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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석 님의 서재입니다.

절름발이 소드마스터의 회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휘석
작품등록일 :
2023.10.07 18:31
최근연재일 :
2023.11.07 11:15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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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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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7,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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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0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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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팀원 모집(2)

DUMMY

팀원 모집(2)




"결투를 신청합니다. 이리엘 씨."


길드 내부를 울린 그 한 마디에 이리엘의 걸음이 멈췄다.

용병들의 시선이 루카스에게로 날아들었다.

루카스의 선언을 들은 용병들이 떠들기 시작했다.


"뭐? 결투?"

"헤럴드 발라버렸던 꼬맹이랑.. 그 이리엘이?"

"이거 재밌겠는데??"


웅성거림이 주위에 가득해진다.

용병들은 저들끼리 수근대며 흥미가 가득한 눈길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이리엘도 그를 돌아보았다.


루카스가 말을 이었다.


"원하는 조건은 하나 입니다. 제가 승리할 시, 저희 팀에 들어와주셔야겠습니다."


결국에는 귀찮은 일이 되고 말았다.

방금 전의 제 발언을 약간 후회하긴 했으나, 이리엘은 도망치거나 거절하지는 않았다.


"받아들이겠다."


이런 일은 한 번에 깔끔하게 처리하고 끝내버리는 편이 좋았으니까.


"대신, 내가 승리할 경우에는 더 이상 내게 이런 제안을 하거나, 나를 귀찮게 굴거나 하지 않는다는 것이 내가 원하는 조건이다."

"네. 그렇게 하시죠."


루카스는 가타부타 말을 붙이지 않고 이리엘이 내건 조건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결투가 성사됐다.

날짜는 일주일 뒤.

용병들은 순식간에 시끄러워졌다.

내 일만 아니면 재밌는게 또 싸움 구경 아니겠는가?

더구나 그 싸움의 주인공이,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최근 길드에서 크게 이목을 끌던 꼬마 용병과.

노련미를 자랑하는 솔로잉 전문 용병이라고 하면 더더욱 말이다.


물론 이번 일을 재미로만 보지 않는 이들도 있었는데, 대표적으로 라이언이 그러했다.


"이리엘.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과한 것 아닌가?"

"아니다 라이언. 이런 건 원래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하는 법이다."


이리엘은 우려를 표하는 라이언에게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그런 이리엘의 말에, 오히려 루카스가 동조했다.


"그게 맞죠. 그래서 말이지만 라이언. 혹시 라이언도 원하신다면, 따로 상대를 해드리겠습니다. 대련이든 뭐든요."

"아니.. 딱히 그런 건 아니다. 나는 됐다."


한 발 물러서며 고개를 저은 라이언.

이리엘은 속을 알 수 없는 꼬마 용병을 빤히 쳐다보다가 그대로 자리를 떴다.

헤럴드는 그 옆에서 눈알만 데굴데굴 굴렀다.


'누가 이기길 바래야 되는거지?'


루카스가 패배하면 그 자체로 좋았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이리엘 > 루카스 > 헤럴드'라는 공식이 성립하는 것과 마찬가지.

반면 루카스가 승리하면 헤럴드가 진 것 또한 어느 정도 합리화가 가능했다.

애초에 루카스가 이리엘마저도 이기는 괴물이라서, 그래서 자신이 진거라는 식으로 포장도 가능했고 말이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루카스가 이기는 것 또한, 그건 그것대로 기분이 별로 였는데...


'시발 모르겠다.'


헤럴드는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리고 헤럴드가 그러거나 말거나.

루카스는 앞으로를 생각했다.


'일주일이나 시간이 있다.'


회귀 전에는 초보 용병들의 검술 스승만 했다.

뒷골목을 전전할 때도 있었으나, 그가 상대란 이들 중 궁수는 없었다.

칼 좀 쓴다는 왈패 놈들은 있었어도.

때문에 궁수와의 일대일은 루카스에게도 꽤나 낯선 것이었다.

하지만...


'충분하지.'


일주일간의 준비가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루카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 * *



검사가 궁수를 상대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누군가 묻는다면 루카스는 한 가지를 말할 것이다.


'원거리 공격에 대한 대처.'


궁수는 기본적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활을 쏜다.

그렇기에 거리를 좁힐 때까지, 날아오는 화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었다.

그걸 못하면 아무리 검을 잘 써도, 검 한 번 제대로 휘둘러보기도 전에 벌집이 될테니까.


그러므로 루카스는 일주일 간 일상을 영위하면서도, 결투를 위한 특별 훈련을 따로 시작했다.

그리고 그 특별 훈련이라 함은...


"...공자님. 다시 말씀해주세요. 방금 뭐라고요?"

"나한테 석궁을 쏴달라고 했어."


이리엘과의 전투를 위한 훈련이었다.

시종인 헨리는 마나를 쓸 줄 몰랐고 활도 쏠 줄 몰랐으므로, 석궁으로 만족해야 했다.

석궁의 원거리 공격에 대응할 수 있게 된다면, 이리엘의 공격에도 쉽게 대처할 수 있게 되리라.


그러나 그런 설명도 없이 대뜸 석궁을 쏴달라는 말을 들은 시종, 헨리는 머릿속으로 미친듯이 물음표를 그릴 뿐 이었다.


"그, 그런 짓을 어떻게 하겠습니까 공자님! 공자님을 향해 석궁을 쏴달라니, 어찌 그런..."


며칠 전에 석궁이 필요하다길래 일단 사왔는데, 공자님은 무슨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신다는 말인가.

헨리는 자신이 무슨 잘못이라도 한 걸까 최근 자신의 행실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는 공자님의 저의를 알 수 없었다.

그 때, 루카스가 차분히 대꾸했다.


"필요한 일이야."


이어서 루카스는 헨리에게 사정을 설명헀다.

이야기를 다 들은 헨리는 탄식을 흘렸다.


"아... 그게 그렇게 된거였군요. 하긴 그런거라면 어쩔 수 없긴 합니다만...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쩌자고 그런 용병과 결투를 하기로 하신겁니까. 하물며 상대는 궁수라구요 공자님..."


헨리는 걱정을 내비쳤다.

그도 그럴게, 용병들끼리의 결투란 기본적으로 결투 도중에 상대가 죽어도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게 고의였든 아니었든 말이다.

거기에 이리엘은 화살에 마나를 담을 수 있는 2성의 궁수.

마나가 실린 화살 한 대 잘못 맞으면, 그대로 황천길로 직행할 수도 있는 노릇이었으니까.


"괜찮아. 길드 지부장님이랑은 이미 잘 아는 사이고, 결투에는 그 분이 입회해주시기로 했으니까."


6성 마법사인 가이난이 있으니, 적어도 화살에 맞고 꽥 비명횡사할 일은 없을 것이다.

물론 애초에 루카스는 절대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이 얘기를 처음 했을 때 가이난한테도 비슷한 이야기를 듣기는 했었다.

어쩌자고 그런 짓을 벌인거냐며 걱정하기도 했었고.

아무튼.


"그래도 너무 위험합니다 공자님. 석궁이라니, 그런 걸 공자님께..."

"아무리 석궁의 볼트가 빠르다고는 해도, 2성 궁수가 마나를 담아서 쏘는 화살보다는 느려. 혹시라도 다칠 때를 대비해서 포션도 사오라고 한거기도 하. 그리고 무엇보다..."


루카스가 마나를 일으켰다.

가슴의 욱신거림은 무시했다.

루카스의 몸에 마나가 흐르며, 기세가 뿜어져나왔다.


"아..."

"난 자신 있거든."


그 기세.

루카스에게서 뿜어져나오는 기운에 헨리는 입을 벌린 채 눈만 끔뻑였다.

푸르게 빛나는 루카스의 눈을 보며, 헨리는 상기했다.


지난 두 달간 잘 알게 되지 않았는가?

그가 모시는 공자님은, 고작 치기 어린 고집으로 이런 일을 벌이실 분이 아니었다.

다 생각이 있으니 하시는 일이었다.


"얼른 가져와. 오늘도 바쁘니까."

"네. 알겠습니다 공자님."


결국, 헨리는 재차 내려진 명령에 순응했다.


헨리는 루카스가 시키는 대로 석궁을 가져왔다.

이윽고 두 사람은 아침부터 저택 뒷산으로 향했다.


거리를 두고 선 두 사람.


-철컥.


헨리는 석궁에 볼트를 장전했고.

루카스는 검을 뽑았다.


"그, 그럼 정말로 쏩니다 도련님?!"

"그래."


우선 첫 발은 가볍게, 가만히 서있는 루카스의 오른팔 약간 옆을 노리기로 했다.

루카스는 코어에서 마나를 뽑아내, 체내에 순환시켰다.

일순 집중력을 흐트러뜨릴 만한 가슴 통증이 있었지만, 이내 집중하며 자세를 잡고 신경을 곤두세웠다.


"쏴."


-핑!


루카스의 오른팔을 노리고 쏘아진 석궁의 볼트가 눈 깜짝할 새에 지척에 도달했다.


-퍽.


루카스의 팔뚝 위를 약간 스치고 지나간 볼트가 뒤의 나무에 박혔다.

루카스의 등줄기 위로 식은땀이 한줄기 흘렀다.


'...역시.'


아무리 초탄이라고는 해도 전혀 반응하지 못했다.

과연, 특별 훈련을 시작한게 정답이었다.


"다시!"

"예, 예..!"


헨리는 다시금 볼트를 장전해 석궁을 쏘았다.


-피잉!


허공을 가르며 날아온 볼트가 이번에는 루카스의 왼팔을 스치고 지났다.

노리고 쏜 곳은 여전히 오른팔이었으나, 루카스가 옆으로 움직인 탓이었다.


-퍽!


초탄이 박혔던 나무에 다시금 볼트가 박히고, 나무는 결국 우지끈 소리를 내며 옆으로 쓰러졌다.


'대충 타이밍은 감을 잡았어.'


방금의 움직임으로 루카스는 느꼈다.

이제 회피에는 어느 정도 문제가 없을 듯 했다.


"이제부터는 아무데나 노리고 계속 쏴!"

"알겠습니다 공자님!"


볼트들이 쏘아졌다.

그럴 때마다, 루카스는 옆으로 몸을 던지거나, 다리를 들고, 뛰어오르는 등 헨리와의 거리를 조금씩 좁히며 움직여서 볼트를 피했다.

하지만 검은 손에 쥐고 있음에도, 감히 휘두르지 못했다.


'쏘아지는 걸 보고 휘두르면 늦어.'


아무리 2성의 마나를 담아 육체를 강화한다고 해도, 루카스의 반사신경이 뛰어나다고 해도, 그래서는 알맞은 타이밍에 검을 휘두를 수가 없었다.

보고 반응하면 늦는다.

하지만 그건 검사 대 검사의 싸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계속해서 쏘아지는 볼트들을 무의식적으로 피하며, 루카스는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 보니 내가 칼딘 경과 검술 대련할 때는 어떻게 했더라.'


그리고 훨씬 더 이전에.

회귀 전, 길드에서 초보 용병들을 상대로 검술을 가르칠 때나 아버지를 모욕했던 놈들을 베어넘길 때는 어떻게 했었는가.

자신의 과거를 떠올려 검술을 반추해보니 답은 머지 않아 나왔다.


'검이 휘둘러지기 시작하는 걸 보고, 그 직후에 반응하는게 아니야.'


검을 휘두르는 동작의 이전.

검이 움직이기 직전부터 시작되는 동작을 보는거다.

발끝, 종아리, 무릎, 허벅지, 골반, 허리, 등, 어깨, 이두, 팔꿈치, 전완, 그리고 손목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뼈와.

근육과.

관절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을 보자마자 바로 반응하는거다.

그러니...


루카스의 눈이 빛났다.


'상대가 궁수라면.'


열심히 석궁을 장전하고 쏘기 바쁜 헨리.

헨리가 서있는 자리에, 활을 들고 있는 이리엘을 그렸다.

화살통에서 화살을 꺼내고.

시위에 걸고.

이쪽을 노려보며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집중.

손 끝에서 화살로 흘러드는 마나.

그 끝에.


-핑.


쏘아지는 화살.


회귀 전의 노련하고 원숙미 넘치던 중년의 이리엘을, 현재의 젊은 이리엘에게 겹쳐 그렸다.

시간이 지나며 절름발이에 불과했던 루카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장했듯이.

그녀 또한 성장했다.

그리고 현재의 그녀는 그러한 미래의 자신에게 다다르지 못했다.

그 궁수가, 미래의 자신이, 지나온 세월이 새겨진 손으로 어떤 화살을 쏘아냈는지를 모른다.

그녀는 아직, 그 20년의 굳은살에 닿아있지 못했다.

그러나 루카스는 안다.

보았다.

겪었다.

그녀가 그 세월을 흘려보내고 쌓았던 것들이 있듯, 그도 불완전하게나마 쌓고, 깎아왔다.

그러므로.


'할 수 있다.'


루카스는 확신했다.

그는 이길 것이다.

승리할 것이다.


-탁.


왼발을 딛고 움직인 루카스가 검을 휘둘렀다.

검술의 교정이 거의 완성 단계에 다다른 상태.

검의 궤적에는 흔들림이 극히 적었다.

목표는 정면의 볼트.

이제 막 석궁의 시위를 떠나 허공을 질주하기 시작한 그것을 향해.

위에서 아래로, 검을 휘둘렀다.


-서걱.

-휘리릭.

-퍽.


루카스가 움직임을 멈추었다.

휘둘러진 끝에, 검 끝은 어느새 아래를 향하고 있었다.

순식간이라 할 만큼 찰나에 벌어진 일.

루카스가 검을 휘두른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헨리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루카스는 알았다.


루카스의 입가로 미소가 맺혔다.


"아....!"


뒤늦게 헨리의 두 눈이 커졌다.

정확히 반으로 잘린 볼트의 두 파편이.

루카스의 뒷 편, 각각 왼쪽과 오른쪽 나무에 하나씩 박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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