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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석 님의 서재입니다.

절름발이 소드마스터의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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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석
작품등록일 :
2023.10.07 18:31
최근연재일 :
2023.11.07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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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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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03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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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의뢰(1)

DUMMY

두 번째 의뢰(1)




루카스가 두 번째 의뢰로 이 일을 고른 것은, 다름이 아니라 첫 의뢰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부가적으로 얻을 수 있는게 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는 검술 비급서가 숨겨져있다고 했지.'


산 속에 있는 던전이니 만큼, 회귀 전 검술 비급서를 발견한 것은 다름 아닌 약초를 캐러 산에 들어왔던 한 약초꾼이었다고 한다.

그 약초꾼은 그 날따라 답지 않게 늦은 시간까지 약초를 찾아 산 속을 헤맸고.

그러다 해가 지고 수많은 슬라임들이 공격해와, 도망치던 와중 던전에 들어가게 됐다.


물론 던전 속에는 더 많은 슬라임들이 있었다.

때문에 약초꾼은 반 강제로 던전의 막다른 안쪽 깊은 곳까 도망쳐야 했고.

그곳에서 검술 비급서를 발견해, 슬라임들로부터 무사히 살아돌아와 종국에는 약초꾼을 그만두고 기사가 되었다는 이야기.


루카스가 이 이야기를 이토록 구체적으로 기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름 아닌 본인의 종자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몰락의 밤 이후.

플라넨 영지가 베린 자작의 손에 떨어지고 나서 있었던 일이다.

매년 진행하는 영지 차원에서의 대대적인 몬스터 토벌에 협력 차, 플라넨 마을에 호센 자작가의 군대 일부가 파견왔었다.

해당 군대를 지휘하는 기사는 종자를 한 명 데리고 왔었는데.

그 종자는 개구리 올챙이 적 기억 못하듯 오만해진 제 주인을 닮아, 용병들을 깔보고, 절름발이였던 당시 루카스는 더더욱 무시하고 조롱했다.

그러면서, 술에 취해 얼큰해진 얼굴로 제 주인이 어떻게 기사가 됐는지에 대한 장대한 무용담을 읊어줬더랬다.

물론 그 덕분에 루카스는 확신을 가지고 이 던전을 찾아올 수 있었고.

이제는 그 약초꾼의 기연을 빼앗을 수 있게 되었지만.


'그 비급서가 있다면...'


평범한 사람도 기사로 만들어준 비급서였다.

비록 루카스에게는 루카스의 검술이 있었지만.

어쨌든, 비급서가 있어서 나쁠 건 없었다.

현재 루카스의 검술이 한층 진일보하는 계기가 될지 모르는 일이니까.


루카스와 일행은 마차에서 내렸다.

출발하고 나서 반나절이 조금 안되는 시간이 지난 후였는데.

이번 의뢰의 목적지인 던전은 저번에 갔던 에탈 마을의 던전 보다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다만 그 지역이 하필이면 산이라, 일행은 마차에서 내려서 다음 마을까지 산행을 해야 했다는게 문제였지만.


"시발... 왜 하필이면 이런 귀찮은 의뢰를...."


헤럴드는 괜히 투덜대며 산을 올랐다.

그 앞에서는 루카스가 지도를 보며 산을 오르고 있었으며.

그 뒤 세 번째로는 이리엘이 활을 들고 뛰어난 기감으로 사주 경계를 하며 산을 탔고.

맨 마지막으로는 라이언이 그 뒤를 따랐다.


"입 다물고 이거나 봐봐요 헤럴드. 이쪽으로 가는게 맞아요?"


앞장서던 루카스가 헤럴드를 돌아보며, 지도에 표시된 곳과 전방을 번갈아가리켰다.

그러자 헤럴드는 잠시 동안 혼자 뭐라고 궁시렁대다가 곧 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 이쪽으로 가는거 맞다."

"알았어요."


그렇게 일행은 다시 이동을 재개했다.


일행의 포지션이 지금의 모양새가 된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헤럴드는 귀찮은 일을 싫어해서 길잡이 같은 건 안하려고 했고.

길치인 라이언은 길잡이를 하면 안된다는 걸, 회귀 전의 경험을 통해 루카스도 매우 잘 알았다.

더구나 일행 중 가장 기감이 뛰어난 이리엘은 주변을 경계하며, 만약 몬스터나 맹수가 튀어나오면 활로 요격을 해야 했기에 길잡이까지 할 수가 없는 상황.

결국 남은 것은 길잡이로서의 능력도 그리 뛰어나지 않은 루카스 뿐이었다.


'이렇게 된 거, 나는 길잡이 경험도 쌓고 좋지만...'


원래는 다른 사람이 한다고 해도 일부러 나서서 한 번쯤 해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마침 일행 중 길잡이를 하려는 사람도, 할 수 있는 사람도 없었기에 오히려 좋았다고 할 수 있겠다.


얼마간 산을 오르며 지도를 따라 앞으로 나아간 일행.

어느 시점부터는, 산의 풀과 나무들이 듬성듬성 보이는 지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통~

-통~


짐볼처럼 몸체를 튕기며 위 아래로 튀어오르는 녹색의 점액질.

슬라임이 한 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가능하면 사실이 아니길 바랐건만..."

"역시 마을에서 들은 대로군...."


슬라임의 급격한 번식.

안 그래도 일반 몬스터들에 비해 특히나 증식 속도가 빠른 슬라임의 개체수가 엄청나게 늘어났다.


방금 일행이 마차를 타고 도착한 인근 마을 부근까지는, 이 지역의 영주인 호센 자작의 병사들이 주기적으로 슬라임을 청소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원래 던전에 도착하기 전 들러야 했을 작은 산골 마을의 경우, 이미 늘어난 슬라임 탓에 주민들이 피난을 가버렸을 정도라고 했다.

그곳과 던전 내부의 슬라임을 소탕하지 못한 것은 그런 외곽 지역까지 신경 쓸 수 있을 정도로, 병사를 운용하는 호센 자작가의 주머니 사정이 충분히 좋지 않아서라고.


-핑!


대기를 찢고 쏘아진 이리엘의 화살이 슬라임의 핵에 박혔다.

그러자 방금 전까지 기운차게 튀어오르던 것도 잊고, 슬라임이 옆으로 픽 쓰러졌다.


이후로도 일행은 황폐해져가는 산등성이를 넘으며, 몇 번인가 더 슬라임과 마주쳤다.

그럴 때마다 이리엘이 화살을 쏘아 처치하거나, 루카스가 바람의 마법검을 사용해 바람 마법으로 핵을 동강내주었다.


"이게 바람의 마법검..."


그 모습을 보며 일행은 감탄했고.


'어째 생긴거랑 다르게 생각보다 유용한데... 돈을 더 받았어야 했나?'


헤럴드는 루카스의 손에 들린 마법검을 연신 곁눈질하며 그런 생각을 했다.


그렇게 일행은 다시 반나절 간의 산행 끝에, 산골짜기의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아니, 정확히는 마을 '이었던' 곳에 도착했다.


이제는 폐가들 뿐.

사람의 온기가 사라진 산골 마을에는 황량함이 감돌았다.


"한 명도 없는건가.."

"이거 아무래도 오늘 밤은 야영을 해야겠구만."


헤럴드는 고개를 저으며 그리 말했고.


"여기서.. 이쪽으로 가면 되네요."


루카스는 지도를 보며 다시 앞장서 걸음을 옮겼다.

여기까지 왔으면, 던전까지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일행은 걸음을 옮겼고.

얼마 못가.


"미친."

"이게 다 뭐냐..."


누가 봐도 던전의 입구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슬라임들로 우글거리는 한 동굴의 입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슬라임으로 바글바글한게, 마치 녹색 점액질로 가득한 강물에 물결이 치는 것을 보는 듯 했다.

라이언이 혀를 내둘렀다.


"일일이 상대하다가는 끝이 없겠군."

"던전에 들어가는 것부터가 난관이라니 스벌..."

"그렇다고 여기까지 왔는데, 빈 손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


이리엘이 시위에 화살을 매기며 말했다.

헤럴드가 내키지 않는 얼굴로 방패와 검을 꺼냈고.

라이언도 등에서 창을 뽑았다.

그렇게 일행이 전투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엘..? 준비 안하고 뭐하고 뒤에서 혼자 뭐하고 있는거냐?"

"...잠시만요. 다들 아직 나가지 말고 기다려봐요."


루카스는 검도 뽑지 않고, 다만 마법검의 손잡이에 손을 얹고는 잠시 위를 올려다보았다.


슬라임들이 위치한 던전 입구는 산 속에 있는 바위 절벽 아래에 위치해있다.

즉...


'위에서 절벽의 바위를 부숴서 낙석을 만들면...'


큰 수고를 들이지 않고 슬라임들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위로 돌아가보죠."

"위로..?"

"무슨 계획이 있나?"


이리엘의 물음에 루카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씩 웃었다.


"기왕이면 번거로운 것보다는 편한게 좋잖아요?"



* * *



약 30분 가량의 등산을 더 한 끝에, 일행은 던전의 입구가 위치한 바위 절벽의 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렇게 보니 숫자가 많다는게 쓸데없을 정도로 분명하게 느껴지는군."


아래를 내려다보고, 바글바글한 슬라임들을 확인한 라이언이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여기서 이제 뭘 어떻게 할 셈이냐?"


이리엘의 물음에 일행의 시선이 루카스에게로 모였다.

루카스는 검을 뽑았다.


"제가 생각한 방법은 간단합니다."


루카스는 검으로 절벽의 끄트머리를 가리켰다.


"여길 부숴서, 낙석을 만드는 겁니다. 그러면 크게 힘을 들이지 않더라도, 슬라임들의 숫자를 꽤 많이 줄여두고 던전에 들어갈 수 있겠죠."

"..."


루카스의 이야기를 들은 일행이 침묵했다.

그리고 헤럴드는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무슨 소리를 하나 했더니, 비효율적인 얘기를 또 하는구만."

"비효율적이요?"


루카스의 이야기를 듣고 이마를 짚었던 라이언이 대신 답했다.


"그래. 낙석을 만드는 것쯤이야 간단하게 할 수 있겠지. 하지만 웬만한 낙석으로는 크게 의미가 없을 거다."

"슬라임은 핵인 마석이 부숴지지 않는 이상 아무리 타격을 입혀도 소용이 없으니 말이다."

"한 마디로 떨어진 낙석이 운 좋게 코어에 맞지 않는 이상, 별 의미없는 짓이라는 소리다 이 자식아."


이리엘, 헤럴드가 차례로 말을 받았다.

그렇지만 루카스는 어깨를 으쓱할 따름이었다.


"뭐.. 꼭 그렇지도 않을겁니다."

"그게 무슨 뜻이지?"


이리엘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루카스는 또 다른 한 자루의 검.

바람의 마법검을 툭툭 두드렸다.


"이걸로 바람을 일으켜서 낙석이 떨어진 위치를 조정하고, 그렇게 해서 정확히 슬라임의 핵을 노리면 되는 일 아닙니까?"

"그런게 가능할 리가 없잖냐.."


일행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터무니 없는 소리였다.

그도 그럴게, 마법검을 사용해 일으킨 바람으로, 낙하하는 바위를 정확히 원하는 만큼 움직이는 엄청난 마나 컨트롤을 보여야 한다는 소리였으니까.

웬만한 마법사도 움직이는 사람도 아니고, 떨어지는 낙석을 대상으로 그런 정밀한 컨트롤은 할 수 없었다.

그건 적어도 일반적인 2성의 검사로서는 불가능한 일 이었다.


"불가능하다."

"2성인데다 마법사도 아닌 네가, 그런 세심한 마나 컨트롤은..."


물론, 일행은 루카스가 얼마 전 3성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그렇게 여기는 것 뿐이었다.

루카스는 자신이 있었다.


'마나를 다루는 능력 만큼은, 전생에 비해서도 지금이 훨씬 더 정교해졌다고 할 수 있어.'


가이난에게 받은 수업으로, 효과를 톡톡히 봤다.

게다가 수업 이후에는 틈 날 때마다 가이난에게서 받은 교습용 마도구로 마나 컨트롤 능력을 기르는 연습도 해왔고.

하루 24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마나 연공을 쉬지 않고 하면서도, 최대한 마나의 낭비 없이, 많은 마나를 코어에 흡수하고 저장할 수 있도록 수련해왔다.

루카스가 직접 마법을 쓰는 것도 아니고 마도구의 도움을 받는 것인데, 이 정도쯤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아니요. 가능합니다. 하지만 뭐.. 다들 이번 만큼은 믿기 어려운 듯 하시니, 말로만 하는 것보다는 일단 직접 한 번 보여드리죠."


루카스는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서걱.


절벽 끄트머리의 일부가 잘려 아래로 굴러떨어졌고.

그걸 바라보며, 루카스는 마법검의 손잡이 위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마나를 움직여, 바람을 일으켰다.

마지막으로, 떨어지는 낙석을 바람으로 요리조리 밀어서, 그 추락 위치를 세밀하게 조정하기 시작했다.


바람 마법이 사출되는 속도.

각도.

바람의 힘.

거리.

떨어지는 낙석의 가속도.


평범한 마법사라면 전부 계산했겠으나, 루카스는 그러지 않았다.

그저 3성에 이른 심상과 감각으로 그 모든 것을 대체했다.


낙석이 지면에 닿은 것은 몇 초 남짓 뒤의 일이었다.


-콰직!


슬라임 하나가 그대로 뭉게지며, 핵인 마석이 박살나, 여름철 아이스크림 처럼 사르르 녹아내리듯 죽었다.


-...!

-...!


동족의 죽음에 주변 슬라임들이 본능적으로 잠깐 동요했으나 그 뿐.

슬라임의 지능은 웬만한 곤충과 비슷할 정도였다.


통통 튀어오르는 것.

마나가 충분히 모여 덩치가 커졌을 때 번식하는 것.

먹잇감이 나타나면 산성 점액질로 녹여 잡아먹는 것.

천적이 나타나면 산성 점액질을 튀기거나 몸통 박치기로 공격하는 것.

슬라임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런게 전부였다.


아래를 내려다본 라이언이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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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최연소 용병(3) 23.10.16 463 8 15쪽
6 최연소 용병(2) 23.10.15 478 1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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