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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렬천사의 셸터

또 다른 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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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렬천사
작품등록일 :
2013.09.13 10:45
최근연재일 :
2015.05.24 21:4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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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4.05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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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9쪽

146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57)

첫번째 리메 시작합니다.




DUMMY

57.

“이정도로 해둘까.”

본격적으로 싸울 때가 가까워졌다.

곰곰을 질량폭탄 삼아 떨어뜨리는 건 재미는 있어도 시간낭비다.

일단 지금의 빙글뱅글은 네크로맨서. 마법사 계열의 직업이다.

따라서 위즈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스킬을 보유하고 있다.

지금은 스톤 엣지나, 스톤 스파이크 같은 주문으로 대응하지만. 내성을 갖기 힘든 전격계열로 공격할 수도 있다. 그건 빙글뱅글 스스로가 잘 알 것이다.

빙글뱅글 반격하는 것은 시간문제.

“그렇게 되면 절벽에 매달려 있는 누구도 피하진 못해.”

흔히들 흙이나 바위는 전기가 통하지 않을 거라 여긴다.

하지만 벼락이 칠 때 바위에서 멀어지는 건 상식중의 상식.

게다가 흙을 이루는 규소성분은 반도체를 만드는 실리콘과 비슷하다.

이 두 가지 정보를 안다면 누구도 지금 상황에서 안전을 장담하지 못하리라.

“마도로스社는 기본적인 물리 법칙은 구현되어 있다고 했어.”

그래서 위즈는 섀도 런 스킬로 견제를 시작했다.

빙글뱅글이 전격계 주문을 쓰면 100% 감전 당한다. 그전에 주문의 완성을 막아야 한다.

“섀도 런”

위즈는 웅크린 채로 섀도 런을 사용했다. 그 손이 절벽과 이어진 그림자에 쑥 들어갔다.

대번에 빙글뱅글의 손으로 생각되는 게 만져졌다. 상대가 몸서리치며 손을 털어냈다. 그때쯤 스킬의 효과가 끝났다. 위즈의 손은 그림자 밖으로 튕겨졌다. 강제적으로.

그 시간은 아주 잠깐에 불과했지만, 충분한 정보를 얻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위즈가 만졌던 빙글뱅글의 손은, 검지와 중지가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수인을 맺는 중이었어.”

렌틸을 통해 마법을 배웠기 때문에, 그 수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알고 있었다.

“그건 전격주문에 필수적인 수인이었어.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군.”

위즈는 더 이상 시간을 주어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이미 빙글뱅글은 최고의 대응책을 찾아냈다.

그전에 선수를 쳐야한다.

인벤토리에서 단검을 뽑아든 위즈는 재차 섀도 런을 시전 했다. 그리고 닥치는 대로 찌르고 베어버렸다. 그림자를 통해 공격할 시간은 너무도 찰나에 불과한지라, 어디를 정확하게 공격해야겠다고 마음먹진 않았다.

운 좋으면 절벽을 붙든 손을 공격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을 뿐.

그런데 조금 전 단검에 걸린 감촉은, 팔 다리보다 넓은 면적이었다.

“몸통인가? 나쁘진 않군.”

어디라도 좋으니 공격만 들어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위즈는 다음 공격도 같은 방식을 적용했다. 최대한 많이 찌르고 휘저어 어떻게든 맞게 하려 애썼다.

하지만 네 번째로 단검을 쑤시면서 깨달았다. 공격이 지나치게 얕게 들어갔다.

다섯 번째 시도에서도 같은 느낌을 받았다. 빙글뱅글의 몸에 칼날이 스쳐지나가는 게 느껴졌지만, 그건 치명상이 아니다.

그렇지만 이런 식의 공격이 무의미한 건 아니었다.

‘마력을 보는 눈’으로 살핀 결과 빙글뱅글은, 배리어와 스톤 엣지 말고 다른 주문은 사용하지 못했다. 위즈의 공격을 피해 절벽을 오르는 것에만 열중하고 있다. 이렇게 정신이 분산되면, 숨어 있는 위즈의 존재를 알아차리는 것도 늦어진다. 그 점은 위즈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정말 세상일이란 건 모르는 법이야. 설마하니 전세가 단숨에 역전될 줄은 몰랐으니까.”

섀도 런을 이용한 공격은 배리어를 무시하고, 빙글뱅글의 그림자를 통해 고스란히 가해졌다.

이런 식의 공격이 가능한 이유는, 저 아래에서 불타는듯 활짝 피어 있는 라바 사이테리아 덕분이었다.

라바 사이테리아는 그 자체로 강력한 광원.

작은 나뭇가지라도 절벽에 꼽혀 있다면, 아주 진한 그림자가 길게 이어진다. 하지만 절벽엔 나뭇가지는커녕 식물의 뿌리조차 돋아있지 않다.

이곳은 지하 수백 미터의 깊이. 그런 걸 보려면 아주 한참을 올라가야 한다.

그럼에도 그림자를 길게 드리워줄 물체는 아주 많았다.

바로 빙글뱅글이 절벽을 오를 때마다 만들어내는 스톤 엣지.

빙글뱅글이 위로 올라갔다 해도 한번 생성된 스톤 엣지는 사라지지 않는다. 마력의 공급을 끊었으니 푸석거릴 테지만, 누가 건드리지 않는 이상 그대로 남아 있다.

그것들이 라바 사이테리아의 환한 빛을 맞아 기다란 그림자를 절벽에 뿌려대고 있었다.

그렇게 생긴 그림자는 위즈가 숨어 있는 곳까지 닿았다.

덕분에 위즈는 마음껏 빙글뱅글을 괴롭혔다.

“스톤 엣지!”

빙글뱅글의 목소리가 점차 가까워졌다. 더 이상 구멍 속에 틀어박혀 있을 수 없게 되었다.

위즈는 인벤토리를 열어 학살자의 망령을 꺼내들었다. 마력이 공급되자 가드에 박힌 보석이 핏빛으로 붉게 물들어갔다.


<학살자의 망령에 깃든 영혼이 깨어났습니다.>

<학살자의 망령과 싱크로율이 100%가 되었습니다.>

<망령이 5.5%만큼 기억을 회복했습니다.>

<망령이 자신의 기술과 지식을 활용하는데 더욱 유리해집니다.>

<모든 스킬과 공격이 본래 위력을 발휘합니다.>

<망령과의 의사소통이 보다 원활해집니다.>

<영혼이 스킬을 사용할 때마다 15의 마력이 소모되고, 일반 공격을 할 때마다 35의 스태미나가 소모됩니다.>

<‘학살을 가로막는 자’ 칭호의 효과로 인해 폭주하지 않습니다.>


학살자의 망령은 마력이 주입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곧 상황을 파악했다.

『훌륭하군. 미리 적 앞에 도달하여 매복하다니.』

단순히 무기로서 사용할 생각이면 싱크로율을 100%로 맞출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위즈는 학살자의 망령과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앞서 자신에게 두려움 운운했던 일에 대해서 말이다.

‘당장이라도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어. 학살자의 망령이 무얼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캐묻고 싶어. 아이린의 일만 아니면, 리퍼와 엮이지만 않았어도……빙글뱅글이 어디로 도망가든 내가 알 바도 아니니까.’

가정법을 사용하는 건,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다.

그 말대로 위즈는 빙글뱅글을 무시할 수 없다.

마법사의 탑에 미움 받은 채로 ‘위즈’라는 캐릭터를 키울 수 없기 때문이며.

리퍼라는 자가 레드오션의 해킹에 대해 폭로해버릴까 두려워서다.

‘그래. 학살자의 망령이 어디로 도망가는 것도 아니니까. 시간을 두고 천천히 알아보도록 하자.’

위즈는 사적인 일은 접어 두기로 했다. 아쉬움 탓에 위즈의 말투는 퉁명스러워졌다.

“이기려고 하는 싸움이 아냐.”

『알고 있다. 기특하군. 의문을 억누르며 절제하고 있다니. 나로선 그 투지에 부응하지 않을 수 없다. 말하라. 내가 무엇을 도우면 되겠나?』

“놈을 다시 용암지대로 떨어뜨리는 것.”

『단지 그것뿐이라면, 좋은 스킬이 있지.』

“증오를 삼키는 탐욕의 대지……말고 더 센 걸로. 기왕이면 한방 먹여주고 싶어.”

『단순히 떨어뜨리는 걸 원하는 게 아닌가?』

“1:1로 붙으면 내가 지니까.”

『낮에는 그럭저럭 괜찮게 싸우지 않았는가?』

“그건 빙글뱅글이 네크로맨시를 봉인해둔 채 마법사로 싸웠으니까 그렇지. 게다가 빙글뱅글은 골렘의 조종에 공들이던 중이었고.”

빙글뱅글은 네크로맨시. 그가 본격으로 언데드 군단을 일으켰다면, 위즈는 절대 상대가 못 된다. 이 땅이 신성왕국인 게 다행이었다.

“하지만 절벽에서 떨어뜨리면 빙글뱅글도 참지 않겠지. 여기가 신성왕국이든 뭐든 간에, 눈이 뒤집혀서 네크로멘시를 사용해댈 거야. 이것저것 재고 눈치 보기엔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을 테니까. 그러니까 두말 말고 더 센 걸로 부탁해.”

『그렇다면……마력을 더 가져가겠다.』

위즈와 학살자의 망령이 대화하는 동안에도 빙글뱅글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절벽을 기어오를 때마다 스톤 엣지의 시동어가 울렸다.

그러다가 돌연 빙글뱅글의 목소리가 뚝 그쳤다.

학살자의 망령은 마법 아이템 중에서도 터프한 편.

마력을 주입할 때 퍼져 나오는 붉은 기류는 특유의 섬뜩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것은 구멍 속에 있다고 숨겨지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나 강한 마력의 파동이라면, 굳이 탐지하지 않아도 가까이에선 눈치 채고도 남는다.

사이비라 하나 빙글뱅글도 마법사.

아니나 다를까. 이제까지와 전혀 다른 주문이 빙글뱅글의 입에서 새어나왔다.

“락 브레이ㅋ…….”

하지만 위즈의 대응이 더 빨랐다. 이미 학살자의 망령은 절벽에 파묻혀 있었다.


<분노가 폭발하는 절망의 대지가 발동되었습니다.>

<450의 마력이 소모됩니다.>


드드드드드!

‘증오를 삼키는 탐욕의 대지’는 직접적으로 땅을 붕괴시키는 스킬이다.

마력을 50밖에 잡아먹지 않아, 학살자의 망령을 꺼내들면 한 번씩은 사용했다.

적을 직접 매몰시키기도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단순히 발목을 잡는 용도로도 응용이 가능하다.

발동 즉시 생겨나는 지면의 흔들림은 덤.

반면 ‘분노가 폭발하는 절망의 대지’는 9배나 되는 마력을 소모했으면서도 그 효과는 기존과 비슷했다.

즉시 절벽을 이루는 흙이 부서지며, 토사가 쏟아져 나왔다.

위즈와 빙글뱅글의 몸은 그 흐름에 휩쓸리고 말았다.

이래서야 ‘증오를 삼키는 탐욕의 대지’와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위즈는 순수하게 떠오른 의문을 입에 담았다.

“강화판인 거 같은데 왜 위력은 이 따위야?”

『절벽을 잘 보라.』

‘마력을 보는 눈’이 켜져 있었기에, 위즈의 눈에는 학살자의 망령이 뿜어낸 마력이 보였다.

그것은 마력의 본래 주인인 위즈의 색이 아닌, 검붉은 색이었다. 검붉은 마력의 덩어리들은 절벽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 마력의 덩어리가 자리 잡은 곳에 청색의 마력이 접근했다. 떨어져 내리는 중인 빙글뱅글이었다.

그 순간 검붉은 마력의 덩어리가 하얗게 작열했다.

“읏!”

예상치 못한 번쩍임에 위즈의 눈이 반쯤 감겼다.

쾅!

절벽이 무너지며 울리는 굉음을 뚫고 선명한 폭발음이 울렸다. 그것만으로도 폭발의 위력은 무시할 수 없었다.

빙글뱅글의 배리어가 날아 가버린 것도, 이러한 위즈의 생각을 거들었다.

폭발은 계속해서 이루어졌다. 빙글뱅글은 떨어지는 중에도 배리어를 치려 했으나, 순차적으로 일어나는 폭발에 휘말려 배리어는 생겨나기도 전에 사라졌다.

완전히 맨몸이 된 빙글뱅글의 입에서 비명이 터졌다.

“크악!”

폭발의 압력만이 위험한 게 아니다. 절벽에 박혀 있던 자갈들도 폭발에 밀려 무서운 속도로 쏘아졌다. 자갈에 실린 운동에너지가 대포에 넣는 포도탄과 위력이 다르지 않았다.

“으윽!”

추락하는 와중에도 빙글뱅글은 허둥지둥 방패로 몸을 가려야 했다. 이미 두 번째 폭발을 정통으로 맞은 뒤라 빙글뱅글의 몸은 누더기가 되어 있었다.

반면 위즈가 폭발이 일어난 지점에 다다랐을 때에는, 폭발이 끝나 있었다. 자갈은 날아들지 않았고, 폭발의 압력은 산들바람과도 같았다.

그리고 이제 막 수그러드는 폭발의 압력은, 위즈의 낙하 속도를 줄여 주었다.

폭발의 압력 자체가 에어쿠션과도 같은 역할을 해준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빨라.”

위즈는 학자의 망령을 길게 뻗어 절벽에 콱 박아 넣었다.

절벽이 갈리며 브레이크를 걸어주었으나, 여전히 추락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속도.

위즈는 수직으로 세워진 칼날을 비스듬하게 세우려 애를 썼다.

‘학살자의 망령은 이 정도에 부러질 무기가 아냐.’

허리를 뒤로 젖히며 있는 힘껏 체중을 싣자 두 발이 절벽에 닿았다. 너덜거리는 초보자용 신발은 단숨에 밑창이 날아가며 발바닥이 마찰을 일으켰다. 이제 신발은 그냥 발등 덮개였다.


<마찰에 의한 화상을 입었습니다.>

<20의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15의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35의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

.

.


맨발에 불이 붙자 위즈는 다급하게 스킬을 발동시켰다.

“크윽! 화염돌격!”

그러자 들어오는 데미지가 크게 경감되었다.


<마찰에 의한 화상을 입었습니다.>

<5의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7의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

.

.

<마력이 0이 됩니다.>

<‘화염돌격’ 스킬이 중지되었습니다.>

<‘마력을 보는 눈’ 스킬이 중지되었습니다.>


켜 있는 동안 지속적으로 마력을 소모하는 '마력을 보는 눈‘

그리고 생존을 위해 사용한 ‘화염돌격’

이 둘을 함께 사용하다보니 모자손에 채운 마력 포션은 금세 동이 나버렸다.

마찰열이 위즈의 발바닥을 뜨겁게 달궜다.

“으다다다!”

온 힘을 다해 몸을 비틀자 학살자의 망령이 비스듬하게 뉘어졌다.

내려오는 방향도 함께 왜곡되었다. 90도에 가까운 수직에서 80도정도로.

어떻게든 학살자의 망령을 발판 삼을 생각이었는데, 절벽에 박혀 있는 칼날의 각도를 바꾸는 건 어려웠다.

그만큼 가속도를 이기는 건 힘들었다. 위즈는 전사가 아니며 힘 스탯까지 낮다.


<힘 스탯이 1오릅니다.>

<근성 스탯이 1오릅니다.>


힘이야 올라도 그러려니 하지만, 근성이 오를 때면 유저들은 뿌듯해한다.

힘든 전투, 퀘스트를 용케 마쳤다고.

하지만 위즈는 기쁘지 않았다. 오히려 분노했다.

“떨어져 죽게 생겼는데 고작 1이라고? 빌어먹을 것들!”

마도로스 社를 욕하며 위즈는 넓은 칼날에 발을 올리며 몸을 뒤집었다.

뒤로 떨어지는 자세는 앞으로 떨어지는 자세가 되었다. 그 상태에서 위즈는 절벽에 대고 진각을 쳐냈다.

그 반동으로 학살자의 망령이 반쯤 뽑히며 몸이 앞으로 크게 쏠렸다.

위즈는 당황하지 않고 재차 진각을 밟았다.

위즈의 몸이 절벽을 벗어나며 하늘을 날았다.

그 뒤로 붕괴된 절벽이 쏟아낸 토사가 쌓이며 먼지를 일으켰다.

빙글뱅글이 저 속에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어느 정도 타격을 입은 건 확실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절벽을 오르려는 시도가 봉쇄된 점이다.

“이젠 내가 살아야지. 곰곰 소환!”

위즈는 곰곰의 갈기털을 붙잡았다.

계산했던 것보다 지면과의 거리가 너무 가깝다.

애초에 떨어져 내린 곳이 절벽의 중간지점. 밑에서 올려다 볼 때야 까마득하지, 실제로는 수백 미터에 불과하다.

이젠 곰곰이 완충작용을 해주길 바랄뿐.

곰곰의 갈기털이 빳빳하게 부풀었다. 녀석도 긴장하고 있다.

몸을 뒤덮은 털이 있음에도 어깨뼈를 감싼 근육이 느껴질 정도.

곰곰의 네 발이 땅에 닿았다. 사뿐하게 착지한 곰곰의 발은 굽혀진 채 펴지지 못했다.

쩌적!

곰곰의 발이 땅을 뚫고 파묻혔으며, 곰곰의 투실투실한 뱃살이 지면에 닿아 넓게 퍼졌다.

그 충격은 고스란히 위즈에게 전해졌다.

“으윽!”

턱이 달그락 거릴 정도로 거친 착지였지만, 낙하에 의한 데미지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 점을 다행으로 여기며 위즈는 절벽 앞에 새로 생긴 흙산을 올려다보았다.

“그래. 죽을 리 없지.”

흙먼지 속에서 빛이 번뜩이며 사람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쇠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울렸다.

절그럭 절그럭.

왠지 익숙한 소리다.

“왠지 총을 일부러 탁탁 쳐 내는 소리 같잖아?”

계속 듣다보니 그보다는 묵직한 울림이 느껴진다. 뭔가 더 중량감 있는 물체가 내는 소리다.

흙먼지를 뚫고 시커먼 게 튀어나왔다.

처음엔 빙글뱅글이 본격적으로 네크로맨시를 사용한 거라고 여겼다.

하지만 나타난 존재는 단 하나.

그것도 언데드와는 거리가 먼 생김새다.

전신을 감싼 갑주. 투구에 달린 면갑까지 내려써 시선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리빙 아머?”

빙글뱅글 본인이란 생각보단 소환물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먼저 떠올랐다.

판타지 기반의 게임이니, 텅 빈 갑옷이 걸어다녀도 그럴 듯하다.

물론 갑옷의 본래 쓰임새에 맞게 본인이 입었을 수도 있다.

“마법사가 저걸 입고 걸어 다닐 리 없는데?”

위즈는 확인해보기로 했다.


<‘마력을 보는 눈’이 시전 되었습니다. 2초당 1의 마력이 소모됩니다.>


빙글뱅글의 마력 패턴은 청색에 가깝다.

만약 저 갑옷에 실린 청색의 농도를 확인할 수 있다면, 빙글뱅글 본인인지는 즉시 알아낼 수 있다.

‘마력을 보는 눈’을 사용하자 위즈의 눈이 검푸르게 변하며 세상에 다른 색채가 덧입혀졌다.

“음…….”

예상대로 갑옷에는 짙은 청색이 일렁거리고 있었다. 단지 소환물에 불과하다면 저렇게나 농도가 짙을 리 없다.

‘저 갑옷이, 아니 빙글뱅글이 갑옷을 차려 입었다는 건 알겠어. 하지만 왜? 빙글뱅글은 사이비이긴 해도 마법사잖아?’

마법사가 전사들의 방어구를 쓰지 말라는 법은 없다.

당장 방패만 하더라도 그렇다. 무기와는 달리 착용해도 큰 패널티를 받지 않는다.

하지만 갑옷류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가죽이나 천을 이용한 갑옷의 경우는, 공용장비로 지정이 된 것만 착용이 가능하다.

그 외에는 부분적으로 파츠를 입수해 착용하는 방법이 있는데, 후자의 것이 특히나 애용되는 방법이다.

공용장비는 그만큼 구하기가 어려운 반면, 기존의 갑옷에서 필요한 부분만 떼어내는 건 쉬웠으니까.

돈을 모아 갑옷하나를 구입해 각기 필요한 부분을 나눠 갖는 건 매우 흔한 일이었다.

‘그런데 전사도 아니면서 풀셋이라고? 그것도 풀 플레이트를?’

전사가 아닌데도 저렇게 입을 수 있을까? 당연히 불가능하다.

다른 직업이 억지로 입게 되면 장비 제한에 걸려 꼼짝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법사인 빙글뱅글은 아무렇지도 않게 잘만 걸어 다닌다.

위즈는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빙글뱅글은 마법사 계열이 아니었나? 어째서 전사들만 입는 저런 통짜 쇠 갑옷을 입고 걸어 다니느냔 말이야.’

만약 그가 성기사라면 그나마 이해가 간다.

[ 성직자, 전사, 모험가, 생산자, 학자. ]로 이어지는 직업의 상성 고리에 따르면, 성직자는 학자와 전사 계열 모두에 인접해 있다. 따라서 갑옷의 착용에 크게 구애받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네크로멘서잖아? 그건 학자계열인데……어떻게? 설마 빙글뱅글도 룰 브레이커 급의 스킬이나 아이템을?’

위즈는 카피캣을 통해 모든 직업의 스킬을 훔쳐 배운다.

다양한 스킬을 연계해 사용할 수 있다면, 게임 속에서 그 어떤 상황에 직면해도 돌파구를 찾기 쉽다.

서로 다른 스킬을 융합해 시너지 스킬까지 만들어 사용하는 더 오션에서는 너무나 큰 이점이다.

게다가 각 직업군간의 상성까지 무시하니 남들이 알면 사기라고 손가락질 받을 만하다.

이러한 일들을 가능케 하는 스킬-카피캣은 버그 같은 게 아니다.

엄연히 시스템 상으로 구현되어 있는 당당한 스킬.

단지 스킬 획득의 조건이 까다로울 뿐이다. 그렇다 하여 스킬이 지닌 사기성이 어딜 가는 게 아니다.

그래서 위즈는 개인적으로 카피캣을 룰 브레이커 급의 스킬로 생각했다.

빌헬름텔을 제외한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맞아. 나랑 같다고 생각하면 아귀가 맞아 떨어져.’

즉, 빙글뱅글 역시 위즈와 같은 룰 브레이커란 뜻이 된다.

위즈는 비로소 리퍼의 말이 이해되었다.

“사이비 마법사라는 건……단순히 속성으로 깨우친 네크로맨시 때문에 한말이 아니었던 거야.”


◇◇◇◇◇◈◇◇◇◇◇◇◈◇◇◇◇◇◇◈◇◇◇◇◇


빙글뱅글의 갑주는 전반적으로 일체의 장식이 배제되어 있었다.

그것은 수수하다는 말로도 표현이 힘들만큼 초라해 보였다.

가슴팍에 문장도 없으며, 투구에 치렁치렁한 술조차 달려 있지 않다.

유저들의 취향과는 정반대.

게임 속에 존재하는 아이템들은 자고로 유저의 눈길을 끌어야 한다.

디자인이 잘빠졌다거나, 이런 저런 장식이 붙어야 한다.

왜냐하면 유저들은 멋있거나 예쁜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무기나 방어구는 어떤 컨셉대로 디자인되어 저마다의 고유한 부위기를 부여받는다.

하다못해 주물로 찍어내는 투척용 단검조차 그 심플한 날 부분이 유려한 곡선을 그린다.

방어력을 기대할 수 없는 천 옷에는 자수가 새겨졌고, 옷값이 싸다면 단추나 트임의 위치로라도 악센트를 주었다.

하지만 이쪽으로 걸어오는 갑주는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나마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새것이란 느낌은 있네.”

잘 정련된 시커먼 강철재질은, 특유의 흐릿한 광택을 좔좔 흘려댔다. 그것뿐이다.

가까이 다가오면서 상대의 다부진 체구가 눈에 띄었다.

원래의 빙글뱅글보다 더 떡 벌어진 어깨.

더 굵은 팔과 다리. 그리고 몸통.

비무장임에도 만만찮아 보인다.

그만큼 갑옷이 두껍던지, 아니면 스킬로 근육을 키웠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상대는 등짝에 맨 방패를 꺼내들었다.

빙글뱅글이 쓰던 것과 모양은 같으나, 어째서인지 그 색이 거무튀튀하게 변해있다.

‘저 자세는?’

두 발을 L자 모양으로 만들며 비스듬하게 서 있는데, 거기에 상체까지 틀어 방패를 끌어당긴 모습.

방패전사들이 즐겨 사용하는 실드 차징을 사용하기 전에 나타나는 경직이다.

단순한 준비 자세이지만 정면에서만은 그 어떤 공격도 흘려낼 수 있는 견고함을 지녔다.

그런 자세를 ‘풀 플레이트 아머’를 입고 취하자, 머리위로 선명하게 떠오르는 글자.

Super Armor.

마법이라면 모를까 물리공격으로는 어림도 없는 상태.

‘선공은 금물이야. 자칫하면 카운터 어택 찬스에 걸려서 제압당할 수도 있어.’

위즈는 곰곰의 갈기를 움켜쥐었다. 그걸 신호로 곰곰의 네 발이 땅속에서 뽑혀 나왔다. 날카로운 발톱이 흙덩이를 털며 뒤로 빠졌다. 빙글뱅글의 목소리가 울렸다.

“먼저 공격하지 않겠다는 건가?”

그 목소리는 갑옷이 아닌 다른 곳에서 울렸다.

절벽이 무너져 내린 흙더미에서.

“이렇게나 마력의 밀도가 높은데 본인이 아니라고?”

“내가 꼭두각시술을 익힌 걸 잊고 있었나?”

“아.”

빙글뱅글의 말대로라면 이 상황이 설명된다. 아이린을 포탈로 걸어 들어가게 조종한 스킬이 꼭두각시술.

사람을 조종할 수 있는데, 리빙 아머 같은 소환물을 조종 못하는 건 말도 안 된다. 걸어둔 스트링을 통해 마력까지 공급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

위즈는 곰곰과 함께 들이치지 않았다. 저 갑옷이 빙글뱅글 본인이 아니라면, 굳이 상대할 필요가 없다.

‘무기를 들지 않은 리빙아머는 공격력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 거기다가 방패만 착용한 것을 보면, 리빙 아머의 역할은 방어야. 그렇다면 공격은 빙글뱅글이 맡겠지.’

자신의 방패까지 들려 보내며 역할을 나눈 이유도 쉽게 짐작이 가능했다.

조금 전 위즈는 절벽을 무너뜨렸다. 거기에 휘말린 빙글뱅글이 성할 리 없다.

‘물약이 떨어져 회복을 못했거나, 아니면 토사에 깔려 아직 빠져나오지 못한 거야.’

즉 리빙 아머는 단순한 훼방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곰곰! 놈을 뛰어넘어!”

크엉.

곰곰의 몸이 절벽 방향으로 도약했다. 아드레날린 부스터가 적용되는 상태였기에, 높은 포물선을 그리며 위즈는 멀어져갔다.

“놈을 막아!”

빙글뱅글이 소리 질렀다. 리빙아머는 Super Armor를 해제하고 돌아섰다. 그때는 이미 위즈를 태운 곰곰이 흙더미에 막 오르고 있었다.

“안 돼!”

빙글뱅글이 울부짖었다. 들려오는 목소리가 가깝다.

위즈는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절벽에서 흘러내리는 흙 때문에 먼지가 자욱한 속이라 시야가 제한되어 있다.

‘어디냐.’

그렇지만 위즈에게는 ‘마력을 보는 눈’이 있다. 빙글뱅글의 마력 패턴이 청색인 것도 이미 확인했다.

아직 흙먼지가 가라앉진 않았지만, 빙글뱅글의 마력을 포착하는 건 시간문제였다.

‘저기로군.’

위즈의 눈에 청색으로 빛나는 물체가 보였다. 빙글뱅글의 목소리도 그곳에서 난다.

“놈을 막아! 막으란 말이다!”

위즈는 학살자의 망령을 꽉 움켜쥐었다. 일단 목에 칼을 들이대고 리퍼를 불러낼 생각이었다.

그때 빙글뱅글이 이상한 말을 했다.

“먼저 공격하지 않겠다는 건가?”

“뭐?”

지금 일부러 발소리 내면서 다가들고 있는데, 마치 자신의 존재를 눈치 못 챈 것 같지 않은가.

달리 생각하면 일부러 자신을 도발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어지는 말도 뭔가 이상하다.

“내가 꼭두각시술을 익힌 걸 잊고 있었나?”

도발 뒤에 이어지는 말은, 자신의 보조직업을 어필하는 내용.

그리고 꼭두각시술은 제대로 걸리면 골치 아프다.

“이번엔 안 당한다!”

지하 구조물 속에서 꼭두각시술로 옴짝달싹 못한 기억을 떠올리며, 위즈는 곰곰을 먼저 보냈다.

만약 스트링에 걸려 곰곰이 조종당하면, 역소환 했다가 다시 불러내면 그만.

빙글뱅글이 곰곰을 상대할 동안 자신은 그 뒤를 잡기만 하면 된다.

먼저 보낸 곰곰이 낮게 울었다.

우어엉.

“놈을 막아!”

그 다급한 외침에 위즈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게나 도발했으면서 실제로는 먼저 보낸 곰곰 하나 상대 못하는 것 같지 않은가?

“고작 허세였나? 눌러버려! 곰곰!”

“안 돼!”

우어엉.

“곰곰. 팔 다리 하나정도는 부숴버려도 상관없어.”

우엉. 우어엉.

공격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고 곰곰이 끙끙대는 소리만 들린다. 하지만 빙글뱅글은 겁을 먹었는지 소리를 질러댔다.

“놈을 막아! 막으란 말이다!”

“거참 끈질긴 놈일세. 일단 좀 맞고 나면…….”

“먼저 공격하지 않겠다는 건가?”

“……정신을?”

“내가 꼭두각시술을 익힌 걸 잊고 있었나?”

위즈는 우뚝 멈춰 섰다.

같은 말이 세 번째 반복되고 있다.

빙글뱅글의 지능이 퇴행한 게 아니라면, 저 청색의 마력덩어리는 빙글뱅글 본인이 아니다.

직접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흙먼지로 시야가 제한된 곳에서는 직접 확인 할 때까지는 확실한 게 없다.

무슨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다.

“씨팔! 곰곰 역소환!”

위즈는 다급하게 몸을 돌렸다.

반복되는 말. 흙먼지 속에서도 선명히 보이는 청색의 마력.

준비된 함정이라는 생각이 번뜩인다.

‘너무 성급했다.’

진짜 뱅글뱅글이 어디 있는지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조금 전의 리빙아머는 방패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방패가 아닌, 네크로맨서 도구까지 수납된 귀중한 아이템이다. 그걸 고작 소환물의 손에 들려 보낼 리 없는 것이다.

‘애초에 빙글뱅글은 추락에 의한 데미지조차 입지 않은 것이야.’

드드드.

땅속에서 가벼운 울림이 일었다. 위즈는 학살자의 망령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산사태를 일으켰다.

빙글뱅글도 그럴 생각인 것 같았다. 그게 아니라면……

“역시나 골렘이냐?”

밟고 선 흙더미가 일어선다는 느낌에 위즈는 이를 악물었다.

팔은 찾지 못했지만, 골렘의 머리로 보이는 곳이 드러났다.

위즈가 밟고 선 부분에 세 개의 구멍이 뚫렸는데, 깊게 파인 부분은 눈이고, 길게 갈라진 부분은 입이다.

‘EMP가 불안정한 곳에서 골렘이라니. 마력 컨트롤이 장난 아니네.’

위즈가 감탄하는 와중에도 골렘은 공격하려 하지 않았다. 끝없이 몸을 일으킬 뿐이다.

벌써 높이가 십여 미터가 넘어간다. 미쳐 뛰어내릴 틈도 없이 벌어진 일이기에 위즈는 불안해졌다.

‘빙글뱅글은 얼마나 크게 만들 생각이지? 가만? 생각해보니 팔다리 같은 거 꼭 만들 필요 없잖아?’

이 골렘의 주재료는 흙.

쉽게 부서지는 재료다.

이뿐이면 아예 무시해도 좋을 상황이지만, 안타깝게도 위즈는 그 골렘의 몸체에 올라타 있다.

적당히 일으켜진 골렘을 주저앉히기만 해도, 위즈의 몸은 흙더미에 파묻히고 만다.

‘게다가 골렘은 단숨에 절벽으로 매달릴 발판도 되겠지. 이 높이라면 충분해.’

자신은 죽고, 기껏 붙잡은 빙글뱅글마저 빠져나가는 최악의 상황이 코앞.

그전에 선수 치는 게 낫다고 위즈는 판단했다.

“이봐! 증오를 삼키는 탐욕의 대지를!”

망령이 답했다.

『결국 이렇게 되는군.』

“함정인지 알고 있었다는 거야?”

『감이다.』

“그럼 말해줬어야지!”

『묻지도 않은 걸 어째서 알려줘야 하는가.』

“이런 쫌생이 같으니라고!”

학살자의 망령이 꽂히고 몸을 일으킨 골렘의 몸뚱이가 갈라졌다.

얼굴로 보이는 음영 부분이 뒤틀렸다. 소리 지르는 건 아니나, 위즈의 공격에 반응하고 있었다.

부서진 곳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나왔다. ‘마력을 보는 눈’스킬을 켜놓지 않았다면, 결코 볼 수 없었을 빛이다.

‘이 정도라면 어둡진 않겠어.’

위즈는 부서진 곳으로 몸을 날렸다. 그냥 뛰어내린 것이라면, 쏟아지는 흙에 깔렸을 것이다. 사실상 흙더미 속이었으니. 하지만 위즈는 떨어지는 흙덩이를 계단처럼 밟으며 끊임없이 이동했다. 위험하다 싶은 순간엔 섀도 런을 이용해 몸을 피했고, 진각과 촌경으로 흙덩이를 때려 방향을 전환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흙더미들이 추락을 멈추고 다시 엉겨 붙기 시작했다.

골렘이 다시 복원되고 있었다.

“드디어 시작이군.”

위즈는 갈라진 흙더미의 틈으로 들어왔다. 말하자면 골렘의 몸속으로 들어온 셈이다.

잘못하면 산채로 흙속에 매장 될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위즈는 기다렸다는 듯 흙덩이에 매달려 두리번거렸다.

“대체 어디냐. 어디 숨겨둔 거냐?”

위즈의 눈에 마력의 흐름이 포착됐다.

골렘의 몸속에 흐르는 마력의 근원이란 뻔한 것.

“골렘의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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