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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123 님의 서재입니다.

눈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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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사람123
작품등록일 :
2012.10.06 20:28
최근연재일 :
2013.09.16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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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1
글자수 :
162,453

작성
12.08.2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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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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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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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눈밑들 30화 [4장 본성] (9)

DUMMY

그 다음에도 계속 대화가 이어지기는 했지만, 계속해서 했었던 말을 반복하는 것에 불과해보였다. 대화를 한 지 30분도 안되어서 대화는 갑작스럽게 끝이 났다. 호클은 저번처럼 일단은 대화가 끝이 나고나서도 혹시나 들킬까봐 숨을 죽이고 가만히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어느정도 흐르자 호클도 그 방에서 슬그머니 나왔다. 밤은 굉장히 깊었지만, 호클은 이제 왕궁 안에서 꽤나 얼굴이 알려져있고 일단은 청소부였기때문에 밤늦게 돌아다닌다고해서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여기진않았다. 호클의 심장은 미친듯이 뛰었지만, 아무렇지않게 왕궁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방금 들었던 내용 중 다른 내용들은 어차피 예상했거나 알고있었던 내용이었지만, 세번째 예언이 태어나지않은 사람을 예언한다는 것을 알게되자 이를 이용해 사람들에게 증명해보일 수 있어보였다. 하지만 누구에게 말해야할지가 큰 문제였다. 더군다나 그 예언이 언제 되는지에 대해서는 모르기때문에 섣불리 말했다가는 예전의 그 꼴이 날 수도 있었다.


집에 돌아오면서 많은 생각을 하면서 걸어가는 도중에 또다시 플리를 마주치게되었다. 이번에는 따로 호클이 부를 필요도 없이, 정면에서 서로 눈이 마주쳤기때문에 플리도 피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플리는 호클의 예상 외로 너무나 무덤덤했다. 서로 아무 말없이 서로를 보다가 호클이 먼저 말을 꺼냈다.



"할 말 없으면 가, 임마. 이제 정이 다 떨어진다."


"혹시 우리 어머니가 했던 말들이 진짜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사실은 우리 어머니가 병이 있으셔."


"지랄하지마…."



호클은 플리뿐만 아니라, 예언가에 대해서도 충분히 머리가 복잡했기때문에 빨리 집에 돌아가 쉬고싶은 마음뿐이었다. 거기다 호클은 이 자리에 계속 서있다간 자신의 머리가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 니가 어떻게 생각하든 그건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긴 해. 그런데 너도 얘기만 들었을 뿐이잖아? 그게 진짠지 아닌지 모르는 거 아냐? 말 뿐이었잖아."


"몰라. 이제 다 지긋지긋하다. 좀 꺼져 그냥…."



더이상 플리에게는 신경쓰고싶지 않았기때문에 자신을 가로막는 플리를 밀어버리고 앞으로 갔다. 플리는 다시 호클을 뒤따라가 말했다.



"다시 잘 생각해봐. 내가 너한테 말한 것 중에 거짓말이라고 진짜 증명된 게 있어? 오히려 어제 어머니가 말했던 게 증명된 게 없고, 단지 말 뿐이었지. 내가 마법도 보여줬잖아. 너 그러면 안 돼…."


"층장같은 거 없었다잖아."


"그건 내가 다 말해줬잖아. 그게 다시 설명해줄테니깐 잘…."


"됐어. 일단 가봐. 나 지금 너무 피곤해."



집에 돌아오자 어제처럼 머리가 어질어질해서 바로 바닥에 누워버렸다. 하지만, 어제와 다르게 쓰러지지않고 정신을 멀쩡했다. 하지만 두통은 더욱 더 극심해졌다. 그 원인이 어디에서 오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한번에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난 탓인지 머리가 과부화된 것 같았다.


다음 날 역시 일어나서도 머리가 지끈지끈거렸다. 어차피 왕궁에서 휴가를 가기 전에 꼭 해야했었던 할 일은 어제 다 몰아서 마쳤기때문에 왕궁에 굳이 갈 필요는 없었지만, 집에 박혀있다가는 정신병이 걸릴 것 같아 사무실로 일단 갔다.


콜린도 업무 때문에 자리를 비워놔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편하게 자리에 앉아 휴식을 취하려던 것도 잠시, 갑자기 누군가의 노크소리가 들렸다. 들어오라고 하자, 왠 처음 보는 사람이 호클을 찾고있었다. 누군지는 알 수 없었지만, 옷에 달린 뱃지를 보니 누군가의 부탁을 받고왔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마왕원정대원인 빙수씨가 호클씨를 찾는다네요. 병동 13호실에서 찾아요."


"병동이요? 갑자기 왜 그러지."



뭔가 급한 일인 것 같기도 하고, 어차피 할 일도 없었기때문에 호클은 바로 병동으로 갔다. 그 곳에서 빙수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넋이 나간 채, 침대에 누워있었다. 언뜻봐도 뭔가 대단히 안 좋은 일인 것 같아보였다.



"빙수야. 뭔 일이야…."


"그 어디서부터 말해야될지 모르곘네. 그 아…. 어제 급하게 어딜 가다가, 발을 헛디뎌가지고 그 중앙에 그 큰 계단 알지? 거기서 굴러넘어져서…."



빙수의 침대 옆에는 기다란 목발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얼굴에도 자세히 보니 무수히 많은 상처들이 나있었다.



"아직 자세히는 모르는데, 다리를 제대로 못 쓴대. 걸을 수는 있는데 뛰지를 못한대. 나 어떡하지…."


"그, 그러게…."



호클은 이런 일이 처음이었기때문에 뭐라 해줄 수 있는 말이 떠오르지않았다. 이미 자신의 일만으로도 충분히 복잡했었는데, 빙수까지 이렇게 된 사실을 알고나자 도대체 왜 자신에게만 이런 일이 연달아 일어나는건지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어디 가고있었길래 그랬어?"


"그 탑 쪽에 일이 있어서 빨리 뭘 갖다줬어야 했는데, 아 진짜 쪽팔리고 슬프다 진짜. 얘기 들어보니까 강제 하차당하게 생겼더라. 진짜 계단에서 구르다니, 진짜 말도 안된다. 진짜…."



갑자기 '탑'이라는 단어를 듣게되자 호클은 자연스럽게 '예언가'라는 단어가 머릿속에서 연결이 되었다. 그렇게 생각을 하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빙수에게 위안을 준답시고 거짓말을 하게되었다. 13호실에는 빙수와 호클밖에 없었기때문에 호클은 머릿속에서 자신이 생각하는대로 아무렇지않게 말이 술술 나왔다.



"그래 니가 계단에서 굴러떨어질 일이 없지. 그런데, 내가 어젯밤 들은 얘기가 있어. 왕궁 쪽에서 일부러 극단적인 방법을 쓴 거야. 시세스라는 사람 알지?"


"당연히 알지. 기사단장이잖아…."



호클은 '탑', '시세스', '예언가' 이 세 키워드를 이용해 빙수가 계단에서 굴러떨어졌던 것이 예언가들의 계략이었다는 것을 지어서 얘기해주었다. 그와 함께, 어젯밤 자신이 들었던 얘기 또한 섞어서 해주었다.



"정 의심이 가면, 내가 들었던대로 언젠가 예언가 측에서 태어나지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예언을 할지 안할지 한번 지켜봐봐."



빙수는 평소에 호클이 예언가에 대해서 했었던 말들은 모두 무시했었지만, 오늘은 달랐다. 다리가 반불구가 되면서 예언가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져버리자, 자연스럽게 왕궁과 예언가에 대한 반발심이 호클이 오기도 전에 마음 속에서 자리잡고있었고, 방금 호클이 들려준 이야기 또한 너무나 자세했기때문에 빙수는 믿을 수 밖에 없었다. 오히려 자신이 실수로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다리가 거의 못 쓰게 되었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호클은 증거를 가지고있었기때문에, 정말 실제로 호클이 말한대로 예언이 나온다면 호클의 말이 사실일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이럴수가…. 진짜 분하다. 내가 몇년씩이나 준비해왔던 꿈이 단지 그 물건이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하게하기위해서 무너지다니. 진짜 이건 말도 안된다. 진짜…."


"그래 진짜 말도 안되지. 근데 보니깐, 이 세상이 거짓말의 연속이더라…. 요즘 절실히 느끼고있어."



호클은 양심에 찔렸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미 꾸며낸 이야기는 자신의 입에서 나온 후였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예언가에 대한 이야기를 진심으로 누군가가 들어준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기때문에 그것만으로도 호클은 왠지모르게 마음 속에서는 기뻤다.


빙수는 어느새 스스로를 자책하며 금방이라도 자살할 것처럼 우울했던 방금 전과는 달리, 왕궁과 예언가에 대해서 분노하고있었다.



"일단 내가 방금 한 이야기는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더 위험해질 수도 있어…. 나도 증거를 드디어 잡았으니깐 내가 알아서 해볼게. 일단 난 가볼게…."



그렇게 빙수의 병실을 나오면서 호클은 어디선가 이런 똑같은 상황을 본 것만 같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왠지 빙수에게는 해서는 안될 말을 한 것 같았지만, 이제 어쩔 수가 없었다. 호클은 사무실에 돌아오자마자 콜린에게 이미 일을 다 마쳤으니 바로 내일 2주동안 휴가를 가겠다고 말을 한 뒤, 다음 날 도망치듯 센터에서 빠져나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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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Personacon 셸a
    작성일
    12.09.10 18:37
    No. 1

    우와... 생각해보면, 호클이라는 주인공도 상당히 독특하네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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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눈밑들 34화 [5장 환영] (4) +4 12.09.02 267 6 8쪽
33 눈밑들 33화 [5장 환영] (3) +1 12.08.30 478 7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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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밑들 30화 [4장 본성] (9) +1 12.08.26 340 7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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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눈밑들 25화 [4장 본성] (4) +1 12.08.15 378 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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