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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법, 혹은 꼼수


[작법, 혹은 꼼수] 지레 겁을 먹지 말자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크리에이티브(특히 스토리텔링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겐 격언이나 다름없는 말이다.

창작하는 입장에선 무척 억울한 이야기이지만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아무리 부정하려고 해도 현존하는 세상의 모든 창작자들은 선배들의 남긴 유산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한편으로는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수많은 유산을 물려받았다고 볼 수도 있다.

냉정하게 말해서, 현대의 스토리텔링이란 결국 <리텔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발버둥을 쳐봐도 벗어나지 못 한다면 차라리 물려받은 <유산>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도 매우 영리한 선택이다.

사실 노련한 창작자들은 이미 그것이 유용하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러한 반면에 아마추어들이 '새로움'에 집착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문제는 그들이 애써 찾아냈다고 주장하는 '새로움'도 결국 '새롭지' 않은 과거의 유산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노련한 창작자는 익숙한 것이 새롭게 느껴지려면 어떻게 해야하는 줄을 잘 안다.

그 방법이란 바로 앞서 말했던 <리텔링>, 즉 다시 쓰기이다.

동아시아 3국, 한중일 문화권에서 너무도 잘 알려진 [서유기]를 한번 생각해보라.

일본의 만화가, 토리야마 아키라는 이 고전을 베이스로 <드래곤볼>이라는 걸출한 만화를 탄생시켰다.

그는, 기존의 [서유기]에서 <손오공>이라는 캐릭터를 가져와 <수퍼맨>의 설정을 차용해 새로운 <손오공>을 만들어냈다.

그 결과 우리가 알고 있던 <손오공>은, 마치 <수퍼맨>처럼 초인적인 능력을 지닌 외계인으로 탈바꿈했다.

아마도 만화를 접한 세대들은 원전의 <제천대성 손오공>보다는 <카카로트/손오공>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다시 말해서, 작가는 <서유기>를 베이스로 성공적인 <리텔링>을 한 것이다.

한때 <드래곤볼>의 엄청난 성공으로 더 이상의 새로운 <손오공>은 없으리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그 섣부른 예단은 보기 좋게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또 다른 리텔링의 산물, <최유기>에 의해서.

토리야마 아키라가 <손오공>에만 집중했다면, <최유기>는 보다 근본적인 리텔링을 감행했다.

작가는 서유기의 주역들인 삼장법사를 필두로, 저팔계, 사오정에게까지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원전에선, 거의 존재감이 없었던 사오정은 이 <최유기>를 통해서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로 다시 태어났다.

삼장법사는 어떠한가? <최유기>의 삼장과 원전의 삼장법사는 전혀 다른 인물이다.

익숙한 소재, 이미 존재하는 이야기?

누군가 이미 했던 이야기를 다시 쓰는 것에 대한 두려움?

다 갖다 버려라.

만인만색. 사람은 똑같은 풍경을 보고 있어도 저마다 다른 감상을 한다.

리텔링의 핵심은 바로 그것이다.

내가, 남과 "다르다"는 것.

종종 아마추어들은 쓸데없이 <설정>에 대한 고민을 하느라, 지레 겁을 먹는 경향을 보인다.

아무리 궁리를 해도 <하늘 아래, 더는 새로운 것은 없다>란 말을 상기하라.

관건은 얼마나 다른 해석을 하고, 어떻게 <리텔링>을 하느냐, 하는 문제이다.

그러니, 두려움을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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