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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법, 혹은 꼼수


[작법, 혹은 꼼수] 구양수의 삼다에 대한 이해부족

거의 예외없이, 대체로(아마추어들은) 즉흥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글을 끄적대기 시작합니다.

노련한 프로작가들은 아무리 훌륭한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성급히 글을 쓰지 않습니다.

그것은 오랜 경험을 통해 단편적인 소재(혹은 아이디어)로는 호흡이 긴 장편을 쓰는 데 무리가 따른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상 많은 아마추어들이 야심차게 소설 쓰기에 도전했다가 중도에 무너지는 이유에는 이런 속사정이 있었던 겁니다. 그러므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는 먼저 메모를 해두고 어떻게 하면 그 좋은 재료를 멋지게 소화할 수 있을지 궁리를 할 필요(이것이 바로 글쓰기의 三多 중 '많이 생각하기!')가 있습니다.

시간을 두고 고민을 하다보면 언젠가는 또다른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이렇게 메모해둔 아이디어들을 취합해보면 아주 근사한 조합이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아집니다. 물론 그 유기적인 조합을 하는 것은 오로지 글쓴이의 역량에 달려있지만. 여기서 생각해볼 문제는, 과연 그 아이디어의 원천은 무엇인가입니다. 안타깝게도 대다수 아마추어들은 아이디어를 이미 만들어진 누군가의 창작품에서 가져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공품의 재가공. 이건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 태도입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많은 글쓰기 방법 중에서 마치 대원칙처럼 여겨지는 것이 바로 '삼다'인데, 실상 이걸 제대로 실행하는 사람은 매우 드뭅니다. 뜬금없이 왜 '삼다'를 들먹이는가. 바로 앞서 말한 아이디어의 원천에 대한 것과 연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습작생들은 '읽기'가 터무니없이 부족합니다. 개중에는 잘못된 읽기에 익숙해져버린 사람들도 많습니다. 좋은 아이디어를 얻으려면 '어떤 책'을 읽어야하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가공품의 재가공을 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하겠는가? 당연히 좋은 재료를 찾아야 합니다. 가공되지 않은. 그렇다면 어떤 분야의 책을 읽어야 하는가, 하는 물음에도 답을 쉽게 구할 수 있을 겁니다. 또, 어떤 장르에 대한 애착, 혹은 그 장르를 쓰고 싶다면 그 분야의 작품들을 많이 읽어봐야 합니다. 뭐, 너무 빤한 이야기라 부연할 이유조차 못 느끼지만. 예를 들어, 라이트노블을 쓰고 싶은데 그 장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면 고민할 것도 없이 기출간된 해당 장르의 작품들을 열심히 읽어야겠지요. 야구를 모르는 사람이 무턱대고 공을 잡고 휘두르기만 한다고 해서 야구를 잘할 수 없듯이, 글쓰기도 충분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체득'이라는 말 있습니다. 문자 그대로 몸으로 익힌다는 뜻입니다. 물론 읽는 것만으로 '체득'한다는 것은 모순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게 될 정도로 많이 읽는 게 중요합니다. 왜그러한가. 많은 습작생들이 곧잘 빠지는 함정이, 미루어 짐작하여 가늠하는 버릇 때문에 마치 자신은 (그 장르를/글쓰기를) 이미 이해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체득'이란 말을 언급한 것입니다. 그만큼 많이 읽기는 중요합니다.

읽고, 생각하기를 충분히 했다면 다음 수순은 많이 쓰기가 되겠죠.

분명히 아주 근사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것을 토대로 글을 써보니 기대만큼 나오지 않는 경험을 많이들 해봤을 겁니다. 그러면 그 아이디어가 정말로 별 것 아니었는가? 하는 물음에 직면하게 됩니다. 하지만 거기에 앞서 과연 얼마나 많이 써보았는가, 하는 물음을 해봐야 합니다. 만약 그 아이디어를 가지고 한 가지 형태의 글만 썼다면 그건 매우 안일한 자세입니다. 모름지기 옷은 체형에 맞게 입어야하듯이 소재도 그에 맞는 이야기가 있기 마련입니다. 소재와 이야기가 맞지 않으면 당연히 좋은 글은 나올 수 없는 법이죠. 매운 고추장을 가지고 케이크를 만든다고 생각해보십시오. 도무지 어울릴 수 없는 조합을 억지로 진행하면 실패는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좋은 아이디어를 잘 살리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필요합니다. 바로 여기에 '많이 쓰기' 그러면서 더불어 '많이 생각하기'를 병행해야 하는 것이고, 또 '많이 읽기'가 그 토양이 되어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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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 001. Lv.19 아약

    12.12.03 13:23

    좋은 글 많이 배우고 갑니다. ^_^

  • 002. Lv.1 想現士

    12.12.10 00:06

    좋은 글읽고갑니다.한 가지 궁금한 점이있다면 잘못된 읽기란 어떤것 인가요?

  • 003. Personacon 니르바나

    12.12.18 06:10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그중 몇가지만 말씀드린다면 정독을 하지 않 는 것, 문장이 틀어진 소설을 자주 접하는 것, 지나친 번역서 탐독, 편중된 독서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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