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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석 님의 서재입니다.

절름발이 소드마스터의 회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휘석
작품등록일 :
2023.10.07 18:31
최근연재일 :
2023.11.07 11:15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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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06
추천수 :
140
글자수 :
177,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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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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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첫 의뢰(8)

DUMMY

첫 의뢰(8)




일행은 고블린들을 전부 처리했다.

고블린들의 시체를 한군데에 모았으며, 코어룸에 있는 고블린들의 부락을 불태웠다.

물론 코어룸의 중심에 있는 던전의 코어는 건들지 않고 보존했다.


던전에 모여드는 몬스터들.

그리고 그 몬스터들에게서 나오는 마석과 기타 부산물...

이곳이 비인기 던전이기는 해도, 던전은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는 일종의 자산이었다.

함부로 던전의 코어를 없애는 건 불법이었다.


"그러면 엘.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지?"


라이언이 물었다.

라이언과 루카스를 노려왔던 도적들에 대한 건, 이리엘과 헤럴드에게도 이미 설명한 뒤였다.

모두의 시선이 루카스에게로 모였다.


"도적단의 부하들은 죽였지만 우두머리는 살려뒀습니다."

"살려놓을 필요가 있는거냐?"

"네. 제가 써먹을 데가 좀 있거든요."

"그 놈이?"

"네. 잔머리가 좀 굴러가는 모양이라 말입니다."


루카스는 놈을 자신의 정보원 중 하나로 쓸 생각이었다.

여태까지는 용병 길드에서 자리를 잡고 무력의 기반을 다지는 등, 워낙 바쁘고 더 우선인 일들이 있었기에 미루고 있었지만.

이제 슬슬 움직일 때가 된 것 같았으니까.


몰락의 밤, 그 원흉인 그 남자를 찾고, 카렌의 소재를 파악하는 등.

저택과 길드를 왔다 갔다 하느라 운신의 폭에 제한이 있을 수 밖에 없는 루카스를 대신해서.

그리고 회귀 사실을 말할 수 없는 한 함부로 빌릴 수 없는데다, 아무래도 귀족 가문이기에 눈에 띄는 가문의 힘을 대신해서.

물 밑에서 두 발로 뛰어가며 정보를 모아올 부하가 필요했다.

감히 루카스를 배신할 수 없는 부하가...


"그리고 그게 아니라도, 알아내야 할 것들이 있지 않나요?"

"이를테면?"


이리엘의 물음에 루카스가 답했다.


"혹시라도 뒷배가 있는지. 어째서 저희를 노린건지. 뭐 그런 것들 말이죠."


뒷 일을 생각해서라도 반드시 알아야 하는 정보들이었다.


"게다가..."


루카스는 금속으로 된 작은 패를 꺼내들었다.


"그건..?"

"아까 라이언이 도적들의 시체에서 찾은 물건입니다."


기사 이상의 귀족들이나 길드에 등록된 용병들 같은 경우를 제외하면, 평민들이 신분패를 가지고 다니는 일은 흔치 않았다.

그리고 그건 에탈 마을의 자경단이나 촌장 같은 경우에도 마찬가지.

그런데도 놈들이 이런 물건을 가지고 있었다는 건...


"이 놈들, 어딘가 불온한 집단에 소속돼 있던 놈들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감히 루카스를 배신하지 못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돌아갈 곳이 없도록, 다른 선택지들을 아예 지워버리는 것도.

아주 훌륭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 * *



-쫘악.


뺨에 알싸한 통증이 일었다.


"헉!"


마르코가 눈을 번쩍 떴다.

어두운 동굴과도 같은, 던전의 내부.


던전의 어스름 속에는 세 명의 용병이 서있었고.

흰 가면을 쓴 한 꼬마는 아예 그의 앞에 쪼그려앉아있었다.


"깼나?"

"어.. 어..."


마르코는 입만 벙긋거렸다.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눈 앞의 이들을 죽이고, 이들이 지닌 모든 것을 빼앗을 생각이었으니까.


'어, 어째서 내가 살아있는거지?'


어째서 이들은 그를 살려놓은 것인가.


'내, 내 몸은!'


멀쩡했다.

사지가 다 붙어있었고, 감각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설마...'


마르코는 오랜 도적질 생활로 다져진 잔머리를 굴려, 한 가지 가능성을 떠올려냈다.

이들은 그에게 원하는게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마르코를 살려둔 것이리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가능성.

작은 희망.

그것을 느끼자마자 마르코는 양 손을 머리 위로 들며 소리쳤다.


"사, 살려만 주십쇼! 살려만 주시면 시키시는 건 뭐든 하겠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거라면 뭐든지..!"


속사포로 말을 내뱉던 중, 순간 눈 앞이 또 다시 번쩍였다.


-쫘악.


"커윽?!"


루카스의 따귀.

짜릿한 통증과 함께 고개가 홱 돌아간 마르코는 멍청하게 눈만 끔뻑였고.


"일단 넌 좀 맞고 얘기하자."


'시발!'


그러고 보니 그 생각을 못했다.

죽이지 않았다는게, 이들이 폭력을 쓰지 않을거라는 의미는 또 아니었으니까.


"아, 아니! 자, 잠시만요! 뭔가 오해가 있으신 것 같습니다 용병님들! 저저저저는...!"


주먹을 꺾으며 다가오는 세 명의 용병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선 루카스의 모습에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헹. 오해는 개뿔이나."

"이야기는 전부 들었다."

"죽이지 않는 것만 해도 고맙게 여겨라."


머지 않아, 일행의 발과 주먹이 마르코를 무자비하게 내리치기 시작했다.


-퍼억!

-뻑!


"끄아아아악!"


던전에는 한바탕 마르코의 비명과 함께 매타작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리고 잠시후.


"제, 제발 그만... 끄으윽...."


눈탱이가 밤탱이가 된 채 끙끙 앓는 마르코의 앞에, 루카스가 다시 쪼그려앉았다.


"이제 좀 대화할 준비가 된 것 같군. 그럼, 슬슬 얘기 좀 해볼까?"


또 얻어맞을까 싶어, 마르코는 온 몸이 아파오며 정신이 혼미한 와중에도 미친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루카스가 입을 열었다.


"첫 번째 질문. 누가 너희를 사주했지?"

"사주.. 라니요...?"


마르코가 눈을 끔뻑거렸다.

루카스가 차갑게 말했다.


"시치미 떼지 말길 바란다."


그 말에 헤럴드가 씨익 웃으며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아, 아니 잠깐! 잠..! 커억!"


또 다시 헤럴드가 마르코에게 매타작을 놓아주었다.


-퍽!

-퍼억!


그렇게 한참을 패고 나서 루카스가 다시 물었다.


"정말 사주한 놈들은 따로 없는건가?"

"어, 없어요... 정말로 없습니다...! 그러니 제발.. 그만해주세요... 끄흐으으윽..."


대답에는 변함이 없다.

실신하기 직전까지 간 채 질질 짜는 마르코의 모습에, 루카스는 그제야 그 말을 믿었다.


'일단 누군가한테 명령을 받아서 우리를 타겟으로 삼은 건 아닌 모양이군.'


고개를 돌린 루카스가 고개를 끄덕이자, 헤럴드는 마르코를 놓아주었고.

라이언이 마르코의 정수리 위에 혹시 몰라 가져왔던 하급 포션을 까서 부었다.


"끄으으으윽...."


마르코의 상처가 조금씩 아물기 시작한다.

다만 포션으로 인한 회복은 통증도 동반하는 것이 일반적.

때문에 마르코는 덜덜 떨며 온 몸을 비틀어댔다.


벌레처럼 꿈틀거리는 마르코를 내려다보며, 루카스는 말을 이었다.


"그럼 이어서 두 번째 질문."


고막을 파고드는 차가운 어린애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마르코가, 이제는 완전히 겁에 질린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루카스는 그런 마르코에게 금속 패를 내밀었다.


"네 부하들의 시체에서 이걸 발견했다. 네 놈들. 어디 소속이지?"


마르코가 흠칫 몸을 떨었다.

마르코는 덜덜 떨면서도 말없이 갈등했다.

그러나 헤럴드가 주먹을 한 번 꺾어보이자 곧 바로 실토했다.


"거, 검은 사자 갱단입니다! 그 패는 저희가 갱단에 가입하기로 했을 때 받았던 금속패입니다!!"

"..."


마르코의 폭로에 일행은 물론이고, 헤럴드마저도 심각한 표정을 했다.


'검은 사자 갱단이라... 그곳이라면 분명...'


베린 자작령의 빈민가에 터를 잡고, 자신들의 구역 내에서 보호세를 거두고 사채업을 하는 갱단.

보호세를 내지 않거나 사채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영지민들을 납치해 노예로 팔아버리거나, 살인, 방화, 강도, 그리고 그외 기타 등등의 악질 행위를 하는 이들.

꽤 규모가 있는 갱단이었다.

회귀 전, 베린 자작가에서 현 히페리온 남작의 영지 마저도 흡수한 뒤의 미래에는 플라넨은 아니어도 히페리온 남작령의 외곽에서도 활동한 적이 있었다.


'대놓고 움직이는데도 베린 자작이 가만히 있었다는 걸로, 베린 자작과 갱단의 관계를 의심하는 이들도 제법 많았었지.'


베린 자작이 뒤를 봐주고 있다거나 그런거 아니냐고.

그런 소리가 나올 만큼, 검은 사자 갱단이라 함은 이 근방에서 심상치 않은 이름 이었다.


"...검은 사자 갱단과는 어떻게 연결되게 된거지?"

"그, 그게.. 몇 년전에 갑자기 갱단 측에서 사람이 와서, 장비랑 이것 저것 지원해줄테니까 에탈 마을에서 도적 활동을 해달라고...."

"단지 그것 뿐이었나?"

"그렇습니다! 그 이후로는 저희도 딱히 연락한 적이 없습니다! 아마 저희 마을에까지 세를 확장하려고 그런 것 같긴 한데... 그, 그 이상은 저도 정말로 모릅니다! 애초에 그런 걸 저희한테 다 알려주지도 않았고, 이번 일도 저희의 독단적인 판단이었습니다!"

"흠..."


아무래도 검은 사자 갱단과 그렇게 돈독한 사이이고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만약 그랬다면 이후에 보복을 당할 수도 있었을텐데 말이지.'


일행도 안도하는 기색이었다.


더 이상 들을 수 있는 정보는 없는 듯 하다.


'심문은 일단 여기까지 하는 걸로 할까.'


루카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마르코를 내려다보았다.


"이름이 뭐지?"

"마르코 입니다!"

"그래, 마르코. 지금부터 네게 선택지를 세 가지 줄게."


루카스는 검을 뽑았다.


"하나는 내 밑으로 들어와서 시키는 일을 하면서 남은 인생 배는 곯지 않고 보내는 것. 그리고 나머지 두 개는..."


루카스는 마르코의 코 앞에 검을 겨누었다.


"지금 죽거나, 아니면 마을에 가서 도적질을 하려다 우리한테 붙잡혔다는 오명을 떠안고 사형당하거나. 둘 중 하나다. 자, 마르코. 뭘 원하지?"


고요한 던전 안.

용병들의 차가운 시선 속에, 마르코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는..."


마르코는 고개를 떨구고 던전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용병님의 부하로.. 삼아주시길 원합니다...."


더는 마을로 돌아갈 수 없다.

비록 좋지 못한 짓이라고는 하나, 부하들과 함께 잘 살아보려고 했던 짓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의 부하들은 이제 없었다.

다 죽었다.

심지어 이대로 혼자 돌아가봐야, 무수한 손가락질과 욕지거리를 들으며 교수대 위에 세워질 터.

평생을 살아왔던 마을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

마르코는 루카스의 밑에 들어가는게, 그나마 제일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판단이라고.

루카스의 의도대로, 그렇게 생각해버렸다.


"앞으로는 주인님이라고 부르도록."

"예.. 알겠습니다 주인님..."


가면 너머로 만족스레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난 루카스가 사태를 관망하던 일행을 돌아보았다.


"음.. 결론은 이렇게 됐네요. 이 사람은 저랑 같이 돌아가는 걸로 하겠습니다. 슬슬 마을에서 사람 불러서 정리하죠."

"알았다. 그런데 그 마법검에 대한 건 어떻게 분배를 할 생각이냐?"

"마법검?! 그건 또 무슨 얘기냐??"


돈 냄새를 맡은 헤럴드의 눈알이 휙 돌아왔다.


"이겁니다. 오른쪽 길 끝에서 발견했는데, 마법검 치고는 별로 좋은 물건이 아니에요."

"...이게 마법검이라고?"


척 봐도 고물이나 다름 없는 외관 탓이었다.

헤럴드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루카스가 마법검을 사용해 실제로 바람을 일으키자 이내 납득했다.


"마법검에 대한 분배는 인당 1500 브론즈씩 드리는 걸로 하겠습니다."


팀이 함께 던전을 탐사하던 중 발견한 전리품의 경우, 그 가격을 팀원들에게 n분의 1로 치루고 전리품은 팀의 한 사람이 가져가거나.

아니면 전리품을 팔고 나온 돈을 나눠갖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고작 1500브론즈? 너무 후려치는게 아니냐? 아무리 그래도 마법검인데, 나는 적어도 8000브론즈는 받아야 맞다고 생각한다만."


헤럴드가 두 눈을 가늘게 뜨며 팔짱을 끼고는 말했다.

돈 얘기가 나오니 또 진지해진 태도였다.


"나도 4500브론즈는 받아야 할 것 같다."

"...나는 별로 상관은 없다만."


은화 두 닢을 요구한 라이언.

그리고 상관은 없지만, 그래도 많이 받으면 좋다는 눈치인 이리엘.


"그럼.. 2500브론즈는 어떻습니까?"

"고작? 7000브론즈."

"흠... 그렇다면 나는....."


그렇게 본격적으로 일행간의 흥정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나온 결론은 '루카스가 일행에게 인당 5500브론즈씩 지급할 것'.

전생에도 이런 흥정을 많이 해본 적이 있었던 건 아니었기에, 루카스로서는 나름 선방한 결과라고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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