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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석 님의 서재입니다.

절름발이 소드마스터의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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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석
작품등록일 :
2023.10.07 18:31
최근연재일 :
2023.11.07 11:15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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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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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글자수 :
177,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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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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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팀원 모집(4)

DUMMY

팀원 모집(4)




-쐐애애액!

-카앙!


루카스가 휘두른 검이 허공에서 불똥을 일으키며 화살을 쳐내고, 앞으로 기울어지던 루카스의 신형이 정면으로 튀어나갔다.


'이걸..'


막았다고?

이리엘의 두 눈이 치 떠졌다.

지금까지의 화살들과는 달리 마나를 담아 한껏 강화한 육신으로, 화살촉에 마나를 밀어넣어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관통력까지 강화해 쏘아낸 화살이었다.

그런데...


"어.. 어어?"

"튕겨냈어??"


놀라서 입만 쩍 벌리고 있던 용병들이 뒤늦게 소리쳤다.

그대로, 루카스가 질주했다.


기본적으로 궁수와 검사의 싸움에서는 거리 조절이 중요했다.

근거리에서 싸우면, 보통의 경우 궁수는 검사를 이길 수 없다.

때문에 질주하는 루카스를 저지하기 위해, 이리엘은 한계까지 속도를 올려 화살을 쉴 틈 없이 쐈다.


연사.

속사.

쏟아지는 화살의 세례 속에서 루카스는 검을 휘둘렀다.


-캉.

-채앵.


피하기만 바쁘던 아까까지와는 달리, 화살을 쳐낸다.

순식간에 좁혀지기 시작한 거리.

뒤로 스텝을 밟기 시작한 이리엘이 화살을 연신 쏘아내며 소리쳤다.


"어떻게!"

"적응이 필요했습니다. 예상보다 화살이 빠르더라고요."

"뭐..."


뭐라고?

그럼 방금까지, 고작 그 짧은 시간 동안 겪어본 걸로, 화살이 날아오는 속도에 적응했다고?

대인전 경험도 제대로 하지 못했을, 이 어린 꼬마가??


이리앨은 제 귀를 의심했다.


"이런...!"


미친, 말도 안되는...!


무표정, 무미건조의 이리엘.

평소에도 감정 표현이 거의 없기로 유명한 이리엘이 드물게도 두 눈을 부릅 뜬 채 미간을 일그러뜨렸다.


일반적인 검사라면 수년은 시간을 들여야 반응하는 법을 터득하는 것이 원거리에서 쏘아지는 투사체 공격이다.

용병들 중에도 근접 무기에 더해 방패를 같이 패용하는 자가 괜히 나오는게 아닐 만큼 말이다.

물론 4성 이상의 경지에 다다른다면 신체 능력 또한 현격히 상승해 날아오는 화살 쯤은 눈 감고도 베어낼 수 있게 된다고 하지만...

대체 어떻게.

그 정도의 경지에 다다른 것도 아니면서, 어떻게 이런 짓을...


-캉.

-챙.


검을 휘둘러 화살을 전부 튕겨내며, 루카스는 달렸다.

이리엘이 백스텝을 밟고는 있었으나, 거리는 빠르게 좁아졌다.


'낭패다.'


연무장은 그리 넓지 않았다.

어느새 이리엘은 연무장 바깥과의 경계에 발을 걸치고 있었다.

게다가.


'화살이 다 떨어졌다.'


루카스는 어느새 지척.


'하는 수 없다!'


이리엘은 순식간에 판단을 내렸다.

루카스가 갑자기 화살을 막아낼 수 있을 줄은 예상치 못했다.

하지만 아직 방법은 있었다.


-타앗.


한 걸음 내딛은 루카스가 검을 휘둘러왔다.

이리엘은 미련 없이 활을 버렸다.

그리고 허리춤에 있던 단검을 꺼냈다.


'기습으로 빈틈을 노린다.'


현재 루카스는 방심하고 있었다.

지척.

이미 근접전에 접어드는 거리.

그런 상황에서 이리엘은 화살을 전부 소모한 궁수다.

때문에 루카스의 눈은 자신이 이길 것이라는 확신.

그 확신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이리라.


이리엘은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이 단검에도 조예가 꽤 깊으며, 얼마 전 의뢰에서 한 단계 성장했다는 걸.

단검으로도 마나 블레이드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을.

상대는 전혀 모르고 있을거라고...


이리엘이 눈을 빛냄과 동시에, 그녀의 단검에 푸른 빛이 맺혔다.

위에서 아래로 크게 휘둘러진 루카스의 검을 뒤로 물러나 피하고.

이리엘은 옆으로 몸을 비틀며 루카스의 찌르기를 피하는 한 편, 루카스의 품을 파고들었다.

이제 단검을 꽂아넣기만 하면 이리엘의 승리였다.

그랬는데...


'여전하시군. 이리엘 여사님.'


회귀 전, 그녀와 대련으로 자주 손속을 겨루곤 하던 루카스는 그녀의 그런 수법도 훤히 꿰고 있었다.


이리엘은 단검 또한 수준급으로 사용할 줄 안다.

회귀 전.

지금으로부터 19년 뒤 미래의 이리엘은 4성의 궁술을 구사하며, 3성의 단검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녀의 재능과 잠재력이 용병 치고는 지극히 평범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는 말도 안되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가능한 일 이었다.

허나 그 노력.

그 세월이 지금의 이리엘에게는 없었다.

고작 이 정도로는 부족했다.

절름발이가 되어서도 주저앉기를 거부하고, 검을 휘둘러왔던 루카스를.

그 세월의 무게를 꺾어내기에는.


찔러들어온 단검이 가슴팍에 닿기 직전.

루카스의 신형이 흔들리는가 싶더니, 검로가 기울었다.

순간, 이리엘은 제 눈 앞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면밀하게 파악할 수 없었다.


-카앙!


앞으로 찔러들어오는가 싶던 루카스의 검이 어느새 코 앞에 있었다.

코 앞에서, 그녀의 단검을 막아내고 있었다.


'뭐...'


이리엘의 두 눈이 부릅 떠졌다.


이건 또 뭐란 말인가.

경험해본 적도 없는 검술 이었다.

이런 기이한 칼놀림...

언젠가, 망명 있는 기사의 검에서 단 한 번 보았던게 전부였다.


손목이 시큰거린다.

놀란 이리엘이 다급히 단검을 재차 휘둘렀다.

이리엘의 단검과 루카스의 검이 연신 부딪히며 허공으로 불똥을 튀겨댔다.


싸움을 구경하던 용병들이 넋을 놓고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허..."

"미친."


숙련된 용병과 꼬마의 공방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광경이었다.

1성 용병은 물론이고 2성 용병들의 대부분까지도.

아마 이 자리에 있는 이들 중 태반은 지금 저 둘의 움직임을 흉내도 내지 못할테니까.


이리엘은 이를 악 물고 단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이건...'


루카스는 지금, 천천히.

여유롭게.

이리엘을 압박해오고 있었다.


'이 정도면 인정해주시겠지.'


그녀의 성격을 잘 알기에, 루카스는 급하게 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가 자신의 패배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시간을 두고 천천히 그녀의 약점을 공략해나갈 뿐.

결국 몇 번이나 합을 주고 받은 후에야 이리엘은 깨달았다.


'졌구나.'


졌다.

이리엘은 패배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최후의 한 수.

찌르기를 날림으로서, 이어지던 싸움도 결착이 났다.


루카스는 찔러들어오는 단검을 피하고, 검을 들지 않은 왼손으로 이리엘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리고 비틀었다.


"윽."


뚜둑, 하며 손목이 꺾이는 감각에 손에서 힘이 풀린 이리엘은 단검을 놓쳤다.

단검이 바닥에 떨어지고.

루카스는 그녀를 밀며 한걸음 물러났다.


"커윽."


엉덩방아를 찧으며 뒤로 콰당 넘어진 이리엘.

곧바로 몸을 일으키려고 했으나, 고개를 드니 코 앞에는 이미 루카스의 검이 겨누어져있었다.


"..."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은 탓에, 이리엘이 멍하니 눈을 끔뻑였다.

도중부터 용병들이 넋을 놓은 채 싸움을 구경했기에 장내는 조용했고.

놀란 것은 라이언을 비롯한 용병들 뿐 아니라, 가이난도 마찬가지였다.

놀라지 않은 것은 오로지 헤럴드 뿐.


'저저, 하여튼 미친 꼬맹이 저거.'


그는 속으로 혀를 차면서도 저도 모르게 킬킬대며 웃고 있었다.


"...결투 종료. 승자는 엘이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가이난이 루카스의 승리를 선언했다.

그제야 조용했던 연무장이 한바탕 시끄러워졌다.

루카스의 승리에 배팅했던 용병들이 환호성을 내질렀고, 그 반대의 용병들은 뒤집어졌다.

그리고 루카스는 숨을 고르며 한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았다.


머리가 다 울린다.

체력도 체력이지만, 마나를 많이 사용한 탓도 컸다.


힘겨운 와중에도 루카스는 검을 거두고, 이리엘에게 손을 내밀었다.

뭐라 말해야 할지 몰라 침묵하던 이리엘은 그 손을 잡았다.

충격적인 패배이긴 했으나, 이 나이에 자신을 이길 정도로 재능 있는 녀석에게 패배한 것이라면, 오히려 나쁘지 않았다.

머뭇거리다가, 이리엘이 입을 열었다.


"...인정한다. 비록 경험은 부족하지만 네 실력은 충분하다는 걸."

"그렇군요."


루카스는 이리엘을 자리에서 일으켜주었다.


"우리 팀원이 된 걸 환영합니다, 이리엘 씨."


루카스는 속으로 웃었다.


'성공이군.'


이걸로 용병 활동을 하기 위해 필요한 준비는 다 갖추어진 셈.

이제 남은 건 직접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 뿐.

루카스로서는 꽤나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물론 잠시후.


"...엘."

"지부장님."

"후... 자네는 잠깐 나 좀 보지."


루카스를 따로 불러낸 가이난이 잔소리를 쏟아내는 일이 있긴 했으나, 어찌됐든.

팀원 모집은 성황리에 잘 마무리되었다.



* * *



이리엘은 심란했다.

그동안 그 어떤 좋다는 팀에서 먼저 제의가 들어와도, 팀에 소속되지 않았었다.

위험과 비효율을 무릅 쓰고, 솔로잉을 해왔다.

팀에 들어간다는 건 곧, 자신의 과거..

그 중에서도 가장 아픈 부분과 마주해야 한다는 것이었으니까.


'괜찮은건가...'


솔직히 지금껏 그래왔듯이, 회피하고 외면하고 싶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후..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이리엘.'


이제는 더 이상 과거로부터 도망치지 않으리라.

...약속 때문에 이제는 그럴 수도 없게 됐지만.


이리엘은 스스로 마음을 다 잡았다.

그리고 길드 로비의 한 테이블에 앉았다.

연무장에서 한바탕의 소란이 있은 후, 루카스가 팀원들을 모집했기 때문이었다.

팀원들은 자리에 앉아 다함께 통성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라이언이라고 한다. 보다시피 창을 쓰고 있지. 잘 부탁한다."


이리엘과의 결투 이후, 루카스를 보는 눈이 약간 달라진 라이언을 필두로.


"이거 꼭 해야 하냐?"

"제가 뭐라고 했죠?"

"..예, 하겠습니다요. 예... 헤럴드, 방패검사요."


쭈굴거리며 뚱한 얼굴로 말한 헤럴드.

그리고.


"이리엘. 궁수다."


루카스와의 결투에서 패배한 뒤, 여러모로 생각이 많아진 이리엘까지.


루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요. 그럼 다시 한 번..."


루카스는 종이 한 장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저는 팀장인 엘. 검사 입니다. 팀원 여러분, 제 팀인 백아(白牙)에 들어오신 걸 환영합니다."


루카스가 올려둔 종이는 루카스네 팀을 정식으로 길드에 등록한다는 등록증이었다.

이리엘은 괜히 심란한 얼굴로 종이를 뚫어져라 쳐다봤고, 헤럴드는 헛웃음을 흘리며 볼멘소리를 냈다.


"백아? 팀 이름이 왜 백아야?"

"제 가면이 흰색이라서요."


별 다른 이유는 없었다.

다만 헤럴드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아니 근데 팀 이름이라며. 그걸 왜 네 마음대로 정하냐?"

"그야 제가 팀장이니까요?"

"근데 왜 하필 백아야? 유치하잖냐."


헤럴드의 말에 루카스가 움찔했다.


'그런가?'


하긴 생각해보면, 전생에도 루카스는 카렌에게 작명센스가 나쁘다는 소리를 종종 듣고는 했었다.


루카스는 침묵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정말로 이름을 바꿔야 할지 몰라서 였다.


"그럴거면 말이야, 어? 차라리 '하얀 늑대들' 처럼, 어? 간지나게 짓는게 좋지 않냐?? 기왕 이렇게 유치하게 지을거면."


가만히 지켜보던 라이언이 한 마디 툭 뱉었다.


"그게 더 유치하다 헤럴드."


헤럴드가 발끈했다.


"...이, 이게 뭐가 유치하다고 그러냐 라이언! 그러는 너는 뭐가 안 유치하고 어울린다고 생각하는거냐??"

"음.. 엘이 팀장이니, 이름을 따서 '엘과 동료들'은 어떤가?"

"그건 진짜 아닌 것 같습니다."

"그건 진짜 아닌 것 같다."


루카스와 헤럴드가 거의 동시에 정색했다.

드물게 마음이 통한 두 사람 이었다.


이후로도 루카스와 헤럴드, 라이언 이 세명이서 팀명에 대한 토론을 이어갔다.

하지만 결론이 날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자, 루카스는 이리엘을 불렀다.


"이리엘 씨."

"그냥 이리엘이라고 불러라."

"아, 네. 이리엘. 아무튼 이리엘은 어떤게 좋을 것 같습니까? 팀 이름이요."


생각에 잠겨있던 이리엘을 향해 라이언과 헤럴드, 루카스의 시선이 모였다.

이리엘은 잠시 침음을 흘리다가 머리를 긁적이고는 말했다.


"그냥 처음 엘이 말했던게 좋을 것 같다."

"그럼 백아로 결정이군요."

"그렇군."


루카스가 씩 웃었고, 라이언이 납득했다.

다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헤럴드는 펄쩍 뛸 듯이 반대했다.


"결사 반대다! 그런 유치한 이름을 할 바에야 차라리 내가 팀을 나가겠...!"

"헤럴드. 다수결이 원칙이에요. 제발 좀 닥쳐봐요."


루카스가 째려보자 결국, 헤럴드는 분함에 이를 악 문채 양손을 부들 부들 떨며 자리에 도로 앉았다.


"크으윽..."


그러한 우여곡절 끝에.

4인조 용병 팀, '백아(白牙)'가 결성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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