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휘석 님의 서재입니다.

절름발이 소드마스터의 회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휘석
작품등록일 :
2023.10.07 18:31
최근연재일 :
2023.11.07 11:15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9,307
추천수 :
140
글자수 :
177,534

작성
23.10.25 19:45
조회
218
추천
1
글자
12쪽

첫 의뢰(4)

DUMMY

첫 의뢰(4)




헤럴드, 이리엘과 헤어진 후.

루카스와 라이언은 몇 번인가 더 전투를 치뤘다.

고블린 놈들을 베어넘기고, 한쪽에 그 시체를 잘 쌓아둔다.

그리고 다시 전진.

앞으로 가면서도, 벽을 두드려 보는 것은 멈추지 않았다.


"엘. 아까 전부터 계속 벽을 확인해보는 건, 뭔가 짚이는게 있어서 그러는 건가?"

"음..."


미래 지식으로 마법검이 이곳에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라고 답할 수는 없었으니.

루카스는 적절히 둘러댔다.


"그렇다기 보다는, 혹시나 싶은겁니다. 변종이 나오는 곳인 만큼, 일반적인 폐쇄형 던전이랑은 다른게 있어도 이상하지는 않으니까요."

"그렇긴 하다만... 이미 생긴지 수 년도 더 된 이 던전에서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건가?"

"그런 셈이죠. 제가 던전을 들어와본 경험이 얼마 없어서 괜히 기대하는 걸 수도 있겠지만요."

"하긴."


'다른 부분들이 너무 초심자 답지 않아서 잠시 잊고 있었군.'


아무리 루카스가 재능이 있고 센스가 뛰어나, 전투에 금새 적응하거나 뛰어난 움직임을 보여주거나 했다고는 하나...

나이가 어린 이상, 경험이 부족한 이상,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 이었다.

라이언은 루카스의 말에 납득했다.


"설령 기대하는게 없더라도, 너무 실망하지는 마라. 탐사 결과가 기대에 어긋나는 건 흔히 있는 일이니까."


연륜이 느껴지면서도, 루카스의 생각과 감정을 존중해주는 라이언 특유의 조언이었다.

거기서부터 루카스는 과거를 떠올렸다.

중년의 라이언과 함께, 종종 술잔을 기울이곤 했던 회귀 전의 한 때를.


루카스가 웃음을 흘렸다.


"알겠습니다 라이언."


이후로도 루카스와 라이언은 안쪽을 향해 걸었다.

루카스가 앞, 라이언이 뒤.

고블린과의 조우는 더 이상 없었다.

전투가 없으니 오히려 던전 속 어둠과 침묵, 고요가 주는 나름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렇게 십분 남짓의 시간이 더 지난 뒤였다.


'이건...'


라이언이 돌연 걸음을 멈췄다.

뒤에서 기척이 느껴진 탓이었다.

다만 그보다 몇 걸음 앞서 걷는 루카스는 느끼지 못했는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헤럴드와 이리엘이 벌써 소탕을 끝낸건가?'


아니.

그렇다기에는 아직 두 사람과 헤어진지 시간이 얼마 지나지도 않았다.

게다가...


'숨기지 않은게 아니야.'


숨기려 했음에도 기척을 들킨 것이다.

순간, 판단을 내린 라이언이 창을 뽑으며 뒤로 돌았다.

그 때.


-카앙!


뒤에서 날아온 투척용 단검이 라이언의 금속 창대에 부딪혀 튕겨져나갔다.


"큭..."


날아온 단검의 위력에 창이 찌르르 떨리고, 라이언이 이를 악물었다.

그제야 뒤를 돌아본 루카스도 적들의 존재를 눈치 채고는 검을 뽑아들었다.

루카스가 한달음에 날듯이 달려와 단검을 날렸던 놈에게 검을 휘둘렀다.


이대로면 바로 한 놈의 목을 날릴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카앙!!


이마에 흉터가 난 남자가 어둠 속에서 튀어나와 루카스의 검을 받아냈다.

루카스는 미간을 좁혔다.


'이 자식...'


최소 2성이다.


"우리 꼬마 용병님께선, 생각보다 힘이 좋으시군?"


-채앵!


"윽."


어쩔 수 없는 성인과의 완력 차이.

그 때문에 뒤로 밀려난 루카스가 자리에 바로 선 채 차갑게 물었다.


"무슨 볼 일 입니까?"

"칼부터 휘둘렀는데. 딱 보면 모르나?"


검을 제 어깨에 걸친 놈이 킬킬대며 웃었다.


"댁들 털어먹으려고 납신 사람들이지."


그 말과 함께 그의 뒷쪽 어둠 속에서 다른 사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욕망에 찬 눈빛을 번들거리며 흐흐 웃음을 흘리는 놈들.


루카스가 표정을 굳혔다.


'숫자가...'


열이 넘는다.

제 아무리 루카스라도 라이언과 단 둘이서 이들을 죄다 상대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적어도 눈 앞의 이 놈은 2성이다.'


즉, 일대일이 아닌 이상 루카스로서도 쉽게 이길 수 없는 상대라는 뜻.

그런데 이 놈 한 놈 처리하는데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려서야, 남은 인원들의 합동공격에 당할 가능성이 높았다.

회귀 전에도 루카스는 1대1 대련을 주로 했지, 다수와의 전투 경험은 동네 왈패들이나 시비 걸던 용병 몇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없었으니까.


놈이 말을 이었다.


"가진 거 다 내려놓고, 팬티 한장 남김 없이 벗어. 그리고 내 가랑이 사이로 기어가면 목숨 만은 살려주지."

"푸하하하!"

"대장! 이 놈들이 그럴 배짱이나 있겠어?"


비웃음이 터져나왔다.


"뭐, 그럴 배짱도 없고 쫄리시면 그냥 뒤지셔야지. 그래서. 어떻게 하실텐가? 우리 용병 나리들은."

"..."


'당장 전면전을 벌이면 우리가 불리하다.'


상대는 숫자가 많았고, 던전 길의 좌우폭은 상당히 넓어서, 상대가 그 인원수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넓었다.

즉, 포위당하면 끝이라는 소리.


'그렇다면...'


일단은 시간을 벌어서 방법을 강구한다.

루카스는 라이언과 말없이 눈길로 대화를 주고 받고, 놈들과의 거리를 쟀다.

그리고 잠시후.


"이봐, 왜들 그러지? 이럴 때는 빠릿빠릿하게 덤비고 얼른 끝내야 서로 편하지. 안 그런가?"

"..."

"끝까지 시간만 끄시겠다? 좋아, 그럼."


여전히 두 사람이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자, 시종일관 킬킬대며 입을 나불거리던 놈이 돌연 검을 들며 소리쳤다.


"족쳐!"


이때다 싶어 사내들이 달려들었다.

그 때, 간격을 재고 있던 루카스가 반응했다.


'일단 도망치면 조금 쉴 시간 정도는 벌 수 있다.'


그러니 한 놈은 데리고 간다.

루카스의 목표는 처음, 그가 베려고 했으나 그러지 못했던.

가장 선두에서 라이언에게 단검을 투척했던, 아마도 2성으로 추정되는 놈이었다.


"뒤져라!!"


탐욕으로 두 눈이 시뻘개져서는 달려든다.

입가로는 미소가 걸려있는 것이, 그의 확신을 반증했다.


그래봐야 꼬마애 덩치인 루카스.

그나마 조심해야 하는 건 라이언 한 명 뿐이라는 이 상황.


'목을 따고 제일 많은 몫을 챙기는 건 나다!'


그의 입가가 호선을 그렸다.

씨익 웃음 지으며, 단검을 투척한 그 때였다.


-서걱.


'어?'


왠지 모르게 세상이 기울고 있었다.

옆으로 점점 돌아가면서, 한 바퀴.

두 바퀴.

회전하고 있었다.


한 쌍의 푸른 눈동자.

흰 가면에 뚫린 눈구멍으로, 소년의 눈이 차갑게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뭐.. 무슨...'


사고가 끊겼다.


-털썩.


그 소리를 끝으로, 그는 제가 어째서 목이 잘렸는지조차 깨닫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


기세 좋게 달려들려던 이들이 그 광경에 멈칫 굳었다.

대장인 마르코 마저 놀라서 굳었다.


'방금..'


대체 뭘 본 거지?


분명히 그랬다.

눈을 한 번 깜빡였을 뿐인데.

그 사이 앞으로 물 흐르듯 움직인 루카스의 신형이 2성의 경지인 그의 부하, 단검 투척수 노멘의 목을 베어내고 있었고.

노멘의 목이 땅에 떨어진 직후, 그들은 미련 없이 등을 돌려 도망치고 있었다.


"노, 놈들이 도망친다!"

"이 자식들이! 감히 노멘을!"


뒤늦게 도적들이 소리쳤다.

그리고 투척용 단검을 몇 개인가 더 날렸으나, 2성에 달하는 투척수는 더 없는 것인지, 라이언은 창을 회전시켜 어렵지 않게 그것들을 쳐냈다.

그들이 두 사람을 뒤쫓기 시작했고, 그 광경에 마르코가 뒤늦게 소리쳤다.


"섣불리 쫓지 마라! 천천히! 천천히 쫓으면 된다! 어차피 이 앞은 막다른 길! 더 이상 도망칠 곳도 없어!"

"하지만 대장..!"

"닥치고 내 말 들어!"


섣불리 쫓아서는 안된다.

숨겨놓은 패로 또 무얼 가지고 있을지 알 수 없는 놈들이었다.


'시발...'


방금 그 일격.

그 대상이 자신이 될 수도 있었다는 사실에, 마르코는 욕설을 삼켰다.

등줄기로 흘러내리는 식은땀이 느껴졌다.


'그, 그래도 괜찮다.'


그 무시무시한 일격을 펼쳐낸 흰 가면 쓴 꼬맹이.

아무리 그래도 무리였는 듯, 직후 움직임도 느려졌고, 바로 뒤돌아 도망쳤으니까.


'많이 사용할 수 있는 검술이 아니다. 몸에 부하가 적지 않게 걸리는 기술인게 분명해.'


그러므로 천천히 여유를 두고 쫓아가는 편이 좋았다.


'저 놈을 잡아서 고문하고, 저 검술을 얻어낼 수만 있으면...!'


은퇴한 기사랍시고 꼴에 마을의 자경단장 자리에 앉아있는 그 기분 나쁜 늙은이를 치워버리고, 자신이 그 자리에 앉을 수 있으리라.


마르코는 자신의 판단을 믿었다.

왠지 모를 위화감이 가슴을 불편하게 하긴 했지만...

그런 잠깐의 예감은 탐욕 앞에서 고작 바람 앞 촛불에 불과했다.


"흐. 흐흐.. 흐흐흐흐..."


마르코는 기분 나쁜 웃음을 흘렸다.

그의 입꼬리가 쭉 찢어져 올라갔다.



* * *



"섣불리 쫓지 마라! 천천히! 천천히 쫓으면 된다! 어차피 이 앞은 막다른 길! 더 이상 도망칠 곳도 없어!"

"하지만 대장..!"

"닥치고 내 말 들어!"


웬 사내가 들으라는 양 외치자 곧 추격 속도를 늦추더니, 놈들이 두 사람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독 안에 든 쥐라는 소린가.'


"쿨럭."

"엘! 괜찮나??"

"...괜찮습니다."


한 움큼 피를 쏟은 루카스는 고개를 주억였다.

방금 사용한 것은 회귀 전, 절름발이 시절 루카스가 자신과는 달리 평범하게 마나를 쓸 수 있는 이들을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낸 기술이었다.


오버클럭.

순간적으로 코어의 마나를 폭발시킨다.

그리고 폭발시킨 마나를 전신의 마나회로에 빠르게 회전시켜 엄청난 가속과 순간적인 힘의 강화 따위를 얻는 기술.

다만 한 가지 치명적인 부작용은, 이 기술의 경우 사용자의 내상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애초에 마나회로와 코어가 죄다 박살이 나있었을 때 만든 기술이니...'


현재 루카스가 코어에서 마나를 끄집어낼 때 한 번에 많은 양을 꺼내오는 나쁜 습관을 강화한 버전이기도 했다.

이 기술을 만들 때 루카스는 내상을 입는다는 부작용은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

일단 한 번이라도 제대로 된 위력을 낼 수 있으면 되는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사실 방금도, 단검 투척수 놈이 방심하지 않았다면 쓰지 않았을거다.


'놈도 2성이었지.'


투척수 주제에 성급하게 앞으로 나서, 움직임에 빈틈이 크게 보이지 않았다면.

놈이 방심하지 않았다면.

애초에 오버클럭을 쓰고도 놈을 쓰러뜨릴 수 있다는 확신이 없었을 터.

그랬다면 오버클럭을 쓰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나마 방금 쓴 것도 부작용을 고려해서, 부담이 제일 덜한 50퍼센트 짜리를 쓴 것이지만.


루카스는 가면 아래로 흘러내린 피를 대충 닦고는,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라이언. 저 놈들, 뭐하는 놈들인지 짚이는 구석은 있어요?"

"나도 모른다. 그래도 분명한 건..."


상대가 다수라는 것.

그리고 처음부터 일행의 뒤를 쫓아왔다는 것이다.


루카스가 달리면서도 연신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뒷편의 어둠에 가려져 적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발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놈들은 두 사람을 쫓는데 있어, 전혀 서두르고 있지 않았다.


"놈들은..."

"여유를 두고 쫓아올 생각인 것 같다."


루카스가 눈살을 찌푸렸다.


"적어도 놈들의 우두머리는 이 던전의 지형을 알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몰이 사냥이라도 하고 있다는 듯이 여유를 부릴 수 없었겠죠."

"그것도 그렇지. 하지만 루카스. 그건 방금 네가 보여준 그 기술 때문이 클거다."


솔직히 라이언이 루카스의 그 움직임을 처음 봤을 때는 제 눈을 의심하고, 루카스가 과연 정말로 2성 용병에 불과한가에 대해 진지하게 속으로 고민했었다.

루카스가 보여준 그 폭발적이고 순간적인 움직임은, 그만큼 놀라운 것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절름발이 소드마스터의 회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중 공지 입니다. (+작가의 말) 23.11.07 36 0 -
공지 연재 시각: 오전 10시 ~ 오후 10시 사이 23.10.07 289 0 -
30 두 번째 의뢰(5) 23.11.07 79 1 13쪽
29 두 번째 의뢰(4) +1 23.11.06 99 2 12쪽
28 두 번째 의뢰(3) 23.11.05 137 2 13쪽
27 두 번째 의뢰(2) 23.11.04 134 1 12쪽
26 두 번째 의뢰(1) 23.11.03 148 2 12쪽
25 극복(4) 23.11.02 161 4 14쪽
24 극복(3) +1 23.11.01 155 3 14쪽
23 극복(2) 23.10.31 165 2 12쪽
22 극복(1) 23.10.30 196 1 14쪽
21 첫 의뢰(8) 23.10.29 200 3 12쪽
20 첫 의뢰(7) 23.10.28 190 2 12쪽
19 첫 의뢰(6) 23.10.27 196 3 12쪽
18 첫 의뢰(5) 23.10.26 213 2 14쪽
» 첫 의뢰(4) 23.10.25 219 1 12쪽
16 첫 의뢰(3) 23.10.24 229 3 12쪽
15 첫 의뢰(2) 23.10.23 241 2 15쪽
14 첫 의뢰(1) 23.10.23 279 2 16쪽
13 팀원 모집(4) 23.10.22 273 3 13쪽
12 팀원 모집(3) 23.10.21 281 4 12쪽
11 팀원 모집(2) 23.10.20 302 5 12쪽
10 팀원 모집(1) 23.10.19 356 5 13쪽
9 훈련(2) 23.10.18 379 5 12쪽
8 훈련(1) 23.10.17 422 9 14쪽
7 최연소 용병(3) 23.10.16 460 8 15쪽
6 최연소 용병(2) 23.10.15 475 11 11쪽
5 최연소 용병(1) 23.10.14 548 10 14쪽
4 회귀(3) 23.10.13 611 12 11쪽
3 회귀(2) 23.10.13 633 1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