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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렬천사의 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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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렬천사
작품등록일 :
2013.09.1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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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24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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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7.21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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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쪽

133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44)

첫번째 리메 시작합니다.




DUMMY

44.

위즈가 인벤토리에서 꺼내든 건, 구불구불한 칼날을 지닌 기형검.

물결치는 파도를 닮은 아름다운 칼날에는, 베어낸 즉시 상처를 크게 벌어지게 만드는 악독함이 묻어 있었다.

이런 타입의 장검이라면, 플람베르그가 대표적이다.

위즈가 꺼내든 것 역시 같은 타입이지만, 장검으로 불리기엔 검날의 폭이 지나치게 두꺼웠다.

전체적으로 보면, 단검을 사이즈만 크게 해서 만들어놓은 것 같았다.

그리고 구불구불한 날을 가진 단검 역시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었다. 보통 크리스라고 불리는 이 단검은, 전투용이 아니라 제의(祭儀)에 사용되는 법기로 알려져 있다.

“저건 아렌의 크리스…….”

빙글뱅글의 두 눈이 커졌다.

그는 네크로맨서다. 모르는 것이 더 이상하다. 사실 아렌의 크리스는 빙글뱅글이 눈독들이던 아이템이다.

“아무리 뒤져도 안 나오더니만…….”

빙글뱅글은 잇페인과 용병마법사들이 의식을 준비하던 장소에 사흘이나 머무른 적이 있었다.

레미라 침공을 앞둔 바하르칼에서 용병마법사를 보내어, 광역기후 통제마법을 펼치던 바로 그곳이다.

마지막 제물을 바쳐 마법을 완성하려는 때, 공격을 받고 의식은 난장판이 되었으며 생존자도 몇 남지 않게 되었다. 이때 입은 타격이 커서 막상 레미라 침공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패였다.

빙글뱅글은 혹시라도 남아있는 생존자를 찾아 이 섬을 방문했다. 어쨌거나 같은 편을 구조하는 건 당연한 의무.

하지만 그건 겉으로 드러난 이유였고, 진짜 꿍꿍이는 이 섬에 남겨져 있을 아렌의 크리스를 찾는 것이었다.

잇페인 같은 흑마법사만큼이나 네크로맨서와도 궁합이 좋은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네크로멘서가 사용하면 숨겨진 효과가 나타나지.’

아렌의 크리스를 장착하고 네크맨시계열의 스킬을 사용하면, 5000의 마력을 지불하여 엘리트급 소환물을 불러낼 수 있다. 마력 코스트가 높지만 초반에 엘리트급을 빠르게 뽑을 수 있으니 오히려 이득이다. 마력이야 포션으로 채우면 그만이니까.

더 좋은 건 여기서 한차례 더 강화할 수 있다는 점.

예를 들어, 아렌의 크리스를 이용해 엘리트 구울을 만들었다 치고.

네크로맨시 스킬로 이 녀석을 강화시키면, 제너럴 구울로 변한다.

엘리트 구울보다 훨씬 지능이 발달한 제너럴 구울은, 소환자를 대신해 다른 소환물을 지휘하는 것까지 가능해진다. 또한 네크로맨서와 똑같이 휘하에 거느린 부하의 숫자가 많을수록 능력치가 추가적으로 상승한다. 그 상승폭은 계산조차 되지 않는다.

그래서 제너럴 구울은, 사실상 준 보스몹이다.

이것을 처음 만들어낸 사람은 이 게임이 ‘레드오션’이었 때, 수많은 유저들을 괴롭히던 바하르칼의 네크로맨서였다.

그 이름은 ‘미트파이’.

10만을 넘는 체력의 제너럴 구울은, 휘하의 언데드에게 이로운 광역버프를 뿌리고, 쿨 타임마다 소멸된 언데드를 부활시키는 스킬까지 갖추었다. 미트파이는 할 일이 없었다. 굳이 전장에 있어야 할 이유도 사라졌다. 그래서 미트파이는 모든 걸 제너럴 구울에게 맡기고는, 전혀 엉뚱한 장소에서 언데드의 군세를 일으켰다.

결과적으로 2방향에서 동시에 밀려오는 언데드의 군세를 맞아 유저들은 괴멸했다.

유저가 준보스급 소환물을 거느린 최초이자 마지막 사례다.

단 한번이었지만 밸런스파괴 논란이 거세어진 것은 물론이다.

이를 두고 마도로스 社에서는, ‘레드오션’ 시절에 분명히 입장을 밝혔다.


네크로맨서는 자신의 소환물을 강화할 수 있다. 보스에 준하는 강력한 존재로 만드는 것 역시 이에 해당한다. 이는 네크로맨서에게 준비된 ‘극의(極意)’ 중 하나라, 밸런스를 이유로 함부로 건드릴 수 없다.


마도로스 社에서 밝힌 내용대로라면, 네크로맨서가 거느리는 준보스급 소환수는 다른 게임의 각성기나 오의(奧義)에 해당한다. 그렇지만 대다수 유저들이 반발했다.

네크로맨서의 극의를 상대할 뭔가가 자신들에게도 있어야 하는데, 아직 그게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마도로스 社에서는 이런 말을 남겼다.

각자 자신의 직업에서 극의를 찾으면 될 일이라고.

조건을 충족한 자가 찾을 생각만 가지고 있다면, 어떤 형태로든 극의로 통할 힌트가 주어질 것이라고.

그리고 시간이 흘러 소문이 퍼졌다. 어디선가 네크로맨서의 극의가 깨졌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소문일 뿐, 동영상도 단순한 목격자도 나타나지 않았다.

어떻게 된 일인지 말해줄 ‘미트파이’ 본인도 입을 다물었다.

미트파이는 두 번 다시 극의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레드 오션의 해킹 사건이 터지고, 미트파이라는 이름의 네크로맨서는 자취를 감추었다.

누군가는 극의가 꺾인 것에 충격 받고 게임을 접었다고 말했다.

다른 누군가는 네크로맨서가 아닌 다른 직업을 선택했다고도 한다.

분명한 사실은, 지금 현재 미트파이라는 이름을 가진 유저는 더 오션에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하지만 네크로맨서의 극의는 여전히 존재한다.

그 증거가 바로 저 ‘아렌의 크리스’.

“그런 물건을 W가 가지고 있다니…….”

빙글뱅글의 두 눈이 탐욕으로 물들었다. 그가 이 폐허에 온 것은 다른 볼일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곳에 W가 있는 걸 알고는, 볼일 보다는 W를 해치우는 걸 우선순위로 삼았다. 헌데 W가 아렌의 크리스를 가진 걸 알고는, 다시 목표가 수정되었다.

‘그냥 죽이기만 해서는 안 돼.’

아이템을 습득하고 거래까지 할 수 있는 게임에서는, 사망 페널티로 소지한 아이템이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 특히 무기나 방어구처럼 플레이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아이템이 그렇다.

더 오션에서도 죽었을 때, 아이템이 떨어지는 경우가 간혹 있다.

장착된 장비가 유니크 등급 이상이면, 떨어질 가능성은 30%나 된다.

해당캐릭터에 전속되는 옵션이 없다면, 유니크 등급의 아이템을 가진 유저는 언제나 벌벌 떨어야 한다.

그 다음으로 떨어뜨리기 쉬운 건 돈이다. 그 다음이 인벤토리 속의 아이템.

그러니 ‘아렌의 단검’이 탐나는 이상, 빙글뱅글은 위즈가 눈치 채고 인벤토리에 집어넣지 않도록 신경 써야했다. 그러면서도 가까이 접근해야 했다. 아렌의 단검이 떨어지자마자 가로채려면, 바로 코앞에 서 있는 게 좋았다. 빙글뱅글은 결심을 굳혔다.

‘공격을 허용해주어야겠어.’

빙글뱅글은 갑자기 배리어를 거둬들였다. 그리고 허둥지둥 바닥에 박아놓은 방패를 찼다.

배리어가 사라졌으니, 방패로라도 몸을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이다. 허공에 둥둥 떠 있는 책에는 마력의 공급을 끊었다. 바닥에 떨어진 책은 저절로 방패 속 빈 공간에 들어갔다. 빙글뱅글은 매직스틱을 들어 발악을 하듯 주문을 날렸다.

“프로즌 스피어!”

하지만 실제 튀어나온 것은, 그보다 훨씬 작은 얼음조각이었다.

스피어급 주문을 사용했는데, 애로우가 튀어나온다. 모르는 사람이 봐도 뭔가 문제가 생긴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빙글뱅글의 주문을 피하는 위즈의 얼굴에 의아함이 가득하다.

가상현실 게임에서는 얼굴표정으로도 많은 정보를 알려줄 수 있다. 때에 따라서는 전투 양상을 송두리째 뒤바꿀 수도 있다.

빙글뱅글은 당황한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이며, 마력의 컨트롤을 난잡하게 했다.

‘자,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어서 덤비라고. 어차피 W 네 녀석은 근접전을 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

빙글뱅글은 자신을 미끼로 내걸었다. 좋은 아이템을 두고 체면 차릴 때가 아니다.

기회는 자주 오는 법이 아니니까.


◇◇◇◇◇◈◇◇◇◇◇◇◈◇◇◇◇◇◇◈◇◇◇◇◇


위즈는 빙글뱅글의 공격을 피하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뭐야 저 인간? 갑자기 왜 저러는 거지?’

현재 ‘마력을 보는 눈’을 사용하고 있었기에 위즈의 눈에는, 빙글뱅글의 마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잘 보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빙글뱅글의 마력은 정교하게 컨트롤되고 있었다.

헌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갑자기 정교함이 사라지고, 컨트롤 되던 마력이 난잡하게 흘렀다. 술식을 이뤄야 할 마력이, 흐름에서 벗어나 아무 것도 없는 허공으로 빠져나갔다.

그 결과 주문은 프로즌 스피어인데, 실제 사용된 주문은 한 단계 낮은 프로즌 애로우가 되는 일이 발생했다.

너무 인위적인 냄새가 물씬 났다.

10분이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데, 일부러 멀리 빙 돌아가서 30분 만에 도착하는 것과 같았다.

마법을 배운지 얼마 안 되는 초보중의 초보인 위즈가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뻔히 보이는 수다.

‘뭔가 노리고 있는 거야.’

위즈는 더욱 몸을 사렸다. 더 이상 가까이 다가가지 않고, 빙글뱅글이 날리는 주문만을 피하며 힘을 비축했다.


◇◇◇◇◇◈◇◇◇◇◇◇◈◇◇◇◇◇◇◈◇◇◇◇◇


위즈의 소극적인 대응을 본 순간, 빙글뱅글은 자신의 의도가 너무 뻔히 드러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제길. 차라리 배리어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녀석의 공격을 몇 번 맞고 뻗어주는 게 나았겠어.’

욕심이 앞선 나머지 앞뒤 재지 않고, 자신의 약함을 포장한 나머지 위즈가 눈치 채고 만 것이다.

‘그렇다고 갑자기 여기서 태도를 바꾸면, 그게 더 이상하지.’

곤란해 하는 빙글뱅글의 눈에, 둥둥 떠 있는 골렘의 코어가 보였다. 이제 그것은 단순한 부품이 아니었다. 무수히 많은 악령을 흡수해, 소환자의 마력 없이도 스스로 맥동하는 심장처럼 되어 있었다.

‘그렇군. 이 녀석을 이용하면 될 일이었어.’

빙글뱅글은 위즈에게 날려대던 주문을 끊고, 골렘의 코어에 손을 뻗었다.

이걸 만든 목적은 따로 있었지만, 아렌의 크리스가 코앞에 있는데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골렘에 담겨진 마력을 해방하면 전세를 역전 시킬 수 있다.

하지만 빙글뱅글은 뜻을 이루지 못했다. 강한 반발력이 손을 밀어내버린 것이다.

골렘의 코어가 품은 마력이 그의 것과 상이하다는 증거였다.

“응?”

빙글뱅글이 악령과 갈망의 조각을 골렘의 코어에 사용한 이유는, 소환자의 마력 없이도 움직일 수 있는 고출력의 골렘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렇다고는 하나 소환자의 마력을 거부할 만큼 독립된 개체라는 뜻은 아니었다.

그런데 결과는 어떠한가.

골렘의 코어에서 새어나온 악령의 머리통들이 빙글뱅글을 노려보았다.

- 우리들을 괴롭히지 마라…….

- 괴롭히지 마라…….

- 지배하려하지 마라…….

빙글뱅글은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뭐?”

- 우리들의 몸이다…….

- 네 몸이 아냐…….

골렘의…아니, 골렘의 심장에 깃든 악령들의 의지는 명확했다.

소환자인 빙글뱅글의 명령에 불복하겠다는 것.

“이것들이……육체를 부여해주었더니, 주인의 명령을 거부해?”

한낱 소환물이 반항하다니, 네크로맨서의 자존심에 금이 가는 일이다. 빙글뱅글은 즉시 어둠의 마력을 끌어올려, 골렘의 심장에 내 쏘았다. 시체폭발을 응용하여, 골렘의 심장을 그대로 산산조각 내버릴 생각이었다.

헌데 어둠의 마력은 기묘한 반발력 때문에 엉뚱한 곳으로 날아 가버렸다.

어둠의 마력이 날아든 곳은 위즈가 있던 곳이었다.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는구나!”

위즈는 아렌의 크리스와 고스트 블레이드를 꼬나들고서, 그림자 속으로 잠겨들었다. 그림자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공격이 이루어지리라는 건,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미루어 빙글뱅글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빙글뱅글은 위즈의 공격에 대응하지 않았다. 아니, 미처 그럴 생각도 못했다는 게 더 정확했다.

붉게 변한 골렘의 코어에서 튀어나온 악령들이, 한데 뭉쳐서 비비 꼬아지며 굵은 밧줄과 같은 모양이 되었다. 그 밧줄이 빙글뱅글의 몸에 걸리자, 빙글뱅글의 눈동자가 탁하게 변했다. 빙의된 것이다.

‘어, 어째서!’

빙글뱅글의 뻣뻣하게 굳은 몸 앞에, 그림자에서 막 모습을 드러낸 위즈가 나타났다.

위즈의 양손에 들린 무기가 휘둘러졌다.

먼저 아렌의 크리스로부터 뻗어 나온 무형의 칼날이 빙글뱅글의 가슴을 쑤셨다. 정확히 심장을 노린 일격으로 빙의상태가 풀렸다.

‘데미지가 없다?’

아무리 허접한 공격이라 해도, 급소를 노린 공격은 치명타가 터져야 정상. 하지만 위즈의 공격은 그렇지 않았다. 뭔가가 찌르는 감각은 있지만, 데미지를 입었다는 시스템메지가 뜨지 않았다.

‘그렇군. 레벨차이가 너무 나서 공격이 안 먹혔거나, 내가 입은 방어구가 공격을 상쇄해준 거야.’

골렘이 갑자기 배신한 일로 속이 쓰렸지만, 어쨌거나 위즈의 방심을 이끌어낸 것에 빙글뱅글은 만족했다. 빙글뱅글은 매직스틱을 들어올리는 동시에, 아렌의 크리스로 손을 뻗었다.

제로 거리에서 주문을 날려 위즈를 끝장내고, 아렌의 크리스를 탈취할 생각이었다.

헌데 몸을 비틀자마자 빙글뱅글의 가슴에서 피가 확 솟았다.


<급소를 공격당해 치명타를 입었습니다.>

<남은 체력양은 50입니다.>

<빈사 상태에 빠집니다.>


빙글뱅글의 시야가 붉게 변하며, 뻣뻣하게 굳은 몸이 뒤로 넘어갔다.

당연히 아렌의 크리스는 만져보지도 못했다.

“이익! 빌어먹을!”

일단 빈사상태로부터 벗어나는 게 우선이다.

빙글뱅글은 달달 떨리는 손으로 인벤토리에서 포션을 꺼냈다. 그걸 가만히 보고 있을 위즈가 아니다. 위즈는 빙글뱅글의 손에서 포션을 빼앗아 자신이 마셔버렸다.

빙글뱅글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너, 너 이 자식!”

“역시 고렙 유저는 포션도 비싼 걸 마시네. 체력 회복량 3천에 마력이랑 스태미나까지 소량 회복? 이런 건 대체 어디에서 사는 거야? 비밀 상점?”

“알려줄까 보냐!”

“그건 그러네.”

위즈는 빈병을 멀리 던져버리며, 바로 옆에 둥둥 떠 있는 골렘의 심장을 바라보았다.

“싸울 거냐?”

- 우리들의 몸을 부수지 마라…….

- 우리들을 내버려 둬…….

위즈는 아렌의 크리스를 골렘의 심장에 겨누었다.

“뭐, 본능적으로 알고는 있겠지만. 이 무기는 살아있는 모든 걸 마력으로 바꿔버린다. 여기에 직접 찔리면, 아무리 악령이라 해도 너희들 역시 무사하진 못할 걸?”

- 우리들을 죽이지 마…….

- 제발 내버려 둬…….

“우는 소리 말고 꺼져버려. 다음에 볼 때는 소멸시켜버리겠다.”

그 말을 끝으로 위즈는 바닥에 쓰러진 빙글뱅글을 내려다보았다.

골렘의 심장은 바닥을 파고들더니 자취를 감춰버렸다.

“악령이 빙의를 하는 건, 육체를 갈망하기 때문이야. 그런 놈들이니 골렘에 깃들게 만드는 건 쉬웠겠지만, 정작 육체를 얻은 녀석들이 어떻게 행동할지까지는 생각하지 않은 모양이지?”

위즈의 지적에 빙글뱅글은 아차 싶었다. 위즈의 말이 구구절절이 옳다.

약령이 어떤 존재인가. 제멋대로에 이기적인 것들이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면서, 너무 즉흥적으로 행동했어.’

빙글뱅글은 반성했다.

“그나저나……저 골렘의 코어에 깃든 악령이 아렌의 크리스를 알아보던데, 넌 어떨까? 빙글뱅글?”

“그게 무슨 소리냐?”

빙글뱅글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가만히 있어도 체력은 천천히 차오른다.

이렇게 시간만 끌어도 빈사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면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위즈를 해치우고, 아렌의 크리스를 빼앗는 건 손바닥 뒤집기다.

‘조금만 더…….'

체력이 차오르면서 빙글뱅글의 붉게 변한 시야가 옅어졌다. 빙글뱅글은 마력을 살짝 돌려보았다. 무리 없이 마력이 모인다.

‘빈사상태에서 벗어났군.’

빙글뱅글은 퀵 스펠로 아이스 애로우를 쓸 준비를 했다. 같은 냉기 마법이라도, 프로즌과 아이스는 위력이 전혀 다르다. 한 단계 낮은 난이도이니만큼 퀵 스펠로 사용했을 때 발동이 무척 빠르다. 빙글뱅글은 앗 하는 사이에 모든 게 끝나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때 위즈가 코웃음을 치며, 아렌의 크리스를 들이댔다. 이번엔 팔뚝 어림이 싸해지면서 피가 솟았다. 퀵스펠이 완성되기 직전, 마력이 끊기면서 주문이 캔슬되어버렸다.

체력이 깎이면서 다시 빈사상태가 되어버렸다.

“생포할 생각이 아니었나?”

“생포? 아……가급적이면 살려놓고는 싶지.”

“그런데 어째서 공격하는 거냐? 난 전투불능 상태다.”

“걱정하지 마. 마력을 모으는 걸 보니, 쉽게는 안 죽겠지 싶어서 살짝 건드린 거니까.”

위즈의 천연덕스러운 대꾸에 빙글뱅글은 입을 다물었다.

‘뭐야. 설마 내가 마력을 모으는 걸 눈치 챘다고? 퀵 스펠은 들어가는 마력양도 적어서 절대 눈치 못 챌 텐데?’

빙글뱅글은 혼란에 빠졌다. 위즈가 라이팅 주문을 사용하는 걸로 보아, 마법을 사용할 수는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통 마법사가 아닌 이상 마력 그 자체를 느끼는 건 불가능하다.

‘마법사는 본능적으로 마력을 감지할 수 있다. 하지만 전사처럼 싸우는 W가 정통 마법사처럼, 마력을 감지하는 능력이 뛰어날 리 없어.’

빙글뱅글은 억지로 마력을 일으켜 반대쪽 팔에 모았다. 그러자 위즈가 고스트 블레이드로 어깨를 툭 쳤다.

“이봐. 포기하지 않는 투지는 높이 사지만, 그러다 죽는 수도 있다고. 사망패널티란 거 꽤 귀찮잖아? 무엇보다……여기서 죽으면 꽤나 골치 아파지잖아. 이단 심문관이라든가…….”

“으음…….”

위즈의 말이 옳았다. 신성왕국에서 죽게 되면, 부활 포인트 역시 신성왕국의 도시 중 하나가 된다. 그리고 빙글뱅글이 가장 최근에 들른 곳은 엔틸리움이다.

이단 심문관이 그걸 모를 리 없다.

‘엔틸리움엔 날 기다리고 있는 자들이 배치되어 있을 것이야.’

빙글뱅글은 마력을 모으는 것을 포기하고 위즈를 노려보았다. 보아하니 죽일 생각은 없어보였기 때문이다.

“원하는 게 뭐냐?”

“서로 잡아먹을 것처럼 구는 건 이만 끝내자. 원하는 건 이거야.”

“그러니까……예전 일은 없었던 걸로 하자?”

“그래.”

어려울 것도 없다. 지금은 이 상황을 모면하는 게 급선무.

‘당장은 원한을 덮어두마. 하지만 여길 빠져나가기만 해봐라. 나중에 두고 보자.’

빙글뱅글은 속마음을 감추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이린을 노리는 것도 그만 둬.”

이 문제에 대해서는 빙글뱅글도 속 시원히 대답해주었다.

“어차피 난 서포트 역할이다. 저 놈들이 포기한다면 나도 나서진 않는다.”

빙글뱅글의 턱짓이 가짜 렌틸을 가리켰다. 두 사람의 싸움에 휘말려, 흙무더기에 깔린 채 눈만 말똥거리고 있었다.

“그건 걱정할 거 없어. 어차피 레미라 마법사들이 숨어 있던 용병 마법사들을 쫒고 있으니까. 게다가 저놈도 지금 상태가 그리 좋아보진 않으니, 당장 암살이니 뭐니 설치진 못하겠지.”

“그럼 포션을 다오.”

“미안. 나 먹을 것도 부족하거든.”

조금 전 자신의 최상급 포션을 뺏어먹은 악랄함을 떠올린 빙글뱅글은 쉽게 포기했다.

“그럼 저절로 회복되길 기다려야겠군.”

“미안. 그것도 안 되겠는 걸?”

정말로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위즈가 아렌의 크리스를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그 모습을 보며 빙글뱅글은 피눈물을 흘려야 했다.

‘네크로맨서의 극의로 가는 지름길이……케엑!’

빙글뱅글은 눈을 부릅떴다. 위즈의 손바닥이 가슴에 닿아 있었다. 그 뿐인데 거세게 내리친 것처럼 충격이 몸속을 뒤흔든다.

“쿨럭! 뭐, 무슨 짓이냐!”

“내가 알기로 네크로맨서는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되는 적이거든. 특히나 죽음을 거부하는 특성을 잘만 이용하면, 무적에 가까운 힘을 얻을 수도 있다고 들었어. 정확히 뭘 어떻게 하는 건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조심하는 게 좋지 않겠어?”

빙글뱅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 그럼?”

“넌 계속 빈사상태로 있어줘야겠어.”

그 말인즉슨, 계속해서 이런 공격을 얻어맞아야 한다는 뜻 아닌가.

“야, 이 미친놈아! 차라리 내 몸을 묶어!”

“밧줄이 없네. 동료들이 올 때까지는 이러고 있자.”

조금 전 가슴팍을 때린 충격을 떠올린 빙글뱅글이 몸부림 쳤다. 근성 스탯이 부족한 상태에서 몸이 들썩일 정도로, 빙글뱅글은 필사적이었다.

‘W는 분명 죽이지 않는다고 했다. 사실이겠지. 하지만…….’

죽진 않아도 맞으면 아프다. 조금 전 가슴을 때린 충격을 떠올리며, 빙글뱅글은 도리질 쳤다.

“허튼 짓 하지 않겠다. 그러니…….”

위즈는 다시 손바닥을 들어올렸다.

“나도 미안하게 생각해. 하지만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잖아?”

위즈의 손이 다시 가슴에 닿는 순간, 쾅 소리가 나면서 땅이 울렸다. 빙글뱅글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없었던 물체를 바라보았다.

거무튀튀한 양날도끼 하나가 땅에 박혀 있다. 조금만 더 옆에 박혔다면, 위즈와 빙글뱅글 모두 두 쪽이 났을 것이다. 하지만 위즈는 도끼는 본체만체 하고 있었다.

‘어딜 보고 있는 거냐.’

빙글뱅글은 고개를 돌려 뒤쪽을 바라보았다.

해질녘의 어스름을 배경으로 시커먼 그림자 하나가 불쑥 솟아나 있었다. 그리고 그 그림자의 좌우로 다수의 그림자가 늘어섰다.

위즈가 입을 열었다.

“스컬그레일?”

맨 처음 나타난 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스컬그레일.”

빙글뱅글은 엉거주춤 몸을 일으켜 뒤를 돌아보았다. 당당한 풍채의 남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얼굴 쪽은 어두워서 보이지 않았지만, 빙글뱅글이 들어본 적 있는 목소리였다.

‘진짜다. 교황을 만나러 온 건가?’

대충 돌아가는 상황을 알고 있던 빙글뱅글은 어떤 생각을 떠올리고 고개를 휙 돌렸다.

“너…단장이 여기로 오는 걸 알고 있었구나!”

“저기 흙 찜질하는 용병마법사가 알려주었지. 아이린을 두고 꺼지지 않으면, 스컬그레일 님이 뜨거운 맛을 보여준다나? 그게 사실인가요, 전(前) 바하르칼 용병단장님?”

그 말을 들은 빙글뱅글이 이를 뿌득 갈았다. 그의 시선은 위즈가 아닌, 가짜 렌틸을 향하고 있었다.

“너…이 자식…….”

빙글뱅글의 반응을 지켜본 위즈가 스컬그레일에게 말했다.

“저는 지금 바하르칼의 암살자에게 타깃이 된 한 소녀를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중입니다.”

“그것 참 안 됐군. 우리 쪽 암살자는 유능하니 말이지.”

“꼭 그렇지만도 않더군요. 3년이나 계획했다고 해서 긴장했는데, 아직까지 무사한 걸 보면 말이죠.”

“흠…….”

“그래도 암살자들의 용기는 칭찬해줄만 했어요. 은신을 못 쓰는 걸 알면서 마법사에게 덤벼들었으니.”

“으음…….”

스컬그레일의 침음성이 깊어졌다. 암살자가 은신을 봉인 당한 채 싸웠으니, 결과야 대충 예상되었던 것이다.

“모두 죽였나?”

“하급 암살자들은 녹색의 단검에게 겁먹고 사라졌어요.”

“녹색의 단검이라……그는 은퇴한 걸로 아는데?”

“인연이 닿아서 도움 좀 받았어요. 인맥이란 게 원래 그런 거잖아요?”

“하급 암살자들이야 덜 여물었으니 그렇다 치고, 나머지는?”

“중급 암살자는 반 토막이 났죠. 이 네크로맨서의 서포트까지 받았지만 역부족이었어요. 애초에 마법사를 상대로 암살자가 할 수 있는 일이란 한정되어 있잖아요?”

“그렇지. 하지만 중급 암살자 정도면, 임무를 완수 했겠군?”

“조금 전 제가 말했잖아요? 이쪽은 무사하다고요.”

“그 말은 타깃이 살아있다는 뜻인가?”

“그렇죠.”

스컬그레일의 목소리가 울렸다.

“거기 이방인 단원이여. 네크로맨서라고 했던가? 저자의 말이 사실인가?”

“전부 사실입니다.”

“임무가 벅차면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3년이나 공들이고도 실패했단 말인가?”

“이방인이 유입된 건 1달이 조금 넘었을 뿐입니다. 그 3년의 계획에 저 같은 이방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턱없이 낮습니다.”

“누구냐. 이번 암살의 책임자는?”

“잇페인입니다.”

“하! 사사건건 그자가 걸리는군.”

스컬그레일이 스스로 단장직에서 물러나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잇페인이 벌인 일들이 원인이었다. 어두컴컴해서 스컬그레일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 목소리에서 심기가 불편하다는 것 정도는 쉽게 알 수 있다.

이때를 노려 빙글뱅글은 화제를 전환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용병단은 동시에 두 개의 임무를 받지 않는단 규칙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다 완벽하게 맡은 일을 해내기 위해서이다.”

“그걸 어긴 사람이 있습니다.”

빙글뱅글은 위즈가 제압한 가짜 렌틸을 가리켰다.

“이 폐허에 있는 용병 마법사들의 임무는, 단장님이 오시기 전 이곳에 위험한 것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헌데 저자는 현재 임무를 뒷전으로 하고, 이전에 맡은 암살임무를 수행하려 했습니다. 이는 명백한 규정 위반입니다.”

“그래. 규정을 어겼으니 처벌을 받아야겠지. 하지만 난 이제 단장이 아니다. 저자가 본분을 망각했다고 뭐라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하지만 친위대들이 전부 단장님을 따르고 있습니다. 실세는 여전히 단장님이라는 증거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면 그렇게 하게. 하지만 난 저 용병마법사에게 어떤 처벌도 내리지 않겠네.”

“그 말씀은 처벌은 물론, 그 어떤 명령도 내리지 않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다네. 서운한가?”

“아닙니다. 도끼를 던져 구타를 멈춰주신 걸로 충분합니다.”

빙글뱅글은 몸을 일으켜 바닥에 널브러진 가짜 렌틸에게 다가갔다. 이미 빈사상태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움직이는 데에는 별 무리가 없었다. 위즈도 빙글뱅글을 막지 않았다.

가짜 렌틸을 흙더미에서 꺼낸 빙글뱅글이 입을 열었다.

“어이, 단장님 말씀 들었겠지? 아무런 처벌도 내리지 않겠다고 하신다. 운이 좋다고 생각하나?”

“난 딱히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소.”

“멍청한 놈. 넌 조금 전 내손에 죽었어야 했다. 그게 그나마 덜 고통스러웠을 텐데. 참으로 안 되었구나.”

“뭐? 그게 무슨…….”

하지만 빙글뱅글은 가짜 렌틸 행세를 한 용병 마법사로부터 등을 돌려버렸다. 이자에겐 더 이상 볼일이 없다. 위즈는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를 들으며 빙긋 웃고 있었다.

‘능구렁이 같은 녀석.’

빙글뱅글은 울화통이 터졌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날 가지고 논 건 괘씸하지만, 네 제안에 따르겠다. 하지만 다음에 만날 때는 역시 싸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어째서이지? 원한은 잊겠다고 하지 않았나?”

“원한은 잊는다. 그래도 싸울 이유가 남았기 때문이다.”

“이유?”

“아렌의 크리스.”

“역시 그게 탐이 나셨군?”

“알고 있었나?”

“그게 뭔지는 나도 잘 모르지만, 인벤토리에서 꺼내자마자 눈에서 레이저빔이 쏘아지는 건 봤지. 난 지금의 여장모습이 네 취향에 직격이라서, 열렬한 구애의 눈빛을 보내는 건줄 알았어.”

빙글뱅글은 위즈의 헛소리를 무시했다.

“그럼 내게 팔겠나?”

“적이 될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크게 이득이 될 물건을 넘기는 건 싫어.”

“그럼 다음에 만날 땐 싸워야겠군.”

위즈는 어깨를 으쓱였다.


작가의말

에...다들 아시겠지만.......

이번 연참은 탈락했습니다. =ㅅ=;;



2014.11.08 수정

[12,115 => 12,348]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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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99 시러스
    작성일
    14.07.22 00:40
    No. 1

    잘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9 이름좀늘려
    작성일
    14.07.22 01:09
    No. 2

    플람베르그? 플람베르쥬?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8 폭렬천사
    작성일
    14.07.23 18:42
    No. 3

    "플람베르그 flamberg는 독일의 파상 날을 갖춘 칼을 이릅니다. 흔히 플랑베르주의 독일식 표현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플람베르그는 양손 검이 아니라 파상 날의 형태를 한 한손 검을 뜻하죠."
    [ 출처 : http://leia0207.egloos.com/viewer/4102791 ]

    일단 거인이 쓸 법한 사이즈의 '아렌의 크리스'의 외양을 설명하면서, 처음엔 양손검처럼 들고 있어야 하나? 하고 생각했지만......
    위즈는 이미 학살자의 망령을 들고 있는 상태.
    그러니 한손으로 들고 있어야 했고...결국 위에 첨부한 링크에 나온 견해를 그대로 따랐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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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 138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49) +5 14.09.21 953 23 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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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3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44) +3 14.07.21 728 29 27쪽
135 132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43) +2 14.07.18 843 24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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