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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강(俊剛) 님의 서재입니다.

수를 읽는 남자 : 세상을 바꾸는 컨설턴트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준강(俊剛)
작품등록일 :
2024.08.09 10:07
최근연재일 :
2024.08.19 00:32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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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44
추천수 :
179
글자수 :
219,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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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5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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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28 새 둥지

DUMMY

28 새 둥지




캠퍼스를 세 번을 돌고 나니 해가 저물어 갔다.


“아, 끝났다······.”

“고생했어.”


필립이 다가와 도현의 어깨를 두드려 줬다.

오전에 생생했던 지원자들은 모두 지쳐서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럴 만도 했다.

똑같은 장소를 돌면서 같은 말을 계속해서 내뱉었고, 그러면서도 관광객들의 질문에 일일이 대응해 줬다.

그러다가 별난 관광객을 만나기라도 한다면, 몇 배로 피곤해졌으니까.

도현은 뒤에서 뚜벅뚜벅 걸어오는 수진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얼굴에도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수고했어.”

“어······.”

“첫날이라서 좀 힘들 거야. 내일은 오늘보단 나을 테니까 힘내자고.”

“아, 시원한 생맥 먹고 싶다.”

“네가 말하니까 나도 댕기네.”


후덥지근한 날에는 시원한 생맥주 한 잔이면 더위를 말끔히 날려 버릴 텐데.

하지만 생맥주를 먹으려면 보스턴 시내까지 나가야만 했다.

도현은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내 결정을 내렸다.


“가자.”

“정말?”

“간만에 시내 구경도 할 겸, 나갔다 오지.”

“앗싸!”


수진은 기쁜 나머지 도현을 와락 끌어안았다.


“뭐, 뭐 하는 거야. 사람들 보잖아.”


도현은 당황스러웠다.


“괜찮아, 내가 좋아서 그러는데 무슨 상관이야.”


수진은 도현의 허리를 꼭 안고 놓지 않았다.

도현은 그녀와 몸이 닿은 곳에서 느껴지는 물컹거리는 이질감 때문에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었다.

그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를 때였다.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젠장.’

도현은 두 눈을 찔끔 감았다.


“내가 안을 때에는 땀 냄새 난다고 생난리를 치더니 말이야.”


크리스는 가까이 다가와 도현을 꼭 끌어안고 있는 수진에게 말했다.


“저기요······.”

“절 불렀어요?”

수진은 크리스를 쳐다보았다.


“!!”


크리스는 그녀를 보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

주먹만 한 얼굴에 수박처럼 풍만한 가슴, 그리고 개미처럼 잘록한 허리 라인에 애플 힙까지.

현대판 비너스를 보는 것만 같았다.

도서관 귀신이 한눈을 팔 만도 했다.

크리스는 부러운 얼굴로 도현을 쳐다보았다.


“네가 방학 내내 기숙사에 있었던 이유를 알 것 같다.”


묘한 미소를 지으며 엄지를 올렸다.

도현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이상한 생각 하지 마라. 그런 거 아니니까.”

“괜찮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고 싶은 건 당연한 거니까.”

“정말······.”

“나는 걱정하지 말고, 천천히 놀다 와.”


단단히 착각한 크리스는 눈웃음을 지었다.


* * *


도현이 캠퍼스 워킹 투어를 시작한 지 5일이 지났다.

새로운 사람들을 매일 만난다는 게 재미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 재미를 느낄 수가 없었다.

크리스가 어제 돌아온 라이언과 레이에게 도대체 무슨 말을 했는지 오전부터 관광객처럼 그를 졸졸 따라다녔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수진이를.

처음에는 그녀도 신경이 쓰이는 듯 그들의 눈치를 보더니, 크리스와 라이언이 레이를 앞세운 뒤로는 그마저도 사라졌다.

레이는 방학 때 집에 다녀오더니 피부가 더 뽀송뽀송해져 돌아왔다.

게다가 몸도 동글동글해진 게, 귀여움으로 완전 무장되어 있었다.

레이의 귀여움에 수진의 경계심을 완전히 허물어 버렸다.

그 후론 그들은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던 친구처럼 대화를 주고받았다.

도현은 그들이 수진에게 무슨 말을 하든 상관이 없었다.

다만 자신과 그녀를 엮어 놓지만 않으면 됐다.

그러나 그들은 도현의 바람을 저버렸다.


“조금만 기다려 봐. 내가 저 녀석 좋아하는 걸 다 알아봐 줄 테니까.”

“정말이지?”


수진이 미끼를 물자, 크리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믿어 봐. 대신 너도 약속 꼭 지켜야 해.”

“나만 믿어. 내가 짝을 찾아줄 테니까.”

“흐흐흐.”


크리스는 너무 좋아서 몸을 비비 꼴 때였다.

라이언이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정말 나한테 어울리는 여자가 있을까?”

“한 명 있어. 내가 봤을 땐 너흰 정말 환상의 커플이 될 거야.”

“정말 궁금해지네.”

“그러니까 도현이가 어떤 여자를 좋아하는지 알아 와.”

“알았어.”


라이언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번에는 레이가 입을 열었다.


“저기 있잖아요······.”

“어, 말해.”

“저도 부탁드려도 될까요······.”

“당연하지. 이상형이 어떻게 돼?”

“혹시 양양이라고 알아요······?”

“설마 203호실, 그 양양?”

“네······.”


레이는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애, 나랑 엄청 친해. 내가 소개팅시켜 준다고 하면 바로 오케이할걸.”

“열심히 할게요······.”


레이의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크리스와 라이언은 레이의 색다른 모습에 놀라며 한마디씩 했다.


“이야, 마냥 앤 줄 알았더니 다 켰네.”

“난 네가 버거 먹을 때만 눈빛이 빛나는 줄 알았어.”


레이는 관광객들과 함께 이동하는 도현을 보며 말했다.


“제가 절대 양보 안 하는 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버거일 테고.”


크리스의 말에 라이언이 고개를 끄덕이며 레이에게 물었다.


“나머지 하나는 뭐냐?”

“제가 찍은 여자요······.”

“오우-!”


크리스와 라이언은 자지러졌다. 수진도 팔을 문지르며 말했다.


“나, 방금 닭살 돋았어.”


라이언은 주먹을 불끈 쥐며 레이를 노려보았다.


“한 번만 더 소름 돋게 하면 맞을 줄 알아.”

“좀 심했다. 다시는 그러지 마.”


크리스도 심각하게 한마디 보탰다.

수진은 도현에게 걸어가면서 말했다.


“그럼 얘기 다 된 걸로 알고 나간다. 알아낼 때마다 문자 날리는 거 잊지 마.”

“어, 그래.”

“파이팅!”

“수고해요······.”


그들은 손을 흔들며 그녀를 보내 줬다.

도현이 와이드너 도서관에 앞에 멈춰 서서 관광객들에게 설명을 하려고 할 때였다.

수진이 눈웃음을 띠며 다가왔다.


“내가 할게.”

“애들은?”


도현은 뒤쪽을 쳐다보았다.

골칫덩어리들이 자신에게 손을 흔들며 기숙사로 돌아가는 게 보였다.

그들의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자 왠지 모르게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저 미소. 안 좋아. 싸 하다고.”


* * *


워킹 투어 마지막 날.

기숙사에선 룸메이트들이 찰스 강변의 현대식 기숙사로 이사 중이었다.

오늘따라 햇빛이 강렬하게 내리쬈다.

체감 온도가 40도를 웃돌아, 도현은 그냥 서 있기만 해도 몸에서 땀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관광객들은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매장 안으로 피신한 상황.

그 덕에 워킹 투어 지원자들은 그늘진 곳에 자리 잡고 앉아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땡볕 속에서도 힘차게 하버드 야드를 거닐고 있는 학생들이 꽤 보였다.

수진은 그들을 보며 피식 웃었다.


“어딜 가든 신입생들은 티가 나.”

“그러게.”


도현도 미소를 지었다.


“우리도 처음에는 선배들 눈엔 저렇게 보였겠지?”

“그렇겠지.”

“맞다. 오늘 너희 이사 가는 날 아니야?”

“맞아.”

“그럼 가 봐야지.”

“괜찮아, 녀석들이 해 주기로 했으니까.”

“정말?”


수진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레이는 아직 파악이 덜 된 상태라 그렇다 쳐도, 라이언이나 크리스는 좀 의외였다.

며칠 만나 보니 다른 건 몰라도 자존감이 강했다.

때문에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성향이 짙었다.

웬만한 사람은 함께 어울리기 힘든 성격의 소유자인 건 분명했다.

그런 녀석들이 도현이 해야 할 일을 대신 해 준다는 건······.

‘오호라, 그런 거였어.’

자신과 한 약속 때문일 가능성이 컸다.

녀석들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니 조만간 좋은 정보가 들어올 것 같았다.


잠시 후.

오후 3시부터 보스턴에는 폭염 주의보가 발령되었다.

거리에는 사람 한 명 보이지 않았다.

그로 인해 컴퍼스 워킹 투어도 일정보다 조기 마감되었다.


일주일간의 워킹 투어 일정을 끝낸 도현은 도서관으로 이동했다.

도서관에서 책 좀 보다가 6시쯤에 나와서 단골 버거 가게인 ‘쉐이크쉑’으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룸메이트들과 만나서 저녁 먹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더위가 차츰 누그러들자 건물 안으로 들어갔던 사람들이 거리로 나왔다.

개학을 한 데다가 내일 입학식이다 보니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가게에 도착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야외 테이블은 사람들로 가득 찼고, 버거를 주문하려는 사람들의 줄이 문밖에까지 나와 있었다.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녀석들은 단연 돋보였다.

일단 라이언의 거대한 체격과 붉게 물든 머리카락부터 시작해서, 크리스의 개성 넘치는 헤어와 몸 곳곳에 보이는 문신들.

그리고 레이 앞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버거까지.

누가 봐도 예사롭지 않은 광경이었다.

도현은 고개를 저으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들은 뭘 그렇게 신나게 얘기를 하는지 자신이 옆에 다가와도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


“무슨 얘긴데 사람이 와도 몰라?”

“왔어?”

“빨리 앉아 봐.”


크리스는 도현의 팔을 붙잡고 옆에 앉혔다.


“뭔데 그래?”

“이번에 이사 간 기숙사 있잖아.”

“왜?”

“우리 양쪽 옆방을 전부 여자들이 사용하더라.”

“뭐?”


도현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왼쪽은 체육학과 애들이고, 오른쪽은, 흐흐흐.”


크리스는 말하다 말고 음흉하게 웃어댔다.

라이언도 음큼한 미소를 띠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온몸을 비비 꼬아 댔다.

레이는 한창 버거를 흡입 중이라 자신에겐 인사조차 하질 않았다.

도현은 그들이 참 한심하게 느낄 때였다.


“우와-”


사람들의 탄성이 들렸다.

‘뭐지?’

그는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입구에 웬 여자들이 줄지어 나타났다.

다들 딱 달라붙는 탱크톱에 레깅스를 입고 있었는데 몸매의 굴곡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게다가 구릿빛 피부에서 느껴지는 탄력은 물론, 건강미가 느껴지면서 굉장히 섹시해 보였다.

사람들의 입에서 탄성이 나올 만도 했다.

도현은 그들을 쳐다보다가 그들 중 한 명과 눈이 마주쳤다.


“엇!”


상대 쪽도 아는 척을 했다.

제이미가 손을 흔들며 도현에게 다가왔다.


“오랜만이야.”

“그래. 어디 갔다 온 거야?”

“어, 방학 때 얘들이랑 마이애미비치에 갔다가 며칠 전에 왔어.”

“재밌었겠네?”

“당연하지. 잘생긴 남자들이 얼마나 많던지.”

“그러셔?”


도현은 피식 웃었다.

제이미도 덩달아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너, 기숙사 어디로 정해졌어?”

“나? 잠시만.”


도현은 크리스에게 시선을 옮겼다.

크리스는 입을 헤벌레 벌린 채 제이미를 쳐다보고 있었다.


“음.”


그는 팔꿈치로 크리스의 옆구리를 꾹꾹 찔렀다.


“어어.”


크리스는 얼른 정신을 차리며 미소가 만개한 얼굴로 대답했다.


“아담스로 정해졌어.”

“아담스?”

“어! 나돈데? 이야, 이제부터 같은 기숙사에서 지내게 됐네.”


제이미는 무척 좋아했다.


“그러네.”

“이제 자주 보게 될 테니까 잘 부탁해.”

“나도.”

“나머지 몬스터님들도 잘 부탁해용.”


제이미는 그들에게 상큼하게 윙크를 날려 주고는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라이언과 크리스의 시선이 도현에게 향했다.


“도!”

“너 대체 뭐냐?”


도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가?”

“방학 때 도서관에 박혀 살았다면서 그런 얘를 어떻게 알아?”

“존이 파티에 초대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가서 알게 됐어.”

“파티라고?”

“기숙사 파티.”

“그럼 그때 수진도 알게 된 거야?”

“그렇지.”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여행 가지 말고 기숙사에 남을걸.”


크리스는 제이미 쪽을 쳐다보며 무척 아쉬워했다.

라이언은 침을 꿀꺽 삼키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말이야, 방금 그 사람······.”

“남자 친구 있어.”

“제기랄.”


쾅! 라이언은 테이블을 쳤다.

버거 삼매경에 빠졌던 레이는 테이블이 들썩거리자, 깜짝 놀라며 라이언을 쳐다보았다.

라이언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손을 저었다.


“아냐, 계속 먹어.”

“응······.”


레이는 계속해서 버거를 먹었다.

도현은 크리스에게 물었다.


“아까 얘기하다 만 것 좀 말해 봐. 왼쪽에는 체육학과 애들이고, 오른쪽은 뭔데?”

“연기학과래.”

“연기학과?”

“그래, 장차 할리우드에 진출할 애들이 우리 옆방에 있다고. 그것도 일곱 명 중 여섯 명이 연기학과래.”

“정확한 정보야?”

“당연하지. 아까 기숙사 나올 때 튜터한테 물어본 거야.”

“음.”


도현은 앞으로 험난한 기숙사 생활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래도 레이는 둘과 달리 여자들에게 관심이 없어 보여 그나마 다행스러웠다.

그런데 오늘따라 버거를 먹으면서 계속 뭐라고 중얼거렸다.

레이는 버기를 먹으면서 오직 한 사람만 생각했다.


“양양을 만날 수만 있다면······.”


***


도현은 기숙사로 이동하는 동안, 그들은 새 기숙사에 대한 칭찬이 끊이질 않았다.

도현은 그들이 기숙사의 시설이 마음에 드는 것도 있겠지만, 앞으로 함께 생활하게 될 이웃사촌들 때문에 더 만족스러워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솔직히 시커먼 남자들만 모여 일 년을 생활해 보니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4층 복도에 들어서면 칙칙한 냄새는 물론, 홀아비 냄새가 진동을 했다.

오죽했으면 위글스워스에서 4층을 ‘오크 지역’이라고 했을까.

그런 걸 생각한다면 여자들과 함께 생활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어느덧 기숙사 건물들이 들어선 거리에 들어섰다.

모든 기숙사 건물에는 일제히 ‘환영합니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배정받은 곳으로 학생들이 들어가자, 다들 반겨 주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건물 세 개를 지나쳐, 네 번째 건물 입구에서 멈춰 섰다.

입구에는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환영합니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다른 곳과는 달리, 하나가 더 있었다.

큼직막한 것이.


-몬스터 4인방 대환영!


“왔다!”

“빨리 연락해.”


갑자기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예상치 못한 환대에 어리둥절해하며 건물 입구로 걸어갔다.

사람들 사이에서 푸덕한 인상을 가진 백발의 중년 남성이 앞으로 나왔다.

그들이 아는 사람이었다.

1학년 철학 과목을 가르쳤던 로빈 윌리암스였다.

그는 사람 좋은 인상을 지으며 몬스터 4인방을 맞이했다.


“어서들 오게나.”

“교수님께서 여긴 어쩐 일로······.”


도현이 살짝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여기 책임자라네.”

“교수님이요?”

“찰스 강변에 위치한 기숙사들은 ‘종신 교수’들이 하나씩 맡아서 관리를 하고 있어.”

“아, 그렇군요. 잘 부탁드립니다.”


도현이 고개 숙여 인사했다.

로빈은 그와 포옹한 후 나머지 세 명과도 포옹을 나누며 반겨 줬다.

그는 세상을 다 가진 표정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커다란 장식장이었다.

장식장에는 달랑 트로피 두 개가 전부였다.

‘뭐지?’

그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로빈을 쳐다보았다.

로빈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앞으로 장식장에 트로피가 하나씩 쌓여 갈 걸 생각하니 벌써부터 심장이 두근거린다네.”

“아······.”


도현은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다.

로빈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말을 이었다.


“위글스워스에서 보여 줬던 것처럼 여기서도 대활약을 기대하겠네.”

“아, 예······.”


도현은 상황이 상황인 터라 예의상 대답했다.

그와 달리 다른 녀석들은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만 믿으세요!”


라이언은 고릴라처럼 가슴을 두드리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크리스도 환호하는 여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한마디 보탰다.


“제가 깃발 하나는 멋지게 뽑아 드릴게요.”


둘의 반응에 학생들이 열광하며 연호하기 시작했다.


몬스터! 몬스터!


“우리도 이제 우승하는 거야?”

“아자아자! 파이팅!”

라이언과 크리스는 두 팔을 번쩍 들며 그들에게 화답했다.


“당연하죠!”

“우리가 싹 쓸어버리자고요!”


분위기에 살짝 눌렸던 레이도 한마디 보탰다.


“우리는 도현이만 믿고 따르면 돼요. 그럼 우승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 말에 학생들은 더욱더 열광하며 몬스터를 외쳐 댔다.

도현은 어색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숙이며 그들의 환호성에 답했다.

그러면서 속으로 녀석들을 원망했다.

‘이 사고뭉치들.’

로빈이 도현의 손을 잡고 힘껏 들었다.


“아담스에 영광의 빛이!”


우와아아아아-!


사람들이 자신에게 열광하는 모습에 도현은 마치 사이버 교주가 된 기분이 들었다.

‘첫날부터 이게 뭔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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