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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법, 혹은 꼼수


[작법, 혹은 꼼수] 로그라인의 중요성2

이전부터 느꼈는데, 대다수 습작가들은 이상하리만치 소위 떡밥이라는 것에 집착을 보인다.

우선 이 떡밥이라는 명칭부터 문제다. 정확히는 떡밥이 아니라 복선이라고 불러야 한다.

용어를 정확히 알고 부르는 건 무척 중요하다. 왜? 인터넷에서 설왕설래하는 잘못된 정보에 기조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복선이란 무엇인가?

복선(伏線 , Preparation )의 사전적 의미는 이렇다.

소설작법에서 앞으로 일어날 사건이나 상황을 미리 암시하는 서사적 장치.’ 대체로 복선은 예시적인 주변 사건이나 상황을 주로 활용하여 서사의 윤곽과 방향을 제시한다. 독자들은 복선을 통해 다가올 사건이 우연, 혹은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다. 때로 복선은 상황제시를 통해 작가의 믿음을 슬며시 보여주거나 인물의 감정 상태를 대신하기도 한다. 복선은 중심 스토리 라인 외에 겹치거나 꼬이거나 평행을 이루는 다른 스토리 라인이다. 이러한 복선은 주제를 암시하며, 여러 차례 끼어들기를 반복하면서 하나의 의미를 형성한다. 이때의 의미는 중심 스토리 라인과 만날 때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밑줄 친 중심 스토리는 소설의 기둥에 해당하는 메인 플롯을 의미한다. 결국 복선은 애초에 작가가 정해놓은 이야기를 더 맛깔스럽게 살리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그런데 습작가들은 오히려 메인 플롯보다 <복선>에 대한 고민을 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경향이 있다. 이건, 한마디로 주객이 전도된 거다.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다. 왠지 자기 글이 있어 보이게끔 하려고 허세를 부리는 거다. 그러다보니 메인 플롯이 오히려 복선을 위한 들러리로 전락해버리고, 소설의 전체 이야기는 뭐가뭔지 알 수 없는뒤죽박죽 비빕밤이 되어버린다. 기초를 우습게 여기기 때문이다. 많은 습작가들이 야심차게 장편에 도전했다가 번번이 실패를 맛보는 이유 중 하나가 이런 거다.

자, 고민을 해보자.

어떻게 하면 이런 실수를 범하지 않겠는가? 우선, 플롯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먼저 자신이 쓰려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제대로 정립되어야 한다. 이걸 해결하면 가장 우선적으로 로그라인을 정리한다. 제대로 된 로그라인은 플롯의 알파이자 오메가이다. 첫 단추를 잘 꿰야 모든 일이 순조로운 법이다.

로그라인이 정해지면 다음은 시놉시스로 바로 넘어가는 게 아니라, 로그라인에 살을 붙여 조금 더 내용을 늘리는 것이다. 사실 로그라인만으로는 소설(특히 장편)의 모든 것을 세세하게 전달할 순 없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살을 붙이고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드는 과정을 거쳐야한다. 그러면서 비로소 시놉시스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로그라인은 로그라인대로, 시놉은 또 시놉대로 쓰려고 하면 거의 200% 실패를 맛 보게 될 것이다. 이 두 작업이 서로 다르다고 생각하면 금물이다.  로그라인을 단지 작품을 소개하는 홍보문구로 착각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시놉시스는 로그라인의 연장선상이라는 걸 이해해야한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

메인 플롯은 복잡해야 좋은가? 아니면 간단할 수록 좋은가. 습작가들은 소설의 기둥에 해당하는 메인 플롯을 복잡하게 잡는 경향이 의외로 많다. 단편이라면 모를까, 장편은 메인 플롯 말고도 서브 플롯들이 계속 이야기에 개입하면서 복잡한 구조를 갖기 마련이다. 그래서 종종 장편소설을 건축에 빗대기도 하는 것이다. 굵직한 메인 플롯은 주인공의 동선을 따라갈 수밖에 없고, 그것은 이미 운명처럼 정해진 수순이다. 때론 어떤 소설의 메인 플롯은 허무할 정도로 단순하다. 그러나 독자들은 그러한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왜? 다수의 서브 플롯이 개입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뒤마의 삼총사는 가스콘의 촌뜨기 청년인 달타냥이 파리로 와서 한 사람의 총사대로 성장한다는 게 메인 플롯이다. 이건 누구나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막상 소설을 읽으면 그렇게 만만치가 않다. 표제에도 나오는 삼총사라는 또 다른 주역들과 엮이는 서브 플롯 때문이다. 여기에, 리슐리외라는 인물의 동선을 따라가는 또 다른 서브 플롯, 또 왕비와 버킹검 공작이 개입하는 서브 플롯. 이렇게 메인 플롯에 다수의 서브 플롯이 서로 엮이면서 이야기는 매우 풍요로워지고 흥미진진한 전개로 이어지게 된다.

여기서 명심해야할 부분은 무엇이 메인 플롯인가? 하는 걸 알아야한다.

언제나 모든 일엔 우선순위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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