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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석 님의 서재입니다.

절름발이 소드마스터의 회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휘석
작품등록일 :
2023.10.07 18:31
최근연재일 :
2023.11.07 11:15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9,298
추천수 :
140
글자수 :
177,534

작성
23.11.06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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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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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두 번째 의뢰(4)

DUMMY

두 번째 의뢰(4)




-타닥 타닥.


조용히 타오르는 모닥불.

해가 이미 진 산 속에서는 풀벌레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가져온 건빵과 육포 등 건조 식량은 충분했으나, 기왕 야영하는거 사냥해온 고기로 저녁을 먹기로 결정했다.

때문에 사냥하러 갈 두 명을 정했는데.

루카스는 코어룸에서 추가로 수고를 했으니 열외였고.

어두운 산 속을 해집고 사냥을 해야 하기에, 마나로 안력을 돋웠을 때 밤의 짙은 어둠을 꿰뚫어볼 수 있는 유일한 궁수 이리엘은 필수.

그외로 라이언과 헤럴드 중에는 창술사인 라이언보다 방패전사인 헤럴드가 탱커로서 궁수와 상성이 잘 맞고 안정적이라, 결국 이리엘과 헤럴드 두 사람이 사냥을 나가게 됐다.


두 사람이 돌아오길 기다리면서, 루카스는 모닥불을 쬐며 가죽 부대를 기울였다.

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식초를 넣은 물이라, 신 맛에 더해 끝맛은 약간 썼다.

그렇게 식초물로 목을 좀 축이고 있자니, 라이언이 말을 걸어왔다.


"엘."

"네."

"너는 대체 정체가 뭐지?"


뜬금없는 물음.

하지만 루카스도 언젠가는 들을 거라고 생각했던 질문 이었다.


"좀 갑작스럽네요."

"문득 궁금해져서 말이다."

"그야 저는... 용병팀 백아의 팀장이자, 용병 길드 플라넨 지부를 거점으로 삼는. 2성 용병 엘이죠."

"그걸 말하는게 아니다."


루카스는 태연하게 말했지만, 라이언은 고개를 저었다.


"네 재능과 실력이 평범한게 아니라는 건 나 뿐만 아니라 이리엘도, 헤럴드도 다 알고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타오르고는 있지만, 더 이상 제 덩치를 키우지는 못하고 있는 모닥불을 바라보며, 라이언은 말을 이었다.


"너 정도라면 돈이 없거나 신분이 평범하다고 해도, 아카데미에 입학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입학할 수 있을거다. 그리고 설령 만에 하나로 아카데미 시험에 떨어진다고 해도, 어느 기사단이건 종자로 들어가려면 얼마든지 들어갈 수 있겠지."


그리고 종자로 들어간다는 건, 기사가 된다는 것.

평민이라면 신분 상승의 기회였고.

귀족이라면 제국에 공을 세울 기회였다.

물론 평민인 백아 팀의 세 사람에게 존대를 하고, 이토록 허울없이 지내며 함께 용병 일을 하는 걸 보면 엘이 귀족인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서요?"

"말이 길었구나. 하지만 요는, 너는 왜 굳이 이런 용병 일을 하고 있느냐는 말이다. 너라면, 더 많은 기회들을 얼마든지 만날 수 있을테고. 더 좋은 기회들을 얼마든지 붙잡을 수 있을텐데."


그렇게 말하며 모닥불을 바라보는 라이언의 눈에는 한 줄기 부러움이 스쳤다.


"..."


루카스는 잠시 모닥불을 가만히 바라보며 침묵했다.

확실히, 라이언의 지적에는 일 리가 있었다.


'그야 내가 원하는게 전부 길드에 있으니까.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루카스는 알고 있었다.

회귀 전 루카스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온 곳에서,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

설령 그들은 루카스를 잊고 있던 그 때로 돌아왔다고 할지라도.

루카스는 잊지 않았으니까.

그들이 베풀어준 온정과.

지금껏 함께해온 시간들을.


루카스는 라이언을 돌아보았다.


"그건 다음에 이야기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왜지?"

"라이언도. 아직 저한테 못할 것 같은 얘기 한 둘 쯤은 있잖아요?"

"..."


정확한 말이었다.

흠칫한 라이언은, 흰 가면의 눈구멍으로 내비치는 루카스의 푸른 시선을 애써 피했다.


"시간만 지난다고 능사는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야 되는 일도 있는 법이죠."


루카스가 어깨를 으쓱였고, 라이언은 피식 웃었다.

맞는 말이었다.

고작 그의 절반도 안되는 키의 조그만 꼬마가 하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그래."


이후로도 두 사람은 사소한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헤럴드가 사슴 한 마리를 통째로 들쳐메고, 이리엘과 함께 귀환했다.


이리엘과 라이언은 도축에도 나름 일가견이 있었다.

두 사람이 고기를 손질했고, 모닥불 옆에 나뭇가지 따위를 꼽아서 바베큐 지지대를 만들었다.

그리고 나뭇가지에 고기를 통째로 끼워 올려 구웠다.

고기가 익을수록, 고소한 육향과 기름 냄새가 스멀스멀 퍼졌다.


"이제 다 됐다. 먹어도 된다."


요리조리 돌려가며 골고루 고기를 익히던 이리엘이, 이마의 땀을 훔치며 말했다.

맛있는 냄새에 이끌리듯, 일행은 고기를 원하는 만큼 썰어 먹었다.


다 익은 사슴 구이는 맛있는 냄새와는 별개로 생각보다 질겼다.

누린내도 꽤 났다.

하지만 육포나 건빵에 비하면 훨씬 나았기에, 일행은 정신 없이 고기를 해치웠다.


"크으... 맥주가 있었어야 했는데!"


헤럴드가 고기를 뜯다가 외쳤고, 일행 모두가 아쉬운 표정을 했다.

그리고 그건 루카스도 마찬가지였다.


'가면을 쓰고 있어서 다행이네.'


일행이 루카스의 표정을 보지 못해서 다행이었다.


"그럼 슬슬 잡시다. 첫 불침번은 제가 할게요."

"부탁한다."


돌아가며 한 명씩 불침번을 서기로 하고, 일행은 자리에 누웠다.

루카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한 시간쯤 뒤, 라이언에게 두 번째 불침번을 맡기고 교대했다.


"잘 때도 가면은 벗지 않을 생각이냐?"

"그렇죠."

"철저하군."

"칭찬으로 들을게요."


루카스의 독함에 라이언이 혀를 내둘렀으나, 그 외에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 * *



웬 놈들이 해질 무렵에 산 속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자칭 화전민 무리의 두목인 카룬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잘 됐군! 안 그래도 요즘 요 근처 지나가는 놈들이 영 없었는데..."


그 길로 카룬은 부하들을 불러모았다.


"겁도 없이 이 근처에서 불을 피운 놈들이 있었다고?"

"멍청한 놈들."

"흐흐. 오랜만에 고기 좀 뜯겠구만."


넝쿨째 굴러들어온 먹잇감 생각에 부하들은 입이 귀에 걸렸다.


"알아들었으면 바로 바로 움직이도록! 무기 챙긴 놈들은 나를 따라온다!"


그렇게 화전민 무리는 괭이, 나무창, 녹슨 장검 따위를 들고 우르를 산을 내려갔다.

얼마를 이동했을까.


"정지."


산의 중턱에 왔을 때쯤.

십여명의 화전민은 산 속의 어둠 속에서, 거리를 두고 멈춰섰다.

모닥불을 가운데 두고 퍼질러져 자고 있는 두 남녀.

그리고 그 옆에서, 졸린 듯 선채로 꾸벅 꾸벅 졸고 있는 대머리 남자 하나.

마지막으로...


'어린애?'


마찬가지로 바닥에 누워 자고 있는, 웬 흰 가면 쓴 어린애가 눈에 띄었다.


마을에서 살 때는 나름대로 똑똑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은 카룬이었다.

카룬은 머리를 굴렸다.


'평범한 놈들은 아니다.'


차림새나 무장만 보아도, 전투의 'ㅈ'자도 모르는 이들은 아니었다.

무두질된 빳빳한 가죽옷은 기본에, 각반이나 판판한 판금 갑옷도 일부 걸치고 있었고.

활이나 창, 검이나 방패 따위의 제대로 된 무기를 1인당 1개 이상씩은 무조건 패용하고 있었다.

다만...


'이런 곳에 어린애라...'


그것도 얼굴을 가리는 가면을 쓰고, 머리맡에는 제 신장에 꼭 맞춘 검 두 자루 까지 마련하고 있는 꼬마...


'수상하다. 수상해.'


카룬의 레이더가 이들의 비범함을 감지했다.


'설마...'


부자 상인의 아들인가?

여흥 삼아 사냥 여행을 나온 상인의 자제와 그 호위인 용병들이라고 한다면 이해가 간다.

꼬맹이가 가면을 쓰고 얼굴을 감추고 있는 것도.

모닥불 옆에 모여있는, 사냥의 흔적으로 추정되는 살점 붙은 뼈다귀 몇개도.


판단을 내린 카룬이 씩 웃었다.


'월척이다!'


평소 같았으면 쳐다도 보지 않고 꽁무니를 뺐을 수준의 용병들이었지만...

저 꼬마 놈만 붙잡고 협박하면, 나머지 호위들쯤이야 그렇게 큰 문제도 아닐 것이다.

카룬이 그간 살아오며 겪어본 바.

용병이란 자고로 돈으로 움직이는 만큼, 그런 상황에서 목숨 걸고 고용주를 지키려고 할 만큼, 충성스러운 존재도 아니었으니까.


카룬이 시선을 보냈고, 부하들이 고개를 주억였다.

그리고 카룬이 신호를 보내자, 풀숲에서 튀어나온 부하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커어어... 어... 어...? 뭐, 뭐야 너희!"


반쯤 자고 있던 헤럴드가 뒤늦게 상황을 눈치 채고 소리쳤다.

소란에 이리엘과 라이언도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고, 상황을 파악했다.

그러나 세 사람이 무기를 집어들었을 때는 이미 늦어있었다.


"움직이지 마!"


카룬이 루카스를 붙잡고 있었으니까.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니들이 끔찍하게 생각하는 도련님 목에 바람구멍을 뚫어버릴 줄 알아!"


카룬이 윽박질렀다.


"뭐? 도련님? 그게 뭔소리야?"


헤럴드가 잠이 덜 깬 얼굴로 어안이 벙벙해 되물었고.

던전에서의 몰입과 체력 소모로 인한 피로감으로 단 잠을 자던 루카스는 짜증을 삼키며 눈을 떴다.


무기를 들고 자신쪽을 바라보고 있으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있는 이리엘과 라이언.

그리고 뒤에서 윽박지르는 남자 목소리.

목젖에 닿아있는 차가운 칼날의 감촉.


루카스는 한 순간에 상황을 파악했다.


'연달아 두 번이라니.'


그렇게 털어먹을게 많아보이나?

뭐, 루카스로서는 이런 기회에 부하도 늘리니 좋은게 좋은거였지만.


'그래도 자는데 방해 받은 건 진짜 좀 짜증나네.'


한숨을 삼킨 루카스가 입을 열었다.


"당신들은 또 뭡니까."


당황하고 무서워서, 겁에 질린 눈물 섞인 목소리일거라 예상했건만.


'짜증을.. 내고 있어?'


오히려 이상하리만치 차갑고, 정제된 분노마저 느껴지는 말투라니.

루카스의 태도가 워낙 예상 밖이라 움찔하며 굳어있던 카룬이 욱하며 이를 갈았다.


'이 애새끼가.. 지금 지가 무슨 상황에 있는 줄도 모르고!'


그 잘나신 콧대를 부숴버리고, 바닥에 엎어져 질질 짜는 꼴을 보고 싶었다.


"하. 이거 아주 건방진 꼬마 도련님이시구만?"


이번엔 루카스가 움찔했다.

루카스는 실제로 히페리온 남작가의 도련님이 맞았으니까.

다만 이들이 자신의 신분을 정말 확실히 알고 있었다면, 귀족 자제를 상대로 이런 미친 짓을 벌일 리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곧장 평정을 되찾았다.


"어이 꼬맹아. 네 부모가 아무리 돈이 많아도 말이다. 지금 여기서 널 구해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단 말이야.. 응? 돈만 주면 뭐든지 하는 용병 놈들이 너를 구해줄 것 같아??"


그의 부하들이 주위에서 킬킬대며 웃었다.

그들은 압박이라도 하듯 천천히 루카스와 카룬의 곁으로 모여들었다.


'계획대로.'


카룬은 웃었다.

웃고 있었다.

그러나 그건 상대도 마찬가지였다.


"응?"


표정을 굳히고 가만히 서있던 라이언과 이리엘은 물론.

헤럴드는 아예 큭큭대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기까지 하고 있었다.


"대체 누가 누굴 구해야 한다는 건지..."


그렇게 중얼대며 웃는 그 태도가, 저 시선이, 마치 자신을 비웃는 양 느껴져 카룬이 소리쳤다.


"이 새끼들이..!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되나본데!"

"상황 파악 안되는 건 너겠지."


아래에서 차갑고 묵직하게 담담한 목소리.


'이 개같은 꼬맹이가...!'


결국 분노를 참지 못한 카룬이 섣불리 주먹을 휘두르려 한 순간.


'오버클럭.'


30퍼센트.

코어에서 마나를 폭발시킨 루카스가 번개처럼 움직였다.


-촤악!


루카스가 휘두른 검이 빛살같이 카룬의 손목을 베어냈다.

잘린 카룬의 손이 땅바닥을 뒹굴었다.


"끄아아아악!"


잘린 손목에서 피를 뿜으며, 바닥에 주저앉은 카룬이 비명을 질렀고.


"대, 대체 어느 틈에!"

"분명히 무기는 모닥불 옆에 있었을텐데.. 어?!"


모닥불 옆.

본디 루카스의 머리맡이었던 그곳에는 검 한자루 밖에 놓여있지 않았고.

대신, 다른 한 자루는 루카스의 손아귀에 붙들려있었다.


이는 불과 몇 초 전.

루카스가 카룬의 손아귀에 붙잡히기 직전에 잠에서 깨며 검을 챙겼기 때문이었다.


"말도 안돼! 그 사이에 검을 챙겼다고?!"


그동안 작은 산골 마을에서 나고 자라, 2성 이상의 용병들은 본 적이 없던 이들로서, 루카스의 페인트는 충격 그 자체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63 음양서생
    작성일
    23.11.06 13:18
    No. 1

    이게 중간이 생략된건지 과거 회상인건지 책속에서 일어나는일인지 모르겠네요..
    잘보고갑니다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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