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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석 님의 서재입니다.

절름발이 소드마스터의 회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휘석
작품등록일 :
2023.10.07 18:31
최근연재일 :
2023.11.07 11:15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9,304
추천수 :
140
글자수 :
177,534

작성
23.10.2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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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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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첫 의뢰(3)

DUMMY

첫 의뢰(3)




'성과가 없군.'


던전 내부에 마법검이 있지도, 고블린들 중에 그걸 가진 놈이 나오지도 않았다.

앞으로 전진하면서도, 루카스는 던전 벽에 숨겨진 공간이 없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계속 하고 있긴 했으나.

아무래도 이 던전에는 그런 곳도 딱히 없는 듯 보였다.


'만약 끝까지 들어가봐도 없으면...'


어쩔 수 없으니 그 때는 포기하자.

처음 나온 의뢰, 팀원들과 합을 맞춰보고 몬스터들과의 싸움이나 실제 던전의 환경 따위를 경험해본 것만으로도 충분히 큰 수확이었으니까.


루카스는 마음을 편하게 먹기로 했고, 또 다시 조우한 고블린들과 전투를 치뤘다.

그리고 잠시후.


"키르윽.."


-털썩.


방금 마주친 고블린 무리 중,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한 마리가 쓰러졌다.


"변종이라고는 해도 역시 고블린은 고블린인가? 별 볼일 없구만."


지금껏 오면서 쓰러뜨린 고블린만 하더라도 벌써 사십 마리가 넘었다.

일행은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했고.

자리에 앉아 쉬면서 가져온 육포를 뜯거나 물을 마셨다.


"이제 얼마나 더 가면 됩니까?"


루카스의 물음에 라이언이 답했다.


"여기서 3천 걸음 정도만 가면 될거다."

"얼마 안 남았네요."


던전은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눌 수가 있다.

대륙 지하에 존재하는 거대한 던전, '대미궁'과의 연결 여부를 기준으로 해서, 대미궁과 연결된 던전을 개방형 던전.

대미궁과 연결되어있지 않은 던전을 폐쇄형 던전이라고 한다.

이중 이번 의뢰에서 루카스 일행이 들어온 던전은 폐쇄형 던전 이었다.

즉, 던전 내부에 있는 고블린을 전부 소탕하는 소탕 의뢰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던전의 끝까지 들어가야 할 필요가 있는 것.


때문에 금방 휴식을 끝내고, 일행은 또 다시 이동해야 했다.

이동 중에 마주치는 고블린들과의 전투는 수월했다.

첫 전투 이후, 루카스는 갈수록 일행과 합을 잘 맞추게 되었고.

조우하는 고블린들의 숫자도 십여 마리 정도에 그쳤으니, 문제는 없었다.


그렇게 일행이 10분 남짓 더 걸은 뒤였다.

일행은 길목을 지키고 서있던 두 마리의 고블린을 마주했다.


"키익!"

"인.. 간!"


놀란 고블린들이 재빨리 줄행랑을 치려 했으나.


"이 자식들이 어딜!"


한 놈은 잽싸게 달려나간 헤럴드가 목을 벴고, 다른 한 놈은 이리엘이 등에 화살을 꼽아주었다.

놈들의 시체를 옮기는 도중, 일행은 특이하게도 놈들이 허리에 뿔피리 같은 걸 차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경계병 역할이었나?"

"슬슬 다 와가는 모양이군."


그 말대로, 조금 더 앞으로 전진하자 여태껏 일직선으로 쭉 뻗어있던 던전 내부와 달리, 갈림길이 나타났다.

새로 형성된 던전도 아니고, 이 던전은 꽤 오래 전부터 있었던 던전이니 만큼, 이미 일행도 알고 있었다.

다름이 아니라 길드에서 제공해준 지도에도 던전 내부의 대략적인 구조 정도는 나와있었으니까.


지도를 들고 있던 라이언이 말했다.


"여기서 왼쪽으로 가면 던전의 코어가 있는 코어룸이 나올다."

"거기가 고블린들의 본거지겠군요."


마나가 담겨있어서, 던전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심장의 역할을 하는 것이 코어.

즉, 던전 내부에 터를 잡은 몬스터들이 발견되는 것도 이 코어 때문이었고, 코어룸은 특히 더 많은 몬스터들이 머물고 있는 곳이었다.

몬스터들은 대개 고기중에 마나 농도가 짙은 환경을 좋아하니까.


이야기를 듣던 이리엘이 자세를 낮추어, 갈림길의 오른쪽 바닥을 살피더니 말했다.


"발자국이나 흔적으로 보면, 오른쪽 길에도 고블린이 있을 수 있다."

"소탕 의뢰이기도 하니까, 어차피 그 놈들까지 전부 처리해야 한다는 뜻이로군."


헤럴드가 콧김을 뿜으며 말을 받자, 모두의 시선이 루카스에게로 모였다.


"어떻게 할 셈이냐?"

"팀장의 의견을 따르지."


루카스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여기서 갈라지도록 하죠."

"두 명씩 나눠서 각자 길을 가자?"

"그렇습니다."

"근데 그럼 왼쪽으로 가는 사람들이 무조건 불리한 거 아닌가? 고블린 놈들 본거지도 왼쪽에 있을거라며."


헤럴드의 이의 제기에 이리엘이 고개를 저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아니. 이건 그런 효율의 문제가 아니다. 본거지라는 건 놈들의 숫자가 여태껏 만나왔던 것보다 훨씬 많다는 뜻. 자칫 합류하기 전에 왼쪽으로 간 쪽이 당해버리는 위험도 존재한다는 뜻이다. 이 문제는 어떻게 할거지?"


모두의 시선이 루카스를 향했다.

기대에 찬 눈길.

그럴만도 했다.


어린 외관과는 괴리감을 불러일으키는 성숙한 인격.

나이에 걸맞지 않게 번뜩이는 오성.

천부적인 검술 재능과 전투 센스.

마지막으로 일행 중에서 가장 뛰어난 무력까지.


루카스는 이미 백아 팀의 팀장으로서, 뭇 일행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


"흠..."


'본거지라...'


코어룸이라면 마법검이 있을 가능성이 더 높을까?


'아니. 그건 보장 못하지.'


게다가 어차피 코어룸은 고블린 소탕을 위해서 무조건 한 번 들려야 하는 곳.

그러므로 루카스로서는 양쪽 전부 한 번씩은 가보는게 좋았다.

그러니 겸사겸사...


'그렇게 하면 되겠군.'


턱을 쓰다듬으며 침음을 흘리기도 잠시.

판단을 내린 루카스가 곧 입을 열었다.


"그럼 이렇게 하는 걸로 하죠."


둘둘씩 양쪽으로 갈라진다.

다만 위험성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왼쪽으로는 방패를 가진 헤럴드를 보내 안정성을 높인다.

더불어 궁수이므로 기감이 예민한 이리엘을 보내 전투를 벌이지 않고도 미리 적의 규모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

오른쪽으로는 라이언과 루카스가 가서, 혹시라도 오른쪽에 고블린들이 있다면 빠르게 처리하고 왼쪽으로 합류한다.

그러는 한 편, 헤럴드 측은 고블린의 숫자나 본거지의 규모에 따라 소탕을 진행하거나, 아니면 전투를 유보하고 뒤로 물러날 수 있도록 한다.

물론 루카스가 오른쪽으로 가는 건 마법검을 찾아보기 위함도 있었지만, 그 사실은 굳이 말하지 않았다.


루카스의 이야기를 전부 들은 일행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대단하군.'

'과연. 팀장을 할만하다.'


그 잠깐의 시간으로 곧장 합리적인 타협안을 도출해내는 루카스의 모습에 라이언과 이리엘은 감탄하는 눈초리를 보냈다.

전생부터 용병들과 많은 교류를 해왔던 루카스다.

의뢰 이야기는 수없이 많이 들어왔기에, 그 경험을 살려 곧바로 이런 타협안을 내놓을 수 있었다.

다만.

일행 중 유일하게 불만스러운 표정인 이가 있었는데, 그건 바로 헤럴드 였다.


"왜 우리만 더 위험하고 귀찮은 쪽으로 가야 되는거냐. 그렇다고 돈을 더 받는 것도 아닌데..."

"그게 불만이면 애초에 탱커를 하면 안되죠 헤럴드."

"돈 꿔 올 때 양심까지 담보로 맡겼나? 그건 진짜 아닌 것 같다 헤럴드."

"썅.. 알았어. 알았다고."


루카스와 라이언의 비난에 욕설 한 번 흘리고는 곧장 수긍하긴 했지만.


그렇게 일행은 왼쪽과 오른쪽으로 갈라졌다.

헤어지기 직전, 트라우마 때문인지 활을 쥔 이리엘의 손이 약간씩 떨리는 걸 보았지만...

루카스는 괜찮으리라 믿었다.


'이겨내시겠지. 내가 아는 이리엘 여사님이라면.'


"우리도 가죠."

"그래."


루카스와 라이언.

두 사람은 오른쪽 길로 걸음을 옮겼다.



* * *



무장을 갖춘 십여명의 인원이 던전에 들어섰다.

전원이 에탈 마을의 주민이던 이들은, 비밀리에도적단을 결성했다.

갈수록 나빠지는 마을의 재정상황과 간혹 외부에서 마을을 들쑤시고 가는 도적들.

일동은 빼앗기느니 차라리 빼앗겠다는 생각으로 의기투합했고, 심지어 개중에는 마을의 자경단원도 포함되어 있을 지경이었다.


던전 안을 걷다가, 선두에 선 사내가 휘파람을 불었다.


"휘유~ 많이도 죽였구만."

"이거 시체에서 마석만 빼다 팔아도 대체 얼마야..."


한구석에 쌓여있는 고블린들의 시체.

여태껏 걸어오며 족히 40구는 넘는 수의 시체를 보았다.


"살아있는 건 아니겠지?"


혹시나 싶어 고블린의 시체를 칼로 찔러 보았던 사내는 시체가 미동도 없는 것을 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개중 하나가 이마에 흉터가 있는 사내를 돌아보았다.


"아니 대장. 근데 보통 4인조 용병이 이렇게 짧은 시간에 이만한 숫자를 다 처리할 수 있기는 한가?"


대장이라 불린 사내, 마르코가 부하를 비웃으며 답했다.


"멍청하긴. 네가 모른다고 해서 그런 용병 놈들이 없는 건 아니다. 애초에 용병이라고 다 같은 용병이 아니야."

"그런가...?"


부하가 멍청하게 머리를 긁적였고, 혀를 찬 마르코는 시체들의 숫자를 통해 사냥감의 전력을 가늠했다.


"이 정도면.. 대략 숙련된 2성 용병들 쯤 되겠군."

"능숙한 2성 용병 네 명이라..."

"생각보다 좀 치는 놈들인데?"


사냥감의 무력이 처음 예상했던 수치를 약간 웃돌았다.

부하들이 웅성거리며 동요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마르코는 사납게 일동을 다그쳤다.


"모두 조용! 닥쳐라! 그 정도 용병들쯤이야 방심만 안하면 얼마든지 잡아 족칠 수 있어! 원래 머릿수에서 나오는 힘이라는 건 무시 못하는 법이다."


그도 그럴게, 그의 일당은 전부 합해 열세명.

그중 아홉은 1성이었으나, 나머지 넷은 2성의 경지에 이른 이들 이었다.

2성짜리 용병 네 명을 상대로는 결코 질 수가 없는 싸움 이었다.


"하긴 그래? 여태 그렇게 해왔으니까."

"나는 오늘 크게 한탕 하면 돌아가서 무조건 고기 뜯을거다."


마르코의 말에 부하들에게서는 어느새 동요가 사라졌다.

그들의 눈이 탐욕으로 번들거리기 시작했다.

마르코는 큭큭 웃으며 생각했다.


'최근에 수입이 영 시원치 않던 참에, 마침 잘 됐어.'


마을의 다른 사람들은 그들이 도적질로 딴 주머니를 차고 있는 줄 모른다.

그러니 이 일은 엄연히 세금을 안 내도 되고, 뒷돈도 챙길 수 있는 꿀통 부업이었다.


'몬스터 사냥이니, 짐승 사냥이니, 땔깜 모으기니... 그런 것들보다는 무슨 속내를 품고 있을지 모르는 외지인 놈들을 족치는 편이 훨씬 낫다.'


외지인에 대한 불신.

그리고 경계.

자신들이 도적질당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도적질을 합리화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이었다.

그들은 얄팍한 양심보다는 욕심이 앞서는 이들 이었고.

이 일은 다른 일에 비해 수고 대비 벌이가 말도 못하게 좋기도 했으니까.


"어서 가자 이 놈들아! 놈들이 체력을 회복하기 전에, 지쳐있을 때 덮칠수록 일이 편해질테니까."

"알겠다 대장."

"빨리 빨리 가자고!"


일당은 던전 내부를 전진했다.

그리고 경계병 고블린의 시체 두 구가 놓여있던 곳을 지나, 갈림길을 마주했다.


"대장. 어떻게 할까?"

"흠..."


'왼쪽에는 코어룸이 있지.'


그리고 고블린들의 본거지, 즉 많은 수의 고블린들도 있었다.

놈들이 던전에 들어온지도 시간이 꽤 지난 상황.

코어룸에서 고블린들을 상대하고 있는 놈들의 뒤를 치는 식으로, 양동을 노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만약 놈들이 바로 왼쪽으로 향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이 고블린을 대신 처리해주는 걸로도 모자라, 나중에 코어룸으로 온 용병놈들과 고블린들에게 앞뒤로 포위당할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굳이 도박을 할 필요는 없다.

오른쪽에 먼저 가보고, 놈들이 거기 없으면 그 때 바로 왼쪽 길로 가면 되는 일 이었다.

그 사이에 소탕을 끝낼 정도로, 고블린의 숫자가 적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놈들이 그만큼 강한 것도 아닌 듯 했으니까.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마르코가 결정을 내렸다.


"우선 다 같이 오른쪽에 먼저 가보는 걸로 한다."


마르코 일당은 우르르 오른쪽 길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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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팀원 모집(4) 23.10.22 273 3 13쪽
12 팀원 모집(3) 23.10.21 281 4 12쪽
11 팀원 모집(2) 23.10.20 302 5 12쪽
10 팀원 모집(1) 23.10.19 355 5 13쪽
9 훈련(2) 23.10.18 379 5 12쪽
8 훈련(1) 23.10.17 422 9 14쪽
7 최연소 용병(3) 23.10.16 460 8 15쪽
6 최연소 용병(2) 23.10.15 475 11 11쪽
5 최연소 용병(1) 23.10.14 548 10 14쪽
4 회귀(3) 23.10.13 611 12 11쪽
3 회귀(2) 23.10.13 633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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