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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고래 님의 서재입니다.

마법사로서 살아가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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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고래
작품등록일 :
2024.02.09 05:46
최근연재일 :
2024.03.2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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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4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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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고블린 전쟁의 서막 (2)

DUMMY

[메레이라 대륙에서 살아가는 법] 스물세 번째 이야기







고블린의 리더 마르-하르-아시르.

고블린답지 않은 명석한 머리로 리더의 자리에 앉은 고블린이었다. 이번에도 그가 고블린들을 지휘했다.


정찰을 나갔던 고블린이 보고를 했다.


“리더 아시르! 숲 앞 기사 하나, 저쪽 마법사 하나 꼬마 둘. 목격했습니다.”


드워프가 아니라 인간 꼬마였군. 생각보다 전력이 약해.

이상하네.

무슨 속임수가 있는 건 아니겠지?

신중한 고블린의 리더 마르-아시르는 척후를 다시 내보냈다.


“숨어 있는 인간들이 더 있는지 확인해라.”


그러면서 아시르는 숲 앞의 기사를 해치울 방법을 고민했다.

잘 훈련된 인간의 기사, 그것도 말을 타고 있는 기병과 싸우는 건 출혈이 크다.

그 갑옷에 고블린들의 철제 무기는 튕겨 나왔다. 메이스 같은 걸로 타격을 주기에는 고블린들의 힘이 부족했다.

말 탄 기사를 헤치기에는 높이도 너무 높고.

둘러싸서 어떻게 해볼라치면, 말을 타고 도망가버렸다.


‘역시 매복이 답인가.’


말의 다리를 먼저 노려서 쓰러뜨려야 해볼 만하다.

아시르는 자신의 직속, 아시르 일족을 동원했다.

여기저기 숨을 곳을 지정해 부대를 숨겼다. 매복이 끝난 다음 정찰조 고블린에게 일렀다.


“기사를 먼저 유인해. 숲 안쪽 샘물까지 끌고 와.”


숲 사이의 오솔길로 유인한다는 계획이었다.

길은 점점 좁아질 것이고, 엉성해진 관목과 나뭇가지가 점점 많아질 거였다. 고블린들은 나무 위와 나무 뒤 곳곳에 숨을 것이고.


나무 위에서 뛰어내리면서 공격하면 해볼만 했다. 가이아의 힘(중력)이 붙은 고블린들의 공중습격이라면 잠시라도 충격은 줄 거였다.

아무리 기사라도.


게다가 좁은 길에서는 말머리를 돌려 도망가기도 힘들다.

숲 안쪽에서는 기사의 높이와 기동성, 탄탄한 방어가 상당 부분 무력화된다. 나머지는 숫자로 해결하면 될 일.

거기에 약간의 함정을 더 해 볼까.


“내가 신호를 주면 길 뒤쪽에 줄을 건다.”


기사의 퇴로를 차단하기 위한 함정이었다.

덩굴을 꼬아 만든 엉성한 줄이지만, 서둘러 도망가는 기사를 말 위에서 떨어뜨리기엔 충분했다.


뭐든 하나 걸리면 가는 거거든.

우리 고블린들의 수적 우위를 충분히 활용할 계획이다, 아시르.


“너희들은 말 눈높이에서 나타나면서 말의 눈을 노려라.

그리고 너희는 말의 다리만 노려.”


이중삼중으로 확실하게.

오슈르 백작령의 고블린들이 리더를 따르는 이유는 늘 같았다. 피해는 적었고, 사냥의 결과물은 많았다.


오늘도 그렇게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 마르-아시르였다.


‘빠르게 한 마리 잡고, 저 뒤에 있는 말 한 마리까지 노려본다.’


말 두 마리 사냥에 성공하면 둥지에 있는 고블린들까지 배불리 먹을 수 있을 거다.



***



고블린 리더와 경비대장이 서로의 속셈을 갖고 움직이는 동안 안드레이프 일행도 나름의 준비를 했다.

모두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횃불에서 불꽃의 마나를 훑어와서 언 땅을 살짝 녹였다.


막심이 말뚝을 잡고, 올던이 목제 망치로 말뚝을 내리박았다.

올던이 안드레이프에게 물었다.


“스승, 말뚝은 언제 깎아?”

“응, 나중에.”


나중에, 라니. 지금 당장 고블린들의 돌격을 막지 못하면 나중이 없을 건데.


“믿어라, 올던. 막아낼 방법이 없다면 애초에 여기 오자고 하지도 않았어.”


안드레이프는 땅을 계속 녹였다. 저렇게 넓은 땅을 녹여서 뭐 하려는 건지.

에라, 모르겠다.

어제 연습했던 대로 말뚝이나 열나게 박자.

한 번 망치질하고, 한 번 말뚝 잡고.

서로 역할을 바꿔 가며.

이렇게 해야 안 지치고 수월하게 한다고 했다.


말뚝을 다 박고 나서 문제를 깨달았다. 말뚝이 부족했다. 십 아르신 길이에만 듬성듬성 박혀 있었고, 나머지 이십 아르신에는 아예 말뚝이 없었다.

어?


“스승, 말뚝 부족한데?”

“이리 와서 땅을 좀 녹여봐라, 올던. 불의 정령 잘 다룰 수 있지?”


땅을 녹이면서 주위를 살폈다.


으어어어.

막심은 박아놓은 말뚝의 끝을 날카롭게 갈았다. 간당간당하고 긴장되는 상황 때문에 패닉이 오는 모양이었다.


‘저러면서 마음이 가라앉으면 다행인데······.’


안드레이프는 땅에 손을 대고 눈을 감고 뭘 중얼거리고 있었다. 뭐하는 걸까.


안드레이프가 손을 댄 땅 위에서 땅의정령들이 바쁘게 오가는 게 보였다. 앞쪽과 뒤쪽 이열로 선 정령들이 자리를 갖췄다. 앞의 정령은 점점 아래로 내려가고, 뒤쪽 정령은 점점 위로 솟구친다.

그러면서 앞쪽 땅은 배수로 같은 오목한 지형이 되고, 뒤쪽 땅은 위로 솟아올랐다.

그 모습이 마치.


‘미니성벽 같은데?’


올던 키보다 큰 성벽이 순식간에 솟아올랐다.

왠만한 어른만큼의 높이에 도랑치고는 꽤 깊은 구덩이까지.


‘스승보다 크다.’


안드레이프는 옆쪽으로 옮겨가며 새로 성벽을 쌓아 올렸다. 아직 이십 아르신만큼의 공간이 비어 있었다.


안드레이프의 재주에 눈이 팔린 사이 숲쪽에서 고블린들의 함성소리가 들렸다. 경비대장을 습격하는 고블린들이었다.

거리 때문에 조그맣게 보이는 경비대장이 고블린 한두 마리를 베고는 선회하는 게 보였다. 기동전이라도 펼치는 건가.

쟤 왜 저래?

어어? 왜 이쪽으로 오지?


“경비대장, 시간이라도 끌라고! 이쪽으로 오지 말고. 넌 말 타고 도망가면 되잖아.”


저 자식, 내 말이 안 들리나?

조금만 시간을 벌어주면 되는데, 저 재수 없는 자식이 왜 저런담.

올던은 허리춤의 단봉을 빼 들고 나섰다.

다행히 다가오는 고블린들의 수가 많지 않았다. 열 마리 정도?


‘스승이랑 같이 싸우면 어떻게 되겠지.’


그런데 고블린들이 자꾸 뒤를 돌아보는데? 숲에서 떨어지는 게 불안한 건가. 어물쩍과 어슬렁 사이 그 어딘가의 느낌으로 경비대장의 말을 쫓아왔다.

휘익 임시진지의 상황을 둘러본 경비대장의 몸은 그래도 성해 보였다. 싸우는 데 보탬이 되겠지?


하나, 둘, ··· 여덟.

막심이 하나, 스승이 넷, 내가 하나. 경비대장이 하나에서 두 녀석쯤은 베어 주겠지.

···는 개뿔. 쟤 어디 가?


경비대장이 다시 반대쪽으로 내달렸다.

성문으로 도망을 가는 것도 아니고, 우리한테 합류하는 것도 아니다.

남은 고블린들을 피해 돌아서 숲 쪽으로 내달린다.


스승의 목소리가 들렸다.


“올던, 그 녀석 그만 사모하고, 땅이나 마저 녹여라.”


사모라니요, 이 아저씨가 정말 아무 말이나 막 하네. 항의라도 한 번 할까 싶어 뒤쪽을 돌아봤다.


스승이 땅정령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낸 토성은 이제 제법 볼만해졌다. 듬성듬성 꽂아 넣은 목책 지대 안쪽에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세 명으로 이 넓은 지대를 막아낼 수가 있나?


양쪽 끝 십 아르신만큼은 토성으로 막았다.

그러니까 흙벽으로 이십 아르신은 막은 셈.


가운데 십 아르신에는 듬성듬성 말뚝이 꽂혀 있어 진입이 어렵긴 하다.

그래도 이 정도 밀도라면 충분히 안쪽까지 밀고 들어올 텐데.


십 아르신이란 길이, 고블린 열 마리가 어깨 맞대며 들어와도 충분할 넓이다. 지금 저 선발대가 한 번에 들이닥칠 수 있다는 거지.


한 번이야 막는다 쳐도 계속 이 모양 이 꼴로 운용하는 건 아니겠지? 삼십 마리 정도만 연달아 들이닥쳐도 힘들어질 텐데.


그런 생각을 할 때쯤 가운데를 채우며 솟아오르는 또 한 덩이의 흙더미. 이제 오 아르신 정도가 남았다.


역시, 스승이야.



***



고블린 척후병, 똑똑하다.

솟아오르는 토성 봤다.

고블린은 이해했다.


‘기병으로 눈을 돌리고, 저기에 방어진지를 만든다고?’


그리고 자신들을 다른 곳으로 유인하려는, 기병의 움직임.

숲쪽으로 향하네, 저 녀석.

우리의 뒷길을 막으려는 생각인가?


안 된다.

어서 빨리 내가 정찰한 정보를 아시르에게 알려드려야 한다.


고블린 정찰대는 뒤로 돌아 숲쪽으로 내달렸다.


경비대장의 칼에 머리가 날아가지 않도록 목을 움츠리고서.


인간의 기병은 웬일인지 고블린에게 관심을 잃었다.

숲을 따라 달리며 안쪽의 상황을 살피는 듯했다.


숲속에 있던 고블린 리더는 모든 장면을 보진 못했다. 그래도 중요한 장면은 확실히 봤다.


짧은 시간에 솟아오르는 토성이 놀랍기는 했어도, 이 숫자면 문제없었다. 엄청나게 높은 것도 아닌데.


‘이천 여 고블린이 달려들면 저깟 토성 정도야.’


고블린 사다리를 만들어 밟고 올라서면 장사 있겠는가. 단순히 인간 정도의 높이라면, 순식간에 타고 넘어 들어갈 수 있었다.


흠.

적도 매복이 있는 걸 알고 있는 건가.

기병의 움직임이 아까부터 영 이상하군.


덕분에 여덟 고블린을 살렸다.

고블린 정찰대는 기병을 피해 무사히 돌아왔다.

숲으로 들어오기 전에 모두 쓸려버렸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는데.


“아시르, 인간들이 성벽 앞에 뾰족가시를 세우고 있습니다.”

“뾰족가시를?”

“그렇습니다. 큰 마을 앞에 종종 끌고 나오던 그 뾰족가시랑 비슷합니다.”


정찰대의 말을 듣고 다시 살펴보니 과연 토성 앞에서 왔다 갔다가 하며 뭔가를 더 하는 것 같다. 도시 성벽 앞에 놓였던 뾰족가시보다는 작네. 그래서 눈에 잘 안 띄었나?


그래도, 안 되지, 안 될 말이야.

더 이상 방어를 늘리게 들 순 없었다.


“모든 고블린은 들어라.”

“아시르, 명령을.”


리더 고블린은 자신의 모습을 잘 드러낼 위치를 찾았다. 태양이 조명처럼 떨어지는 곳에.

이곳이 좋겠군.


엄숙한 어조로 고블린 리더가 선언했다.


“숲 바깥쪽에 열을 지어 서라. 모두 한꺼번에 들어간다.”


뾰족가시가 있어서 방어가 좀 된다 한들 뭐 어떤가. 숫자에는 버틸 재간이 없다.


‘대군에게는 전술이 필요 없다.’


마르-아시르는 어디서 주워들은 인간들의 격언을 떠올렸다.

이유도, 전제조건도 모르는 채 주워섬기는 말이 크게 발목을 잡게 될 줄 모르고서.



***



숲에서 빠져나온 고블린들이 열을 맞춰 섰다. 저 놈들이··· 일제 돌격을 준비하는구나.

안드레이프는 마음이 급해졌다.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어서 방어진지를 완성해야 했다. 1차 습격은 버텨낼 수준으로.

토성의 마지막 부분을 올렸다.

왼쪽에 세 부분, 오른쪽에 세 부분. 가운데에 통로. 이음새는 이 정도면 됐다. 집 짓는 것도 아닌데, 이 정도 단차쯤이야.


그리고 토성 안쪽으로 올던과 막심이 발 딛고 올라갈 흙더미를 올렸다.


성벽 가운데 흙더미는 입구 쪽으로 붙였다.

흙더미 뒤에 숨어 입구로 들어오는 고블린도 공격할 수 있고, 밞고 올라서면 위 성벽으로 올라갈 수도 있게.

병사가 더 있었다면 좋았을 건데.


‘이래도 방어용으로는 부족하다.’


안드레이프는 주머니에서 마나석 역할을 할 준보석을 꺼내며 올던과 막심을 불렀다.


“말뚝 그만 깎고, 이걸 도와라.”


안드레이프는 횃불을 벽에 들이대어 열을 가했다. 열이 닿은 부위가 조금 부드러워지자 석영이니 아쿠아마린이니 하는 준보석을 하나씩 박아 넣었다.


‘가운데 원에 하나, 주위 네 군데 하나씩.’


막심은 짧은 순간 눈썰미 있게 이를 보고 판단했다.


‘아마도 마법진은 나중에 그리겠지?’


그리고 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횃불을 들고 다른 벽을 부드럽게.

시간이 생명.


“올던, 반짝이는 돌을 가져와 줘. 하얀 거 하나, 푸른 거 네 개.”


막심은 반짝이는 돌이 준보석이라는 사실은 몰랐어도, 그걸 어디에 박아야 하는지만은 잘 이해했다.


올던이 스승이 건네주는 주머니를 통째로 들고 와 보석을 하나씩 꺼내줬다.


‘아래 돌은 할 수 있는데, 가운데 하얀 돌이랑 위에 푸른 돌은···.’


조금 더 키가 컸으면···.

올던이 자세를 낮춰 계단 역할을 했다.

막심은 올던의 어깨를 딛고 올라가 벽에 반짝이는 돌을 마저 박아넣었다.


안드레이프는 자신이 박아넣은 준보석 주위로 마법진을 그렸다.

가운데 통로로 밖을 내다본 막심이 소리쳤다.


“고블린들이 줄을 다 섰어요.”


안드레이프는 하나만이라도 완성되길 빌며, 준보석에 정령의 축복을 내렸다.


‘우선 하나만이라도 완성해서 시간을 끌어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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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마르-아시르의 결단 24.03.16 62 4 12쪽
34 The Hanged Man 24.03.15 56 7 12쪽
33 마법사의 상상력 24.03.14 60 4 13쪽
32 맥없이 물러나는 고블린 (수정) 24.03.13 66 8 12쪽
31 그는 좋은 추장이었습니다 +1 24.03.12 78 5 12쪽
30 타리우스의 소문 (2) +1 24.03.11 79 6 11쪽
29 타리우스의 소문 +2 24.03.10 96 9 15쪽
28 토성을 지켜라! (4) +3 24.03.09 105 12 12쪽
27 토성을 지켜라! (3) 24.03.08 115 9 12쪽
26 토성을 지켜라! (2) +1 24.03.07 111 6 13쪽
25 토성을 지켜라! +1 24.03.06 121 7 12쪽
24 고블린 전쟁의 서막 (3) 24.03.05 112 8 12쪽
» 고블린 전쟁의 서막 (2) +1 24.03.04 115 8 12쪽
22 고블린 전쟁의 서막 24.03.03 116 8 12쪽
21 낙하산 대장과 함께, 출정! +2 24.03.02 118 9 12쪽
20 혼자서도 괜찮습니다만? (3) +1 24.03.01 121 7 14쪽
19 혼자서도 괜찮습니다만? (2) 24.02.29 128 8 12쪽
18 혼자서도 괜찮습니다만? 24.02.28 140 8 13쪽
17 마도학과 무기술 24.02.27 156 9 13쪽
16 정령술에 능숙한 기사 24.02.26 147 11 12쪽
15 계획의 재구성 (5) 24.02.26 137 9 13쪽
14 계획의 재구성 (4) 24.02.25 148 9 12쪽
13 계획의 재구성 (3) +1 24.02.24 144 11 11쪽
12 계획의 재구성 (2) +4 24.02.23 152 12 12쪽
11 계획의 재구성 24.02.22 150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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