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니르바나 유니버스

작법, 혹은 꼼수


[작법, 혹은 꼼수] 설정은 잊고 인물에 집중하라

인터넷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보면 전에는 알지 못했던 신조어를 많이 배우게 된다.

비교적 최근에 배운 신조어 중 하나가 <설덕>이었다.

그 신조어를 가르쳐준 친구의 설명을 빌리면 <설덕>이란, <설정덕후>의 준말이란다.

설정.

소설을 쓰려는 많은 작가지망생들,

특히 판타지라는 장르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집요할 정도로 집착하는 애증의 대상이다.

여기서 잠시 짚고 넘어가보자.

대저 소설의 3요소라는 무엇인가? 주제(theme), 구성(plot), 문체(style)다.

여기서 구성의 3요소는 인물(character), 사건(event), 배경(setting)이다.

즉, 설덕들이 많은 시간을 할애가며 매달리는 설정이란, 구성 3요소 중 배경에 해당한다.

그러면 소설 쓰기에서 배경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냉정하게 말하면 인물이나 사건에 비하면 그렇게 비중이 크지 않는 게 <배경=설정>이다.

왜 그럴까.

물음에 답을 하기에 앞서 먼저 배경의 사전적 정의부터 살펴보도록 하겠다.

배경(혹은 설정)이란 :

한 편의 서사물에서 이야기의 성분을 구성하는 요소로서 공간적 · 시간적 자질의 총화를 가리킨다.

전통적인 소설 쓰기에서 배경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거나 부차적인 기능으로 간주되어왔다.

이유는 너무나 간단하다. 소설은 언어 서사물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은 오로지 묘사와 설명만으로 모든 것을 제시해야한다.

즉, 아무리 디테일한 묘사와 설명을 한다고 해도 영상 서사물이 가지고 있는 힘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언어가 독자에게 가시적인 형테를 제공하는 것은 분명히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대신에 소설은 <상상력>을 통해서 도리어 시화의 극대화를 시키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물론 20세기에 들어오면서 배경의 가치는 이전과는 달리 현저하게 승격된 것이 사실이다.

일일이 작품을 열거할 필요도 없이 거의 대부분의 작품들이 배경의 기능을 능동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배경이 구성의 3요소 중에서 3순위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결국 배경이라는 것은 작중 인물의 동선을 독자에게 납득시키기 위한 장치이다.

단적으로 말해서 소설에서 배경을 빼고 인물만으로 서사를 진행할 수 있지만,

거꾸로 인물 없이 배경을 가지고 서사를 풀어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글쓴이가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을 배경으로 삼았다고 치자.

그럼 이 세계관을 주구장창 저자가 화자로 개입해서 주구장창 내래이션을 한다면 과연 버텨낼 독자가 있을까.

반대로  <누군가>를 등장시켜 그 디스토피아적인 세계의 주민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묘사한다면 어떨까.

요점은 글쓴이가 소설에서 보여줄 수 있는 방법론은 <인물>의 동선으로 제한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글쓴이는 그 <인물>을 통해서 하고자하는 이야기(주제), 세계관(설정)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그러려면 무엇보다도 설정이 아닌 <인물>에 집중해야하는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물>의 힘이 강한 작품은 오랫동안 사랑받아왔다.

여러분이 아무리 남들을 깜짝 놀라게 할 세계관을 만들었더라도, 독자들이 집중하는 건 바로 <인물>이다.

인물의 동선을 따라가다보면 글쓴이가 만든 세계관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기 마련이다.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아마추어는 언제나 <배경>을 설명하려고 든다. 그리고 거의 예외 없이 실패한다.

프로는 때로 <배경>을 버리더라도 <인물>을 살리는데 주력한다. 그리고 대부분 성공한다.

설정 놀음? 얼마든지 해도 좋다.

하지만, 그렇게 공들여 만든 설정을 어떻게 사람들에게 보여줄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해본다면

결국 답은 <인물>, 그리고 그 인물이 맞닥뜨리는 <사건>에 집중해야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될 것이다.

자, 그러면 이제 여러분은 무엇에 더 집중할 것인가.

 

 


댓글 4

  • 001. Personacon 강춘봉

    13.01.30 14:26

    잘 읽고 갑니다!

  • 002. Lv.1 [탈퇴계정]

    13.02.01 17:20

    잘 배우고 갑니다.

  • 003. Lv.1 [탈퇴계정]

    13.02.03 19:09

    너무 껍데기에만 치중하는 것 같아요. 중요한 것은 내용물인데.....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걸 직접 표현하기가 힘드네요....;ㅅ;

  • 004. Lv.21 v마늘오리v

    13.06.12 23:55

    !!!!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글목록
번호 제목 작성일
23 작법, 혹은 꼼수 | 소설에서의 연출이란 13-05-27
22 작법, 혹은 꼼수 | 로그라인을 쓰는 요령 13-05-24
21 작법, 혹은 꼼수 | 로그라인의 중요성2 13-05-13
20 작법, 혹은 꼼수 | 로그라인의 중요성 13-05-12
19 작법, 혹은 꼼수 | 구체적으로 쓰는 훈련이 필요하다 *1 13-05-05
18 작법, 혹은 꼼수 | 인물이냐, 사건이냐 13-02-22
17 작법, 혹은 꼼수 | 지레 겁을 먹지 말자 13-02-20
16 작법, 혹은 꼼수 |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하기 전에 13-02-07
15 작법, 혹은 꼼수 | 인물의 디테일과 개연성을 살리는 방법 *1 13-02-01
» 작법, 혹은 꼼수 | 설정은 잊고 인물에 집중하라 *4 13-01-30
13 작법, 혹은 꼼수 | 대중적이란 말에 현혹되지 마라 *2 13-01-05
12 작법, 혹은 꼼수 | 자존심은 지키되 자만하지 마라 *4 13-01-04
11 작법, 혹은 꼼수 | 계약서의 중요성 *2 13-01-01
10 작법, 혹은 꼼수 | 독자를 밀어내지 마라 *2 12-12-31
9 작법, 혹은 꼼수 | 작법서? 잡법서! *4 12-12-29
8 작법, 혹은 꼼수 | 지금 쓰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아라 *4 12-12-18
7 작법, 혹은 꼼수 | 근성이 필요하다 *4 12-12-17
6 작법, 혹은 꼼수 | 거름 종이를 만들어라 *2 12-12-14
5 작법, 혹은 꼼수 | 구양수의 삼다에 대한 이해부족 *3 12-11-30
4 작법, 혹은 꼼수 | 돌아보지 마라 *2 12-11-27

비밀번호 입력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