 많은 곳인데.”

“그렇겠지. 하버드의 경영학과는 세계 최고라고 알려졌으니까.”


도현의 말이 끝나자 이번에는 크리스가 라이언에게 물었다.


“너는?”

“한번 맞춰 봐.”

“체격을 보면 운동 쪽인 것 같은데······.”


크리스는 턱을 매만지며 생각하더니 팔꿈치로 레이의 옆구리를 꾹꾹 찔렀다.


“뭘 것 같냐?”

“저는······ 공대 쪽 같아요······.”

“에잉?”


의외의 대답이었다.

자신이 볼 때 라이언은 그런 쪽과는 거리가 멀 것 같았다.

아직 어려서 잘 모를 수도.

아니지.

동갑내기 친구잖아.

레이를 계속 동생처럼 여겼다.


“크리스야, 정신 차리자.”


크리스는 혼자 중얼거리며 도현에게 시선을 옮겼다.


“너는?”

“음, 전체적으로 풍기는 분위기를 봤을 땐 딱 체육학과 같은데.”

“그렇지! 나도 체육학과에 한 표!”


크리스는 자신과 같은 생각인 것에 흡족했다.

라이언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다 틀렸어.”

“체육학과가 아니라고?”

“나, 의학박사 될 거다.”

“뭐, 뭐라고?”

“헐.”


모두 깜짝 놀랐다.

저 우락부락한 손으로 섬세한 칼질을 한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와, 올해 들어 제일 쇼킹한 말을 들었네. 진짜 의사 될 거야? 환자가 널 보면 도망치려고 할 텐데?”

“그 손으로 메스를 잡으면 휘어질 것 같은데.”


잠잠하던 레이도 한마디 보탰다.


“저도······ 놀랍네요.”


다들 의외라는 반응을 내비쳤다.

라이언은 머리칼을 귀 뒤로 넘기며 말했다.


“너희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내가 꽤 섬세한 남자야.”

“헉! 내 눈과 귀가 썩는 것 같아.”


크리스는 두 눈과 두 귀를 잡으며 익살스런 제스처를 취했다.

도현과 레이는 그 모습에 웃음을 터트렸다.

라이언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섬세한 척했다.

한바탕 웃어대고 도현이 크리스에게 물었다.


“넌 전공이 뭔데?”

“난 건축학도!”

“건축?”

“나만의 독창적인 건물을 만들어 보고 싶어.”

“겉모습만 보면 딱 패션이나 디자인 쪽에서 일할 것처럼 보이는데.”

“잘 모르는 모양인데, 건축도 패션과 디자인에 굉장히 민감하다고.”

“그런가?”


라이언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레이를 쳐다보았다.

레이는 그와 시선이 마주치자 얼른 고개를 숙였다.

라이언이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넌 왜 나만 보면 그래? 기분 나쁘게.”

“저는······.”

“아, 제발 ‘저는’ 그 말 좀 빼고 말하면 안 돼? 그리고 동갑내기 친구끼리 얘기하는데 높임말을 왜 써? 가뜩이나 나이차가 있어 보이는데.”

“저는······ 이게 습관이 되어서······.”

“고쳐! 그리고 남자가 그렇게 소심해서 뭘 제대로 할 수 있겠어?”

“······예.”


레이는 고개를 푹 숙였다.

기가 잔뜩 죽은 게 보기 안쓰러웠다.

크리스는 라이언에게 눈짓으로 그만하라는 신호를 주곤 레이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축복받은 친구. 너무 의기소침하지 마. 나랑 지내다 보면 좋아질 테니까.”

“감사······ 합니다······.”

“힘내자고!”


크리스가 레이의 등을 팡팡 두들기며 격려했다.

도현도 웃으며 레이에게 물었다.


“넌 뭘 전공할 거야?”

“저는······ 법학을.”

“뭐? 법학?”


라이언의 눈이 동그래졌다.

저렇게 소심한 녀석이 강단 있게 법을 집행이나 할 수 있을는지.

심히 걱정될 때였다.

테이블에 있던 진동 벨이 울렸다.


“다 됐다!”


라이언이 벌떡 일어나 매대로 걸어갔다.

나머지도 일어나서 그를 뒤따라갔다.

그들은 각자 주문한 버거를 가지고 다시 테이블에 돌아왔다.

그런데 다들 먹지 않고 레이만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도현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누구 올 사람 있어?”

“그게 아니라······.”

“그럼 이게 다 뭐야?”


크리스는 턱짓으로 레이가 쟁반에 한가득 담아 온 버거를 가리켰다.

레이는 수줍은 표정으로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제가 좀······ 많이 먹어요······.”

“오, 축복받은 친구가 대식가였네······.”


크리스는 충격을 받은 기색이 역력했다.

라이언은 레이를 보고 있으니 버거를 하나만 사 가지고 온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레이는 그들의 반응에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그는 버거를 집어 들고 조용히 말했다.


“잘 먹겠습니다······.”


라이언과 크리스는 서로 쳐다보며 눈빛으로 물었다.

‘쟤 뭐야?’

‘몰라? 혹시 푸드 파이터?’

한편 도현은 걱정스런 표정으로 레이 머리 숫자를 주시했다.

77.

혹시나 먹다가 체하거나 몸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응급실로 옮길 수 있게.

그나저나 룸메이트들이 하나같이 평범하다 못해 괴상했다.

녀석들과 함께 있다 보니 베프였던 그 녀석이 떠올랐다.

박중호의 뒷목을 몇 번이나 잡게 만들었던 사고뭉치.

그러나 자신에게는 최고의 친구였던 녀석.

강인섭.

‘그 녀석이 세 명이라······.’

도현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뱉었다.


* * *


월리엄은 로렌스의 호출을 받고 총장실로 갔다.

총장실에 들어서니 로렌스가 창가에 서서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부르셨습니까?”

“그 학생들은 어떻게 됐나?”

“입학 수속은 무사히 끝냈습니다.”

“일단 앉지.”

“예.”


둘은 소파에 마주 보고 앉았다.

로렌스가 테이블에 있는 서류를 집으며 물었다.


“총 두 명이었나?”

“예.”

“하버드 역사상 이런 경우로 특례 입학을 받기는 처음이지?”

“예.”

“만나 보니 어땠나?”

“일단 중국에서 온 레이 준은 서류상에서 적힌 대로 성격적인 부분에서 문제를 발견됐습니다.”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일단 두고 봐야 하겠지만, 향후 재정적으로나, 그의 재능을 봐서라도 웬만하면 함께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긴 해. 다른 한 명은?”

“한국에서 온 도현 백은 아주 흥미로운 친구였습니다.”

“특별한 모양이지?”


로렌스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자네가 흥미를 다 가지다니 말이야.”

“그러게 말입니다.”

“어떤 점이 그렇던가?”

“컨설턴트가 되어 세상을 바꾸고 싶다고 했습니다.”

“으음······.”


로렌스의 얼굴에 흥미가 일었다.

세상을 바꾸겠다?


“자네가 흥미를 가질 만도 하겠어.”

“눈여겨볼 생각입니다.”

“재미있겠군. 아무튼 이번 특례 입학에 관련된 건은 나중에 말 나오지 않도록 잘 정리하게.”

“그에 관련된 건 전부 처리해 놓은 상태입니다.”

“알겠네. 이제 가 보게.”

“예.”


월리엄은 고개를 숙이고 총장실에서 나갔다.

로렌스는 손에 든 자료를 쳐다보았다.


[Ray Jun]

[Dohyun Back]


처음에는 ‘레이 준’에게만 관심이 쏠렸지만, 나머지 한 명에게도 관심이 쏠렸다.

월리엄의 흥미를 끈 녀석이라······.

‘기대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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