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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능선의 서재입니다.

구걸왕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좌능선
작품등록일 :
2020.05.11 12:25
최근연재일 :
2020.09.11 10:30
연재수 :
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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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838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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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44,307

작성
20.05.19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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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고문

DUMMY

감히 동창의 위사들을 향해 당당하게 일갈하는 왕호를 보는 세 아이의 생각은 각자 달랐다.

치우는 왕호가 그래도 그간의 저열했던 모습과는 좀 달리 뭔가 숨겨둔 한 수가 있나 하는 기대를 했다.

왕방은 저 두목이 저렇게 무모한 사람이 아닌데 저러는 모습을 보면 아마도 치우에게서 얻어내기로 한 ‘수입’이 목숨을 걸 만큼 크구나, 하고 생각하면서도 그렇지만 역시 돈 앞에 무모하다고 생각을 했다.

셋 중 왕호와 지낸 세월이 가장 길다면 길었던 왕위의 생각은 그냥 미쳤구나, 였다.

그래도 아이 셋 중에서 가장 세상사를 좀 꿰뚫고 있다고 자부하는 왕위로서는 왜 자기네 두목이 저리 나오는지 알 수가 없었다.

돈을 벌든 뭘 하든 애초 뭔가 사고가 날 문제는 안 끼는 게 왕호의 원칙이라면 원칙이었다.

그 때문에 며칠 전에도 개 두들겨 맞듯 다리 아래에서 맞았던 것 아닌가.

공연히 쓸데없는 일에 끼어들지 말라는 이유로.

그런데 이렇듯 감히 동창에게 덤벼들 정도로 무지하지는 않았는데.

아직 어린아이이지만 왕위는 오랜 거지 생활을 통해 이리저리 들어 아는 게 많았다.

현재 중원을 지배하는 국가인 명나라의 거지에 대한 인식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명조를 세운 주원장도 쫓겨 다닐 때 소림뿐 아니라 개방에도 의탁한 적이 있었고,

요나라와 전투를 벌일 때도 개방은 타 무파들과 더불어 공을 세운 바 있었다.

그러나 명조가 개국 된 이후에도 달리 대우받기를 원하지 않고 개방으로 돌아와 개방을 이끌어가는 것으로 뜻을 결정했던 것으로 많은 칭송을 받았었다.

역시 개방은 협 俠 과 의 義의 무리라고.

하지만 사실은 조금 달랐다.

개방도들이 전란 후 개국의 공신에서 초야로 돌아간 이유는 실은 다른 무리들의 시기와 질투, 그리고 정치적인 다툼 때문이었다.

토사구팽 兎死狗烹이라고 할까.

어차피 목적이 다 끝난 이후에 숫자도 많은 거지무리는 큰 도움이 안 되었다.

더더구나 전란으로 피폐해진 국가에 거지들은 안 그래도 늘어나게 마련이니,

조정은 개방에 거지들에 대한 자치권을 일부 부여하고 그들을 탄압하지 않겠노라 약조하여 그리되었던 것이다.

그때부터 관은 무림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닌 원칙이 세워져 있었지만,

관이 개입할 때는 그만큼 무림에서 한 수 접어줘야 한다는 암묵적인 원칙이 있었다.

그 사실을 대강 알고 있던 왕위는 대체 왜 자기네 두목이 저리 무모하게 나서서 자신들의 목숨까지 위협당할 일을 벌이는지 알 도리가 없었다.


“ 왕호라고 했지?

네 놈. 변두리 거지치곤 꽤 기세가 좋구나.

내 특별히 네놈 이름은 기억해두마.

하지만 하필 강룡금장의 후손과 엮이는 것은 네 놈 운이 나빴다고 치지. ”

거들먹거리며 태음호가 주변의 위사들에게 손가락질을 하려던 찰나,

왕호가 큰 목소리로 묻는다.

“ 그래. 네 놈 말대로 어차피 우린 다 죽을 목숨이니 이참에 궁금함이나 풀고 가자.

너희 동창들이 왜 강룡금장을 역모죄로 끌고 간 것이냐? ”

뜻밖의 질문에 앞으로 다가오던 사내들이 일제히 도로 가운데 떡하니 버티고 서있는 태음호를 돌아보았다.

태음호는 잠시 어리둥절하더니 깔깔대며 다시 웃었다.

“ 곧 죽을 놈이 궁금한 것도 많구나.

옛날에 이런 말이 있지. 지킬 수 없는 보물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이 죄라는.

말하자면 강룡금장이 그 짝이다. 더는 알 필요가 없다. ”

태음호의 알쏭달쏭한 대답을 듣고도 왕호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더니 앞으로 썩 나선다.

“ 그래? 그렇다면 어쨌거나 강룡금장엔 보물이 있다는 말이렷다.

알겠다. 그렇다면 더 망설일 것도 없지. ”


왕호가 앞으로 나서자 태음호를 중심으로 좌우로 퍼져있던 무리들이 일제히 짓쳐 들었다.

그들은 빠르게 다가오면서 허리춤에 있던 묘하게 생긴 칼을 뽑아 들었다.

“ 수춘도 绣春刀? 네 놈들은 금의위로구나! 어째 동창의 수반이 금의위를? ”

왕호가 놀라며 소리를 지르자 태음호와, 짓쳐 들던 정체불명의 무리들도 흠칫한다.

어찌 일개 변두리 거지가 금의위가 쓰는 수춘도 绣春刀를 알고 있지? 하는 생각은 생각이고,

이미 십여 자루의 칼이 일제히 왕호의 전신을 파고들며 오체분시 五體分屍 할 찰나.

멍청하게 서 있는 듯 보이던 왕호의 전신에서 기이한 기류가 일어났다.

그러더니 짓쳐오는 십수 명의 위사들을 향해 마치 왕호가 분신술이라도 쓴 듯 열 명이 넘는 숫자로 늘어나며 마주 달려간다.

“ 환영답도! 幻影踏到 ”

태음호가 놀람에 가득한 소리를 외마디 비명처럼 질렀다.

그 찰나의 순간 짓쳐오던 위사들과 왕호의 환영이 부딪쳤고,

엄청난 충돌음이 일어났다.

‘까가 강!’

왕호와 격돌한 십여 명의 위사들은 귀청을 찌르는 충돌음을 남기곤 뛰어오던 기세보다 빠른 속도로 뒤로 날아간다.

위사들은 일제히 숲의 나무둥치에 머리 혹은 몸통을 박으며 비명 한번 지르지 못하고 떨어져 내렸다.

“ 뭐, 뭐냐? 네 놈은? ”

당황했던지 태음호라 자칭한 동창의 위사는 덜덜 떨리는 손가락으로 왕호를 가리켰다.

왕호는 너덜너덜해진 옷자락을 흘깃 보더니 부욱 소리를 내면서 찢어버린다.

수춘도에 부딪힌 팔뚝을 감싸던 옷자락들이 갈기갈기 찢겨 있었는데,

그 옷자락을 찢어버리자 팔뚝에 검은색 철각반이 채워져 있다.

그 철각반을 본 태음호의 눈이 더 크게 뜰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 묵철각반! 네 놈은! ”

태음호의 말은 더 이어지지 않았다.

충돌했던 팔이 아픈 듯 양팔을 휘휘 휘젓던 왕호가 다시 그 번개 같은 신법으로 태음호의 뒤에 나타나 점혈을 했기 때문이다.

“ 그놈 참. 말이 많구나.

일단 네가 얼마나 말이 많은지 내 한번 들어봐야겠다. ”

뻣뻣하게 굳어버린 태음호를 세워두고 왕호는 천천히 숲 여기저기에 나가떨어진 금의위 위사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그들이 떨어뜨린 수춘도를 주운 왕호는 떨어져 있는 위사들을 살피곤 거침없이 심장에 칼을 꽂았다.

미처 절명하지 않았던 몇몇이 끄륵 소리를 내면서 숨을 거두었다.

그 광경을 꼼짝없이 지켜보던 태음호의 눈에 공포가 서리고,

왕호를 따라왔던 세 아이의 얼굴도 두려움으로 새파랗게 질렸다.

그들이 그간 알고 보아온 왕호와는 완전히 다른 엄청난 신위.

민강에서 알아주는 불한당 거지였던 왕호에게서 볼 수 없었던 무시무시한 분위기가 모든 말을 잊게 했다.

날아가 떨어진 금의위 위사들을 확실하게 척살한 왕호는 수춘도를 버리고,

나무토막처럼 굳어있는 태음호를 가볍게 어깨에 걸쳐 메더니 아이들에게 말했다.


“조용히 따라와라. 그리고 빨리.

이제부터 좀 걸음을 빠르게 하겠다. ”

아이들은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때부터 한 시진이 넘도록 왕호는 숲속을 빠르게 뛰었다.

어른 한 명을 어깨에 짊어지고도 그는 호흡하나 거칠어지지 않고 길도 없는 숲을 호랑이처럼 뛰어갔다.

그를 좇아 뛰는 아이들은 입에서 단내가 달 정도로 죽을 지경이었다.

문득 왕호가 발걸음을 멈춘 곳에서 아이들은 땀을 비처럼 흘린 채로 그냥 땅바닥에 엎어졌다.

고요한 숲에는 세 아이가 헐떡거리는 소리와,

꼼짝없이 나무토막처럼 왕호의 어깨에 걸쳐진 상태로 끌려온 태음호가 말도 못 하고 내는 끙끙거림만 들렸다.

태음호는 얼굴이 왕호의 가슴 쪽에 있는 상태여서,

길도 없는 숲을 거침없이 달려온 왕호 때문에 나뭇가지에 온통 긁혀서 피투성이였다.

왕호는 세 아이가 호흡을 고르는 동안 태음호를 바닥에 내려놓고 다짜고짜 그의 두 다리를 분질러 버렸다.

세 아이가 놀라 소리도 내지 못하는 비명을 지르고,

아혈까지 점혈 당한 태음호 역시 입만 딱 벌린 채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 뭐 이 정도 가지고 그러나.

이제부터 물어볼 말이 좀 있으니 준비운동이라고 생각하게.

이제 내가 아혈을 풀어줄 건데,

이곳은 산길로부터도 많이 들어온 곳인 데다 피 냄새와 죽음의 냄새를 잘 맡는 늑대들이 많기로 유명한 곳이지.

그들의 식사가 되길 원한다면 비명을 크게 크게 질러도 좋아. ”

왕호는 무표정한 얼굴로 무시무시한 협박을 태음호에게 하더니 몇 군데 혈도를 탁탁 쳤다.

태음호는 입이 자유로워진 것을 느꼈지만,

왕호의 협박이 효과가 있었던지 그저 음음 거리며 끙끙댈 뿐이다.

그 모양을 바라본 왕호가 씽긋 웃더니 입을 열었다.

“ 뭐, 말을 좀 듣는군. 네 소속은 아까 알았으니 되었고, 네놈이 아까 말한 지키지 못할 보물 이야기와 저 강룡금장이 왜 역모죄를 덮어썼는지부터 듣자. ”

태음호는 말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다리가 부러진 채 나뭇등걸에 등을 기대고 앉은 태음호였지만 뭔가 결연해 보이는 처절한 모습이다.

고개를 갸웃하던 왕호는 태음호의 곁에 다가앉더니 태음호의 입을 우악스러운 손으로 막으며 한쪽 눈을 손가락으로 푹 찔렀다.

태음호의 비명이 두툼한 왕호의 손가락 사이로 조그맣고 날카롭게 삐져나오고,

세 아이는 끔찍한 광경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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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추종 追從 +2 20.05.26 527 5 9쪽
19 어사 20.05.25 529 3 10쪽
18 강시독 20.05.24 513 5 10쪽
17 녹죽장 20.05.23 527 4 10쪽
16 강시당 20.05.22 551 5 9쪽
15 관제묘 20.05.21 583 7 10쪽
14 역모 20.05.20 588 5 10쪽
» 고문 20.05.19 587 7 9쪽
12 동창 20.05.19 634 10 9쪽
11 탈출 20.05.15 635 5 10쪽
10 합의 20.05.15 654 8 9쪽
9 용모파기 20.05.14 681 8 10쪽
8 기록 20.05.14 714 7 10쪽
7 함정 20.05.13 753 7 9쪽
6 지하통로 +1 20.05.13 815 7 9쪽
5 습격 +1 20.05.12 920 8 12쪽
4 명분이 없다 +1 20.05.12 988 11 9쪽
3 협의 +1 20.05.12 1,052 13 9쪽
2 +1 20.05.12 1,349 19 10쪽
1 구원 +4 20.05.11 2,301 5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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