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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123 님의 서재입니다.

눈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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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사람123
작품등록일 :
2012.10.06 20:28
최근연재일 :
2013.09.16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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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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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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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1
글자수 :
162,453

작성
13.09.06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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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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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눈밑들 46화 [최종장 판타지] (2)

DUMMY

"이 칼은 마왕을 죽이라고 예언가들한테서 받았던 칼이에요. 이 칼로 죽이면 마왕이 완벽하게 죽는다고 하던데. 보면 알겠지만, 그냥 장난감 칼이 아니라 진짜 날이 선 진짜 칼이에요. 저도 놀랐어요. 왜냐하면 저는 마왕을 죽인다는 그런 과정이 그저 형식적인 어떤 의식같이 될 줄 알았거든요."


"아, 그래 그걸로 나를 죽이면 되겠구만."


"아니 자신을 죽이겠다는데 뭐 무섭다던가, 아님 저를 반대로 죽이려고 들려고 한다던가 그러지 않아도 돼요?"



마왕은 또다시 껄껄 웃었다. 처음에는 그 웃음이 기괴하다고 느껴졌었지만, 다시 한번 들으니 이제는 짜증이 밀려왔다.



"정말 말귀를 잘 못 알아듣네. 아까 전에 말을 한 것 같은데 나는 이 세계에서는 마왕으로 나타났지만, 그저 작가의 전령일 뿐이라니깐? 죽는다고해서 진짜 죽는 것이 아니야. 그냥 소설 속에서 죽는다고 될 뿐이지. 뭐 무섭고 자시고 할 게 아니야."


"그럼 진짜 제가 소설 속의 주인공이라면 이 결말은 어떻게 나는건데요?"


"그러니까 그걸 지금 고민 중이야. 나를 죽이는 것으로 끝낼지, 아니면 죽이지않고 이 방에서 나가게 할지…. 어떤 결말을 원해? 사실 니가 정하는거잖아."



둘 다 호클에게는 꺼려지는 선택지였기때문에 아직까지 결정을 못 내리고 있었다. 만약 마왕을 죽인다면 예언을 따르게 되고, 예언가의 명예도 지키게되고 자신 또한 마왕을 무찌른 용사로써 기억에 남을 수 있었지만 사람들을 거짓으로 현혹시키는 예언가들에 동조하는 셈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한다면 사실상 겉으로는 누구에게도 피해가 가지않는 행복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이제와서 변수가 생긴 것이 자신의 앞에 서있는 마왕의 존재였다. 호클은 아직도 이 마왕이라는 자가 도대체 어떤 꿍꿍이를 숨기고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자신이 호클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의 작가라는 것도 완벽하게 믿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무시해버리기에는 이 자가 지금 여기서 이러는 다른 이유를 딱히 생각해내기가 어려웠다.


이 자가 원하는대로 칼로 찔러 죽인다면 마왕을 죽이게되는 것이기는 하나, 호클이 보기에 지금 이 마왕은 세상을 위협할 그런 인물로 보이지않았다. 순간의 선택으로 무고한사람 한명을 죽일 수도 있게되는 것이었다. 호클은 예전에 실수로 사람을 죽인 적이 있었다. 아직까지도 잊고싶은 끔찍한 기억 중에 하나였지만, 잠을 잘려고 누울 때마다 항상 기억이 났었다.



"빨리 결정하는 것이 좋을 거야. 소설이 길어지면 지루해지거든."


"어차피 당신이 작가라면, 당신 마음대로 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왜 제가 선택을 해야하는지…."


"내가 아무리 소설 속에 나타난 작가라지만, 그런 것 마저 내 마음대로 여기서 해버리면 소설의 재미가 사라지잖아. 주인공이 그걸 결정하는 게 소설의 마지막이니 주인공이 결정을 해야지. 안 그런가? 자네 인생이잖아. 자네 소설이고. 이 소설에서 주인공은 너야. 내가 아니라."



어느새 호클은 자신이 소설 속의 주인공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반박을 하고있지않았다. 그 점에 관해서는 마왕이 한 발도 물러서지않을 작정으로 보였기때문에 그 것이 맞냐 아니냐로 따지기에는 입만 아플 것 같아보였다. 호클이 지금 해야할 것은 이 자가 정말로 마왕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했다.



"이 방에 들어왔으면 그 정도는 결정을 하고오지않았나 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군. 한 마디 말해주자면, 니가 나를 죽이거나 죽이지않거나 너의 인생이 크게 변할 것은 아닐거야. 다만 조그마한 차이점이 있을 뿐이지."



도대체 무슨 뜻을 가지고하는 말인지 이해는 할 수 없었지만, 호클의 머릿속에 의미심장하게 꽂혀왔다. 잠시동안 그 말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보려고 하는 순간, 마왕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또 입을 열었다.



"분명히 내가 원하는 건 나를 죽이는 거야. 왜냐. 마왕을 죽이는 게 목표인 소설에서 마왕을 죽이지않고 끝나면 그게 도대체 무슨 소설인가? 그렇지않아? 그런데 중요한 건 내가 죽는다고해서 슬퍼할 건 없다는 거지. 어차피 일어나지않을 일이잖아. 소설이니까."


"아니, 그게 소설이라해도 여기선 진짜잖아요. 지금 전 당신이 마왕인지 아닌지도 불확실하고, 이거 뭔…."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날 죽일 마음도 없다면 왜 이 방에 들어왔냐는 거지. 그냥 마왕 얼굴이 어떻게 생겼나 궁금해서 들어와본건가?"



사실 호클은 지난 일주일간, 예언을 따르지않게 되었을 때 불투명해질 자신의 미래가 너무나 무서웠다. 비범한 영웅이라기보다는 그냥 평범한 인간에 가까웠던 호클에게 지금까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은 그에게 너무나 버거웠다.


그렇게 힘든 와중에 주어진 이 기회는 남은 호클의 인생을 행복하게 바꿀 수 있는 마지막일 수도 있는 구원의 손길이라고 볼 수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예언가들이 호클을 이용한다고 볼 수도 있었지만, 좋게 생각한다면 서로에게 이익을 주고받는 공생관계가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호클의 결정을 막고있는 것은 마지막 남은 그의 양심과 자존심이었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이 예언가들의 진실에 대해서 얼마나 접근했는지에 대해서 호클은 전혀 몰랐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예언가들이 뭔가 다른 뜻이 있다는 것을 알고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자신만 입단속을 철저히 한다면 그 누구도 의심을 하지못하게, 서서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일이었기때문에 더욱 더 고민이 되었다.


단순히 마왕을 죽이느냐 마느냐에 대한 이 문제는 곧 호클 자신의 존재에 대한 결정이기도 했다.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네? 갑자기 무슨…. '마왕'이나 '예언'이겠죠."


"마왕이나 예언이 가장 중요한 키워드라고? 그건 그냥 장치에 불과하지 키워드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내가 볼 때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거짓말'이야."



그 점에 관해서는 호클도 굉장히 공감하는 바였다. 지금까지 수많은 거짓말들에 당해왔고, 많은 거짓말을 해왔다. 개중에 분명히 거짓말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것들도 있었지만, 넓게 본다면 사실이 아닌 것들인 '거짓말'이었다. 호클의 인생은 그 거짓말들로 인해 얼룩지고, 또 빛이 나기도 했다.



"그럼 이쯤에서 너에게 질문을 하나 하지. 지금까지 내가 했던 말들이 거짓말일까?"



순간, 호클은 뒷통수를 망치로 맞은 기분이었다. 분명히 이 자의 말이 말이 안된다는 것은 알고있었지만, 상황이 상황이고 이 자가 너무나 강경한 나머지 어쩔 수 없이 믿어주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그 당사자가 지금까지 했던 말을 거짓말이라고 물어보니, 당연히 모든 것들이 거짓으로밖에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사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모든 말들이 말이 하나도 되질않았다. 애초에 호클은 마왕이라는 비현실적이어 보이는 존재도 믿지않게된지 오래였다. 갑자기 짜증이 나서 테이블을 큰 소리로 치며 마왕에게 소리를 쳤다.



"아니 씨발 지금 도대체 뭐하자는 거에요, 진짜 이게! 나는 진짜 이제… 그만 하고싶다고요. 그만…."



분노는 순식간에 비통함으로 바뀌었다. 호클의 눈가에 물방울이 맺히며 몸이 쳐지면서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그렇게 흥분할 필요는 없잖아. 난 그냥 물어본 거라고. 거짓말이라고 한 건 아닌데 말이야. 사실상 이제 마지막인데 너의 생각이 묻고싶었을 뿐이야."


"제 생각이요? 사실 저는 이제 지긋지긋해요. 뭐가 어떻게되든 상관이 없어요. 어디서부터 꼬였는지도 생각도 안 나고, 그냥 차라리 아무것도 몰랐던 게 나을 뻔 했네요. 아니, 그런데…"



아무것도 몰랐던 게 나을 뻔하다고 하기에는, 호클은 너무 많은 것을 알고있었다. 사실 지금까지 누군가가 호클에게 했던 거짓말들이 사실 거짓말이었다는 것을 호클은 모두 의도치않게 알게되었었다. 거짓말이었던 것을 믿고있었던 편이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해도, 다시 생각해보니 알고보면 허무맹랑한 그 사실들을 믿고있었다는 사실들이 굉장히 꺼림칙했다. 호클은 자신의 지금까지의 그런 인생이 원망스러워졌다.



"제가 정말로 소설의 주인공이라면, 도대체 이 소설은 도대체 왜 쓰여진 건가요?"


작가의말
hockle 
1. (쓰고 있는 동안에 로프의 올이) 늘어져서 꼬이다.   2. 기침을 하여 침·가래를 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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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눈밑들 43화 [6장 반복] (7) +1 13.08.31 343 5 8쪽
42 눈밑들 42화 [6장 반복] (6) 13.08.29 379 5 8쪽
41 눈밑들 41화 [6장 반복] (5) 13.08.27 450 4 8쪽
40 눈밑들 40화 [6장 반복] (4) +2 13.08.26 409 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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