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좌능선의 서재입니다.

구걸왕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좌능선
작품등록일 :
2020.05.11 12:25
최근연재일 :
2020.09.11 10:30
연재수 :
87 회
조회수 :
39,832
추천수 :
460
글자수 :
344,307

작성
20.05.29 12:00
조회
506
추천
3
글자
9쪽

DUMMY

” 야! 배다! 배가 오고 있어! “


왕방이 신이 나는 듯 멀리서 다가오는 배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

이미 저녁 무렵이라 어스름하게 물안개가 스멀대는 강에 커다란 배 한 척이 구룡탄을 향해 서서히 다가오는 중이었다.

아이들은 서둘러 짐을 챙겼다.

누가 이 저녁에 나루터에 내릴지는 모르지만, 강변에서 노숙하지 않는다는 것만 해도 다행인 셈이었다.

왕방은 서둘러 널어놓은 개가죽을 챙기고,

왕위는 구워지고 있던 고기들과 따로 꼬챙이에 끼워놓은 고기들을 챙겼다.

치우는 두 아이가 재빠르게 짐을 챙기는 것을 보며 뭘 해야 할지 머뭇거리다가

강변에 흩어진 개의 뼈와 한바탕 격전을 치른 흔적들을 서둘러 모아 강으로 던졌다.

나루터에 누가 내리건 뭔가 의심받을 가능성은 줄여야 했으니까.


커다란 배는 구룡탄이 보이는 지점에 멈춰서더니 작은 조각배를 내렸다.

큰 배의 밑바닥이 낮은 강변에 닿을 수 있으므로 나루터에 닿을만한 작은 배에 사람을 실어 보내는 것이다.

아이들이 피워놓은 모닥불이 나루터를 환히 밝히고 있었다.

멈춰 서 있는 배를 바라본 왕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제 왕위의 안목을 인정하는 치우가 물었다.


” 왜 그래? 뭐 이상하냐? “

” 음···. 보통 상선들은 대개 어느 상단 이거나 표국이라서 자기네 소속을 나타내는 깃발을 꽂아 놓는데 저 배에는 그런 깃발이 안 보이는데? “

말을 듣고 보니 치우 생각에도 뭔가 이상했다.

강룡금장은 상단과 금장을 겸하는 곳이었기에 치우도 강룡금장 소속의 수송선을 타본 일이 있었다.

대체로 자체적인 배를 가질 정도의 상단은 꽤 영향력이 있으므로,

일부러라도 자신들의 소속을 눈에 띄는 깃발로 표기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아무런 표시가 없는 배라면 보통 어선이거나,

그게 아니면 여객들을 실어 나르는 여객선인데 여객선은 배 선두에 배의 이름을 크게 새겨두곤 한다.

그런데 눈앞에 보이는 배는 크기는 꽤 큰 중형선이었는데 아무런 표식이 없었다.

치우는 나루터를 향해 다가오는 배를 향해 귀를 기울였다.


‘ 불이 보이기에 누가 있나 했더니 지금 보이는 건 아이들 세 명뿐인데? ’

‘ 웬 애들이지? 여기서 민가는 꽤 먼 것으로 아는데? ’

‘ 글쎄, 나루터에 도착해서 물어보면 알겠지. ’

‘ 저 애들은 모닥불을 피워놓고 뭔가 구워 먹으려고 하던 중으로 보이네. ’

‘ 물고기라도 잡았나 보지. 아무튼, 가서 물어보자고. ’

‘ 그거 공연히 배를 내린 거 아냐?

어른들도 없는데 애들만 있으면, 헛수고잖아? ’


두서없이 떠드는 사람들의 말을 듣다 보니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치우는 왕방과 왕위에게 그가 들은 말을 알려주었다.

왕위가 또 아이답지 않게 미간을 찡그리며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 어른이라···. 배를 탈 손님을 찾는 건가.

하긴 우리처럼 허름한 차림새의 아이들이 배를 타고 어딘가 갈 거라곤 생각을 않겠지. “


” 글쎄, 그런데 어째 말하는 투가 그리 친절하진 않아 보여. “


치우의 의견에 왕위가 다시 투덜거렸다.


” 너야 부잣집 도련님이니 늘 공손한 말만 들어서 그러겠지.

본래 배를 타는 선원들은 거친 법이야.

우리가 그다지 있는 집 자손으로 안 보이는데 저들이 친절할 리 없지. “


아이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벌써 조각배는 나루터에 닿아 장정 서너 명이 배에서 내렸다.

그들은 배를 나루터에 붙들어 매더니 아이들을 향해 다가왔다.

무리의 앞에 서서 걸어오는 텁석부리 수염의 사내가 괄괄한 목소리로 말을 건다.


” 야! 너희들은 어느 동네 사는 애들이냐?

다 저녁에 강변에서 뭘 하던 게냐? “


눈치를 보던 왕위가 썩 앞에 나서며 대꾸를 했다.


” 안녕하세요, 우리는 개방의 쓰촨성 지부로 가는 개방도입니다.

민강현에서 왕호 지파장의 심부름으로 가는 길이죠. “


왕위가 굳이 개방도 임을 밝힌 것은 그들이 어리다고 해도,

나름 무림방파의 일원임을 알면 함부로 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해서였다.

대체로 강호에서는 정사 파를 막론하고 개방의 일파는 어지간해서는 안 건드리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개방이 무서워서라기보다는,

굳이 숫자 많고 말도 많은 거지집단에 원한을 살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즉, 어차피 돈도 없고 크게 쓸모도 없는 집단에 공연히 시비를 붙어,

나중에라도 괜한 분쟁에 휘말리면 귀찮아서라는 것이다.


왕위가 포권을 하며 말을 하자,

다가오던 일행들은 의외라는 듯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다.


” 왕호라···. 들어본 적 없는 걸 보니 개방에서도 말단이겠군.

그러면 너희들끼리 배를 타고 가려던 거란 말이냐?

개방이라고는 하지만 배를 공짜로 탈 생각이었던 거냐? “


텁석부리 사내가 놀리듯 말을 하자 왁자하니 사내들이 웃었다.


” 쓰촨 방향으로 가는 길이라면 태워주세요.

돈은 없지만, 개가죽이 좀 있으니 뱃삯으로 드리겠습니다. “


개가죽이 있다는 말에 사내들은 다시 의외라는 표정이 되었다.

개가죽이 특산물이라 할 수는 없지만 좋은 개가죽은 시장에서도 값을 쳐준다.

그러나 아이들이 말하는 개가죽이 행여 보통 동네에 돌아다니는 작은 강아지들 정도라면 그건 돈이 안 된다.

그렇다고 저 거지 아이들에게 값을 쳐줄 만큼 커다란 개가죽이 있을 리 만무하고,

큰 개가죽이 있다면 훔쳤거나 덫 같은 것으로 사냥을 했을 것이었다.


”그래? 한번 보여주겠나? “


왕방이 사내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개가죽 한 장을 펼쳐 보였다.

아직 벗긴 지 오래지 않은 가죽은 물기와 누린내가 확 풍겼다.

앞장서 말을 하던 사내는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개가죽을 꼼꼼히 들여다본다.


” 뭐 아직 무두질 전 이긴 하지만 크기나 상태는 꽤 괜찮구나.

그런데 아직 물기도 안 마른 게 벗긴 지 얼마 안 된 거 같은데,

그 가죽은 어디서 생긴 거냐? “


” 들개들이 쫓아와서 몽둥이로 때려잡은 것입니다.

그래도 개방 아닙니까. 헤, 헤. 개 정도는 잡을 줄 알죠. “


왕위가 비위좋게 말을 돌리자 사내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 좋다. 우리는 쓰촨 본성인 성도 成都로는 안가고 메이산 眉山으로 간다.

거기까지 가는데 한 사람당 개가죽 두 장. 어때?

너희들이 어려서 봐주는 거다. 대신 선불이다. “


본래 그 정도 크기의 개가죽이면 잘 말리면 은자 한 냥은 될 법하지만,

아직 개기름도 안 마른 상태이니 별로 흥정의 여지가 없다.

아이들은 알겠다. 대답하곤 여섯 장의 가죽을 텁석부리에게 넘겼다.


조각배를 타고 본선에 다가간 일행은 배에서 내려져 있는 동아줄로 만든 사다리를 타고 배에 올랐다.

갑판에 오른 세 아이는 조금 놀랐다.

배 위에는 조각배를 타고 왔던 사내들과는 달리 옷차림새가 제법 귀티 나는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서 막 배에 오르는 아이들을 쳐다보았다.

그중에는 여인도 있었고, 머리에 관을 쓴 이도 있었으며

민머리로 머리를 민 우락부락한 사내도 있었다.

세 아이는 어쩐지 이 배가 단순한 선원들이 운영하는 배처럼은 보이지 않아서 긴장했다.

뱃전에 오르자 기세 좋게 어깨에 힘을 주던 텁석부리가 갑판 중앙에 앉아있는 머리에 금색 관을 쓴 젊은 사내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 다녀왔습니다. 부장님.

이 아이들이 맞는 것 같은데요. “


걸걸한 사내의 말을 듣는 순간 아이들은 아차 싶었다.

속았다는 느낌이 들자 왕위가 눈을 사납게 뜨며 텁석부리에게 따지듯 말했다.


” 뭐가 맞는다는 거죠?

당신들의 배는 상선이 아닌가요? “


왕위의 말을 들은 텁석부리와 머리에 금관을 쓴 사내가 껄껄대며 웃는다.


” 꼬마야.

네가 넘긴 그 개가죽을 보니 하 下 자가 새겨져 있더구나.

그건 하오문 下汚門 이 기르는 개라는 뜻이지.

그건 우리 추종 대의 사냥개라는 증거다.

어찌 된 일인지 몰라도 어른도 감당하기 어려운 개들이 네놈들 손에 있으니 어쩐 일이지?

아무리 광견추혼단을 많이 먹였다곤 하지만 본래는 빨라도 내일이나 되어야 중독이 되어 죽었을 건데. 무슨 짓을 한 거냐? “


금관을 쓴 사내가 아이들에게 손가락질하며 카랑카랑한 소리로 다그쳤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아이들은 아, 망했다 싶었다.

아이들이 아무 말을 않고 사내들을 노려보고 있자,

금관의 사내가 빙글거리며 웃었다.


” 그 손에 든 몽둥이를 보아하니 그냥 아무 데나 굴러다니는 부러진 생나무구나.

그런데 끝에 피가 제법 묻어있는 걸 보니 네가 개들을 때려죽였구나.

맞지? 그 얼굴 반쪽이 우글쭈글한 놈. 네가 강치우지? “


이쯤 되면 늑대를 피하려다 호랑이 굴로 뛰어든 셈이 분명했다.

재수가 없게도 그들은 하오문이 운영하는 배에 덜컥 올라탄 것이다.


아, 이런.

재수도 없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구걸왕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7 각성하다 20.06.01 538 4 9쪽
26 역공격 +2 20.05.30 527 10 9쪽
» +3 20.05.29 507 3 9쪽
24 천재 +1 20.05.29 541 6 9쪽
23 타구봉법 打狗棒法 20.05.28 568 5 9쪽
22 광견추혼단 狂犬追魂勯 +4 20.05.28 515 5 9쪽
21 유인 +4 20.05.27 515 6 9쪽
20 추종 追從 +2 20.05.26 526 5 9쪽
19 어사 20.05.25 529 3 10쪽
18 강시독 20.05.24 513 5 10쪽
17 녹죽장 20.05.23 527 4 10쪽
16 강시당 20.05.22 551 5 9쪽
15 관제묘 20.05.21 583 7 10쪽
14 역모 20.05.20 588 5 10쪽
13 고문 20.05.19 586 7 9쪽
12 동창 20.05.19 634 10 9쪽
11 탈출 20.05.15 635 5 10쪽
10 합의 20.05.15 654 8 9쪽
9 용모파기 20.05.14 681 8 10쪽
8 기록 20.05.14 714 7 10쪽
7 함정 20.05.13 753 7 9쪽
6 지하통로 +1 20.05.13 814 7 9쪽
5 습격 +1 20.05.12 920 8 12쪽
4 명분이 없다 +1 20.05.12 987 11 9쪽
3 협의 +1 20.05.12 1,052 13 9쪽
2 +1 20.05.12 1,349 19 10쪽
1 구원 +4 20.05.11 2,301 54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