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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능선의 서재입니다.

구걸왕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좌능선
작품등록일 :
2020.05.11 12:25
최근연재일 :
2020.09.11 10:30
연재수 :
87 회
조회수 :
39,834
추천수 :
460
글자수 :
344,307

작성
20.05.30 11:51
조회
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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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글자
9쪽

역공격

DUMMY

아, 이런.

재수도 없네.


왕위는 속으로 생각했다.

어쩐지 드물게 배가 온다고 들은 구룡탄에 빨리도 배가 왔다,

긴가민가하던 참이었다.

그런데 하필 나타난 배가 하오문의 배이고,

자신들은 모닥불을 피워 그 배를 오라고 신호를 한 격이었으니.

하오 문이 제아무리 하류 인생들이 모인 연합체이고 무공을 할 줄 아는 자는 개방보다도 더 적다는 걸 들었지만,

어차피 자신들은 무공도 모르는 데다 소년에 불과한 몸.

저항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그렇지만 이대로 살려줍쇼 한다는 것도 의미 없음을 안다.


하오문이 뭔가.

문자 그대로 밑바닥 인생들 아닌가.

뭐 구걸로 먹고사는 자신도 별 볼일은 없긴 하지만 방향이 달랐다.

개방의 거지들은 대개 일을 하느니 그냥 얻어먹고 살겠다는 식으로 게으른 자들이 많았다.

개중에는 아예 인생사에 통달하여 초월한 듯한 마음으로,

그냥 밥이나 먹고 인생을 느긋하게 살겠다는 천하태평들도 꽤 있었다.

하지만 같은 인생 밑바닥이라 해도 하오 문은 달랐다.

그들은 천생 밑바닥으로 태어났을지언정,

돈이 되면 무슨 짓이든 해야 하고,

어떤 측면에서는 작은 악당 짓을 즐기는 자들도 많았다.


생활이 어렵고 돈이 없이 태어났다고 해서 누구나 거지로 살아가지 않듯,

그런 환경이라고 누구나 소매치기를 하고 유괴를 하고 매매춘을 업으로 삼지는 않는다.

결국, 촌구석에 가서 농사라도 지을 수 있지만 그런 길보다는 다른 길을 선택한 것이 개방과 하오문 이었다.

그나마 개방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하여 정파로 구분이 되고,

하오문은 늘 약자들을 뜯어먹고 살아가므로 사파라고 보는 것이다.


그러니 이참에 세 아이가 잘못했으니 살려주세요,

한다고 그들이 곱게 보내줄 리가 만무한 것이다.

보나 마다 죽지 않을 만큼 두들겨 맞고,

그들의 소중한 사냥개들을 죽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어쩌면 노예로 팔려 갈지도 모를 일이고.


“ 야, 안 되겠지만 기회를 봐서 저항하다 배 밖으로 뛰어내리자. ”


왕위가 그나마 아까 몽둥이질 솜씨를 본 치우에게 속삭였다.


“ 뭐? 저들이 저렇게 많은데? 게다가 난 헤엄을 못 쳐···.”


“ 시끄럽고. 어차피 끌려가면 다 죽는다. 내 말 믿어. ”


치우는 말을 끊고 곰곰이 생각했다.

처음에는 저들 하오 문도에게,

어차피 목적이 나였으니 나는 따라가겠다.

하지만 아무 관련이 없는 저 아이들은 내려달라, 고 요청할 생각이었다.

왕위의 말을 듣고 보니 어차피 동창과 관련된 일인데,

저들이 순순히 어, 그래? 하며 아이들을 보내줄 리 만무했다.

적어도 강룡금장에서 소문으로 듣던 하오문은 무척 사악한 집단이었으니.


두 아이가 소곤대는 사이,

금관의 사내 눈이 확 치켜 올라갔다.


“ 요놈의 새끼들이 어디 안전이라고 웅얼거리는 게야?

확 육젓을 담가 버릴까 보다.

얘들아. 강 씨 꼬마는 잡아서 묶고, 저 두 거지새끼는 노예시장에 내다 팔아라. 사냥개 두세 마리 값은 쳐주겠지. ”


금관 사내의 호령에 텁석부리와 사내 두어 명이 두 팔을 벌려 아이들을 붙잡으러 나섰다.

그때 치우가 왕위에게 속삭임과 동시에 몸을 날렸다.

“ 어차피 난 헤엄을 못 치니 너희들 먼저 강으로 뛰어들어!

난 일단 저항해 보다 더 못 견디면 뭐라도 붙잡고 강에 뛰어들 테니!

어차피 여기 뱃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우리가 동시에 뛰어봤자 금세 붙들릴 거야. ‘


나름 신중하게 모른 채 하며 배까지 아이들을 유인하고도,

설마 서너 뼘 이상 차이가 나는 장정들에게 꼬마 놈들이 덤벼들까 했던 무리는 치우가 갑판을 박차고 뛰어오르고,

두 거지 아이가 뱃전에서 강물로 쏜살같이 뛰어드는 서슬에 깜짝 놀랐다.


” 아니, 이 발칙한 새끼들이! “


금관이 발을 구르고, 그 옆에 서 있던 흑색 무복의 사내 둘이 앞으로 내달려 배 아래로 몸을 던진 거지 아이들을 따면 잡으려는 듯 뱃전으로 솟구치는데,

그들의 하복부로 뭔가 묵직한 힘이 벼락같이 휘저어 올라왔다.


” 와악? “ ” 억? “


몸을 공중에 띄운 채 뱃전 밖으로 내려꽂히던 두 사내는 하복부와 정강이를 강타하는 통렬한 아픔에 기성을 내면서 갑판에 떨어지고 말았다.

한 명은 배를 붙잡고 뒹굴고, 다른 한 명은 정강이가 부러져서 비명을 지르며 떼굴떼굴 굴렀다.


순식간에 몽둥이질 두 번에 무술을 익힌 어른 둘을 무력화시킨 치우의 타구 봉은,

금세 방향을 바꿔 앞에서 거들먹거리며 다가오던 텁석부리와 두 명의 사내를 향해 벼락처럼 뻗는다.

앞서 솟구쳤던 두 사내가 갑판에 개구리처럼 널브러지는 모습을 본 텁석부리는 허리춤에 꽂혀있던 박도를 빼 들고 날아드는 몽둥이를 막았다.


’ 깡! 창! ‘ ” 으헉! “


나무 몽둥이와 칼이 부딪쳤는데 마치 철봉과 부딪친 것처럼 요란한 충돌음과 함께 묵직한 박도가 두 토막이 나고,

그 서슬에 다가오던 텁석부리 옆 사내 하나는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넘어간다.

그때 금관의 사내는 마치 살쾡이처럼 날뛰는 치우의 몸에서 은은하게 금빛이 서리는 것을 언뜻 본 것 같았다.

그 금빛 속에서 치우는 텁석부리 사내의 어깨와 그 옆에서 달려온 또 다른 사내의 옆구리를 연달아 몽둥이로 두드렸다.

텁석부리는 어깨뼈가 부서져 아이고! 소리를 치며 주저앉고,

그 뒤 사낸 갈비뼈가 모조리 부서져 입에서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순식간에 치우를 덮쳐가던 셋,

그리고 뱃전으로 뛰어올라 뛰어내린 왕방과 왕위를 쫓으려던 둘이 갑판에 나뒹굴며 신음을 흘린다.

그들 외에 갑판 여기저기 흩어진 우락부락한 사내들은 그저 배를 움직이는 수부 水夫 들일 뿐인 듯, 더 치우를 공격하는 이는 없었다.

우락부락은 하지만 늘 앞서 치우를 공격하는데 나섰던 다섯 명의 왈패들에게 무력으로 괄시받던 수부들은 그들 어깨도 못 미치는 치우가 그저 아무 데서나 볼 수 있는 나무 막대기로 왈패들을 때려눕히자 놀란 듯,

제자리에 멍청하게 서서 치우와 금관의 사내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잠시 당황한 듯 보였던 금관의 사내가 천천히 일어섰다.


” 어찌 된 거지?

우리 정보에 의하면 네 녀석은 무공을 배운 일이 없을 텐데?

그 사이에 거지들한테 타구 봉 법이라도 배운 것이냐?

거참, 성가시게 되었군. “


말을 하면서 사내가 옆으로 양손을 내밀자 뒷전에 서 있던 수부 하나가 달려와 금빛 아미자를 금관 사내의 손에 쥐여주었다.

본래 아미자는 한 척 정도 되는,

물에서 싸우기 좋게 만든 단 병기 短 兵器다.

그러나 금관의 손에 쥔 아미자는 형태만 그러할 뿐 거의 세 척 尺이 되게 만든 창과 같은 형태였다.

금관은 양손에 든 아미자에 달린 둥근 고리에 손가락을 끼운 상태로,

두 자루를 앞에서 창! 소리를 내며 부딪친다.


” 너, 어떻게 짧은 시간에 타구봉법을 배웠는지 모르지만,

아니면 우리 정보가 좀 잘못된 건가?

그럴 수도 있겠군.

너를 생포하는 게 강시당의 의뢰이니 죽이진 않겠다만,

우리 문도를 때려눕힌 버르장머리 없는 팔은 내가 접수하마. “


금관과 도포와는 어울리지 않게 사내는 꽤 흉흉한 기세로 아미자를 치우에게 겨누었다.

치우는 바짝 긴장한 얼굴로 손에 쥔 나무토막을 가슴 앞으로 내밀었다.

얼떨결에 다섯명의, 고수라고 할 순 없지만, 어느 정도 병기술을 할 줄 아는 무인들을 그렇게 물리칠 줄은 치우 자신으로도 몰랐다.

다만 사냥개들을 물리칠 때 본능적으로 왕위가 보여준 엉성한 타구봉법을 따라 했던 것처럼 무의식적으로 그때의 자세들이 나온 것일 뿐.

하지만 저 금관처럼 정식으로 무공을 지닌 자가 제대로 자세를 잡고 공격하려는 것을 보니 덜컥 겁이 났다.


사냥개도 그렇고,

갑판에 나가떨어진 사내들도 그렇고,

어찌 보면 치우가 설마 그렇게 공격할 거라곤 생각도 못 하고 방심을 했었고,

그들이 공격할 때 순간적으로 되받아치는 수법으로 해결했었지만.

그런데 금관이 공격하려는 걸 보니 어찌 막아야 할지 감이 서질 않았다.

분명 금관은 치우를 가볍게 생각을 하진 않는 것 같고,

그런 무림인의 공격을 단지 몽둥이질 몇 번으로 감당할 수 있나 싶어 바짝 겁을 먹은 치우의 뇌리에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다.


관제묘에 다다르기 전,

동창들과 마주쳤을 때 왕호가 보여주었던 보법.

그때는 그야말로 눈이 핑핑 돌아갈 정도로 빨라서 잘 보이지 않았던 그 동작들이, 어쩐 일인지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지는 것이다.


치우가 잠시 한눈을 판다고 생각이 들었던지,

금관의 얼굴이 노기충천하며 소리를 지른다.


” 네 이놈!

감히 길거리 왈패 몇 놈 눕혔다고 본관이 우스워?

내 앞에서 딴전을 피우다니!

생각이 바뀌었다.

약속은 네놈이 살아만 있으면 되는 거니,

오늘 네놈 팔다리를 끊어놔야겠구나! “


분노한 고함이 끝나자마자 금관이 자리를 박차고 치우 앞으로 쇄도했다.

싸늘한 금빛 호선 두 개가 치우의 양팔로 떨어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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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각성하다 20.06.01 538 4 9쪽
» 역공격 +2 20.05.30 528 10 9쪽
25 +3 20.05.29 507 3 9쪽
24 천재 +1 20.05.29 541 6 9쪽
23 타구봉법 打狗棒法 20.05.28 568 5 9쪽
22 광견추혼단 狂犬追魂勯 +4 20.05.28 515 5 9쪽
21 유인 +4 20.05.27 516 6 9쪽
20 추종 追從 +2 20.05.26 526 5 9쪽
19 어사 20.05.25 529 3 10쪽
18 강시독 20.05.24 513 5 10쪽
17 녹죽장 20.05.23 527 4 10쪽
16 강시당 20.05.22 551 5 9쪽
15 관제묘 20.05.21 583 7 10쪽
14 역모 20.05.20 588 5 10쪽
13 고문 20.05.19 586 7 9쪽
12 동창 20.05.19 634 10 9쪽
11 탈출 20.05.15 635 5 10쪽
10 합의 20.05.15 654 8 9쪽
9 용모파기 20.05.14 681 8 10쪽
8 기록 20.05.14 714 7 10쪽
7 함정 20.05.13 753 7 9쪽
6 지하통로 +1 20.05.13 814 7 9쪽
5 습격 +1 20.05.12 920 8 12쪽
4 명분이 없다 +1 20.05.12 987 11 9쪽
3 협의 +1 20.05.12 1,052 13 9쪽
2 +1 20.05.12 1,349 19 10쪽
1 구원 +4 20.05.11 2,301 5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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