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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석 님의 서재입니다.

절름발이 소드마스터의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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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석
작품등록일 :
2023.10.07 18:31
최근연재일 :
2023.11.07 11:15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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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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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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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07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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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두 번째 의뢰(5)

DUMMY

두 번째 의뢰(5)




부하 산적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했다.


"두목이 이렇게 간단히..."

"끄윽.. 끄흐으윽...."


카룬은 손목이 잘린 충격에, 신음을 흘리며 여전히 그 자리에 주저앉아있었다.


두목이었던 카룬은 이들 일당 가운데서도 가장 강한 사내였다.

그도 그럴게, 무려 2성에 이른 전문 사냥꾼이었으니까.

마을이 망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슬라임이 출몰하는 산속에 들어가 멧돼지나 사슴을 잡아오거나, 마을에 내려온 맹수를 처리하거나 하는 일들을 도맡아 하던 마을의 도살자였다.

그러나...


"끄으윽..."

"고작 손 하나 가지고 질질 짜지 말고 얼른 일어나."


루카스가 카룬을 가볍게 걷어찼다.

끙끙대며 신음을 흘리던 카룬은 뒤로 나동그라지며 겁에 질린 얼굴을 했다.


"아, 아아.. 아아아...."


어버버 하는 것이 전부였다.


'임자 제대로 만났구만.'


카룬의 표정에 헤럴드는 과거의 자신을 떠올리면서도 피식 웃었고.

루카스는 피식 웃으며 피가 뚝뚝 흐르는 검을 들어올렸다.


"안되긴 뭐가 안돼."


-파앗.


"저, 저건..!"

"마나 블레이드!"


산적들은 눈 앞의 광경이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을 했다.

심지어는 두 눈을 비비거나 멍하니 제 볼을 꼬집어보는 이들도 있었다.


루카스는 허망하게 바닥에 널브러진 채 벌벌 떠는 카룬을 내려다보았다.


"아무튼 내가 잘 생각해봤는데 말이야."


루카스는 검을 들어올렸다.

루카스의 표정이 차갑게 식었다.


"아무리 그래도 너는 부하로 못 받아주겠다."


마르코 때와는 또 달랐다.

카룬의 당초 목적은 마르코와 비슷했다.

루카스의 목숨을 노리고, 돈을 노리고 싸웠다는 점 까지는 같았다.

거기에 둘 다 잔머리가 굴러가는 건 마찬가지였지만, 결정적으로 둘은 가장 중요한 한 가지에서 달랐다.

태도의 차이였다.


마르코는 처음에 돈만 내놓으면 목숨은 살려주겠다고 했다.

허나 카룬은 처음부터 루카스를 죽이려 들었다.


적어도 최소한의 양심이라는게 없다.

그런 놈은 부하로 거두어줄 생각이 없었다.


'자금도 뭣도 부족한 상태로 조직을 꾸리다 보면, 헨리 처럼 청렴결백하고 충성심 있는 사람들만 부하로 둘 수는 없겠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쯤, 루카스도 알고 있었다.

다만 적어도 최소한의 기준은 있는 법.

루카스 스스로가 세운, '쓰다 버리더라도 일단 부하로 거두어줄 수 있는 놈'에 해당하는 최소한의 기준이 바로.

필요 최소한의 양심이었다.


살의.

거기에 반응해, 카룬이 멀쩡한 왼손으로 검을 쥐고 발작적으로 루카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으, 으아아아아!"


하지만 결과는 놀라우리만치 간단하고, 짧고, 충격적이며, 한 순간이었다.


-촤아아아악!


떨어져내린 루카스의 검이, 카룬의 검을 가르고 단숨에 카룬의 육신을 일도양단했다.

반으로 잘린 카룬의 시체에서 피가 분수처럼 튀었다.


-후두둑.


이내 지면에 떨어진 피와 살점들은 루카스의 흰 가면 위에도 안착했다.

루카스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멍하니 눈 앞의 광경을 지켜보던 산적 부하들을 보았다.


"도망치거나 싸우려고 하면 무조건 죽인다. 어때? 어디 더 해볼까?"


피와 살점을 뒤집어쓰고도, 여전히 얼음장처럼 차가운 두 눈으로, 고개를 옆으로 꺾으며 묻는 꼬마의 모습에, 산적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물론, 말하지 않아도 그들의 대답은 알 수 있었다.


-털썩.


하나 둘씩, 산적들은 루카스의 앞에 무릎을 꿇었고.

심지어 개중에는 오줌을 지리는 산적들까지 있었다.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항복의 의사는 분명했다.

머릿수만 따지면 카룬 하나가 죽었을 뿐이고, 산적들 측에는 열 네명이라는 인원이 남아있었으나.

그들 전원이 마나를 느끼지도 못하는 일반인이거나, 1성 밖에 되지 않는 이들이었다.

전원 2성에, 카룬을 단칼에 쓰러뜨린 루카스를 상대로 어떻게 해볼 생각 따위는 할 수 없었다.


"잘 했어."


칭찬 같지 않은 한 마디를 남기고, 루카스는 검에 묻은 피를 털며 돌아섰다.


놀란 건 산적들 뿐만 아니라 일행도 마찬가지였다.


"방금 그건..."


산적 두목은 루카스와 같은 2성의 경지였다.

그런데 어떻게 단 일격에 그의 검을 잘라내고, 그 몸뚱이까지 완벽하게 두 동강을 냈는가.

아무리 마나 블레이드를 썼다고는 해도, 상대도 그와 마찬가지로 마나 블레이드를 사용했는데, 그럴 수가 있나?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절대로 불가능한 일.

그런 의문 따위를, 루카스는 단 한 마디로 일축했다.


"오리지널입니다."

"알려줄 수 없다는 뜻이구만."


라이언은 쓰게 웃었다.

하지만 사실, 이건 딱히 어떤 기술을 쓰니 마니 하는게 아니었다.


루카스는 얼마전 3성의 경지에 도달했다.

때문에 마나 블레이드와 육체 강화의 출력을 그만큼 높여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루카스는 당장에 마나 블레이드를 쓰거나 마나로 육체를 강화할 때, 일부러 3성의 위력을 내지는 않을 생각이었다.


'아직은 효율이 너무 떨어지지.'


당장 상대해야 하는 적이 너무 강하면 할 수도 있겠지만.

마나 연공법을 시작한지 이제 막 2주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으므로, 현재 루카스가 코어에 지닌 마나량은 루카스가 오른 경지에 비해 매우 적었다.

3성의 위력으로 마나 블레이드와 육체 강화를 사용하면, 마나가 동나기 까지 지속 시간이 고작 30분에 불과했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혹시, 만약에라도 그 정도 출력이 필요하다면.

그런 상황이 온다면, 루카스는 얼마든지 그렇게 할 의향도 있었다.

그리고 방금 전이 루카스에게 있어서는 그런 상황이었다.


'피곤하네...'


지칠 때까지 검을 휘두른데다, 마나도 거의 바닥이다.

탈진해서 당장 쓰러져 잠들지 않은게 용한 몸 상태였다.

물론 겉으로 티내지는 않았으므로,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루카스의 상태를 속속들이 알지 못했지만.


"졸리니까 저 놈들 대충 잡아다가 묶어놓고, 얼른 다시 잡시다."

"알았다."


라이언과 이리엘은 속옷만 남기고 산적들의 옷을 홀딱 벗겼다.

그리고 그 옷으로 놈들의 손발을 묶어두었다.

그렇게 일행은 도로 자리에 누웠다.

불침번은 붙잡힌 산적들의 몫이었다.


"뭐, 좋은 구경했구만."


헤럴드는 속이 다 시원하다며 히죽거리고, 마음 편히 잠들었다.


"드르렁~ 쿠우울..."


시끄럽게 코까지 다 골면서.



* * *



다음날 아침.

속옷만 입은 채로 차디 찬 산 속에서 하룻밤을 보낸 산적들은 온 몸이 창백해져있었다.

개중 3분의1은 가벼운 감기에 걸렸고.

그렇지 않은 나머지 3분의2에 해당하는 인원도 온 몸을 사시나무 떨듯 덜덜 떨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느즈막히 잠에서 깬 루카스 일행은 그런 그들의 사정 따위는 크게 신경 써주지 않았다.


'시발...'


올리버는 속으로 욕설을 삼켰다.

이게 무슨 마른 하늘의 날벼락 같은 일이라는 말인가.

그 카룬이 당했다.

그것도 그냥 당한게 아니라 단칼에 당했다.

도저히 이게 현실이라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반면 피터는 그저 억울할 따름이었다.


'그러게 내가 그렇게 반대했는데!'


왠지 느낌이 좋지 않다고.

던전 근처에서 불을 피울 정도면 보통 놈들이 아닐거라고.

나는 가기 싫다고.

카룬에게 몇 번씩이나 말했지만, 오히려 다른 산적들 앞에서 대놓고 질타를 들으며 겁쟁이 취급이나 당해야 했으니까.


루카스 일행은 천천히 아침을 먹고, 산적들이 지내던 본거지로 향했다.

산속에 나무로 대충 지은 산채.

따로 협박을 하거나 심문을 하거나 할 필요도 없이, 그저 루카스가 말을 꺼낸 것만으로도 산적들은 고분고분하게 따랐다.

산적들은 불과 어제까지 자신들이 지내던 보금자리로, 얌전히 루카스 일행을 안내했다.


산채라고 해봐야 산속에 덩그러니 목책을 두른 오두막 몇 개뿐이었는데.

죽은 카룬을 포함해 열 다섯에 달하는 산적들...

즉, 장정 열 다섯이 머무는 곳 치고는 비좁고 허접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적은 산적이었다.

일행은 양손을 묶어둔 산적들이 보는 앞에서 산채를 털었고.

일부 산적들은 거의 발작을 일으킬 듯 두 눈을 까뒤집고 입에 게거품을 물었다.


"그만 해라 이 악마 같은 놈들아! 그렇게 다 가져가면 우리는 뭐 먹고 살라고!"

"뭐 먹고 살긴. 죽기 싫으면 입 다물고 노예라도 해야죠. 먼저 죽이려고 든 건 그쪽 아니었습니까?"

"그, 그건..."


처음에는 기세등등하게 항의하던 일부 산적들도, 루카스의 서슬퍼런 눈빛에 결국에는 꼬리를 내리고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일행은 산적들의 산채를 구석구석 털었다.

그러나 허름한 산채의 그 어느 곳보다도 큰 수확이 있었던 곳은, 루카스도 예상했듯, 산적 두목이었던 카룬의 방이었다.

일행은 그곳에서 제법 돈이 될만한 물건이나 쓸만한 잡화를 몇 개 발견할 수 있었다.

산채 전체에서 긁어모은 것을 다 합해도, 카룬의 방에서 나온 잡화 몇 개가 더 값어치 있을 정도였다.


"무기들이 좀 있다. 상태가 괜찮으니, 대장간에 팔면 적지 않은 돈을 받을 수 있을거다."


카룬의 방에 있던 철로 된 장검, 투척용 단검, 버클러 따위의 상태를 확인하던 라이언이 말했다.

매의 눈을 하고 카룬의 방 구석구석을 뒤진 이리엘도 거들었다.


"여기엔 중급 포션도 있다."


하급 회폭 포션 조차 결코 그 값이 싸지 않았다.

어제 던전에서 슬라임의 점액질이 팔에 튀어 화상을 입은 라이언 조차, 포션 한 병 쓰지 않고 아끼려고 할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이런 허접한 놈이 하급도 아니고 중급이나 되는 포션을 꽁쳐두고 있었다니.


루카스도 절로 입꼬리를 올리고 고개를 주억였다.


"운이 좋네요."


자잘한 것들도 전부 합하면 꽤 돈이 되는 법.

그리 많은 수익은 아니었으나, 물건의 운반 정도는 붙잡은 산적 부하놈들에게 시키면 될테고, 의뢰비도 있었으니 부수입으로는 나름 짭잘한 수준이었다.

그야말로 가만히 있다가 눈 앞으로 굴러떨어진 황금 고블린인 셈.


그 때, 한껏 실실거리던 헤럴드가 고개를 저으며 정색했다.


"아니."


의뢰를 할 때도 매번 귀찮아하고, 별로 진중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헤럴드가 유일하게 진지할 때.

다름 아닌 돈 이야기를 할 때였다.

발동이 걸린 헤럴드가 이맛살을 모으곤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단순히 운이 좋다 수준이 아니다 이건..."

"그게 무슨 뜻이냐? 설마..."


라이언이 눈을 가늘게 떴고.

헤럴드는 제 턱을 쓰다듬으며 잠시 침음을 흘리다가, 방을 돌아다니며 바닥을 즈려밟았다.


"여긴 아니고... 여기도 아니고... 흠. 꽤 꼼꼼하시구만."


이내 방 안에서 서성이기를 멈춘 헤럴드가 씩 웃었다.


"우리 꼬맹이한테 반으로 갈라져 죽은 놈. 욕심이 제법 있는 놈이었지?"

"그게 지금 무슨 상관 입니까 헤럴드? 어차피 이미 죽은 놈인데요."


루카스의 순수한 물음에 헤럴드는 크하하 웃으며 말했다.


"우리 팀장이 힘은 세고 약간 맛이 가있긴 해도, 이런 부분에서는 또 눈치가 느리구만?"

"..."


'맛이 가있다'는 부분에서 루카스가 눈가를 좁힌 채 가만히 헤럴드를 바라보았으나, 한 번 발동이 걸린 만큼 헤럴드는 그조차도 개의치 않고는 말을 이었다.


"알겠냐? 잘 들어라. 원래 이런 놈들은 말이다. 산적질은 산적질대로 하면서도, 백프로 부하놈들 몰래 딴 주머니를 차는 법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는요?"

"그야 인질극의 기본은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는 심리전이라서 말이다. 한 마디로, 누구를 인질로 잡느냐가 아주 중요한거다. 그런데, 아무리 돈이 좀 만지고 싶었어도 그렇지, 인질 신원도 제대로 확인 안하고 덤벼드는 놈이 어딨냐? 한 마디로 욕심에 눈이 돌아간 놈이라는 뜻이지. 이 새끼는."


그럴 듯한 이야기에 루카스는 납득했다.

하지만 회귀 전에는 들어본 적 없는 이야기였기에, 눈가를 좁혔다.


"근데 헤럴드는 그걸 대체 어떻게 다 알고 있는 겁니까?"


헤럴드는 그저 어깨만 으쓱이고는 큭큭 웃었다.

더 추궁하거나 두들겨준다고 해도 대답해줄 것 같지 않은 태도에 루카스도 포기했다.


헤럴드는 자세를 낮추어, 바닥의 나무 판자를 손으로 잡아뜯었다.

그리고 이내, 헤럴드의 발 밑에 있던 나무 판자가 우드득 소리를 내며 완전히 뜯겨져 나가고.

헤럴드가 헤벌쭉 웃었다.

어안이 벙벙해진 일행은 두 눈만 끔뻑였다.

이번 만큼은 루카스도 마찬가지였다.


"...심 봤다."


뜯어낸 판자 아래에서, 일행은 한 줌 금화가 들어있는 주머니를 발견할 수 있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휘석 입니다.

다름이 아니고 <절름발이 소드마스터의 회귀>는 이만 여기서 마무리해야 할 듯 싶어 작가의 말을 씁니다.


30화를 쓸 동안 투베 말석에도 들지 못할 정도로 성적이 처참해서, 도저히 유료화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지표가 좋지 못해서, 개인적인 사정으로 다른 일을 해야 해서, 등등 여러 변명이 있습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가장 큰 이유는 부족한 작가 지망생인지라 작품 내적인 실수도 많았고, 스토리의 구상이나 극초반부 전개, 흐름에 있어서 아쉬움도 많았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재밌게 보셨나요?

개인적으로는 소재부터 캐릭터, 전개까지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지만, 그럼에도 독자분들이 제 글을 읽으며 한 순간이라도 재미를 느끼셨다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절름발이 소드마스터의 회귀>는 아쉽게도 완결을 보지 못하고 도중에 멈춘 이야기가 되었지만, 저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글을 써나갈 생각입니다.


독자님들.

그동안 <절름발이 소드마스터의 회귀>를 읽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조금이라도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었기에 저는 힘을 내서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저 스스로도 많은 부족함과 발전을 체감한 만큼,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더 재밌고 더 완성도 높은 작품을 준비해서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제 글을 읽어주셔서 정말 정말 감사했고, 새로 쓰는 작품은 기필코 완결까지 쓸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해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휘석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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