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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고래 님의 서재입니다.

마법사로서 살아가는 방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노랑고래
작품등록일 :
2024.02.09 05:46
최근연재일 :
2024.03.29 16:00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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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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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6
글자수 :
22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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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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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얼굴 없는 자

DUMMY

[메레이라 대륙에서 살아가는 법] 서른아홉 번째 이야기




루밀레코의 집사 프랑수와는 루밀레코가 낮잠을 자고 일어나 한창 기분이 좋을 때를 노렸다.


“시에서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제안이 아니었는데?

성벽에는 자신의 사병을 세울 테니 징집병과 함께 출정하라는 요구였다.

성가신 방해물을 고블린들이 치워주면 좋고, 아니어도 성문은 루밀레코가 장악하게 되는 계획이었다.


루밀레코는 말없이 집사를 바라봤다.

플랜 B 정도는 말 안 해 줘도 시행 중이겠지?


“이미 징집병의 배치가 끝났고, 상대적으로 편한 임무를 맡은 자들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상대적으로 편한 자리?

성문 개폐 같은 걸 말하는 건가.


이런.

매수가 실패했겠네.

루밀레코는 자신이 직접 나서기로 했다.


“검사들과 말을 준비해뒀습니다.”


플랜 C까지.

역시, 프랑수와.

내가 자네를 정말 믿고 있네.

개돼지 같은 것들이 돈값을 못 하고 있을 때도, 너만은 날 실망시키지 않지.

그런 것들은 채찍이나 휘둘러 줘야지.


루밀레코는 눈에 잘 띄는 화려한 활동복을 입고 길을 나섰다.

무력시위를 인상 깊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창밖을 내다보니 현관 앞에 루밀레코의 보디가드 넷이 갑옷을 닦고 있었다.


‘반짝이는 갑옷을 잘 차려입은 네 명의 기사. 잘 먹이고 빗질한 아름다운 말들. 이들을 이끄는 맨 앞의 영화로운 내 모습.’


거울을 안 봐도 도취되고, 술을 안 마셔도 취하는 모습이다.

시청까지 가는 길이 즐거울 거였다.

또 분명한 목적도 있었다.


‘누구에게 이 사태를 해결할 힘이 있는지, 어느 쪽이 더 제대로 된 군사를 갖고 있는지, 보란 말이야, 마키아들의 개돼지들아.’



***



풀 플레이트 메일로 무장한 네 명의 검사와 루밀레코가 시청 2층으로 올라갔을 때 비서는 익숙한 모습으로 그들을 안내했다.


“프랑수와에게 이야기들었나?”

“네, 시장님께도 운을 띄워 놓았습니다.”


계획대로 되고 있었다.


‘사병의 활용 방안을 논의하면서 이 모습을 직접 보여준다면 쓰고 싶어 안달이 나겠지.’


상대가 안달이 나서 저자세로 나오면 얻어낼 것도 많을 터였다.


“아, 어서 오십시오. 루밀레코 씨. 시정에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장은 차를 마시고 잇었다


“한 잔 드릴까요? 보리를 우려낸 차인데, 햇보리라 향이 괜찮습니다.”


보리차라니, 저런 싸구려를 마신다고.

보리철은 몇 개월이 지났을 텐데?

향이 느껴지기는 하나?

미각이 참 형편없는 사람이군.


루밀레코의 검사들 둘은 안으로 들어오고, 둘은 밖에 서 있었다.

책상이 반 이상 차지하는 시장실은 너무나도 비좁았다.


“이거 시장실이 너무 좁군요. 내가 고용한 보디가드들을 담기에도 좁아서야. 왜 이런 방으로 옮긴 겁니까?”

“남쪽 창가의 방이 경치는 좋아도 업무가 잘 안되더군요. 북향의 방을 고르다 보니 여기밖에 없었습니다.”

“시장 체면도 좀 생각해야지. 이래서야 됩니까?”


시장의 체면은 곧 마키아의 얼굴이라며 루밀레코가 장광설을 떠들기 시작하자, 얀누스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또 뭔가 바라는 게 있겠지. 내가 먼저 입을 떼길 기다리고 있을 거다.’


지난 한 달간 수도 없이 겪어온 바였다. 얀누스는 진득하게 기다렸다.


“우리 사병들을 거절하셨다던데, 이유나 들어봅시다.”


***



루밀레코에게 거절의사를 전한 적은 없다. 이건 특유의 화법이자 화술이었다. 자신에게 다른 의견을 말한 사람을 죄인으로 만드는.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


루밀레코의 어조에 따르면 얀누스는 전쟁이 코앞인 상황에서 질 좋은 병사들을 거절한 무능하고 무책임한 행정관이다.


얀누스는 여유있게 웃으면서 루밀레코의 질책어린 시선을 맞받아쳤다.


“잘못 들으신 것 같습니다. 사병들을 성곽 밖으로 출병시키자고 전했습니다.”


루밀레코는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왔다. 얀누스가 지나치게 여유를 부렸다. 


‘저럴 시간 여유나 짬이 없는데.’


아니면 이 인간도 드디어 깨달은 건가. 마키아 시의 안전과 평화가 곧 자신의 안전과 평화는 아니라는 지극히 기초적이고 간단한 사실을.


아니, 이 인간은 바보다.

시장이 된 것만 해도 그렇다. 사실상의 명예직이고 바지사장이다. 도시의 평민들이 화가 끌어오를 때마다 갈아치울 수 있는 존재들이지.

그런 직책을 덥석 받아들이지 않았는가.


‘나는 내 눈을 믿는다.’


첫인상만 봐도 대충 안다.

이 인간은 공동체의 선과 인텔리겐치야의 리더쉽을 말하는 등신이야.

희생과 헌신을 최고의 가치로 보는 헛똑똑이고.

마키아 시의 안전과 평화를 자기의 이익보다 우선시하는 병신이지.

그럼 뭘까.

저 자신감 가득한 표정은.


“지휘를 맡은 마이클 씨가 무장이 잘 된 병사들을 바깥으로 보내달라 요청하셨습니다. 최전선에서 전공을 세우는 게 루밀레코 씨의 이름에 걸맞지 않겠습니까.”


말은 번드르르하게 잘 하네.

내 돈 들여 꾸민 병사들을 왜 굳이 험한 곳에 밀어 넣어야 하나.

내가 왜.


나오려던 말을 억누르고, 상황을 침착하게 따져봤다.

마이클은 내 사람이다. 주제넘게 내 병사를 바깥으로 보내라 마라 하지는 않았을 거고.

앙드레인지 안드레이프인지 그 인간이 농간을 부렸나?


루밀레코가 낮잡아 보고 신경도 안 쓰고 있던 시장 얀누스가 충격적인 소리를 했다. 

뭐라고?

제대로 들은 게 맞나?


“방금 뭐라고 하셨소?”


“사병들을 이끌고, 동쪽 광산으로 가 주시죠.”


아니, 인원 안 필요해?

싸움에는 병사가 많을수록 좋은 거 아니야?



*** 



얀누스도 그렇게 생각하고, 똑같은 질문을 했었다.

오늘 아침 오전의 일이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낫지 않을까요?”


안드레이프는 보리차를 후 불어 한 모금 들이마셨다. 향이 나쁘지 않았다.


“혹시 비대칭 전력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아니요. 군사학에는 문외한이라.”


마도학을 연구하다 보면 한 가지 좋은 점이 있다. 먼 옛날의 전승을 자세히 살피는 과정에서 과거의 전술사와 주요 전쟁을 조금씩 알게 된다는 거다.


지금 안드레이프의 이야기 역시 그런 쪽이었다.

아주 먼, 까마득히 먼 옛날의 이야기, 오래된 경험들이 모이고 모여 이뤄진 지혜.


“먼 옛날에 인간이 말을 길들이기 전 시절에는 전사와 전사끼리 서로 맞부딪혀 싸웠답니다.​ 순전히 누가 먼저 칼을 내리치냐가 중요한, 아주 단순한 싸움이었다고 하지요.”


얀누스는 안드레이프의 시선을 따라 시장실의 벽을 바라봤다.

태피스트리로 장식해 놓은 벽이었다.

부드러운 느낌이 드는 직물에 먼 옛날 마키아라는 인물이 북쪽의 항구에 도착하는 설화를 그려 넣었다. 마키아 시청에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장식품이었다.


“그런 싸움에서도 대부분의 전투를 이기는 대단한 용장이 있었답니다. 그 비결이 뭔지 아십니까?”


“아니요, 잘 모르겠습니다.”


뭘 저렇게 보는 거지?


“그렇다면 이건 어떻습니까? 초식동물은 등뒤를 볼 수 있게 진화했습니다.”


얀누스는 안드레이프가 뚫어져라 바라보는 태피스트리로 시선을 옮겼다.

뭘 보는 거지?

안드레이프가 마키아의 등 뒤로 보이는 인물을 가리켰다.


“얼굴 없는 자군요.”


얼굴이 보이지 않는, 등을 보이고 선 마키아의 숨은 조력자.

반쯤은 마키아가 드리운 그림자에 가리워져 있어 오른쪽 반만 뒷모습으로 보였다.


그림 속의 사내는 마키아라는 인물을 지지했던 수많은 사람들을 뜻했다.


얼굴 없는 자.

영웅이 영웅일 수 있게 만들어 준 무명의 지원자.

마키아 시의 시장이라면 모름지기 본을 받아야 하는 인물이었다.


저런 사람들이 없었다면 마키아란 인물이 어찌 살았을 것이며, 어떻게 위업을 이뤄냈을까.

마키아가 없었다면 마키아 시는 어떻게 존재했을까.

마키아 없는 마키아 시라니.


시장 얀누스는 왠지 답을 알 거 같았다. 


“등 뒤를 공격했나요?”


“현명하시군요.”


안드레이프는 찻잔을 마저 비우고 내려놨다.


“현명하신 판단하실 줄로 믿습니다.”


서로에게 부담이 될 수 있을 말들, 혹여 모를 누군가가 듣고, 루밀레코에게 전할 꼬투리들은 달지 않았다.


안드레이프는 마도학자다.

마도학이란 전승과 설화를 탐구하는 학문이고, 마키아 시의 설화 역시 그 대상에 포함됐다.

마키아 시의 역사와 설화를 알고 있는 안드레이프에게 태피스트리의 그림은 이해하기 쉬운 상징이었다.


지금 처음 본 건 아니었다.

이전 시장실에서 봤었다.

먼지 묻고 떼가 탄 모습으로 다기세트의 밑받침으로 쓰였던 태피스트리였다.

그 때는 워낙 낡고 형편없는 모습이라 영웅 마키아의 초상인지도 몰랐다, 등진 모습으로 그린 인물을 얼핏 보고 넘어갔을 뿐.


‘인물의 등을 그리다니 특이하군.’


그렇게 생각하면서.


지금  

신임 시장 얀누스는 태피스트리를 깨끗하게 손질해 벽에 걸어뒀다.

그 의미를 알았을까?

얀누스를 믿어도 될까?


싸움터에 나간 장수는 뒤를 돌아보기 어렵다. 안드레이프 역시 마찬가지.

지금 안드레이프에겐 ‘얼굴 없는 지원자’가 필요했다.

내분을 일으키지 않을 행정가가.

전투를 몰라도 된다.

전투는 나, 안드레이프가 맡아서 해결할 수 있다.


‘내 등뒤를 지켜주시오, 시장. 내 비록 영웅은 아니지만, 마키아 시를 위협하는 고블린에 맞서 싸울 용기 정도는 있으니.’


안드레이프는 얀누스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문을 나섰다.

갈 길이 멀었다.


루밀레코가 모든 싸움에서 이기게 둘 수는 없지.

등 쳐먹는 게 특기인 놈 따위가.

버릇없이 자라서 하늘 무서운 줄 모르는 건방진 녀석이.



***



루밀레코는 어이가 사라질 정도로 화가 났다.


“그 건방진 새끼. 정예병을 이끌고 저 멀리 짱박혀 있으라니.”


왜 내 손을 안 잡는 거냐.

무슨 자존심으로 나를 거부하는 거지?


이해할 수가 없다.

왜 내 이득을 승인하지 않는 거지?

내 재산을 양껏 불리게만 해 주면 되는데, 그게 그렇게 어려운가.

내 밑에서 개돼지가 되려고 줄을 서는 인간들이 수두룩한데, 스스로 사람인 줄 아네.



인간보다 내 밑의 개돼지가 낫지 않나.

인간답게 사는 게 밥을 먹여 줘?


프랑수와는 루밀레코의 분위기를 세심하게 살폈다.

씩씩거리는 게 달아오른 주전자를 연상케 했다.


‘금방이라도 김을 내뿜을 것 같군.’


루밀레코는 땔감을 가득 싣고 성문으로 향하는 우마차를 바라봤다.

괭이와 벌목용 도끼로 무장한 사내들이 마차를 호위하고 있었다.


“저게 뭔가?”

“강가에서 망을 볼 사람들이 쓸 장작이랍니다.”


신호용으로도 쓸 계획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지금의 루밀레코는 흥분을 좀 가라앉힐 필요가 있었고, 흥분해 있을 때면 지나치게 막 나갔다.

전쟁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최근 루밀레코의 과격한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나치게 무식하고 여론이 나빠지는 방식이다.’


악하다는 이유는 아니었다.

프랑수와는 점잖게 품위를 지켜 가며, 오래 빨아먹는 걸 즐기는 타입이었다.

주인한테 뭐라고 할 수도 없고.


과할 정도로 막 나갈 때가 있었다.

그 성격이 프랑수와에게 이득을 줄 때도 있지만, 지금은 아니다.


프랑수와의 우려대로 루밀레코의 막 나가는 성격에 불이 붙었다.


“저들을 따라간다.”

“하지만, 마스터. 저들은 남쪽 성문으로 나갑니다.”

“그래서 뭐? 시장의 협조요청에 내가 일일이 따라줘야 돼?”


이 뚱돼지 새끼. 또 앞뒤없이 덤벼드네.

생각과 달리 말은 공손하게 나갔다.


“죄송합니다, 마스터.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이제는 습관이 되어버린 반절.

무릎을 굽히는 우아한 동작.


“잘 지키고 있어.”


루밀레코는 내뱉듯이 말하고 말에 올라 떠났다.

내가 집 지키는 개인줄 아나, 이 인간은 때로 너무나도 안하무인이다.


시청광장으로 나온 비서가 프랑수와와 눈을 마주쳤다.


“여어, 프랑수와 씨. 고생이 많아.”


프랑수와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발등에 불 떨어진 당신만 하겠어.”


비서는 숨을 내쉬며 손을 내저었다.


“그러게. 갑자기 뭔 놈의 전쟁인지.”


비서는 휘적휘적 어딘가로 걸어갔다.

또 어디에 무슨 명령을 전하러 가는 건가?

저 녀석, 일복이 터졌네.

나도 이제 움직여 볼까.


개가 되라면 흉내를 내줘야지.

언제까지일지는 모르겠다만.



***



우마차는 느릿느릿 갈 길을 갔다.


강가에는 반 베르스따의 거리마다 징집병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우마차는 징집병들이 자리를 잡은 곳마다 멈춰서며 징집병들의 환여을 받았다.

땔감으로 쓸 나무와 빵이 배급됐고, 우마차가 지나간 곳에서는 불피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제 좀 따뜻해지겠네.”

“얼른 불 좀 붙여봐.”


제대로 된 부싯깃을 못 찾았거나, 부싯돌 사용이 익숙치 않은 곳에서는 이런 대화가 오갔다.


“드럽게 안 붙네 이거.”

“그냥 앞쪽에 가서 얻어 오자.”


루밀레코는 우마차의 느려터진 속도가 마음에 안 들었다.

자신의 사병을 이끌고 남쪽으로 앞질러 갔다.


방앗간에 이르렀을 때


“정지.”


루밀레코가 자기 부하들을 멈추어 세웠다.

방앗간 안에 들어가 눈만 내놓고 있던 징집병들이 엉거주춤 몸을 일으켰다.


“누구세요?”


“시 위원회에서 나왔다. 이동해라.”


“저희는 들은 게 없는데요. 지휘관님이 자기 말만 들으라고 해서.”


옆의 어벙해 보이는 징집병이 말을 받았다.


“혹시 참모라는 분이세요? 참모 얘기는 들어도 된다고 하던데.”


 “시끄럽고, 방앗간은 우리가 맡는다. 다른 곳으로 가라.”


그러면서 사병들에게 고갯짓을 했다. 검집에 손을 올린 채 다가가는 번쩍번쩍 풀플레이트의 위용에 징집병은 겁을 먹고 물러났다.


“갈게요, 가만 되잖아요. 거 참 왜 겁을 주고 그런담.”


주인의 명령을 수행한 사병들이 루밀레코에게 돌아섰다.

루밀레코가 이곳을 차지하라고 한 이유가 잇을 것이고, 그 이유는 이제 새로운 명령을 통해 알 게 될 거였다.


루밀레코는 손을 비비며 가장 치적이 수, 자신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리지 않고,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수를 찾았다.


‘자, 어쩔까. ​지휘관을 골려줘야 한다. 내 사병과 정체가 걸려서도 안 되고.’


쫓겨난 징집병들은 신경 안 썼다. 저런 것들이 목소리를 높여봐야 별 볼 일 있겠나. 우기면 될 일이고.


‘이 루밀레코님이 아니라고 하는데, 지들이 뭘 어쩌겟어.’


루밀레코에겐 자신에게 유리한 증언을 해 줄 네 명의 선량한 시민도 있었다. 사병들에게 투구까지 씌워서 나온 데는 이런 이유도 있었다.


‘얼굴을 가리는 게 낫지.’


루밀레코는 방앗간 건물을 살폈다. 목재로 된 건물 안쪽에 거대한 금속 톱니바퀴가 보였다. 웬만한 성인의 몸통만큼 큰 크기였다.

반짝반짝 광택이 나는 게 잘 닦아서 관리를 해 둔 거 같다.

방앗간의 찰스가 말하던 새로운 투자가 이것인 듯 했다.


‘돈 좀 들었겠는데?’


빌려준 돈을 여기에 쓴 건가.


루밀레코는 가능한 수를 내 봣다.

방앗간이 강을 완전히 가로막고 잇었다면 고블린에게 좋은 통로가 되었을 거다.

아쉽게도 그런 구조는 아니었다.

강이 넓었고, 방앗간의 수차는 동안에 붙어 있었다.


‘이 년간 고블린들이 서안에서 설쳤으니까. 찰스도 바보는 아니겠지.’


또 뭐 없나.

방앗간 바닥에 여기저기 덜어진 건초들, 지푸라기들.


‘부싯깃으로 쓰기 좋겠네.’


그렇다면 이렇게 해볼까?

루밀레코의 지시가 떨어졌다.


“밤중에 불을 붙이고, 도망나와라.”


한동안 내리던 눈이 뜸해지면서 건조해지고있었다. 활활 잘 타겠지.

주변에는 경계를 선다고 여기저기 불을 붙여놧다. 핑계대기도 좋다.


‘멍청한 징집병이 추위를 피하려고 안에서 모닥불을 피웠다. 깜박 졸다가 불이 옮겨 붙었다.’


그럴싸하구먼.

찰스가 저 어벙한 징집병을 참 싫어하겠네.


사병들 중에 제일 고참이 물어봤다.


“고블린은 어떻게 합니까?”


고블린이 혼란을 틈타 넘어올 수 있나?

역시 내 사병이야. 저 뒷말을 생략하는 말버릇을 보라고.

뭘 해야할지 확실히 알고, 내뜻을 만족시키겠다는, 저 솔선수범하는 모습.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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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혼란 속에 희미해지는 기회 +2 24.03.19 46 3 13쪽
36 뚱뚱한 참주의 과도한 욕심 +2 24.03.17 54 3 17쪽
35 마르-아시르의 결단 24.03.16 62 4 12쪽
34 The Hanged Man 24.03.15 56 7 12쪽
33 마법사의 상상력 24.03.14 60 4 13쪽
32 맥없이 물러나는 고블린 (수정) 24.03.13 66 8 12쪽
31 그는 좋은 추장이었습니다 +1 24.03.12 78 5 12쪽
30 타리우스의 소문 (2) +1 24.03.11 79 6 11쪽
29 타리우스의 소문 +2 24.03.10 96 9 15쪽
28 토성을 지켜라! (4) +3 24.03.09 105 12 12쪽
27 토성을 지켜라! (3) 24.03.08 115 9 12쪽
26 토성을 지켜라! (2) +1 24.03.07 111 6 13쪽
25 토성을 지켜라! +1 24.03.06 121 7 12쪽
24 고블린 전쟁의 서막 (3) 24.03.05 112 8 12쪽
23 고블린 전쟁의 서막 (2) +1 24.03.04 114 8 12쪽
22 고블린 전쟁의 서막 24.03.03 116 8 12쪽
21 낙하산 대장과 함께, 출정! +2 24.03.02 118 9 12쪽
20 혼자서도 괜찮습니다만? (3) +1 24.03.01 121 7 14쪽
19 혼자서도 괜찮습니다만? (2) 24.02.29 128 8 12쪽
18 혼자서도 괜찮습니다만? 24.02.28 140 8 13쪽
17 마도학과 무기술 24.02.27 156 9 13쪽
16 정령술에 능숙한 기사 24.02.26 147 11 12쪽
15 계획의 재구성 (5) 24.02.26 137 9 13쪽
14 계획의 재구성 (4) 24.02.25 148 9 12쪽
13 계획의 재구성 (3) +1 24.02.24 144 11 11쪽
12 계획의 재구성 (2) +4 24.02.23 152 12 12쪽
11 계획의 재구성 24.02.22 150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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