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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능선의 서재입니다.

구걸왕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좌능선
작품등록일 :
2020.05.11 12:25
최근연재일 :
2020.09.11 10:30
연재수 :
87 회
조회수 :
39,833
추천수 :
460
글자수 :
344,307

작성
20.05.27 18:30
조회
515
추천
6
글자
9쪽

유인

DUMMY

진위가 손가락질하며 ‘ 저쪽으로 넘어갔다’라고 말한 곳은 강의 상류 쪽이었다.

그를 따르던 추종 대의 대원 한 명이 고개를 갸웃하며 진위에 물었다.

“ 대장님. 말씀대로라면 그 붕산권이 지금 많이 다친 상태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굳이 이 거센 냇물을 거슬러서 상류로 올라갔을까요?

그리하면 힘도 들거니와, 체력이 일단······.”

대원의 말을 가로막으며 진위가 앞서 냇가를 건너기 시작했다.

“ 네 말도 일리는 있지만, 그 붕산권은 강호에서 닳고 닳은 작자야.

아마도 우리가 추적해 오는 소리 정도는 들을만한 내공이 있을 거다.

그러면 우리가 추적하며 짐작할 일들은 그도 생각하겠지.

그렇다면 애써 힘든 길을 택할 것이 분명해. ”

진위의 말을 들은 대원들은 탄복하며 개를 이끌고 냇물을 상류 쪽으로 비스듬히 건너기 시작했다.


“ 아, 이런······.”

걸음아 날 살리라고 숨이 턱에 닿도록 뛰면서도 소리를 죽이느라 숨소리도 참고,

나뭇등걸과 낙엽과 돌을 밟지 않으려 우스꽝스러운 달음박질을 하던 세 아이는 제자리에 멈춰 섰다.

체내 내공이 풀린 덕인지 치우는 선두에서 뛰면서도 얼굴이 상기되지도,

땀이 흐르지도 않은 듯 멀쩡한 모습이고 왕위는 땀을 비 오듯 흘리면서도 샌님 출신인 치우에게 지지 않으려 애썼기 때문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셋 중 제일 체구도 작고 약한 왕방은 거의 입에 거품을 물 지경으로 탈진해서 넘어가기 직전의 모습이다.

치우가 탄식하는 바람에 잠시 멈춰선 아이들은 제자리에서 입을 손으로 막아가며 어깨들 연신 들썩이는 모양으로,

차오른 숨을 고르느라 여념이 없다.

“ 뭐야, 왜 그래 또. ”

간신히 숨을 고른 왕위가 불통 맞게 말했다.

치우는 잠시 귀를 기울이더니 대답했다.

“ 우릴 추적하는 무리가 냇가에 도착했었고, 그들이 물을 첨벙이며 넘는 소리를 들었어.

그런데 개도 사람도 점점 그 소리가 멀어지는 게 아니라 가까워져 가는 것 같아. 아까 소리와 비교하면 한....이백여 장쯤? ”

치우의 말에 왕위도 왕방도 어이없는 얼굴을 하며 근처 바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 야, 헉, 헉. 그러니까 놈들이 상류 쪽으로 넘어온다는 거냐? ”

“ 그래. 개가 앞장선 것 같진 않은데, 어쨌든 지금 냇물을 넘어섰어. ”

“ 아니······. 충분히 고려해서 넘어왔는데 대체 왜······. 아차! ”

투덜대던 왕위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 왜? 왜 그러는데? ”

간신히 한 호흡을 돌린 왕방이 울상이 된 얼굴로 왕위에게 물었다.

“ 내가 너무 머리를 썼나 봐.

그자들이 두목을 발견했다면 몰라도 아마···. 발견 못한 거 같은데.

그렇다면 우리 일행을 이끄는 게 두목이라고 생각할 거 아냐?

저 샌님이 아니라. ”

왕위가 치우를 손가락질하자, 치우도 왕방도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러면 아마 경험상 냇물 하류로 가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반대로 올랐을 거라 짐작할 거야. 적어도 추적을 하는 무리라면 그 정도 생각은 하겠지. ”

왕위의 말에 너무 지쳐버린 왕방이 울 듯한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 아니, 그러면 그 반대로 생각해서 하류 쪽으로 갈 수도 있잖아···.”

“ 아니야. 지금 그들은 상류로 올라오고 있어. 소리가 점점 커져. ”

치우가 대답하자 왕위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제아무리 세상일에 어른을 희롱할 정도로 조숙해 버린 왕위지만,

이런 알지도 못할 숲에서, 무림인들에게 추적을 당하는 경우엔 그냥 불안감에 쫓기는 소년일 따름이다.

치우가 벌떡 주저앉아 있던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자신들이 짚어 온 길을 돌아보았다.

“ 너희들 보퉁이에 들은 개방도 일 때의 옷 꾸러미를 나를 줘. ”

치우가 말하는 건 말이 좋아 개방도 옷이지 거지 노릇을 할 때 입던 누더기를 말했다.

왕위와 왕방은 어리둥절했다.

“ 우리 셋 중 그래도 내가 지금은 걸음도 빠르고 놈들 소리도 듣잖아.

그러니 우리 체취가 가장 강하게 남아 있을 너희 개방도 옷을 내가 가지고 다른 방향으로 유도해 볼게.

어차피 저들이 노리는 것은 나 일 테니까.

너희들은 적당한 곳에서 숨어 있다가 쓰촨 지부로 가.

나도 저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다면 그곳으로 갈게. ”

치우의 말을 들은 왕방이 얼굴이 일그러지며 울먹였다.

“ 야, 그래서 네가 벗어날 수 없으면 어떻게 되는 건데? ”

왕방의 말에 왕위는 미간을 찌푸렸다.“ 야, 그런 거 묻지 마. 쟤는 알겠냐?

자기네 집안이 그렇게 꼬여있는 것도 안 지 며칠밖에 안 된 애한테.

시간 없다.

고맙다는 소린 않을게.

왕방과 나는 어쨌거나 너 하나 구해준 덕에 이 곤경을 치르는 것이니. ”

갑자기 치우는 두 손을 가슴에 모아 어른들처럼 읍을 했다.

‘ 고맙다. 그리고 미안해.

내가 이 곤경을 벗어나고, 본가의 비고를 찾을 기회가 주어진다면 반드시 이 신세를 갚을게. 조심해서 숨어라. “

치우는 말을 마치고 두 아이의 손에 들린 보퉁이를 받아 등에 그러 매었다.

그리고는 그들이 멈춰있던 장소를 빙글빙글 돌며 사방팔방 돌아다니다 숲속으로 사라졌다.


” 이 개새끼들이 왜 이래? “

진위는 좀, 약이 올랐다.

냇가를 건너서 개들이 다시 냄새를 찾아내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었다.

자신의 추리가 들어맞자 한창 의기양양했던 진위는 한창 숲을 헤매던 개들이 어느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자 짜증이 났다.

이 붕산권이라는 놈은 별호와는 달리 아주 소심한 놈 같았다.

무조건 속도를 내어 숲을 지나칠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놈은 이리저리 개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어떤 방향은 심지어 그들이 그동안 되짚어온 길을 거꾸로 내려가야 할 판이었다.

상대는 강호를 꽤 굴러먹은 인물답게,

개가 쫓는 것도 알고 그 개를 헷갈리게 만드는 법도 잘 아는 것 같았다.

몇 가지를 추리해 볼 수 있었다.

쫓기는 것을 알게 된 놈이,

아이들과 흩어져서 둘 혹은 셋으로 나뉘어 도망쳤을 가능성.

아니면 붕산권 혼자만 개들을 유인하러 사라졌을 가능성.

어떤 방식이든 놈은 꽤 영리했다.

추적자들의 심리와 추적에 쓰이는 개의 심리까지도 헤아리는 놈이었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게,

그런 치밀한 놈치고는 머물다 간 흔적이라거나 도망친 방향의 풀이라던가 나뭇가지 꺾임 같은 것은 흔적을 제대로 지우지 못하는 덤벙거림이 있었다.

그런 덕에 개가 좀 헤매더라도 추적을 할 수 있긴 해도,

개에게 맡기지 못하고 일일이 눈으로 흔적 확인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 자, 어쨌거나 한 녀석이 저 방향으로 도망친 것은 분명해 보여.

짐작해보면 그건 붕산권 이거나 강 씨 꼬마 일 텐데 난 강 씨 꼬마라고 생각한다. ”

“ 대장. 그래도 붕산권이 그 꼬마를 직접 호위하는 거 같은데,

여기까지 와서 그 꼬마를 알아서 가라고 해버렸을까요? ”

“ 내 생각엔, 붕산권은 지금 부상이 심해진 거야.

그래서 마치 자신이 애들을 버리고 혼자 도망친 것처럼 해서 유인할 거다. 라고 우리가 생각하기를 바란 것 같아.

그래서 꼬마를 먼저 도망치게 하면 우리가 당연히 설마 꼬마를 보냈겠나 하며 추적하지 않기를 바랐겠지.

그렇게 헤어져서 쓰촨에서 만날 계산이겠지.

어쨌거나 우리는 그 꼬마가 간 곳을 찾아서 강시당 노괴에게 알려주면 우리 계약은 끝이니까.

아무튼, 그 방향으로 간다. ”


“ 야, 치우가 괜찮을까? ”

아무도 없는 듯 보이던 숲속이끼가 가득한 바위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 쉿, 저놈들이 아직 멀어지지 않았어. ”

속살거리는 소리가 잠시 잦아들자 산새 한 마리가 바위 근처로 날아와 먹이를 찾았다.

시간이 흐른 후 바위의 이끼 두 덩이가 사람의 형체로 몸을 일으켰다.

왕위와 왕방이었다.

두 아이는 처음 치우와 헤어진 장소에서 멀지 않은 둔덕의 응달에 이끼가 잔뜩 돋은 바위에 숨어 있었다.

그곳은 높지 않지만, 그들이 치우와 헤어진 바위들이 있는 곳이 훤히 보였다.

두 아이는 개의 후각을 속일 목적으로 온몸에 송진을 바르고,

그 위에 이끼들을 덕지덕지 붙인 상태였다.

“ 치우도 우리처럼 몸을 숨겼으면 좋지 않았을까? ”

이끼를 떼어내며 왕방이 왕위에게 말을 걸었다.

“ 그렇게라도 어떤 방향이 나오지 않았으면 저놈들은 이 주변을 빙글빙글 돌면서 수색했을 거야.

그러면 우린 어떤 식으로든 발견되었을걸. 퉤. ”

입에 들어간 이끼를 뱉어내며 왕위는 투덜거렸다.

몇 년을 함께 지낸 자신 앞에서 늘 치우 이야기를 꺼내는 왕방이 좀 야속했다.

그 아이가 무슨 잘못이 있거나 나쁜 아이가 아닌 것은 안다.

하지만 그 아이가 나타나고부터 안 그래도 피곤한 거지 인생이 더 피곤해지고 더 위험해진 건 사실 이었다.

“ 야, 됐고.

어서 구룡탄으로 가기나 하자.

녀석이 운이 좋다면 그곳으로 오겠지.

뭐 못 와도 할 수 없는 일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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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인 +4 20.05.27 516 6 9쪽
20 추종 追從 +2 20.05.26 526 5 9쪽
19 어사 20.05.25 529 3 10쪽
18 강시독 20.05.24 513 5 10쪽
17 녹죽장 20.05.23 527 4 10쪽
16 강시당 20.05.22 551 5 9쪽
15 관제묘 20.05.21 583 7 10쪽
14 역모 20.05.20 588 5 10쪽
13 고문 20.05.19 586 7 9쪽
12 동창 20.05.19 634 10 9쪽
11 탈출 20.05.15 635 5 10쪽
10 합의 20.05.15 654 8 9쪽
9 용모파기 20.05.14 681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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