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그림자꾼의 서재입니다.

마신 유희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그림자꾼
그림/삽화
sion422
작품등록일 :
2018.06.24 20:23
최근연재일 :
2019.07.22 00:10
연재수 :
92 회
조회수 :
810,421
추천수 :
19,289
글자수 :
548,659

작성
18.09.11 21:25
조회
10,552
추천
237
글자
11쪽

오크와 엘프 소녀

후원은 NO! 작가를 응원하는 후원은 오히려 작가에게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후원보다는 댓글을 남겨주시는 것이 작가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DUMMY

‘좋군. 세상 물정 모르는 소년이다!’


경계심도 없어 보인다. 잘만하면 힘으로 제압할 필요도 없이 팔아버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네, 시골에서 살았거든요. 잠시 지인을 찾기 위해 나온 것이지만, 길을 찾기가 힘드네요.”


소년이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그 모습이 상당히 수상쩍기는 했지만, 라휄은 신경쓰지 않았다.


‘시골? 귀족이라도 하급 귀족밖에 되지 않는다는 말이 되겠어.’


귀족 집 도련님을 팔아버리면 문제가 되겠지만, 변방의 귀족 도련님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하급 귀족 따위가 납치당한 자신의 아이를 어떻게 찾는단 말인가!


‘좋아! 네놈은 내 것이다!’


“그렇군요.”


라휄은 미소 짓고는 마차를 가리켰다.


“타시지요. 가까운 영지까지 모셔다드리겠습니다.”


“고마워요. 신세 좀 지겠습니다.”


“괜찮습니다. 서로 돕고 살아야지요.”


‘물론 보상은 네 몸이지만 말이야.’


고상하게 생긴 소년이다. 팔면 상당한 값이 나오리라.

남색가의 변태 귀족이라면 더더욱 선호할 테니, 족히 잡아 20골드 이상일 것이다.


‘엘프보다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외모가 있으니 비싸게 팔리겠지.’


“감사합니다.”


소년이 방긋 미소를 지었다.

그가 마차에 올라타자 라휄은 속으로 만세를 외쳤다.


‘가이아 여신께서 행운을 주시는구나. 돈방석에 앉아 뒹굴 일만 남았군!’


라휄은 고삐를 흔들었다.


* * *


유아는 마차에 탄 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로덴 왕국이라는 나라에 있는 눈 덮인 대지였다.

숲이 우거져 있지만, 함박눈에 의해 초록빛보단 새하얀 풍경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유아는 ‘라휄’이라고 소개한 이를 쳐다봤다.

통통한 몸집에 벗겨진 민머리, 커다란 딸기코와 멋들어지게 기른 콧수염을 가진 남자였다.

누가 보면 악덕 상인처럼 보인다. 아니, 보이는 게 진실일지도 몰랐다.

유아가 시선을 돌렸다.


마차 안, 쇠창살로 된 비좁은 공간 속에 흐느끼는 엘프와 유아를 노려보는 한 마리의 오크가 보였다.


‘좋은 사람이라고는 볼 수 없겠어.’


이미 레베카 영지에서 겪었던 일이 있었기에 불신이 들 수밖에 없었다.


“저들은···?”


유아가 오크와 엘프를 가리키자 라휄은 흠칫 놀라며 말했다.


“아, 그것들 말입니까? 그···. 뭐시냐···. 그냥···. 상품입니다.”


“상품?”


라휄은 말을 꺼리는 듯 식은땀을 흘리며 억지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 가는 영지에 거래가 될 상품입니다. 일종의 노예지요.”


“...”


노예? 그렇다는 말은 눈앞의 이 사내는 노예 상인이라는 걸까?


‘...레베카 영지에서도 인신매매단을 만났었지.’


그것도 대낮에 대놓고 팔아버릴 정도로 간이 큰 자들이었다.


“그쪽도 노예상인인가요?”


유아가 노골적으로 묻자 라휄은 머리를 굴리며 말했다.


“하, 하, 하! 아니요. 아닙니다! 저는 그···. 고용된 운송자일 뿐입니다. 저는 무서워서 노예 상인 같은 일은 못 합니다. 게다가 노예 문서가 따로 없다면 함부로 팔지도 못하고요.”


라휄이 유아의 눈치를 살폈다.

그 모습에 유아는 의심을 품은 눈빛을 보냈다.

라휄은 식은땀을 흘리며 말을 돌렸다.


“아참! 시골에서 오셨다고 하던데. 어디서 오셨습니까?”


“...북방의 끝에 있는 작은 섬이요.”


“북방의 끝? 섬? 그런 곳이 있습니까?”


“네, 있더라고요.”


유아가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말에 라휄은 고민에 빠졌다.


‘으음, 상인이나 귀족 도련님인 줄 알았는데, 그냥 돈 좀 있어 보이는 평민이었나? 그것도 도망친 난민.’


현제 두 개로 분열된 국가, 로덴 왕국은 전쟁 중이었다.

때문에 강제 징병, 혹은 높아진 세율을 피해 도망치는 난민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그들은 인적이 없는 곳으로 떠나 마을을 지어 조용히 살아가기도 했다.

유아의 말에 라휄은 미소를 지었다.


‘용병들을 고용해 난민들을 사냥하면 떼돈을 벌 수 있겠군.’


엘프와 오크만 팔아도 10명에서 20명 정도의 용병을 고용하고 노예를 운송할 마차와 말을 살 수 있다.

잘만 이용하면 난민촌에 있는 이들을 노예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대박이군. 대박이야!’


“거기 주민이 몇이나 되는지요?”


“글쎄요. 상당히 많아요.”


‘최소 50명 이상이라는 말인가? 하하!’


“그렇군요.”


라휄이 싱글벙글 미소를 짓자 유아는 눈살을 찌푸렸다.


'역시 좋은 놈은 아니야. 가까운 영지에 도착하면 헤어져야지.'


마차는 몇 시간 동안 눈 덮인 가도를 지나갔다.

해가 떨어지자 마차를 세운 라휄은 야영 준비를 했다.

천막을 꺼내 텐트를 짓는다.


“죄송하군요. 텐트가 1인 용인지라.”


“괜찮아요. 마차를 얻어타는 것도 고마운데.”


유아가 별거 아니라는 듯 손을 저었다.

라휄은 짐을 들고 천막으로 들어갔다. 안에서 랜턴을 켰다. 덕분에 텐트가 반사되어 안 속 그림자가 비쳤다.

라휄이 무언가를 먹는 듯한 움직임이 보였다.

식량이 있음에도 혼자 챙겨 먹는 것이다.

유아는 그 모습에 쓴웃음을 지었다.


‘이곳 인심은 메말라 있구나.’


또한 꿍꿍이가 있으니 가까이해서는 안 될 인물이었다.

유아도 가방에서 먹을 것을 꺼내 들었다. 오랜 여행을 위한 말린 고기, 가죽 주머니에는 물이 담겨 있다. 사실상 먹지 않아도 상관은 없지만 여행하는 기분을 내보고 싶기도 한 유아였다.

그는 말린 고기를 입에 넣으려다 시선을 돌렸다.

오크가 계속해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살기, 혹은 살의가 가득하다.


‘...상당히 인상적이네.’


얼굴과 몸 곳곳에 흉터가 가득하다. 검상이 있는 민머리에 파충류와 같은 날카로운 눈이 상당히 강인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유아는 그런 오크의 옆을 쳐다봤다.


‘역시 숲의 요정. 예쁘네. 잘 크면 미인이 되겠어.’


어린 엘프 소녀다.

짧은 황금빛 머리카락에 하얀 피부, 푸른 눈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웅크리며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흙먼지가 묻어 있음에도 머리카락에서는 윤기가, 피부에서는 광택이 흘러나왔다.

엘프가 왜 숲 속의 아름다운 요정이라고 칭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드실래요?”


유아가 말린 고기를 든 채 쇠창살 사이로 손을 내밀었다.

그 모습에 오크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보아하니 저 노예상은 아무것도 챙겨주지 않는 거 같던데 많이 있으니 넉넉하게 드릴···.”


“네 녀석 정체가 뭐냐.”


유아는 오크를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


“네놈, 인간이냐? 인간과 다른 기척이 느껴져.”


오크의 질문에 이번엔 엘프가 반응을 보였다.

흠칫 놀라며 고개를 들어 유아를 쳐다봤다.

유아는 곤란한 듯 머리를 쓸어내렸다.


“감이 좋으시네요.”


“인간이···. 아니에요?”


엘프 소녀가 질문을 던졌다.


“글쎄.”


참으로 애매한 대답이다. 하지만 그 대답을 들은 엘프 소녀는 경계심을 낮추었다.

그녀는 쇠창살을 움켜잡고 유아와의 거리를 최대한 좁혀 애원한 듯 말했다.


“부탁이에요. 저희를 풀어주세요!”


겁에 질린 듯 아담한 몸이 가늘게 떨리며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거처럼 눈가에는 이슬이 맺혔다.

안타까운 모습이었지만 유아로서는 도와줄 수가 없었다.


“...풀어달라고 하셔도 그건 힘들어.”


이들이 어떠한 사정을 가졌는지 모른다. 이제 만나고 겨우 한 두 번 대화를 했을 뿐이다.

그런 이들을 도와준다고 해서 이득이 될 건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오늘 처음 만난 사람을 도와줄 만큼 상냥한 사람이 아니야.”


지금부터 지인을 찾으러 가는 유아였다. 그런 그가 괜한 사건을 일으켜 평온했던 여행을 방해 받기는 싫었다.


‘뭐, 레베카 영지에서는 거창하게 일을 저질러버렸지만.’


레베카 영지를 떠올린 유아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러고 보면 그건 참으로 큰 대형 사고라고 할 수 있었다.

오크는 그런 유아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 엘프만이라도 안 되겠나? 이 아이는 내 은인이다. 나를 치료한다고 도망치지도 못했어.”


엘프가 오크를 치료해주었다?

유아는 놀란 얼굴로 엘프 소녀를 쳐다봤다.

오크와 엘프다. 서로 타종족이건만, 도와주었다는 말이 된다.

소녀로서의 순수함 때문인지 아니면 천성인지는 모르지만 선한 아이라는 말이 된다.


“미안해요. 그래도 제가 해줄 수 있는 건 없어요.”


“...그렇군.”


오크는 한숨을 내쉬었다.

부탁을 거절당하자 엘프 소녀는 원망 어린 표정으로 유아를 쳐다봤다.

그녀에게 있어서 유아가 유일한 희망이었다.


‘곤란하네.’


유아가 있던 세계에서 힘든 노약자나 길 잃은 어린 소녀에게 파출소를 알려주는 수준이 아니다.

이미 소유권이 있는 노예를 풀어준다는 건 조용히 넘어갈 일이 아니었다.

마음 같아서는 노예상인이라도 죽이고 꺼낼까도 했지만, 다음 영지까지 길을 모르니 그럴 수도 없었다.


“죄송해요. 제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이라곤···.”


유아는 말린 고기와 물을 내밀었다.


“이것을 주는 것밖에 없네요.”


“...이것만으로도 감사하마.”


오크는 말린 고기와 물을 받았다. 그러면서 옆 칸에 있는 엘프를 향해 내밀었다.


“하지만···. 하지만···.!”


엘프 소녀가 얼굴을 감쌌다. 그런 엘프를 향해 오크는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었다.


“걱정 마라. 너에게는 빚이 있다. 너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도망치게 해주마.”


“고마워요···.”


엘프 소녀는 흐느끼면서도 눈물을 멈추기 위해 애를 썼다. 그러면서도 유아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억지를 부려서.”


“괜찮아.”


유아는 손을 저었다. 그러면서 오크의 상태를 살폈다.

흉터 곳곳에서 아직도 핏물이 남아 있다. 아까 말했던 것처럼 다친 상처가 있는 것이다.


‘보통은 움직이지 못할 정도일 텐데.’


엘프 소녀가 상처를 치료해주었다고 했지만, 사실상 상당히 위험한 수준이다.

오늘내일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깊은 상처이며, 열악한 환경이라 자연치료도 되지 않는 모양이다.


유아는 슬쩍 노예 상인이 있는 텐트를 쳐다봤다.

유아가 쇠창살을 풀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는지 안심하고 폭 자는 모양이다.


‘괜찮겠지?’


유아는 오크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의 몸에서 그림자가 뿜어져 나오더니 오크의 몸을 감쌌다.


“잠깐, 무슨 짓···!”


그림자에서 황금빛 빛이 흘러나오고 단 몇 초도 지나지 않아 그림자가 회수되었다.

오크는 불평조차 제대로 하지 못할 잠깐의 순간이었다.

오크는 입을 다물며 굳어진 얼굴로 자신의 몸 상태를 살폈다.


“뭐냐···. 이건···.”


단 몇 초였다.

눈을 한 번 깜박할 시기였건만, 오래전 흉터부터 부서졌던 송곳니마저 ‘재생’되어 있었다.


이건 마법? 아니다. 단순한 마법으로 오래전 흉터마저 치료하고 부서진 이빨마저 재생시킬 수는 없다.

게다가 이런 초고속 회복 마법이 이 세상에 있을 리 없었다.


마치 시간을 역행한 거처럼 회복했을 뿐만 아니라 최상의 몸 상태마저 가지게 되었다.

이건 기적.

마치 신이 행한 기적과도 같았다.

오크는 놀란 듯 자신의 몸 상태를 살피다가 다시 유아를 쳐다봤다.


“이게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가장 큰 도움이에요.”


너무나도 큰 도움에 오크는 할 말을 잊었다.




오타 맞춤법 지적해주시면 감사드립니다. 선호작, 추천, 댓글 등을 달아주시면 감사드립니다! +다시 한 번 강조드리지만, 후원은 NO! 작가를 응원하는 후원은 오히려 작가에게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후원보다는 댓글을 남겨주시는 것이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작가의말

와... 근무시간이 바뀌고 나서 힘드네요. 퇴고랑 글을 적어야 하는데 비축분만 믿고 게으름을 피우고 있으니, 금방 따라 잡힐 거 같습니다. 사실상 이번편도 퇴고가 필요한 편인데...!! 끄응;;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8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마신 유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5 사이비 던전 +27 18.10.15 8,361 211 14쪽
34 사이비 던전 +26 18.10.13 8,556 219 16쪽
33 사이비 던전 +15 18.10.09 8,616 225 13쪽
32 사이비 던전 +29 18.10.07 8,714 233 14쪽
31 사이비 던전 +32 18.10.03 9,019 228 12쪽
30 사이비 던전 +15 18.09.30 9,180 218 14쪽
29 사이비 던전 +28 18.09.27 9,710 239 14쪽
28 3장 프롤로그 - 믿습니까! +25 18.09.23 9,805 245 13쪽
27 2장 에필로그 - 어쌔신 오크 +13 18.09.22 9,589 231 16쪽
26 2장 에필로그 - 어쌔신 오크 +17 18.09.22 9,661 208 13쪽
25 오크와 엘프 소녀 +16 18.09.19 9,671 234 13쪽
24 오크와 엘프 소녀 +28 18.09.19 9,475 228 13쪽
23 오크와 엘프 소녀 +43 18.09.17 9,636 234 14쪽
22 오크와 엘프 소녀 +30 18.09.15 9,781 225 13쪽
21 오크와 엘프 소녀 +24 18.09.14 10,030 237 13쪽
20 오크와 엘프 소녀 +26 18.09.13 10,162 229 15쪽
19 오크와 엘프 소녀 +18 18.09.12 10,222 228 13쪽
» 오크와 엘프 소녀 +18 18.09.11 10,553 237 11쪽
17 2장 프롤로그 : 어쌔신 오크 +26 18.09.10 11,233 225 13쪽
16 1장 에필로그 - 어느 시골 소녀의 이야기.-2 +33 18.09.08 11,160 230 19쪽
15 1장 에필로그 - 어느 시골 소녀의 이야기.-1 +19 18.09.07 11,588 239 15쪽
14 스처지나가는 인연 +31 18.09.06 11,824 276 14쪽
13 스쳐지나가는 인연 +22 18.09.05 11,621 264 13쪽
12 스쳐지나가는 인연 +18 18.09.04 11,675 242 13쪽
11 스쳐지나가는 인연 +23 18.09.03 11,722 246 14쪽
10 스쳐 지나가는 인연 +21 18.09.02 11,876 236 14쪽
9 스쳐지나가는 인연 +16 18.09.01 12,427 249 22쪽
8 스쳐 지나가는 인연 +22 18.08.28 13,076 239 13쪽
7 스쳐 지나가는 인연 +17 18.08.27 13,789 247 10쪽
6 스쳐 지나가는 인연 +23 18.08.26 15,342 285 1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