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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석 님의 서재입니다.

절름발이 소드마스터의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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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석
작품등록일 :
2023.10.07 18:31
최근연재일 :
2023.11.07 11:15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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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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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18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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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2)

DUMMY

훈련(2)




체력 훈련이 끝났다.

시간대는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저물며 하늘이 붉게 물들 즈음.

루카스는 저택에 돌아와 몸을 씻었다.

그리고 개운함을 느끼며 곧장 아버지의 서재로 향했다.

이제는 쉴법도 하건만, 루카스는 쉬지 않았다.


"군주란 무엇인가. 자고로 군주란..."

"..."

"권력의 역학적인 부분을 들여다봤을 때, 영주는 항상..."


저녁을 먹기 전까지는 아버지에게 후계자 교육을 받고, 저녁을 먹은 뒤에는 홀로 방 안에 앉아 마나를 다루는 법을 수련한다.


마나 연공법은 사용하지 않았다.

마나를 한꺼번에 끄집어내는 버릇이 들어 있어 지금 있는 마나도 제대로 쓰기가 어려운게 현 상황.

이 이상 마나의 양이 늘어나면 오히려 내상의 위험성만 늘었다.

때문에 지금 루카스가 하는 수련은 오로지 마나를 끌어올리는 '방법'에 대한 시도.

검술을 교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과거의 습관으로 인한 부작용을 탈피하기 위해 하는 연습이었다.


"크윽..."


마나를 끌어올리던 루카스가 신음을 흘렸다.

악 다문 잇새로 핏물 한줄기가 주륵 흘러내렸다.


지난 두 달 간.

체력 훈련이나 검술 훈련도 열심히 했지만, 루카스는 마나를 다루는 연습도 절대 게을리 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훈련과는 달리 이것 만큼은 아무리 연습해도 성장을 체감하기가 어려웠다.


'마치 거대한 벽 앞에 가로막힌 느낌이군.'


손으로 입가를 훔치며, 루카스는 내면을 관조했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인체의 코어가 지닌 마나에 대한 인력.

그것이 강한 루카스는 마나지배력이 뛰어났고.

히페리온 남작가의 연공법과 뛰어난 지배력으로 인해 이미 코어에는 2성에 달하는 마나가 쌓여있었다.


마나를 다루는 것은 검술이나 몸 쓰는 것과는 결이 달랐다.

그보다도 훨씬 어려운 듯 했다.


'역시.'


제대로 된 스승이 필요했다.

가문의 기사들 보다 마나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더 섬세하게 다룰 줄 아는...

이를테면 뛰어난 마법사가.

그리고 다행히도 루카스는 그런 이를 한 명 알고 있었다.


'조만간 한 번 봬야 겠어.'


안 그래도 루카스는 한달 동안 소탕 의뢰를 단 한 건도 수행하지 못했다.

제 아무리 가이난이라도, 똥줄 좀 탈 수 밖에 없었을거다.


'소탕 의뢰의 인센티브를 대가로 아저씨의 수업을 받아낼 수만 있다면...'


루카스의 성장에 있어 더없이 값진 마중물이 될 것이다.

루카스는 짙은 미소를 머금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아침이 밝았다.

오늘도 일찍이 기상한 루카스는 저택을 나왔다.


경계를 서는 기사들과 저택의 살림을 총책임지는 집사 모딘, 그리고 아버지에게는 마을의 친구들을 만나러 간다고 해두었고.

가면과 로브 따위의 짐은 헨리에게 부탁해 뒷산에 따로 빼두었다.


루카스가 용병 일을 하려고 그런다는 걸 알고 있던 헨리는, 처음에는 루카스의 명령에 걱정을 내비쳤다.

그는 루카스의 전속 시종이자 아직 어린 루카스의 보호역이기도 했다.

만에 하나라도 루카스가 용병 일을 하다 무슨 안 좋은 일을 당할 경우, 위험할 수도 있는 루카스의 용병 활동을 묵인하고 보고하지 않은 헨리의 잘못도 꽤나 크게 다루어진다.


하지만 그 모든 계산이 있기 이전에.

루카스가 보아왔던 대로, 헨리는 과연 충실한 시종 이었다.


헨리는 자신의 연애 사업이 순항중에 있는 것도 루카스의 덕임을 알았으며.

그가 모시는 어른스러운 공자님을 믿었고.

또한 비밀을 지켜 줄줄 아는 의리가 있었다.


따라서 헨리는 비밀을 지켰으며, 루카스를 도왔다.

덕분에 루카스는 적당한 핑계를 대며 무사히 저택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기사들의 훈련 또한 치루어졌던 뒷산.

그곳에 도착한 루카스는 헨리가 미리 가져다두었던 흰 가면과 검은 로브, 벨트 따위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귀족 가문 도련님에서 꼬마 용병으로, 성공적인 변신을 마친 뒤.

산을 내려와 마을에 있는 길드로 향했다.


오늘도 시끌벅적한 용병 길드.

플라넨 지부.


-끼익.


"오랜만입니다."


루카스가 문을 열고 로비에 들어서자, 한창 시끄럽던 길드가 잠깐이지만 마치 찬물이라도 끼얹은 것처럼 조용해졌다.

시선이 쏟아진다.

몇몇 용병들은 루카스를 보고는 움찔거렸다.

그들은 일전에 루카스의 돈주머니를 탐내던 이들.

개중 가장 크게 움찔거린 이는 다름 아닌 헤럴드였다.


"인사도 안 받아주십니까?"

"그, 그래.. 오랜만이다...."


헤럴드는 마지 못해 인사를 하면서도 시선을 피했다.


그 날 이후, 헤럴드는 눈만 감았다 하면 루카스에게 복날 개처럼 얻어맞았던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점이 있었다면, 최근 한 달간은 루카스가 길드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것.

물론 꼬마 용병에게 먼지나게 두들겨 맞았다는 사실이 어디 가는건 아니여서, 그간 다른 용병들이나 동료들에게 비웃음을 당하기도 했다.


'헤럴드도 다 죽었구만? 제 덩치 반의 반도 못한 꼬맹이한테 뒤지게 처맞기나 하고.'

'다, 닥쳐라!'

'너무 그러지 말라고. 혹시 누가 아냐? 그 꼬맹이가 옆동네 사는 웬 소드마스터의 숨겨둔 자식일지?'


소드마스터의 숨겨둔 자식이면 어디 아카데미나 검술 학교 같은 곳에나 들어갈테지, 왜 이딴 시골구석에서 용병질을 하려고 든단 말이냐, 왜!

말도 안되는 조롱일 뿐 이었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전부터 옆에서 한 마디씩 거드는게, 매번 헤럴드의 신경을 벅벅 긁어댔다.

결국 참다 못한 헤럴드가 폭발했다.


'이..! 이 시발 새끼야!'

'자신 있으면 쳐봐! 여기 길드 안이야 이 개새끼야! 하하하하하!'


결과적으로 헤럴드는 싸우지 못했다.

길드 규정 상, 내부에서의 싸움에는 벌금이 따른다.

더구나 맨날 다른 용병들한테 돈 빌리고 나서 배 째라고 구는 둥, 평소 행실이 상당히 좋지 못했던 헤럴드였다.

헤럴드의 편을 들어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고.

헤럴드가 밖에 나가서 싸움이라도 하면, 그건 그것대 뒷일이 문제였다.

헤럴드가 지치면 이 때다 싶어 그에게 불만이 있던 다른 허접한 놈들도 달려들테고, 그러면 결국 헤럴드는 일방적으로 얻어맞다가 주머니나 털려야 했을테니까.


'크으윽..!'


굴욕도 이런 굴욕이 없다.

헤럴드는 지난 한달간 길드에서 받았던 대접을 떠올리며 술잔을 든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왜 그러십니까? 겁이라도 집어먹은 것처럼."


어느새 지척까지 다가온 루카스가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시리도록 차가운 눈동자.

무감정하게 자신을 쥐어패던 그 날의 눈과 한 치의 다름도 없었다.

헤럴드가 저도 모르게 한 발짝 뒷걸음질치자, 다른 용병들에게서도 비웃음이 터져나왔다.


"한 번 얻어터지더니 쫄았구만?"

"푸하하하!"


'시발!'


헤럴드는 너무나도 쪽팔려서, 당장 목이라도 메고 꽥 뒤져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루카스는 연신 부들부들거리는 헤럴드의 어깨를 두드려줄 뿐 이었다.


"서로 너무 얼굴 붉히고 그러지 맙시다. 어차피 곧 또 보게 될텐데."

"이거 치워라!"


헤럴드는 괜히 성을 내며 루카스의 팔을 쳐냈다.


"누, 누가 너 같은 놈이랑 같이 어울려 준다고 했냐 시발?!"


궁지에 몰린 쥐는 오히려 고양이를 문다고, 딱 그 꼴이었다.

외려 팔을 쳐냄 당한 루카스는 착 가라앉은 눈을 하고 그를 응시할 뿐 이었다.


잠시 동안 가만히 시선을 마주하고 있자니, 헤럴드는 등줄기를 타고 소름이 오소소 돋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상대는 그저 꼬맹이.

오히려 그가 아래로 내려다 보고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말이다.

결국, 헤럴드는 덜컥 겁을 집어먹고는 얼른 꽁무니를 뺐다.


"에이 시발! 재수가 없으려니까!"


도망치듯 길드를 나서는 헤럴드.

루카스는 그 뒷모습을 보며 빙긋 웃고는 그대로 접수대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아, 예, 뭐... 잘 지냈습죠...."


떨뜨름하게 인사를 받는 접수대 직원들.

처음과는 달리 바짝 긴장한 채로 경어를 뱉는 것이, 퍽 인상적인 태도였다.

루카스는 바로 본론부터 꺼냈다.


"지부장님 뵈러 왔습니다. 저 왔다고 말씀 좀 전해주시죠."

"잠시만 기다려주십쇼. 금방 전해드리겠습니다."

"예."


루카스는 대충 한 테이블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첫날, 털끝 하나 안 다치고 헤럴드를 피떡으로 만들어버린 걸로도 모자라서, 지부장과 자유롭게 독대하는 꼬마가 바로 루카스였다.

때문에 잠시후 직원들이 루카스를 지부장실로 안내할 때까지.

루카스를 건드리는 용병은 아무도 없었다.



* * *



안내해준 직원이 돌아가고, 단장실에 들어선 루카스 자연스레 가면을 벗었다.


"길드는 여전하네요. 한달 동안 별 일 없었죠?"


빙긋 웃으며 여유로이 자리에 앉자, 썩은 표정으로 피우던 담배를 비벼 끈 가이난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루카스!"

"별 일 없어 보여 다행입니다. 아, 그러고 보니 이번 인사 평가는 얼마나 남았나요?"


여유롭게 대꾸하는 루카스에게, 가이난이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벌써 한 달 밖에 안 남았다. 그런데 해결 못한 의뢰는 한 트럭이야. 시간이 없다는 말이다."

"그렇군요."


루카스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가이난은 저도 모르게 말이 빨라졌다.


"...그런 상황이다. 그런데 지금, 벌써 한달째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게 말이 되는 일인거냐 루카스? 이러려고 날 찾아와서 그런 제안을 한 건 아닐텐데??"

"그건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팀원으로 점 찍어 뒀던 분들이 지금 의뢰 중이라 길드를 떠나있다는데, 제가 뭘 어쩌겠습니까? 그렇다고 아무랑이나 팀을 짤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요? 뒤통수 맞고 문제 생길지도 모르는데."


'그 두 사람은 꼭 필요하다.'


팀을 짜고 얼마나 같이 다닐지는 몰라도, 루카스는 아무하고나 함께 할 생각은 없었다.

적어도 2성에 달하는 현재의 무력.

그리고 최소한 범재 이상의 잠재력과 어느날 갑자기 뒤통수를 치지 않을 정도의 의리와 양심.

마지막으로 어느정도 숙련된 용병으로서의 경험까지.

이 정도가 루카스가 정한 팀원의 마지노선이었고.

회귀 전 기억까지 통틀어서, 루카스가 알기로 이 조건을 전부 갖춘 이들 중 팀이 따로 정해져있지 않은 이들은 길드에 몇 없었으니까.


어려서부터 용병 일을 하며 이꼴 저꼴 다 보고 자란 가이난이었다.

루카스의 입장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기에, 더 이상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루카스는 슬슬 본론을 꺼내기로 했다.


"그나저나, 제안 드릴게 하나 있는데요."

"또 뭘 원하는거냐. 괜히 뜸 들이지 말고 얼른 말해라.."


힘없이 대꾸한 가이난에게 루카스는 씩 웃으며 생각해온 것을 말했다.


"첫 의뢰의 인센티브, 돈으로는 받지 않겠습니다."


인센티브, 돈 얘기가 나오자 정신이 번쩍 든 가이난이 표정을 굳혔다.


"인센티브를 돈으로 받지 않겠다니, 뭐 물건으로 달라는 소리인거냐?"

"아니요. 그런게 아니고, 인센티브를 받지 않는 대신 아저씨가 제 마나 수련을 좀 도와주시면 좋겠다는 말입니다."

"마나 수련...?"


가이난이 미간을 좁혔다.


"이미 그 나이에 2성이라는 건, 이미 충분히 빨리 가고 있다는거다. 그런데도 굳이 내 도움이 필요한거냐?"

"네, 필요하죠."


루카스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기사들보다 마법사인 가이난에게 배우는 편이, 마나에 관련된 루카스의 악습을 고치기에는 더 좋을 것 같았다고.

물론 회귀에 관한 건 빼고 적당히 각색은 했지만.

이야기를 전부 들은 가이난이 고개를 주억였다.


"확실히 그런거라면 내가 가르쳐주는게 도움이 되긴 하겠지. 하지만... 그래서 요는, 그 돈을 받지 않는 대가로 내 시간을 사고 싶다?"

"따지고 보면 그런 셈이네요."

"이 녀석이..."


불은 붙이지 않은 채, 담배를 꼬나 문 가이난이 눈을 흘겼다.

하지만 별 수 없었다.

들어주는 수 밖에.

지금 당장 아쉬운 건 루카스가 아닌 가이난 이었다.

루카스는 그가 은혜를 입은 귀족의, 하나 뿐인 소중한 아들이자 후계자었고, 동시에 가이난의 구명줄이었다.

가이난은 그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았다.


얕은 한숨과 함께 가이난이 말했다.


"알았다. 그건 일단 네 첫 의뢰가 끝나고 나서 바로 하는 걸로 하자고."

"좋네요."


가이난의 허락이 떨어졌다.

루카스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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