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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석 님의 서재입니다.

절름발이 소드마스터의 회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휘석
작품등록일 :
2023.10.07 18:31
최근연재일 :
2023.11.07 11:15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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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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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글자수 :
177,534

작성
23.10.13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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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회귀(3)

DUMMY

회귀(3)




"그래. 우리 아버지를 포함해서 이 저택에 있는 그 누구한테도 들키지 않고. 내가 말하는 물건들을 몰래 구해올 수만 있다면."


루카스의 말에 헨리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루카스는 헨리에게 종이 한 장을 건넸다.


"필요한 건 거기 다 적혀있을거야."


숙제를 하면서 틈틈이 생각나는 대로 적어둔, 본격적으로 용병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필요한 물품들의 리스트였다.


"흰 가면에 검은 로브, 가죽 주머니, 다용도 벨트, 하급 힐링 포션, 가죽을 덧댄 천옷, 단검까지... 공자님. 이건 대체...?"

"그걸 묻는다는 건, 내 부탁을 들어줄 생각이라고 여겨도 되겠지? 헨리."

"..."


헨리는 표정을 굳혔다.


'설마.. 처음에 내 짝사랑 얘기를 꺼내신 것도, 애초부터 이런 부탁을 하시기 위해서...?'


얼마 전까지의 천방지축 루카스를 생각하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겠지만...

지금의 루카스가 보이는 태도는 마치 미리부터 그런 생각을 해두고 나서 이런 이야기를 꺼낸 것만 같았다.


'죽을 고비를 넘기면 사람이 180도 변하는 일도 있다더니, 설마 공자님이 그런 경우셨던건가...'


숙제만 해도 그렇지 않은가.

그 루카스 공자님이 자진해서 공부를 하신다니.


'공자님...'


헨리는 탄식을 삼켰다.

얼마나 힘드셨으면.

7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이렇게 성격이 확 바뀌신걸까.

그런데도 모시는 시종이 되어서, 고작 이 정도 부탁도 못 들어드릴까.


'부탁, 들어드리자.'


물론 짝사랑을 폭로하겠다고 협박당해서, 그리고 마리한테 잘 보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는 말을 들어서 그런 것도, 솔직히 조금은.

아니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긴 했지만.

어쨌든.


헨리는 비장하게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공자님. 말씀하신 부탁, 제가 들어드리겠습니다."


루카스는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그럼 잘 부탁해, 헨리. 당장 가서, 거기 있는 물건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사오도록."

"네."


그렇게 헨리는 물품 리스트가 적힌 종이를 들고 방을 나섰다.

아니, 그러려다가, 아차 싶어서는 거의 닫힌 방문 틈으로 방안에 고개를 빼곰 내밀었다.


"저.. 그래서 마리한테 잘 보일 수 있는 방법은 뭔가요?"


루카스는 픽 웃으며 준비해둔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자 헨리가 문틈으로 엄지를 척 들어보이더니, 문을 닫고는 사라졌다.


다시금 혼자가 된 루카스는 생각에 잠겼다.


회귀 전, 루카스가 9살이 되던 해에 결국 시녀 마리와 시종 헨리는 사귀게 되고.

루카스가 11살이 되던 해에 결혼해서 아이까지 가지게 된다.

애초에 마리도 헨리에게 마음이 있었던 것.

그래서인지 나중에 헨리는 루카스에게 이렇게 말했다.

'하하.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좀 더 빨리 고백할 걸 그랬네요.'라고...

때문에 루카스는 그 일을 조금 더 앞당긴 것 뿐 이었다.


'헨리에게는 미안하게 됐지만...'


7살의 어린 나이를 지닌, 남작가의 유일한 후계자 루카스.

그런 루카스가 벌써부터 용병 활동을 하고, 활동 반경에 크게 제약을 받지 않으려면, 정체를 숨기고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용병 활동에 필요한 물품을 아버지와 기사단, 저택의 다른 시종과 시녀들에게도 비밀로 해서 마련할 필요가 있었다.

적어도 처음 한 번만큼은 말이다.


루카스가 헨리에게 협박 아닌 협박을 해가며 부탁을 들어달라고 했던 것도, 다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어떻게든 잘 해결됐군.'


자리에 도로 앉은 루카스는 만족하며 숙제를 마저 마무리했다.


'그럼 이건 됐고. 이제 이 다음은....'


루카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 안의 목검을 집어들었다.


'검술인가.'



* * *



히페리온 남작가의 연무장.


-캉!

-챙!


두 개의 검이 연신 부딪혔다.

대련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한 청년, 작은 날개 기사단의 4성 기사 타둔과.

그 절반 정도 되는 신장을 지닌 소년, 루카스 였다.


-캉!


타둔이 루카스의 검격을 쳐냈다.

왼다리로 절반의 하중을 제대로 지탱하며 검을 휘둘러야 하건만, 절름발이로 지내온 세월이 긴 탓에 루카스는 그러지 못했다.

때문에 왼쪽 골반이 아래로 내려갔고, 허리는 한쪽으로 비틀렸으며, 오른쪽 어깨가 하강했다.

루카스의 검로는 그런 불균형을 반영하고 있었다.


-쉬익.


루카스가 최대한 크게 휘두른 검을 타둔이 뒤로 고개를 젖혀 피했다.

루카스의 검이 그리는 궤적이 묘하게 짧았기 때문.

회귀 전, 성장하는 몸에 맞춰 변형되어가다 최종적으로는 26세 성인의 신체에 맞게 적용된 검술을 쓰던 것이, 현재 루카스의 어린 몸에 맞지 않아 벌어진 괴리였다.


"빈틈!"

"윽."


-카앙!


루카스가 놓친 검이 날아가 연무장 바닥에 꽂혔다.


"대련에 집중을 못하게 계십니다 공자님. 설마 이 타둔을 상대하는데 딴 생각이라도 하고 계셨던 건 아니지요...?"


타둔의 장난스런 물음에 루카스는 픽 웃음을 흘리고는 얼얼한 손아귀를 주물렀다.

이렇게 웃어보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그냥 갑자기 생각난게 좀 있어서요."

"하핫. 하긴 그럴 만도 합니다. 갑자기 철이 드셨으니... 그런 때에는 원래 생각이 많아지는 법이죠."


7살짜리를 상대로 고개를 끄덕이며 자기가 다 이해한다는 듯이 유쾌하게 말하는 스무살 언저리의 청년.

루카스는 그런 타둔의 모습이 정겨워 그저 웃을 따름 이었고.

그런 타둔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며 웃고 있던 로벤과 헤모르가 이때다 싶어 끼어들었다.


"그런데 공자님. 검술 연습은 언제 그렇게 하신 겁니까?"

"설마 저희 몰래 본 실력을 숨기고 있었던 건 아니죠??"

"음.. 글쎄요?"


루카스가 씩 웃었다.


"앞으로 매일 대련해주시면 가르쳐드릴 수도 있고요."


기사들이 거의 동시에 탄식을 흘렸다.


"공자님. 저희는 내일이면 임무에 나가야 하는데..."

"저는 당직이라..."


검술 대련만 해도 벌써 세 시간 째였다.

보통의 7살 소년이라면 진즉에 지쳐 나가떨어져도 모자랐다.

하지만 루카스는 어째 몸이 지치면 지칠수록 더 즐거워하는 듯 보였다.


물론 루카스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 이었다.

14년 만에 멀쩡한 두 다리와 코어, 마나 회로를 가지고 검을 휘두르는 일 이었으니까.

그토록 좋아하던 검술을, 온전한 몸으로 다시 펼치는 일에 어찌 기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싫으면 말고요."

"하하.. 공자님이 저희를 말려죽이려고 작정을 하셨군요..."


타둔이 머리를 긁적이며 난처하게 웃었다.

흡사 일요일 저녁.

놀아달라는 어린 조카와 다음날 출근을 앞둔 삼촌의 모습 이었다.


그렇게 기사들 모두가 망설이던 그 때.

어디선가 나타난 금발 머리의 청년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좋습니다 공자님. 요즘 임무도 없겠다, 정 그렇다면 시간도 많은 제가 상대해드리죠."


히페리온 남작가 산하, 작은 날개 기사단의 부단장.

그의 이름은 칼딘 이었다.


"부단장님!"

"언제부터 보고 계셨습니까??"

"처음부터다. 그나저나 공자님. 하룻밤만에 달라지셨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만... 정말로 실력이 많이 느셨군요."

"그런가요? 칼딘 경이 그렇게 말씀해주시다니. 그것 참 다행입니다."


말하면서 루카스는 속으로 웃었다.


'아직 내 검술은 불완전하다.'


절름발이로 14년을 살아오며 생긴 버릇이나 습관 따위가 녹아있었는데다.

26세 루카스의 골격에 맞춰져 있는 검술 이었으니까.

때문에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전에 우선, 루카스는 자신이 지닌 검술을 현재의 몸에 맞게 최적화시키고자 했다.

그러므로...


'잘 됐어.'


칼딘은 5성 기사다.

저택의 다른 4성 기사들한테 받는 것 보다도 더 세심한 지도를 받을 수 있을 터였다.


"그럼.."


칼딘이 검을 뽑았다.


"공자님의 비결. 제게 좀 알려주시겠습니까?"

"얼마든지요."


루카스도 웃으며 마주 검을 들었다.


-채앵!


두 사람의 검 부딪히는 소리가 연무장을 올렸다.



* * *



저택의 집무실.

창 밖으로 루카스와 타둔의 대련을 지켜보고 있던 어른들은 그저 혀를 내두를 따름 이었다.


"...각하. 실례지만 간밤에 공자님께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겁니까?"

"나도 정말로 놀라는 중이라네 레온 경. 어린 아이의 성장이란게 원래 이토록 순식간에 일어나는 것인가 싶기도 하고. 그것도 아니면 얼마전에 열병을 심하게 앓았던 영향인가 싶기도 하고..."


아직 7살에 불과한 루카스는 힘도, 체력도, 마나도 모자랐고, 신장의 차이도 워낙 컸기에 당연히 타둔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하지만 루카스와 타둔이 벌인 것은 단순 검술 대련.

루카스는 타둔을 상대함에 있어서도 여유가 있어 보였다.

즉, 루카스가 순수 검술 실력 만큼은 타둔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이라는 뜻.

실제로 레온은 루카스가 검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며 몇 번이고 제 눈을 의심했다.


"내 아들이지만, 병마에 시달린 뒤로는 몰라보게 달라졌어. 모르는 사람이 와서 보면..."

"...하룻밤 사이 전설 속에나 나오는 아공간이라도 들어갔다 나온 것 같군요. 그것도 몇 년씩이나요."

"그렇네. 하지만 불가능한 일이지 않나?"

"그렇습니다. 게다가 지금 공자님의 움직임을 보면...."


어째서인지 루카스의 검술에는 불균형이 존재한다.

마치.


"오래도록 왼쪽 다리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검을 휘둘러온 것 처럼 말입니다."

"흐음..."


델릭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혹시라도 아들의 몸을, 웬 절름발이 악령이 깃들어서 빼앗아버린 것이 아닐까?

물론 그것 또한 불가능한 일이었다.

살아있는 육체에 다른 사람의 영혼을 정착시키는 것.

그런 건 전승 속 최강의 흑마법사라 불렸던 11성 흑마법사, 운드라 정도 되는 이가 와야 가능할까 싶은 일이었으니까.


"그래도 완전히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전장에서도 죽을 고비를 넘긴 뒤에 마나를 각성하고, 성격이 완전히 뒤바뀌는 일이 종종 있는데, 죽을 고비를 넘긴 건 공자님도 마찬가지니 말입니다."


델릭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루카스가 마나를 각성한 것은 비밀로 하는게 좋겠어. 주위에 하이에나 같은 놈들이 워낙 많으니..."

"혹시나 해서 칼딘을 보내두었던게 정답이었군요. 염려는 접어두시지요. 공자님은 당분간 저희가 지켜보겠습니다."

"부탁하네."



* * *



꿈만 같던 시간들이 흘러갔다.

그동안 루카스에게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별 이상은 없으신 것 같습니다. 마법의 기척도, 딱히 특별하게 이상한 마나의 흔적도 느껴지지 않아요. 마법적인 문제는 전혀 없다고 봐도 됩니다. 물론, 그래도 혹시 모르니 신성 마법으로 치료를 한 번 받아보시는 걸 추천드리겠습니다. 그 편이 확실하니까요."

"알겠소. 내 그리 하리다."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그동안 루카스는 몸에 마법적인 이상은 없는지, 아버지가 마탑에서 초청한 4성 마법사에게 검사를 받았고.


-똑똑.


"공자님. 헨리입니다. 말씀하신 물건들을 가져왔습니다."

"들어와."


헨리에게 부탁한 물건들을 모두 전달 받았으며.


"마음에 드느냐?"

"예.... 정말로요."


아버지에게서 진검을 선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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