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사람123 님의 서재입니다.

눈밑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사람123
작품등록일 :
2012.10.06 20:28
최근연재일 :
2013.09.16 22:05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32,778
추천수 :
351
글자수 :
162,453

작성
13.09.15 16:16
조회
1,746
추천
7
글자
7쪽

눈밑들 48화 [최종장 판타지] (4)

DUMMY

"물론 저도 그 친구 덕을 굉장히 많이 봤었죠. 그 친구 덕분에 사실 어떻게보면 가장 힘들었다고 할 수 있었던 시기를 잘 이겨낼 수 있었고, 그 친구 덕분에 그 힘들었던 시기가 한순간이나마 추억으로 남길 수 있었어요."



마왕은 조용히 호클의 말을 경청했다. 호클이 손을 덜덜 떨며 쥐고있는 칼이 예사롭지않게 보여왔다.



"그런데 그 친구는 사실 거짓말쟁이였어요. 뭐 당신 말대로 아닐 수도 있겠죠. 사실 증거는 없었으니까. 결국은 다 말 뿐이었으니까. 제가 그 친구가 거짓말쟁이라고 확신하게 된 증거들도 결국은 다른 사람들의 말로 확신을 하게 된 것이니까요. 이제와서는 별 의미가 없겠지만 누가 거짓말을 한 것인지는 그 본인 말고는 아무도 모르겠죠. 아니, 자신도 모를 수도 있겠죠…."


"그렇겠지."


"그런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만약 제가 그 친구의 진실을 알게된 그날 밤, 그냥 그런가보다하고 넘어갔다면 전 그 친구가 아직도 마법사이고 왕궁에 맞서 싸우는 조직의 일원인 줄 알고있고 그 친구가 굉장히 대단한 친구인 줄 알고있었겠죠. 그리고 그 친구는 심지어 자기가 그런 줄 알고있었어요. 지금도 아마 그럴 거에요."


"말의 요점이 뭔가?"



사실 지금 호클이 하고있는 말에는 뚜렷한 목적은 없었다. 다만,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 중에 그냥 하고싶었던 이야기가 문득 떠올라 마왕에게 해주고있는 것 뿐이었다. 호클 자신도 왜 지금 이 상황에서 마왕에게 이 이야기를 하는지에 대한 이유는 알지못했다.



"그 친구의 말들이 비록 모두 거짓말이었을지라도, 그 친구는 굉장히 행복해보였어요. 자신이 하는 일에 항상 자신감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친구가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게 과연 진짜로 행복한 걸까요?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온통 거짓말로 점철되어있어도 그 친구는 모두 다 진실이라고 믿고있거든요. 그걸 거짓말이라고 생각을 하지않아요. 그렇게 다른 사람들까지 감쪽같이 속이고 있는거죠."


"그러니까… 자네 말은 그 친구가 하는 행태가 나나 예언가들이랑 같다는 말인가?"


"딱히 예언가들때문에 이런 말을 지금 하는 게 아니에요. 그냥 이런 이야기는 어디서도 할 수가 없었거든요. 솔직히 겉으로만 보면 왠 거짓말쟁이 정신병자한테 속아넘어간 한심한 이야기인데, 이런 이야기를 누구한테 뭐가 좋으라고 하겠어요."



방에 처음 들어왔을 때, 호클이 마왕이 쉴새없이 떠드는 의미없는 말에 압도당해 숨겨지지도 않은 뜻을 헤아리지 못했던 것처럼 이번엔 마왕이 호클의 말에 빠져들어가고 있었다. 호클은 딱히 그러려는 의도는 아니었지만, 이 방의 주도권이 어느정도 자신에게 넘어온 것 같자 마왕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당신은 뭐가 더 좋으려고 이 이야기를 만들어낸 건가요? 예언가들 이런 것 다 떠나서, 뭔가 이유가 있어서 이야기를 만들어냈을 것 아니에요…. "


"글쎄, 그걸 내가 굳이 말해야 하나? 모든 건 자기 생각하기 나름이라니깐. 내가 뭐라 말한다고해서 바뀔 수도 있겠지만, 바뀔 수 없을 수도 있어. 게다가 내가 그렇게 큰 뜻을가지고 뭔가 하려는 게 아니야. 그냥 나도 지어낸 거라고. 그냥…."



마왕이 방금 말한 '지어냈다'는 말이 호클을 주인공으로 한 그 소설에 관한 이야기인지, 지금까지 했던 말들이 모두 지어냈다는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마왕의 목소리에서 뭔가 점점 힘이 빠져가고있다는 것이 눈에 보였다. 오랜 대화로 호클도 마왕도 지쳐가고 있었다.



"이제 지치네요."


"그러게 말이야. 이걸 읽고있을 독자들도 이제 슬슬 지치지않을까? 이제 이쯤이면 결정을 할 때도된 것 같은데. 솔직히 뭘 선택하든 어떻게 될지 사실 잘 모르잖아. 그냥 너 마음에 드는대로하라고."



하지만 자신의 인생을 결정지을 이 선택을 단순히 지친다는 이유만으로 대충 결정내릴 수는 없었다. 어떻게든 최상의 결과를, 그리고 자신이 선택한 것에 후회가 없도록 결정을 해야했지만 점점 생각이 흐릿해져가고 그저 이 과정이 끝나고 어서 뭔가 결말이 나기만을 바랬다.


서로 멍하니 숨을 죽이고있는 동안, 호클은 시선을 무의식적으로 '마왕과 쥐새끼'로 두고있었다. 갑자기 호클은 그 소설의 결말이 어떻게 되는지 생각이 잘 나지않아 궁금해졌다. 어차피 지금은 서로 별 말도 안하고있는 상태라 칼을 내려놓고 슬쩍 책을 가져와 뒷부분을 펼쳐보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소설의 결말은 시시했다. 그냥 말 그대로 쥐가 마왕을 물리친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읽었을 때에는 굉장히 재밌었다고 생각했었던 그 결말이 왜 지금에서는 이렇게 시시해보이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갑자기 그 책은 왜 보고있지? 제발 빨리 결정을 내려줘. 나도 이제 지쳐."


"이 책이 왜 재밌죠? 솔직히 말도 안되는데다가 그냥 그저 그런 이야기같은데."


"그걸 내가 어떻게 아나. 그냥 재미가 있나보지. 그렇게 의미를 두고 만든 소설이 아니야 그건. 지금 이 소설도 마찬가지고…. 이제 이 소설이 슬슬 질리는 것 같다. 빨리 끝내고싶어."



마왕의 말대로 마왕은 정말로 이제 어떻게되든 상관없다는 식으로 만사가 귀찮은 표정이었다. 하지마 애초부터 선택은 계속해서 호클에게 맡기고 있었고, 사실상 달라진 것은 없었다. 마지막으로 호클은 결정을 내려보기 전, 아까 전에 마왕이 했었던 말들 중에 의문이 들었던 것을 물어보았다.



"당신은 우리들이 보는 세계가 진짜 세계가 아니고, 다른 사람들의 말로 이루어진 세계라고 했었죠…."


"그래. 그랬었지. 그건 그리고 정말 맞는 소리야."


"왜 그게 진짜 세계가 아닌가요?"


"뭐? 그럼 그게 진짜 세계인가?"


"…."



둘 사이에는 또다시 침묵이 흘렀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이제는 마왕이나 호클이나 둘 다 자신의 생각이 어떤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호클은 심지어 이제 그런 것은 사실 뭐든 상관이 없지않을까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호클이 자기 나름대로는 힘들었던 시기를 거쳐왔다고 해도, 사실 워낙에 어디까지가 진짜고 거짓인지 알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라 지금까지의 자신의 인생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별 것 없어보일 수도 있었다.


이 방을 나서고 난 뒤, 앞으로의 인생도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고, 또 그게 진짜인지 거짓인지는 호클이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확실히 해야할 것은 확실히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어느정도 머릿속에서 정리가 끝나자 호클은 자리에서 일어나 마왕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마왕의 얼굴은 호클보고 이제서야 결정을 내렸냐는듯이 은은하게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호클을 같이 마주보았다. 호클과 마왕이 만난 시간은 얼마되지않았지만, 둘은 왠지모르게 굉장히 오랫동안 만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호클은 테이블 위의 칼을 집어들었다.













1년 후


작가의말

에필로그로 이어집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눈밑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눈밑들 소개 12.09.08 814 0 -
50 후기 +11 13.09.16 3,357 20 6쪽
49 눈밑들 49화 [에필로그] +3 13.09.15 862 7 3쪽
» 눈밑들 48화 [최종장 판타지] (4) +2 13.09.15 1,747 7 7쪽
47 눈밑들 47화 [최종장 판타지] (3) +1 13.09.12 440 5 9쪽
46 눈밑들 46화 [최종장 판타지] (2) +3 13.09.06 332 6 9쪽
45 눈밑들 45화 [최종장 판타지] (1) +1 13.09.03 367 5 9쪽
44 눈밑들 44화 [6장 반복] (8) 13.09.01 370 6 8쪽
43 눈밑들 43화 [6장 반복] (7) +1 13.08.31 343 5 8쪽
42 눈밑들 42화 [6장 반복] (6) 13.08.29 379 5 8쪽
41 눈밑들 41화 [6장 반복] (5) 13.08.27 450 4 8쪽
40 눈밑들 40화 [6장 반복] (4) +2 13.08.26 409 6 8쪽
39 눈밑들 39화 [6장 반복] (3) +7 12.10.06 511 5 8쪽
38 눈밑들 38화 [6장 반복] (2) +3 12.09.30 427 4 7쪽
37 눈밑들 37화 [6장 반복] (1) +1 12.09.16 333 7 8쪽
36 눈밑들 36화 [5장 환영] (6) +2 12.09.15 487 5 7쪽
35 눈밑들 35화 [5장 환영] (5) +1 12.09.08 520 8 8쪽
34 눈밑들 34화 [5장 환영] (4) +4 12.09.02 267 6 8쪽
33 눈밑들 33화 [5장 환영] (3) +1 12.08.30 479 7 8쪽
32 눈밑들 32화 [5장 환영] (2) 12.08.28 406 6 8쪽
31 눈밑들 31화 [5장 환영] (1) 12.08.27 462 6 8쪽
30 눈밑들 30화 [4장 본성] (9) +1 12.08.26 340 7 8쪽
29 눈밑들 29화 [4장 본성] (8) 12.08.23 342 7 8쪽
28 눈밑들 28화 [4장 본성] (7) +3 12.08.19 420 6 8쪽
27 눈밑들 27화 [4장 본성] (6) +1 12.08.18 482 7 7쪽
26 눈밑들 26화 [4장 본성] (5) 12.08.17 374 5 8쪽
25 눈밑들 25화 [4장 본성] (4) +1 12.08.15 378 6 7쪽
24 눈밑들 24화 [4장 본성] (3) 12.08.14 409 5 7쪽
23 눈밑들 23화 [4장 본성] (2) +1 12.08.12 421 8 7쪽
22 눈밑들 22화 [4장 본성] (1) 12.08.10 406 6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