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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꾼의 서재입니다.

마신 유희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그림자꾼
그림/삽화
sion422
작품등록일 :
2018.06.24 20:23
최근연재일 :
2019.07.22 00:10
연재수 :
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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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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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89
글자수 :
548,659

작성
18.09.12 23:25
조회
1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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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
글자
13쪽

오크와 엘프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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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 * *


리버풀은 동부 로덴 왕국의 북쪽 끝에 있는 마지막 도시였다.

강한 추위에 농사는 물론, 일반 시민들조차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떠나는 버려진 도시였다.

기아와 가난 덕에 영지민들은 노예가 되기 일수였고, 그러한 노예들을 상대로 주인들은 단지 재미를 위해 싸우게 하여 판돈을 버는 무법천지의 도시였다.


그런 도시가 부흥의 시기를 맞이하게 된 계기는 이곳에 있는 특산품과 하나의 축제 덕분이었다.

특산품은 식품, 향신료, 장식품과 같은 물건이 아닌 살아 있는 건강한 ‘노예’였으며, 그런 노예를 이용한 처절한 ‘결투’라는 축제가 몰락한 도시를 부흥의 도시로 만들었다.


실제로 길거리의 시장에서는 돗자리를 깔거나 작은 가게를 열어 과일이나 고기, 그밖에 잡다한 물건을 파는 게 아닌 주로 쇠창살에 갇힌 몬스터나 족쇄가 채워져 단상 위로 올라간 인간 노예가 팔리고 있었다.


노예들은 상품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중요 부위만을 넝마로 가린 채 서 있었고, 그러한 노예에 대한 상품평을 소개하듯 주인들이 열혈이 자랑을 하고 있었다.


“오호, 상태가 상당히 좋군.”


리버풀이라는 도시에 들어온 라휄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는 듯 손등으로 눈을 비볐다.

쇠창살에 갇혀 있던 다 죽어가던 오크가 멀쩡해 보인다.

다져진 근육과 멋들어진 송곳니를 가진 모습에는 근엄함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이 정도면···. 좋군. 내 손해 본다치고 30골드에 사겠네.”


노예 상인의 말에 라휄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이게 뭔 일이다냐! 다 죽어가던 놈이 갑자기 미쳐 날 띨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하게 회복하다니. 헌 상품이 새 상품이 되어버렸잖아!’


하룻밤만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몰라도 이건 행운이었다.

라휄은 오크를 사려는 노예 상인을 쳐다봤다.


“좋습니다. 그 정도에 팔도록 하지요!”


노예상인은 돈주머니를 내밀었다. 그러면서 재촉하는 듯 마차 속 쇠창살에 갇힌 엘프 소녀를 쳐다보며 말했다.


“저 엘프도 우리에게 팔 텐가? 그렇담 사겠네. 아주 비싼 값에 쳐주지.”


“얼마 정도입니까?”


비싸게 쳐준다는 말에 혹한 라휄이 물었다.


“상품을 봐도 되겠나?”


“물론입니다!”


노예상인은 마차에 들어가 엘프 소녀의 상태를 살폈다.

엘프 소녀는 겁에 질려 움츠러들어 머리를 감쌌다.

노예 상인은 엘프의 외모를 보며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귀가 보통 엘프보다 길군. 하지만 하이엘프보다는 짧아. 혼혈? 그것도···. 그렇군. 하프엘프인가. 좋네. 70골드! 어떤가?”


“70골드?”


라휄은 깜짝 놀라 외쳤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비싼 값에 나갔기 때문이다.


“순수 하이엘프라면 좀 더 비싸겠지만, 혼혈이니 말이세. 이 정도도 많이 쳐준 거라네.”


“조, 좋습니다!”


흥정 따위는 없었다.

라휄이 싱글벙글한 얼굴로 승낙하자 노예 상인은 눈치를 보며 그의 귀가에 속삭였다.


“그리고 또 하나.”


“...?”


“저것도 상품···. 인가? 여자인가? 남자인가?”


노예 상인의 시선이 마차 밖에서 거리를 구경하는 한 명의 소년에게로 향했다.

대륙에서 보기 힘든 긴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의 소년은 신기하다는 듯 거리를 둘러보고 있었다.

라휄은 소년이 듣지 않게 조용히 속삭였다.


“네, 상품입니다. 하지만 아직 노예 문서가···. 아, 그리고 일단은 남자 같습니다.”


“남자! 저 외모에? 그렇군! 하하···. 좋아! 문서? 그거야 일단 팔고 나서 작성하면 되지 않나? 어쨌든 서비스로 저 소년은 그냥 넘겨주게. 다음 노예도 비싸게 사줄 테니까.”


라휄의 말에 노예 상인은 상황을 파악했다.

분명 어딘가에서 말로 꼬드겨 납치한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라휄의 고민했다. 서비스로 주기엔 아깝다. 하지만 이처럼 후하게 노예를 사주는 단골이 있다면 더욱 더 편할 것이다. 무엇보다 납치해 파는 만큼 약점을 잡히기 쉬웠다.

라휄의 고민하는 모습에 노예 상인은 덧붙여 말했다.


“지금 서비스를 준다면 자네는 내 손님으로서 항상 비싼 값에 노예를 팔 수 있을 거라네. 뭐, 그냥 주기 싫다고 하면 상관없기는 한데, 감당 할 수 있겠나?”


“...?”


“이곳 영주님의 취향은 정말로 독특하다네. 그래서 예쁘장한 남자 노예는 모두 영주님이 데리고 가버리지. 만약 자네의 노예가 될 저 소년이 영주님의 시야에 띈다면 자네가 팔지도 못한 채 영주님에게 압수당할 가능성이 있다네.”


"그, 그런..."


"자, 정하게. 나에게 팔아서 나의 단골 손님으로 대우 받을 텐가? 아니면 팔지도 못할 노예를 계속 데리고 다닐 텐가?"


노예 상인의 말에 라휄은 신음을 흘렸다.


“좋습니다! 대신 노예를 데리고 오면 비싸게 사주십시오!”


"알았다네."


넙죽 넙죽 승낙하자 노예상인은 입맛을 다졌다. 이럴 거면 오크나 엘프도 더 낮게 쳐서 부르는 게 좋았을 터였다.


“좋은 거래였네!”


라휄과 노예 상인은 손을 마주 잡았다.

거래가 끝나자 라휄은 돈 주머니를 허리춤에 차고는 유아에게 다가갔다.

신기한 듯 주변 노예들을 감상하던 유아는 라휄을 쳐다봤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유아는 그런 라휄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유아의 그림자에서 꿈틀꿈틀 검은 손이 튀어나와 라휄 몰래 허리춤으로 다가갔다.


“아, 그래요. 잘 가요. 고마웠어요. 덕분에 좋은 여행을 했어요.”


“하하! 저야 고맙지요. 그럼 전 이만···.”


‘돈도 벌었겠다. 이제 내 인생은 꽃길만이 있을 뿐이다!’


라휄이 떠나자 노예 상인이 유아에게 다가와 미소를 지었다.

이 소년을 노예로 팔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년은 오히려 노예 상인을 마주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리고 들고 있던 돈주머니를 들어 올려 보여주며 말했다.


"혹시 노예 살 생각은 없나요?"


* * * *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이야···!’


밤이었다.

벌어들인 돈으로 최고급 여관을 찾아가려는 사이, 머리에 강한 충격을 맞고 기절해버렸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쇠창살에 갇혀 있었다.

그는 당황해하며 쇠창살 밖에 있는 두 사람을 쳐다봤다.


“저자를 팔아넘기면 되는 거겠지요?”


노예 상인의 말에 소년, 유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돈은 가져도 상관없어요.”


“뭐, 저희야 돈을 받고 일하는지라 적정한 금액을 받고 노예를 얻을 수 있어 좋지만, 역시 찜찜하군요. 조금 전까지 손님이었던 자를 노예로 만들어 팔아 버린다는 게 영 양심의 가책이 느껴집니다. 무엇보다 신용이···.”


노예상인이 힐끔 유아를 보며 중얼거릴 때, 유아는 품속에서 금화 한 닢을 튕겼다.

오크와 엘프를 팔아 라휄이 받았던 돈 중 일부였다.

금화를 받은 노예 상인은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중요하기는 하지만, 먼저 불법을 저지른 건 저쪽이니 말입니다. 그렇게 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군요.”


“저를 속여 팔려고 했던 인물이에요. 뒤처리하기 귀찮은 거라 떠맡기는 거니 잘 부탁해요.”


“물론입니다. 좋은 거래였습니다.”


노예 상인과 유아는 손을 마주 잡았다.

조금 전 라휄과 똑같은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무슨···?”


노예 상인은 라휄에게 다가갔다.


“들었다네. 자네가 노예, 그리고 이분이 노예 주인이라고 하더군.”


노예 상인은 유아를 가리키며 ‘주인’이라고 칭했다.

그 모습을 보며 라휄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허리춤에 있어야 할, 노예 상인에게 받았던 금화 주머니가 사라진 걸 깨닫고는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버렸다.


“네, 네 녀석들 한 패였냐! 나를 속이다니···!”


“...무슨 소리인가?”


노예 상인은 의미를 모르겠다는 듯 그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이 개자식···!”


퍽!


라휄의 얼굴에 몽둥이가 꽂혔다.

쇠창살 사이로 몽둥이를 휘두른 노예 상인은 인상을 찌푸리며 그를 위협했다.


“한 번 더 그 더러운 입을 놀리면 다리를 뭉개버릴 테다. 천한 노예면 노예답게 주인의 말을 따라야지 어디서 주둥이를 놀려!”


라휄은 끙끙거리며 코를 감쌌다.

그가 조용해지자 노예 상인은 두 손을 모아 비비며 유아에게 말했다.


“자, 손님, 혹 원하시는 물건이 있는지요?”


“일단 주변을 둘러봐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아참, 다른 손님이 와 계시기에 나중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천천히 둘러보십시오.”


노예 상인이 떠나자 유아는 주변을 둘러봤다.

창고처럼 된 그곳은 빛하나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곳이엇다. 답답하게 밀폐된 공간 속에서 오직 촛불만이 은은하게 빛나며 주변 시야를 밝히고 있었다.

주변에는 온갖 노예들이 있었으며, 그들은 유아를 보며 움찔움찔 놀라며 웅크렸다.


노예를 둘러보던 유아는 라휄이 팔았던 오크와 엘프 소녀가 있는 쇠창살을 볼 수 있었다.

유아는 그 둘을 보며 동정 어린 시선을 보냈다.

남이기는 해도 작은 인연이 있던 자들이엇다.

최소한 그들이 좋은 주인을 만나기를 바랄 뿐이었다.


“자, 보십시오! 새로 들어온 노예들입니다. 기사님께서 좋아할 녀석들이지요! 싸움을 잘하는 남성 노예! 밤시중을 잘 드는 색끈한 여성 노예! 그것도 아니면 전장의 방패막이가 될 값싼 병든 노예까지!”


노예 상인이 굽신거리며 누군가를 데리고 왔다.

2m가 훌쩍 넘는 장신, 체구에 맞는 다져진 근육을 가졌다. 몸에 맞춘 가죽을 쪼아 만든 의복을 입고 있었으며, 등에는 금속으로 된 커다란 건틀렛을 줄로 매달아 매고 있었다.

나이는 60대 정도로 추정되며, 엉클어진 붉은 머리카락과 화염을 보는 듯한 매서운 눈매, 정리되지 않는 거친 수염을 가졌다.


몸에서 흘러나온 기백은 기사라기보단, 군주에 가까운 위엄과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었다.

강인한 인상을 준 사내를 본 유아는 흠칫 놀라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저건 또 무슨 괴물이야?”


상대방의 수준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었던 유아는 마른 침을 삼켰다. 유아의 기준에서 눈앞의 사내는 인간의 범위를 벗어난 존재였다.


지금껏 만난 인간 중에서는 가장 강한 인간이었다.

레베카에 만났던 성기사 전체보다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개개인이라면 절대로 이기지 못할 정도의 괴물이라고 볼 수 있었다.

사내는 쇠창살에 갇힌 노예들을 훑어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뭐야, 전부 언제 죽을지 모르는 비리비리해 보이는 놈들이거나 지저분한 놈들뿐이잖아. 좀 그런 거 없나? 단정하고 깨끗한 놈, 그리고 예의가 있어 보이는 놈 말이야.”


노예상인은 손을 비비며 허리를 낮췄다.

그는 사내의 말을 오해했다.


“아, 혹 밤 시중을 들 자를 찾으시는 건지요! 그럼 이쪽으로···.”


사내는 손을 저었다.


“아니, 그런 놈들 말고. 그냥 시중을 들 하인, 하녀로 쓸 만한 녀석들 말이야. 인제 와서 생각난 건데, 영주를 만나는데 시종을 하나 없이 가기에는 좀 그렇더군. 체면 좀 차릴 겸 꽤 깨끗한 놈, 그리고 예의 바른 놈으로 하나씩 가져가고 싶은데.”


“하인, 하녀말입니까?”


노예가 아니라?

노예 상인은 마음속에서 흘러나올 뻔한 말을 삼키고는 힐끔 유아가 있는 쪽을 쳐다봤다.

노예 상인의 시선 때문일까?

사내도 시선을 돌려 유아쪽을 쳐다봤다. 그는 유아의 얼굴을 보고는 감탄사를 내뱉고는 턱을 쓰다듬었다.


“오오, 뭐야. 쓸만한 녀석이 있잖아! 얼굴도 예쁘장한 게 먹히겠군. 이 정도면 내 체면도 서겠지.”


사내는 밖에서 노예를 구경하던 유아와 쇠창살에 갇힌 엘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이놈하고, 이놈, 얼마지?”


이 과일이 가격이 얼마인가···? 라는 투로 가격을 묻는다.

순식간에 자신도 노예가 되어버린 유아는 쓰게 웃었다.

노예 상인은 흠칫 놀라며 유아를 보며 말했다.


"저기... 저분은 노예가 아닌 손님입니다. 그리고..."


노예 상인은 엘프를 바라봤다.

다른 노예도 아니고 엘프를 하녀로 삼겠다는 걸까?


“엘프를 하녀로 삼을 생각이십니까? 그건 좀 위험한 발상입니다.”


엘프는 무척이나 빠른 발과 유연한 몸을 가졌다.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도망쳐버리는 노예 중 하나였다.

그렇기에 엘프를 사들인 귀족들은 새장 안의 새처럼 그들을 전용 감옥에 가두어 감상하거나 혹은 욕구를 표출하는 데 사용했다.

언제 도망칠 엘프를 하녀로 데리고 다닌다는 거 자체가 위험한 발상이었다.


‘아니면 형식상 그렇게 말하는 건가?’


간혹 있다. 가오를 잡기 위해 과장된 말을 하는 기사가 말이다.

노예 상인의 말에도 그는 들은 척도 하지 않은 채 말을 이어갔다.


“아, 그리고 이놈은 또 얼마야? 싸움 구경을 좋아하는 영주에게는 오크 검투사 정도를 보내는 게 딱 좋은 선물이 될 거 같아서 말이지.”


사내는 엘프의 바로 옆, 오크를 가리키며 또다시 물었다.

노예 상인은 사내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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